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752
752화 같은 업계 사람들
“대인, 진정하시지요. 같은 편입니다.”
“음?”
시괴의 목소리에 골왕은 천천히 냉정함을 되찾아갔다.
눈앞에 움직이고 있는 시괴에게서 마치 분수처럼 끊임없이 솟구치는 힘을 느끼고 있으니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고, 마침내 왜 이곳에 왔는지 떠올랐다.
그는 시괴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답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문제를 강제로 마음속 깊은 곳에 덮어버렸다.
그의 마음은 평온해졌고, 온몸을 따라 생겼던 흔적들도 깔끔하게 사라졌다.
한참 뒤.
다시 진정을 되찾은 골왕은 그제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언제 소성(蘇醒, 되살아나다)한 것이냐?”
“일주일 전이옵니다.”
“무엇이 기억나느냐?”
“전신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기억과 복수에 대한 집념이 생각납니다.”
“복수하러 갈 것이냐?”
“그건 앞으로의 상황을 살펴보고 결정할 것 같습니다.”
“음?”
골왕은 다소 의외라는 듯 시괴를 바라보았다.
“전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반드시 복수를 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일단 살아남는 것이 우선 아니겠습니까?”
골왕은 한층 더 진지해진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까지 보아온 동족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적어도 눈앞에 있는 시괴는 이제껏 보아왔던 동족처럼 멍청한 녀석은 아닌 듯했다.
‘검은 모래 폭풍이 일어날 때 소성하고, 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군.’
시괴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대답이다.
잠깐의 침묵 뒤.
골왕은 자신을 괴롭게 하던 문제가 또다시 떠올랐다.
“네가 현재 모습 그대로 강시인지, 아니면 전신 그대로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느냐?”
“없습니다.”
“그럼 지금 생각해 보거라.”
“잘 모르겠습니다.”
시괴는 다소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쳤나?’
그러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만약 눈앞에 있는 고수의 정신 나간 질문에 그가 원하는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무사히 빠져나갈 순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을 한 사람 알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나?”
“그건……. 그냥 확신이 듭니다. 어째서 확신이 드는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인, 대인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면 지금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으신 겁니까?”
“네가 말한 그 자가 누구냐?”
골왕은 더 이상 시괴를 추궁하지 않았다.
자신의 일 외에 다른 일은 전혀 관심도 없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진양이라는 자입니다.”
“좋다. 그럼 지금 바로 진양에게 가자.”
시괴가 말한 진양이라는 자가 인간인지, 귀신인지, 요족인지, 아니면 이족인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비록 정말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복잡하던 마음이 조금은 진정이 되는 기분이었다.
골왕은 시괴를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는 듯싶더니, 자신의 갈비뼈 하나를 부러뜨린 뒤 시괴의 가슴에 꽂았다.
시괴는 크게 놀랐다.
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반응할 틈조차 없었다.
그러나 그의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머릿속으로 수많은 지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슴에 꽂힌 갈비뼈를 따라 수많은 고대 문자들이 마치 개미처럼 그의 몸속으로 몰려들었다.
망령보전(亡者寶典)이라는 공법의 입문 부분이 그의 이성 속으로 쏟아졌다.
갈비뼈에서 문자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골왕은 그제서야 다시 자신의 갈비뼈를 원래의 자리에 가져다 꽂았다.
“이것은 내가 익힌 공법으로, 지금 네게 전수해 준 것은 첫 번째 단계다. 만약 네가 말한 그 자가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남은 부분도 전부 전수해 주도록 하겠다.”
그러나 골왕은 시괴가 새로 습득한 지식들을 소화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팔을 붙잡고 사해 위로 솟구쳐올랐다.
그리고 곧장 시골맥 거점으로 돌아왔다.
그는 시괴를 자신의 저택에 내려주며 휴식을 취하도록 한 후, 자신은 회의에 참여하러 가버렸다.
거점에 도착하기 무섭게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달되었던 것이었다.
골왕이 도착했을 무렵.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도착한 상태였다.
골왕을 발견한 인간의 몸과 뱀의 꼬리를 한 자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곤 곧장 다른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골왕은 머릿수나 채우기 위해 온 것일 뿐, 의견을 낼 것도 아니니 어떤 상황인지 알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제 막 입수한 소식입니다. 유령호의 선장 진양이 황막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일전에 얘기한대로 진 선장에게 부탁하여 편지를…….”
“잠깐! 지금 진양이라고 했소?”
골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 이상 얘기 나눌 것 없소. 내가 직접 다녀오도록 하겠소.”
* * *
진양은 무사히 황막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귀찮게 굴거나 길을 막아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정천사의 사람들조차 아무도 느껴지지 않았다.
의외였다.
아무래도 자신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한 게 아닌가 괜히 멋쩍어지기까지 했다.
어쩌면 그들은 애초에 진양이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관심조차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도 근처에 지낼 때만 해도 사방에서 정천사 밀정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었다.
그러나 현재 황막까지 오는 동안 정천사는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조차 진양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있었다.
예전에 힘없고 실력 없을 때나 겪었던 무관심이었다.
실력이 강해지고, 또 수많은 일들을 벌이며 자연스럽게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는 무관심은 단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시 힘없고 실력 없던 시절로 돌아간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어색하게 느껴지기까지 할 정도였다.
전조의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진양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게 오히려 정상이다.
진양에게 무관심하다는 건 그만큼 더 중요한 일을 준비 중이라는 뜻이다.
겨우 잔챙이 하나 잡자고 정보를 흘리는 건 결코 큰 손해다.
그런데, 위흥조가 어째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한바탕 암살극이 끝나고, 경매를 진행하고, 그리고 대놓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까지 했으나 그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최소한 진양에게 감시자라도 붙여놔야 하는 것 아닌가?
어쩌면 전조의 사람들이 나타날지도 모르니 말이다.
전조 사람들이야 다른 일을 꾸미느라 정신이 팔려있다고 그렇다 쳐도 위흥조는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진양을 공격하는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진양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조차 아무도 없다는 건 이미 확인됐다.
찔러보기는 이쯤이면 충분할 듯했으니 이제 남은 일들만 처리하면 끝이다.
시괴를 살펴보러 가는 일은 당장 시급한 일이 아니다.
진양은 시괴와 모종의 감응의 고리로 이어져 있다.
때문에 대략적으로 그가 어떤 상태인지 느낄 수 있었다.
며칠 전 시괴는 사해를 빠져나왔고, 실력에 변화가 일어났다.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아 어떠한 공법을 손에 넣은 듯했다.
변화가 명료하게 느껴진 것으로 보아 상당히 괜찮은 공법을 손에 넣은 듯했으나, 도대체 시괴가 어떤 기연을 얻었길래 이런 공법을 손에 넣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녀석이 상당히 운이 좋은 편이라는 것이다.
무사히 소성할 때까지 진양의 보살핌도 받고, 소성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기연까지 손에 넣다니.
심지어 진양마저도 질투가 날 정도였다.
어쩌면 전신에게 몰렸던 재수 없는 일 때문에 시괴로 다시 살아난 후 행운이 찾아오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녀석은 당장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당장 느껴지는 바로 녀석은 현재 시골맥의 영지에 있었다.
어쩌면 시골맥의 어느 강자가 우연히 시괴를 발견하고 그의 재능에 감탄하며 그를 시골맥으로 데리고 간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갑작스럽게 공법을 얻은 것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어쨌든 이렇게 되면 남은 볼일은 단 한 가지.
바로 사해로 가서 ‘비정상적인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진양은 늘 들고 다니는 작은 책자를 꺼내 펼쳤다.
중간 쯤 펼치니 사해황막에 대한 여러 정보가 적혀있는 부분이 나왔다.
전부 전조의 소굴로 잠입했을 때 황영으로부터 얻은 정보들이었다.
이 중에는 전조의 외곽 조직의 인물과 세력에 대한 기록도 있었다.
자세히 기록을 살펴본 뒤, 황막의 지도도 꺼내 살펴보았다.
두 자료를 대조하며 살펴본 진양은 책자를 탁 덮으며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묵양, 이대로 계속해서 서쪽으로 가자. 곧장 사해로 가는 거야. 여기로 가줘.”
진양은 지도의 한 곳을 짚어 보였다.
그곳은 사해와 황막이 맞닿은 곳이었다.
황막 북쪽에는 윤전사가, 남쪽에는 시골맥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중간 지점은 그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땅이 존재한다.
사실 황막에선 세력 범위라는 말이 큰 의미가 없다.
대부분 거점과 그 주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전부일 뿐.
이 외의 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인적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차지하고 있어도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다른 세력들에게는 기회가 되었다.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황막의 환경이 가혹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신조의 영토와 비교했을 때의 얘기다.
때문에, 이곳을 노리는 세력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현재 진양이 가려는 곳에는 전조의 외곽 세력이자 진양과 ‘같은 업계의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바로 사해황막의 사막 도적단 녀석들이다.
진양이 그들을 같은 업계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모두 이유가 있다.
그들은 유령 해적단과 상당히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빼앗는 강도짓은 위험부담도 크고 수익도 불안정하다.
게다가 크게 한탕 당기는 것도 웬만해선 불가능하다.
오히려 일을 키웠다간 사후 처리작업에 훨씬 더 많은 힘이 소모될 수도 있다.
때문에, 사막 도적단은 주로 사람들이 쉽게 발을 들이지 못하는 사해 곳곳을 누비며 돈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낸다.
사해에 살고 있는 이수를 사냥하거나, 사해 어딘가에 묻혀있는 유적, 보물, 혹은 어느 강자의 시신 등을 찾아 수입원으로 삼는다.
시신을 사가는 고객은 주로 시골맥이다.
오래된 시신일수록 값은 배로 뛰고, 거기에 보존 상태까지 완벽하다면 곱절 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모래더미 사이에서 엄청난 보물을 찾아 크게 한 몫 챙길 수도 있다.
이 외에도 현상금 사냥꾼, 행상, 무역 등 여러 방법을 통해서 수입을 벌어들인다.
바로 이러한 수익 구조가 유령 해적단과 상당히 닮아있었다.
하지만 무엇이든 오래될수록 변화가 필요한 법.
때문에, 사막 도적단은 유령 해적단의 수익 구조를 그대로 따라하기로 했다.
기존의 방식대로 위험을 감수하며 사해를 누비는 방식은 수익은 어느 정도 보장이 되긴 하나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하는 일이다.
때문에, 유령호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중간상의 역할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유령 경매를 그대로 따라 하며 황막 지역에서 첫 번째 경매를 열기도 했었다.
비록 쓸만한 물건도 없었고, 이름난 강자가 참여한 자리도 아니었고,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경매이긴 하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방향은 제대로 잡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