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95
95화 정말 먹고 싶다
진양은 찻주전자를 꺼내서 뚜껑을 열고 몰래 발동하여 술 한줄기를 끌어왔다.
술이 끊임없이 그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법기에 가득 채우자 뒤에서 진우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자는 진짜 죽은 것처럼 자는군”
진양은 찻주전자를 넣고는 몸을 돌려서 진우달을 보았다.
진우달은 술 취한 자를 한쪽으로 끌고 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자의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호흡도 막히는 게 보였다.
깊은 잠에 빠져서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순간 방금 화상용과 강천의 반응이 생각났다.
진양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표정의 변화 없이 앞으로 가서 진우달을 도와서 술 취한 자를 부축했다.
방금 손이 상대방에 닿았을 때 진양은 동공이 흔들렸다. 자신의 손을 힐끗 보았다.
능력이 반응했다!
이건 시체를 만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 말은 이자는 죽었다는 것!
그자를 벽 쪽으로 끌고 가서 벽에 기대서 잠을 자게 했다. 안색이 어두워진 진양은 그자를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검사해보니 이자는 술에 취해서 곤히 잠든 상태였다. 그리고 몸 상태도 오히려 보약을 먹은 것처럼 더 좋아져 있었다. 그가 이미 죽은 줄도 느낄 수 없었다.
화상용의 작은 움직임을 떠올렸다. 아마도 그녀의 등 뒤에 있던 귀신 얼굴로 알아채고는 바로 이곳에서 떠난 거였다.
그리고 강천 그 늙은이는 망설임 없이 떠났다.
그렇다면 그는 이자가 죽었다는 걸 어떻게 발견한 걸까?
만약 겨우 술을 마셔서 죽은 거면 그들은 어째서 그렇게 급하게 갔을까.
분명히 다른 걸 눈치챈 게 확실했다.
“진 형, 이분은 이미 술에 취해서 깨어나지 않으니 방해하지 말고 갑시다.”
진양은 진우달에게 눈짓을 하며 진우달을 끌고 가려고 했다.
“구 형?”
진우달을 억지로 끌고 이 대전에서 벗어난 후에야 손을 놓았다.
“구 형? 왜 그러시오? 이리 급하게 뭐 하는 것이오? 다른 이들은 보물을 찾으러 간 거 같은데 그냥 가게 하면 될 것을…….”
진우달은 아무것도 개의치 않았다. 귀한 집 자제라서 그런지 확실히 막무가내였다.
그는 이곳의 보물 정도는 평소에도 쉽게 가질 수 있었다.
“저 술주정뱅이는 죽었습니다.”
진양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목소리는 차가웠다.
진우달은 순간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진양을 보았다.
“죽었다니? 하, 하지만……”
“어서 갑시다. 여기는 알 수 없는 위험이 있어서 안전하지 않습니다. 해요 선자의 동부는 생가보다 더 무서운 곳인 거 같습니다.”
진양은 진우달의 말을 막고는 방향을 정해서 통로를 따라서 달렸다.
이곳에서 최강자로 생각되는 사람들이 떠나자 나머지 사람들은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은 미주를 챙긴 후에도 이곳에 다른 기연이 있다고 생각하고 뒤를 따라서 떠났다.
술 연못 주위를 맴돌던 물기둥 안에는 양주어가 어느새 사라져서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대전 옆의 한 통로에서 마치 천상의 노래 같은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노래는 천천히 울려 퍼졌다.
“서새산(西塞山) 앞에는 백로가 날고 복사꽃 흐르는 물에는 쏘가리가 살찌네. 푸른 댓잎 삿갓 쓰고 도롱이 걸쳤으니 비스듬히 부는 바람과 가랑비에 돌아갈 곳이 없네.”
노랫소리가 점점 더 뚜렷해졌다.
통로에서 하늘빛 주름진 긴 치마와 아름다운 자태, 폭포처럼 기다란 머리카락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은 여자가 천천히 날아왔다.
여자가 대전에 들어서며 가느다란 손을 허공으로 올리자 손에서 해마 야광배(夜光杯)에 담긴 미주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오늘 이렇게 많은 손님이 오실 줄은 미처 몰랐군요. 미천한 제가 모두에게 술 한잔 올리겠습니다.”
여자의 목소리는 대전에 울려 퍼졌다. 달콤함에는 성숙한 위엄이 담겨 있었고 날카로움에는 부드럽고 아름다움이 담겨 있었다.
목소리와 함께 대전에 남아 있던 자들은 아무도 이상하다는 걸 눈치 못한 거 같았다.
모두가 일제히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고 미친 듯이 마셨다.
열 몇 명의 수도사 모두 잔을 들고 거하게 마셔서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 땅에 쓰러졌다.
한순간에 마치 연쇄반응을 일으킨 거 같았다.
남아 있던 수도사들이 하나둘씩 쓰러졌고 코 고는 소리가 사방에 들려왔다.
하늘색 긴치마를 입은 여자는 잔을 비우고는 비틀거리며 정처 없이 떠돌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취해서 쓰러진 사람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취객의 노랫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자 여자의 모습은 복도 안으로 사라졌고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 * *
진양과 진우달은 넓은 복도를 걷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다른 살아있는 생물도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게 죽은 듯이 고요했다. 바닥에는 두꺼운 먼지가 쌓여 있었고 벽에도 얼룩으로 가득했다. 조각상도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다.
“구 형, 여기에 아무것도 없는 거 같소. 여기서 벗어날지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소.”
진우달은 이곳에 대한 느낌이 매우 좋지 않았는지 안절부절못했다.
“그럼 여기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봅시다. 화상용이 진 형에게 이곳이 해요 선자가 남긴 동부라고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곳의 건축 양식에 이족의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곳의 많은 조각상도 대부분이 바닷속의 생물들에 대해 조각한 것입니다.
또한 건축 재료를 대부분 경란석(景蘭石)으로 만든 거 같습니다. 사해에 관한 견문 기록을 보면 이전에 사해에 어느 해족의 왕족이 살았는데 그들이 남긴 건물이 대부분이 이렇다고 했습니다.”
“구 형의 말은 해요 선자가 인간이 아니라 해족 왕족의 구성원이란 것이오?”
진우달이 놀라는 기색이었다.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제가 본 것만 말한 겁니다.”
진양은 말을 하면서 바닷속의 해파리들이 새겨져 있는 대문을 밀어보았다.
대문이 밀리자 두 사람은 안에서 비쳐오는 빛에 눈을 뜨지 못했다.
허공에는 수정으로 만든 등이 걸려 있었다.
위에는 전체가 투명한 해파리가 돌고 있었다. 처진 촉수에서는 부드러운 흰빛이 뿜어져 나와 대전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벽에는 바다 모든 종족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초상화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벽면에서 돌아다녔다.
여러 마리의 문어들은 허공에서 바쁘게 움직이면서 진수성찬이 담겨 있는 쟁반을 정전 안에 있는 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두 사람이 조금 놀라고 있을 때 대문 안쪽에서 커다란 조각상이 걸어 나왔다. 온몸이 하얀 조각상은 사람의 몸에 물고기 머리였다.
조각상은 두 사람을 보더니 몸을 살짝 숙이며 손짓을 했다.
“두 귀빈은 안쪽으로 드시지요. 연회가 곧 시작합니다.”
진우달은 놀라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서더니 놀라 소리를 낮추고 진양의 옷을 잡아당겼다.
“구 형!”
진양이 고개를 돌리자 멍한 표정이었다.
뒤편 복도는 어느새 휘황찬란하게 바뀌어 있었다. 폐허 같은 적막은 더는 없었다.
길옆에는 조각상이 늘어서 있었다.
머리가 몸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상한 생물도 있었고 여덟 개의 눈과 입은 복부에 있는 괴물, 상반신은 사람인데 하반신은 물고기인 교인(鮫人)도 있었다.
벽에 걸려 있는 많은 벽화 속의 생물은 모두 살아있는 거 같았다.
“저 어리숙한 놈들은 설마 인간족인가? 정말 못생겼군.”
벽화 속의 불가사리가 차마 바라볼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을 가렸다.
“그러게, 정말 못생겼네. 머리가 저렇게 작으니까 어리석은 게 정상이지.”
옆에 있던 머리가 몸 절반을 차지한 이상한 물고기 조각상이 큰소리로 대답했다.
“귀빈 여러분, 안으로 드십시오. 왕희(王姬)께서 곧 도착하십니다.”
갈치 조각상이 다시 손짓하며 말했다.
“구 형, 이걸……”
진우달은 더욱 불안하여 안절부절못했다. 완전히 넋이 나갔다.
진양은 그에게 눈짓하여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진양은 연회장으로 성큼 걸음을 옮겼다.
들어가자 바로 한 척 길이의 검푸른 오징어가 헤엄쳐 와서 촉수를 내밀어 길을 안내했다.
자리에 앉은 후, 진양은 조용히 진우달을 달랬다.
“조용히 두고 봅시다.”
잠시 후, 귀빈이 속속 도착하는 게 보였다.
물고기 머리에 인간 몸인 해족이 있었고 문어 머리에 물고기 꼬리가 있는 해족도 있었다. 그리고 사람처럼 서서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작은 모자를 쓴 거북이도 있었다.
귀빈들은 각자 검푸른 오징어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하늘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온몸에 두 개의 조개껍데기만 걸친 교인 여자가 헤엄쳐 들어왔다.
교인 여자가 들어온 후 진양과 진우달을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자리를 안내하는 검푸른 오징어를 밀치며 혼자서 진양의 옆자리로 헤엄쳐 왔다.
“인간족, 왕희 언니가 인간 귀빈을 초대할 줄은 몰랐네.”
귀인은 코로 가볍게 냄새를 맡았다.
하늘색 장발이 마치 촉수처럼 휘날리며 다가와 가볍게 진양의 뺨을 스쳤다.
“건강한 인간 남자니. 몸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서 정말 먹고 싶어.”
교인의 얼굴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이 척 길이의 혀가 순식간에 진양의 목을 휘감았다.
진양의 안색이 급변했다.
진양은 교인이 인간들을 좋아한다고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교인이 남자를 유혹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구 형!”
진우달의 안색이 변하더니 손을 쓰려고 했다. 진양은 손을 내밀어 그를 제지했다.
그리고 눈길을 돌려 걸어오는 갈치 조각상을 보고는 교인을 향해 헛웃음을 지었다.
“아가씨……, 저는 비교적 늦게 달아오르니 천천히……. 조금 자제합시다.”
“백리(百里) 아가씨, 왕희께서 곧 도착하실 겁니다.”
갈치 조각상이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왔다. 말투는 공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기만 해도 이는 여자 교인에게 경고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여자 교인은 혓바닥을 다시 줄였다. 뒷맛을 맛보면서 입술을 훔쳤다.
“내 이름은 백리 칠(百里七), 인간 남자, 이름이 뭐지?”
“구 승이라고 합니다.”
“구 승? 그 이름은 별로인데, 하나만 더 말해줘.”
백리 칠이 눈을 돌려 한 손을 진양의 어깨에 가볍게 걸쳤다. 손가락으로 진양의 가슴을 가볍게 튕겼다.
“이름은 그저 호칭일 뿐인데 중요합니까?”
진양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대답했다.
사해에서는 해족 왕족의 구성원만이 백리라는 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왕족 구성원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구승이라는 이름을 말한 후에 그녀가 그렇게 물은 건 구승이 가명인 걸 알고 있는 게 확실했다.
“왕희께서 오셨습니다.”
한 마리의 해마가 문밖에서 헤엄쳐 오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잠시 후 대전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모두 사라졌다.
수정 왕관을 쓰고 짙은 남색의 긴치마를 입고 조각상처럼 아름다운 얼굴의 여자가 밖에서 들어왔다.
“왕희께 인사 올립니다.”
모든 해족이 일제히 소리높여 외쳤다.
“모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잔을 채워주세요.”
여자가 야광배를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샘물처럼 맑고 악기처럼 부드러워서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모두가 같이 잔을 들었고 백리 칠도 잔을 들었다. 백리 칠의 몸은 진양의 옆에 붙어서 마치 강아지처럼 쉴 새 없이 냄새를 맡았다.
“너무 향기롭다. 정말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