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52
52화 정말 안 된다고!
진양이 맘에 들수록 화련은 가서패에 대한 미움이 커졌다.
어두운 눈빛의 가서패를 보자 화련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졌다.
가운은 이렇게 인의가 넘치는데 가서패는 동문을 시해하려고 했다.
게다가 두 사람은 모두 가씨 성이니 어쩌면 동향일 거다.
그가 서로 도와주지 않는 건 상관없지만 마음이 이렇게 악독할 줄은 몰랐다.
나중에 곁에 두어도 중용할 수 없겠다고 화련은 생각했다.
두 사람을 서로 비교하니 그 차이는 순식간에 드러났다.
화련도 마음속으로 생각이 있었다.
“가서패, 자네는 여기서 오우 사조가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려라. 나는 가운을 데리고 종문으로 가서 보고하겠다.”
화련은 침착한 얼굴로 바로 명령을 내렸다.
“소성자님.”
가서패는 놀라서 덜덜 떨었다.
눈동자가 순식간에 바늘 끝처럼 작아졌고 온몸에 털이 곤두섰다.
너무나도 두려워서 오줌을 지릴뻔했다.
‘설마 소성자님이 진심일 줄이야!’
‘여기서 그 오천 년 전에 죽고 살인을 즐기는 노귀(老鬼)를 기다리라니, 이건 죽으라는 소리 아닌가?’
“불만 있나?”
화련은 고개를 돌리더니 깊은 눈빛으로 가서패를 뚫어질 듯이 쳐다보았다.
“없습니다.”
가서패는 입을 열자 울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없으면 됐다.”
화련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돌리자 이내 웃음을 띠었다.
“가 사제, 우리는 먼저 가세. 모든 건 화 사형이 알아서 할 테니 자네는 걱정할 필요 없네.”
“아닙니다, 화 사형……”
진양의 마치 산이 무너지고 파도가 몰아치듯이 절망이 몰려왔다.
이놈이 진짜로 날 어찌하려고 하는구나!
진양은 더는 이대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모 아니면 도였다.
“날 데려가려면 죽여서 데려가라!”
진양은 분노하며 소리치더니 주먹으로 화련의 가슴을 때렸다.
펑!
천둥소리가 마치 북을 두드리는 소리같이 요란했다.
화련은 떨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고 가슴에는 주먹 모양이 생겼다.
하지만 진양을 잡고 있던 손은 마치 뿌리를 내린 것처럼 조금도 풀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화련은 고개를 숙이고 가슴에 생긴 주먹 모양을 보자 감탄한 표정이었다.
화를 내지 않았다. 도리어 가운의 기세가 너무 맘에 들었다.
‘역시 기초가 두텁구나, 겨우 축기인데 한 주먹에 날 물러나게 하다니, 대단해, 이런 보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서 위험에 빠지게 둘 수 없다!’
“가 사제, 사형을 용서하게, 나중에 술 마시며 용서를 구하겠네!”
말이 끝나자마자 화련은 한 손으로 순식간에 진양의 뒤통수를 쳤다.
“젠장……”
진양의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순간 의식을 잃었다.
화련은 혼절한 진양을 어깨에 메더니 표정이 복잡해졌다. 정말 진양의 사람 됨됨이에 감동하는 모양새였다.
‘이런 순수한 정성이라니! 단지 오우 사조의 명령이 있었다고 나에게 대들면서까지 끝까지 여기에 남으려고 하다니! 가 사제, 안심하게. 자네는 훗날 혈무봉의 기둥이네. 이런 위험한 곳에 자네를 두고 가면 그건 종문에 대한 무책임이네. 나는 반드시 자네를 데리고 여기서 벗어나야겠네, 여기는 너무 위험해!’
돌아서서 다시 가서패 두 사람을 보자 눈에 거슬렸고 말투도 굳어졌다.
“너희 두 사람은 여기서 기다려라. 오 사조가 돌아오면 돌아와서 보고하라.”
말 한마디를 던지고는 화련은 발을 들고 한 걸음을 내딛었다.
한 걸음만에 백 장 넘게 뛰어올랐다. 몸에서 혈기가 솟구쳐 나오더니 빛이 되어 날아갔다.
잠시 후 그들은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동굴에 도착했다.
진양을 어깨에 멘 화련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동굴은 금제가 막고 있었다. 화련이 자신의 신분 영패를 꺼내어 금제를 향해 흔들자 영광이 날아가더니 금제로 흘러 들어갔다.
이어서 수십 장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부문과 도문으로 가득한 옥기둥이 어떤 특정한 규칙에 따라 흩어져서 서 있었다.
중앙에는 십 장 넓이의 검은색의 금속 단상이 놓여 있었다.
위에는 도문과 부문으로 가득했다.
화련이 단상으로 걸어가서 신분 영패를 움직이자, 갑자기 짙은 영광이 마치 샘솟듯이 솟아 나왔다.
옥기둥 위의 부문이 흐르더니 무궁한 신광과 합쳐지면서 단상을 뒤덮었다.
잠시 후 모든 빛이 사라지자 화련의 모습도 사라졌다.
넓은 광장은 백옥의 벽돌과 흑금색의 기둥이 있었다. 바닥에는 겹겹의 영광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었다. 셀 수 없는 부문과 도문이 빼곡하게 쌓여있었다.
광장에는 있던 검은 금속의 단상들에서 끊임없이 영광이 솟구쳤다.
그중 한 단상에서 영광이 번쩍이자 화련이 진양을 메고 걸어 나왔다.
화련이 어공(御空)으로 날아가려고 준비할 때 뒤에서 기력이 충만한 소리가 들려왔다.
“화련 사질(師侄), 잠깐만.”
화련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리자 잠깐 당황하더니 바로 몸을 숙여 예를 올렸다.
“강 사숙을 뵙습니다.”
마른 체형과 오목한 볼, 튀어나온 광대뼈의 남자였다. 그가 걸친 흑금색의 옷은 마치 대나무 장대에 걸린 거처럼 해괴해 보였다.
“화련 사질이 설마 직접 비경 파편으로 가서 제자를 또 구출해오다니. 덕분에 내가 직접 갈 일이 없어졌군. 화련 사질, 아래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아보았는가?”
화련이 강 사숙이라 부른 강천(江川)의 걷는 소리는 기운이 넘쳤다. 우렁차기 그지없는 게 체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강 사숙님, 안 그래도 지금 가 사제를 데리고 가서 보고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오천 년 전에 조묘로 들어간 오우 사조께서 기이하게 변하여 조묘에서 나왔고, 이미 비경 파편을 넘어서 깊은 곳으로 갔습니다. 이상한 변동은 오우 사조가 일으킨 것 같습니다. 가 사제가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가운이 왜 이렇게?”
강천은 의혹이 가득한 눈으로 화련의 어깨에 업힌 진양을 가리켰다.
“사숙께서 양해해주십시오. 가 사제는 기이함을 만나서 영향을 받은 거 같습니다. 그래서 성격이 조금 변한 데다가 오우 사조의 명을 받고는 죽어도 그곳에서 기다린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제가 가 사제를 기절시켰습니다.”
화련은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가운을 칭찬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가운을 탐내는 자신의 마음이 드러날 수도 있었으니.
“이렇게 하세. 그는 우선 노부에게 넘기고 자네는 종문으로 가서 보고하게.”
강천은 살며시 웃으며 진양 아니 가운을 가리켰다.
“지금의 그는 보고도 할 수 없을 거 같고, 화련 사질이 손을 썼으면 한 시진 반 각 동안은 못 일어날 거 아닌가.”
화련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강천의 말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 속으로는 요양이라는 핑계로 지금 바로 혈무봉으로 데리고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강천은 가운의 스승인데다, 예금봉 혈통의 봉주(峰主)였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사숙께서 먼저 사제를 데리고 가서 요양하고 계시면 종문에 보고하고 며칠 뒤에 다시 가 사제를 보러 오겠습니다.”
화련은 서운한 듯이 말하고는 우물쭈물하며 진양을 강천에게 넘겼다.
강천은 화련의 행동이 굉장히 의외라고 생각했다.
평소의 화련은 매우 거만했다.
어찌 오늘은 가운에게 이렇게도 다정하단 말인가.
“사숙,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저와 가 사제는 첫 만남에 옛 벗처럼 친해졌습니다. 마치 오랜 세월 알고 지내던 벗 같았습니다. 술을 마시고 무릎을 맞대고 오랫동안 얘기를 못 해서 한스러웠는데 이번에는 정말 마지 못해 가 사제를 혼절시킬 수밖에 없어서 속이 편하지 않습니다. 혹여나 가 사제가 오해할까 봐 걱정입니다.”
화련은 낙담하는 표정으로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허허허, 괜찮네. 혈무봉과 예금봉은 멀지 않다네. 화련 사질, 시간이 나면 언제든 방문해도 좋네, 예금봉은 허례허식이 없으니 마음껏 술을 마셔도 좋다네.”
강천은 진양을 받은 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홍광으로 변하여 하늘로 날아갔다.
화련은 그 자리에 서서 하늘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됐다, 나중에 가 사제를 찾아가서 사죄의 술을 대접해서 코가 비뚤어질 때까지 마시면 되겠지.”
* * *
강천은 진양을 데리고 검푸른색의 산봉우리 중턱으로 내려갔다.
주변의 수십 리가 모두 이런 검푸른 산이었다. 대지도 검푸른색이었다. 민둥민둥하고 식물이 흔하지 않았고 공기 중에는 코를 찌르는 강철 냄새로 가득했다.
이곳이 바로 마석성종의 예금봉이었다. 수십 리의 땅에는 현철 광산으로 가득했다. 지하에는 현철 광맥이 있어서 끊임없이 현철 광석을 잉태할 수 있었다.
현철은 일반 법기에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금속 재료 중 하나였다. 비검 같은 법기의 주요 재료가 현철이었다.
이곳은 비록 초목이 황폐하고 생명이 끊겼으나 경금납서결 같은 공법을 수련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이 땅은 금기가 짙었고 공기 중에도 금기가 가득해서 흡수하면서 수련할 수도 있었다.
강천은 돌로 된 집으로 가서 진양을 침상 위에 올려놓았다.
움푹 들어간 눈으로 침상 위의 진양을 노려보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에야 마른 손을 내밀어 진양의 팔과 허벅지를 만져보고는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훌륭해. 육친의 기초가 매우 튼튼하고 몸뚱이의 단단함도 아주 대단해. 골격은 치밀하지만 뻣뻣하지 않아. 내 자랑스러운 제자가 정말 금행연체(金行煉體)의 법에 적합했다니, 경금의 기를 흡수하여 몸에 녹아드는 것도 완전무결하다니, 훌륭해.”
강천은 무표정으로 마치 돼지고기를 평가하는 것처럼 찔러보았다. 눈빛은 마치 연못에 가득 고인 물처럼 아무런 파장도 없었다.
검사를 마친 후, 강천은 진양의 품에 빼곡하게 걸려 있는 수십 개의 주머니를 보았지만 일일이 그것들을 보지는 않았다. 혼자 옆에 앉더니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의 기운은 마치 죽은 것처럼 있는 듯 없는 듯해졌다.
한 시진 후.
진양은 드디어 의식을 회복했고 서서히 깨어났다.
정신을 차리는 순간, 진양은 바로 쉰 목소리로 외쳤다.
“오우 사조!”
“가운, 일어났구나. 이 스승은 안심했다.”
강천은 몸을 일으키더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여기는 예금봉이고 넌 이제 안전하다, 오우 사조의 일은 네가 걱정할 필요 없다.”
“스승님?”
진양은 일어나 앉아 풀린 눈으로 무의식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스승이다. 화련 사질이 널 데리고 왔다.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안심하고 쉬거라.”
강천은 미소를 지으며 진양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번에 오우 사조를 만나서 죽을 고비를 맞았겠지만, 이득을 많이 보았다. 이것도 다 네 기연이다.”
진양은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지만, 강천이 마른 손으로 누르자 저항할 수 없었다.
힘이 세지는 않았지만 저항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진양은 두려워졌다.
‘신해 대수도사다! 어쩌면 더 높은 경지일 수도!’
그는 설마 자신의 역형술을 간파하지 못한 건가?
자신의 목에 수십 개의 주머니가 있는 걸 모르나?
순식간에 진양의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상황은 매우 이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