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821
821화 이게 정말 된다고?
진양은 곧장 대윤 선궁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진양이 순진한 바보가 아니라는 점이다.
애초부터 그들이 이곳을 드나들 수 있는 방법이 진양을 통해 들어오는 방법 외에도 하나 더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바로 대윤 선궁 내에 있는 출구다.
진양은 제향 피워 위장을 몇 겹이나 더 강화시켰고, 안전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선궁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뒤.
사방에 병마용 대군이 깔려 있는 곳에 도달했을 즘.
멀리 검은 안개 덩어리가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며, 병마용 군단 사이를 가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예상대로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보물을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뭐, 각자 능력껏 움직이는 거지.’
진양은 천천히 음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한 병마용의 가슴에 손을 얹었고, 기혈을 병마용의 체내로 주입시키기 시작했다.
주입이 끝나는 순간, 진양은 수신 상태가 되어 음하 속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춰버렸다.
이어서 병마용이 깨어났다.
마치 연쇄 반응을 일으키듯 수많은 병마용의 겉부분에 균열이 일어났고, 하나씩 눈을 번쩍 뜨기 시작했다.
평온했던 죽음의 기운은 폭풍처럼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강렬한 기운의 폭풍 속에서 대군 사이로 숨어든 환해찰나와 삼장로는 더 이상 위장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일말의 생명체의 기운조차도 이곳에서는 마치 어둠을 밝히는 등불처럼 뚜렷하게 확인이 된다.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장신하에서 수많은 귀신들이 소름끼치는 귀곡성을 내지르며 수면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사이.
장신하 내부에 흐르는 한 물길이 사방으로 이어져 있는 복잡한 수맥을 따라 대윤 선궁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이 사전에 계산된 듯한 움직임이었다.
사실 이는 진양의 계획 중 하나였다.
미리 환해와 죽음의 세계를 오가며 위치를 계산해 둔 뒤 죽음의 세계에 도달하자마자 장신하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다음 복잡한 수맥을 지나면 대군과 마주하지 않고 대윤 선궁으로 향할 수 있다.
대윤 선궁 안으로 들어가면 출구를 찾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곳까지 가는 게 문제였다.
혹여나 작은 실수 하나라도 처참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원래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환해 일족과 마주한 순간 원래의 계획은 예비 계획으로 밀려났다.
놈들이 미끼가 되어준다는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선궁으로 달려갈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진양은 수신 상태로 장신하를 따라 움직였다.
멀리 죽음의 대군에 둘러싸인 환해찰나와 삼장로의 모습이 보였다.
‘쯔쯧. 참 안타깝군.’
삼장로야 이미 나이를 먹을 대로 먹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겠지만, 환해찰나는 아직 젊은 사람이다.
이대로 죽기엔 너무 아쉽지 않겠는가?
허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자에게 자비란 없다.
진양은 조용히 시선을 거두었다.
애초에 거짓말이나 하는 자들을 위해 길게 애도해 줄 시간 따위는 없다.
놈들이 온갖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진양의 위장은 더욱 완벽해지게 되었다.
이 틈에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복잡한 수맥을 따라 움직인 지 몇 시진 정도 흘렀을 무렵.
마침내 선궁 주위를 흐르는 성호에 도착했다.
진양은 주위를 살핀 뒤 장신하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곧장 선궁으로 들어갔다.
* * *
죽음의 군단에게 포위된 환해찰나와 삼장로.
두 사람은 비로소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이 어째서 전부 처참한 최후를 맞을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본래 죽음의 기운이 짙게 깔려있던 곳이었으나, 사방에서 병마용들이 깨어나자 죽음의 기운은 한층 더 짙어졌다.
죽음의 기운이 짙어지며 이곳을 지키는 망자들의 힘도 한층 더 강력해졌다.
이들은 모두 죽었다.
살아있는 자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목숨에 아무런 미련이 없는 자들.
언제든지 달려들어 동귀어진을 시도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자들이 수만, 아니, 수십만이 모이니 두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삼장로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동안 망자들을 깨우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도대체 그들이 어쩌다 깨어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유를 알아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 급선무는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것.
“삼장로님, 안쪽으로 달려야 합니다!”
당황한 삼장로와 달리 환해찰나는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일단 두 세계를 오가는 도구로 사용되던 진양은 이미 두 사람이 파놓은 함정으로 인해 골로 가버렸다.
이렇게 되면 유일한 탈출로는 선궁으로 들어가 출구를 찾는 것뿐.
환해찰나가 손가락을 튕기자 기이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망자 대군 사이에 있던 두 사람의 존재감이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삼장로의 붉은 코에서 붉은빛이 뿜어져 나와 화룡(火龍) 환수의 모습으로 변했다.
화룡은 강렬한 화염 폭풍을 일으키며 주위에 있던 죽음의 기운을 강제로 밀어냈다.
그와 동시에 하얀 털 뭉치를 닮은 환수 두 마리가 삼장로의 소매에서 빠져나왔는데, 두 환수는 곧바로 삼장로와 환해찰나의 모습으로 변했다.
환해찰나와 삼장로는 곧바로 불바다를 벗어났다.
극한으로 펼쳐진 환술 공법 덕분에 두 사람의 존재감은 완전히 잊혀졌다.
대신 망자들의 시선은 새롭게 나타난 두 개의 미끼 환수에게 향했다.
그 사이 두 사람은 빠르게 망자 대군 사이를 가르며 대윤 선궁으로 달렸다.
화룡은 마치 미끼 환수를 보호하려는 듯 일부러 이들을 감싼 채 망자 대군과 싸움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망자들이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에 화룡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 * *
그렇게 두 사람이 빠른 속도로 선궁을 향해 달리고 있을 때.
진양은 선궁 앞 패방을 따라 흐르는 장신하에 몸을 숨긴 채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출구에 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
패방 아래로 환해찰나와 삼장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편, 시간을 끌어주던 화룡 환수와 미끼 환수는 이미 망자 대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두 사람은 패방을 지나 길게 뻗은 길을 따라 선궁 정문을 향해 미친 듯이 내달렸다.
진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놀랍군. 망자 대군의 포위를 뚫고 여기까지 올 줄이야.’
바로 그때.
길게 뻗은 대로 아래에서 갑옷을 입은 자들이 튀어나왔다.
한눈에 봐도 불길한 기운을 잔뜩 내뿜고 있는 이들은 달려오는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섰다.
진양은 씨익 웃었다.
‘뭐, 오히려 잘 됐군. 아무래도 대신 맞아줄 녀석들이 필요했는데.’
가능하면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법은 피하고 싶었다.
설령 맞붙는다고 하더라도 승산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맙게도 두 사람이 나타나 주다니.
진양은 그저 장신하에 몸을 숨긴 채 두 사람이 병사들과 치고받고 싸우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한참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때.
한 귀신이 근처를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은 장신하와 한 몸이 된 진양을 느낄 수가 없다.
그때, 문득 진양의 머릿속에 한 가지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
진양은 시선을 돌려 장신하 아래쪽에 우글거리는 귀신들을 바라보았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이들은 마치 잠을 자는 것처럼 잠잠한 상태를 유지한다.
일부 녀석들이 입은 장포에는 부문이 새겨져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생명체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이 외에도 팔뚝이 허벅지보다 굵은 녀석들도 몇 보였다.
생전에 연체 수도사였던 녀석들인 듯했다.
이 외에도 병사의 모습을 한 녀석들도 보였다.
아마도 전조 대제의 무덤에 대한 비밀을 지키기 위해 함께 순장된 자들인 듯했다.
어쨌든 자세히 살펴보니 성호 아래쪽에는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진 귀신들이 잠들어있는 듯했다.
이걸 보고 있으니 좋은 생각이 한 가지 떠올랐다.
장신하에 빠져 죽은 자들은 영원히 죽지도 않고 소멸되지도 않는다.
때문에, 강력한 원한과 집착에 휩싸이게 되는데, 그로 인해 살아있는 생명체를 발견하면 미친 듯이 달려들어 강 아래쪽으로 끌어당기려고 하는 것이다.
원한과 집착 때문이기도 했지만 일종의 화풀이 같은 걸 하는 것이기도 하다.
진양은 조용히 지나가고 있는 귀신 곁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능력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상대가 가진 주머니 반지를 회수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잠시 생각하던 진양은 마수의 힘을 끌어올려 귀신을 감싸 장신하와 격리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놈을 강제로 해안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귀신의 몸에서 힘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절반 정도 힘이 빠져나갔을 즘.
녀석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녀석은 해안 안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이게 정말 된다고? 신기하군…….’
그때, 검둥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양, 뭐 하려고 장신하에 뛰어든 거야? 갑자기 죽고 싶어지기라도 한 거야?’
마수의 힘을 따라 들려온 목소리였다.
이어서 녀석은 밖으로 뻗은 힘을 통해 주위의 기운을 느꼈다.
“뭐야, 보잘것없는 곳이군. 마음대로 해라. 딱히 위험해 보이는 녀석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때, 해안으로 끌려 들어온 귀신이 정신을 차렸다.
녀석은 뒤늦게 주위의 환경이 바뀐 것을 눈치챘는지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검둥이의 기운이 주위를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녀석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뒤.
광기가 가라앉고 이성을 되찾기 시작했을 무렵.
해안으로 들어온 진양이 물었다.
“깨어나셨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이성을 되찾은 귀신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으나 말을 하는 법을 잊은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제가 하는 말은 알아들을 수 있죠?”
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대윤 대제와 함께 순장되었던 사람이죠?”
귀신이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원한다면 당신을 장신하 밖으로 꺼내줄 수도 있고, 성불시켜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제 부탁을 한 가지만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좋소.”
귀신이 어눌한 발음으로 대답했다.
“제가 어쩌다 재수 없게 대제의 무덤에 갇히게 되어서 말입니다. 출구가 선궁 안에 있긴 합니다만, 괜한 모험을 하고 싶진 않아서요. 그러니 장신하 안에 있는 다른 분들께도 부탁해서 저를 도와주실 순 없겠습니까? 무사히 이곳에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면 저 역시 저를 도와주셨던 모든 분들께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좋소.”
귀신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말이죠…….”
진양은 자신의 계획을 얘기해 준 뒤 그를 다시 장신하에 풀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