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chise in the Otherworld RAW novel - Chapter 95
제 95화
20. 95화
“케빈!”
졸업식 준비가 한창이던 중 케빈의 출교 통보가 내려졌다.
졸업 논문 제출이 늦어져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졸업을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케빈의 동기들 중 그 누구도 하지 못했다.
동기들 사이에서 경쟁이 있기는 했지만 등수 나누기식의 경쟁은 그다지 심하지는 않았다.
대부분 이미 자신들이 근무할 회사나 업체가 정해져 있었고 졸업생들의 미래는 희망차 보였다.
그렇게 졸업도 앞두고 있었기에 경쟁 상대라기보다는 동창이라는 생각을 하던 중 케빈의 출교 처분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자신의 기숙사 방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 케빈의 모습은 담담해 보였다.
이미 각오를 하고 있었던 것인지 별다른 표정의 변화도 없이 짐을 정리한 케빈을 바라보는 베르덴은 지금의 상황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큰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는 케빈이었다.
오히려 문제를 일으켜 출교 처분이 내려질 뻔했던 이는 베르덴이었다.
이런저런 사건 속에서도 프랜차이즈 사관 학교는 꽤나 포용력 있게 학생들을 대했다.
논문을 제출하지 못한다면 졸업이 되지 않기는 하지만 출교 처분이 떨어질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아직 전례가 없는 일이었지만 로라 교수님으로부터 논문 심사에 떨어지면 1년 유급이 될 것이라는 엄포도 들었던 학생들이었다.
1년 유급도 꽤나 큰일이었지만 출교 처분에 비한다면 큰 문제도 아니었기에 케빈의 출교 처분이 왜 내려진 것인지 다들 짐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인데? 출교 처분이라니!”
“…….”
마치 자신의 일인 양 잔뜩 흥분을 한 채로 달려드는 베르덴의 모습에 케빈의 행동이 멈추어졌다.
설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고민을 했지만 케빈은 자신의 손에 들린 2년간의 추억이 쌓여 있는 짐들을 보며 원망은 들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했다.”
“뭐?”
케빈의 말에 베르덴과 케빈의 기숙사 방의 입구에 서 있던 동기들이 놀란 눈으로 케빈을 바라보았다.
졸업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자신들의 입학 때 왔던 아르센 회장이 자신들의 졸업식에도 축하를 해 주러 온다는 소식에 최고의 졸업식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 학생들이었다.
꼭 아르센 회장의 참석이 아니더라도 졸업생들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케빈이 그 영광스러운 졸업을 앞두고 스스로 그만두었다고 말을 하고 있으니 황당한 것이다.
“무…… 무슨 소리야? 케빈! 네가 스스로 그만둔 것이라고?”
“그래. 그러니까. 귀찮게 하지 마라.”
감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싸늘한 눈빛의 케빈에 베르덴은 낯섦을 느꼈다.
2년간 함께했다지만 그 짧은 시간으로 한 사람을 완전히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는 아무런 말도 없이 이런 짓을 저질러 버린 케빈의 행동에 베르덴은 극심한 배신감을 느껴야만 했다.
“뭐? 귀찮게 하지 말라고? 이 자식이!”
베르덴의 주먹이 케빈의 얼굴을 후려쳤다.
“베르덴!”
기숙사 문의 입구에 서 있던 동기들이 그런 베르덴의 행동에 놀라 고함을 질렀지만 케빈은 붉게 멍이 들어 가는 얼굴을 한 채로 한숨을 내쉬고서는 자신의 짐을 마저 챙기고 기숙사를 나섰다.
“케빈!”
베르덴은 자신의 외침에도 뒤도 돌아보지 않는 케빈의 등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케빈의 얼굴을 잘못 때린 것인지 베르덴의 주먹이 지끈거렸지만 베르덴은 그 통증보다 더한 가슴의 답답함을 느껴야만 했다.
그렇게 케빈은 학교의 출교 조치에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고 학교를 떠났다.
“어째서입니까! 대체 이유가 뭐냐는 말입니까! 로라 교수님!”
케빈의 출교를 도저히 납득하지 못한 베르덴은 자신들의 지도 교수이기도 한 로라를 찾았다.
젊고 아름다운 로라를 꽤나 많은 학생들이 좋아했지만 로라는 얼음 공주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공사가 너무나도 분명했다.
그런 로라 교수에게 케빈의 출교 조치에 대해서 물은 베르덴은 그녀가 분노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알아서 뭘 할 거죠? 베르덴 학생. 케빈 씨는 본교의 교칙을 위반했고 출교 및 제명 처분된 것입니다. 그 이상은 개인 정보이기에 당사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알려 줄 수 없습니다.”
“대체 무슨 교칙 위반입니까? 교칙 위반이면 위반 사항에 대해서 공지를 하지 않습니까?”
사고를 치게 되면 해당 학생의 처벌과 함께 학내 게시판에 공지가 되기 마련이었다.
보통은 교내 봉사 활동에서부터 조금 심한 경우는 외출 외박 금지 등 처벌 이유와 처벌 내용이 알려졌다.
그런 가벼운 징계도 공지가 되었기에 가장 큰 처벌이라고 할 수 있는 출교 조치는 당연하게도 게시가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 어떤 내용도 게시가 되지 않았으니 베르덴은 반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 오해가 있었을 겁니다! 로라 교수님! 교수님도 케빈이 그럴 친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시지 않습니까?”
분노하고 있는 로라에게 베르덴은 하소연을 하다시피 했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졸업입니다. 그리고 징계 위원회도 제대로 열리지 않았지 않습니까? 케빈의 말도 들어는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든 케빈의 출교만은 막아 내려는 베르덴이었지만 로라의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이미 운영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입니다. 번복은 없습니다, 베르덴 학생. 더 이상의 이의 제기는 월권입니다. 돌아가세요.”
“…….”
베르덴은 단호한 로라에 결국 몸을 돌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
‘칫! 자기만 아르센 회장님께 줄이 있는 줄 아나? 나도 있다고!’
베르덴도 어린 시절 1호 프렌치프라이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었고, 베르덴의 형은 무려 첫 번째 자전거 라이더였다.
덕분에 전 대륙의 자전거 라이더를 양성하는 전문 기관의 교육 위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아르센으로부터 자전거를 배웠던 베르덴의 형이었기에 아르센과의 친분도 꽤나 두터웠다.
그런 형에게 부탁을 하려는 것이었다.
아르센의 입김이라면 학교의 운영 위원회도 다시 생각해 줄 것이라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형에게 청탁을 한 베르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센 회장은 프랜차이즈 사관 학교의 운영 방침에 관여를 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아르센도 케빈의 출교 조치가 꽤나 의아했지만 자신이 이런 문제까지 관여를 하게 되면 학교의 독립성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관여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귀족들의 눈치를 봐서 프랜차이즈 사관 학교로 이름을 정했지만 사실상 독립된 대학을 만들고자 한 아르센이었기에 운영 위원회가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면 아르센으로서도 이유를 불문하고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설령 케빈의 출교 조치 이유를 알게 되더라도 아르센은 번복을 할 생각이 없었다.
교수들과 운영 위원회가 잘못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그들의 권위를 꺾을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베르덴의 노력은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했다.
“뭐라고?”
“학교 잘렸다고요.”
“…….”
케빈은 당장 볼테르 왕국의 수도에 머무를 곳이 없었기에 레크와 라벤더의 여관으로 돌아왔다.
처음 수도에 왔을 때 머물렀던 곳으로 이제는 점점 사라져 가는 볼테르 왕국의 전통식을 기가 막히게 하는 여관 겸 음식점이었다.
물론 그런 전통식을 여전히 찾는 이가 드물어 요리사인 레크가 조리 도구를 잡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가 되어 가고 있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도 한 번씩 전통식을 먹고 싶을 때면 레크와 라벤더의 여관으로 찾아왔고 그렇게 나름 식구나 다를 바 없이 지내고 있었다.
케빈이 처음 프랜차이즈 사관 학교에 들어가 프랜차이즈 업체에 취직을 하거나 프랜차이즈 매장을 낼 의사가 없음을 들었던 레크와 라벤더였지만, 졸업까지 앞두고 프랜차이즈 연합회에 취직이 결정되었다고 했을 때 자신들의 일인 양 기뻐했던 두 사람이었다.
그렇게 일반인들도 참석이 가능한 졸업식에 케빈의 졸업을 축하해 주러 갈 생각이었던 두 사람은 케빈의 말에 한동안 할 말을 잃어야만 했다.
‘때릴까?’
조금만 참으면 희망찬 미래가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못 참고 백수가 되어 버렸으니 라벤더는 지금까지 기다려 왔던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기까지 한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자주 보다 보니 케빈과 라벤더는 연인이 되었다.
라벤더의 아버지이자 여관의 주인인 레크도 프랜차이즈 사관 학교의 학생이기도 하고 요리 실력도 자신 못지않은 케빈 정도면 자신의 딸을 주어도 괜찮겠다고 생각을 했다.
비록 케빈이 프랜차이즈에 대해 혐오할 정도로 감정이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2년 동안 그 누구보다 성실히 다닌 것에 이제는 마음을 돌렸다고 생각을 했다.
자신의 딸과 결혼을 해서는 가정을 이루면 세상과 타협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레크 자신도 프랜차이즈 매장들 때문에 자신의 여관이 기울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걸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려니 하며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케빈은 레크의 질문에 생각했던 것을 입 밖에 내었다.
다른 이들 앞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레크와 라벤더는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아니 믿을 수 있다기보다는 그들의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함을 느끼고 있는 케빈이었다.
“프랜차이즈를 무너트릴 겁니다.”
케빈의 말에 레크와 라벤더는 놀란 눈으로 케빈을 바라보았다.
상대는 엄청난 권력과 세력을 가진 집단이었고 눈앞의 케빈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빈털터리였다.
그런 케빈이 프랜차이즈를 무너트릴 것이라 선언을 하고 있었으니 놀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확신에 차 있는 케빈의 눈빛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드시 기회는 옵니다. 지금의 상황은 결코 정상적인 것이 아니에요.”
케빈은 자신이 작성한 논문을 프랜차이즈 쪽의 사람이 보았다면 분명 대비를 하겠지만 자신을 출교시킨 것으로 인해 자신의 논문은 그대로 폐기가 될 것이라 여겼다.
케빈도 무모한 싸움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프랜차이즈 사관 학교에서 프랜차이즈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철저하게 프랜차이즈의 단점과 약점들을 연구했다.
그 약점들을 이용한다면 획일화되고 사람을 도구로 만드는 시스템인 프랜차이즈를 무너트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케빈이었다.
더욱이 아르센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신도 아르센처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케빈이었다.
그렇게 케빈이 거대한 프랜차이즈 산업에 반기를 들어 올리고자 할 때 케빈의 논문은 아르센의 손에 들려 있었다.
“흐음! 꽤나 잘 썼네. 뭐 중간중간 안 맞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꽤나 예리하고 정확하기는 해.”
케빈이 왜 출교 조치가 되었는지를 알게 된 아르센은 조금은 안타까웠지만 학교의 결정을 되돌리지는 않았다.
“케빈이라는 남자를 주시해 봐. 뭐 건들지는 말고. 음! 곤란해할 때 도움을 줘.”
“알겠습니다.”
아르센은 자신의 적이 될 케빈을 남몰래 도와주라는 지시를 내리고서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쉽지는 않을 거야. 내가 도와준다고 해도 적이 너무 많을 테니까. 한번 지켜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