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erver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4
나 혼자 프리서버 004화
004
헌터 연구소장 우상철과 크라운 길드 스카우트 매니저 한종근이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헌터 업계라는 것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초기에는 늘 그렇듯이 비리가 판을 쳤다.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정경유착의 일종이라고 할까.
헌터로 각성한 사람들은 의무적으로 연구소에서 잠재력을 판정하였고 연구소장은 크라운 길드에 은근히 고잠재력 각성자를 인도했다.
그 조건으로 우상철은 상당한 돈을 받아 챙겼다.
한종근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지 않아도 더럽게 생긴 인상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형님, 나경철이 정말로 측정 불가입니까?”
“나도 모르겠네.”
“그게 말이 됩니까? 아까 측정하셨잖아요.”
“기계 결함이라고 하잖아.”
“결함이라니. 그런 적이 있었던가요?”
“없었지.”
“마나는 확실히 빨아들였고요?”
“쫙 빨아들였지. 내 지금까지 마나를 그렇게 많이 빨아들이는 헌터는 처음이었네. 그 정도라면 가히 역대급이라고 해야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었지요?”
“그래, SSS급 헌터라면 혼자 보스를 잡을 정도인데, 알려질 거였으면 진즉에 알려졌지. 전혀 유례가 없어. 자네도 알다시피 헌터 정보는 전 세계가 공유를 하잖아?”
“하! 그래서 그가 진짜로 SSS급 이상의 헌터라는 겁니까?”
“잠재력으로 따지면 그럴 수도 있기는 한데……. F급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우상철 역시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민머리에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칼이 파들거렸다.
“보증은 못 하신다는 겁니까?”
“못 해. 이건 유례가 없었다니까? 법 공부를 한 사람이 그것도 모르나? 판례가 있어야 그걸 참고로 판결할 것이 아닌가. 그 사람이 허접인지, 정말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라. 유례가 없으니까. 설마 이런 혼선을 의도하였는지도 모르고.”
“기계가 고장 나는 순간 이 모든 걸 계산했다고요?”
“업계에서 3년이나 굴렀다지 않았나.”
“와아, 환장하겠네.”
한종근은 도저히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F급 헌터라면 그냥 무시해도 된다. F급 헌터가 일반인에게나 대단하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그냥 하층민으로 통했다.
F급 헌터들을 몬스터 부산물을 처리하는 하이에나, 혹은 백정, 도축업자 등으로 깎아내리기 일쑤였는데 그들의 연봉은 4~5천 안팎이었다. 고액 연봉자가 겨우 8천이 될까 말까. 헌터 업계에서 억 단위는 우스운 금액이었다.
그런 하층민에게 실수로 수백억 연봉을 제시한다면?
계약을 한 이상 무를 수도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다른 길드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다못해 군인 헌터 스카우트 매니저들도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평지풍파가 일어났으리라 생각됐다.
연구소는 물론이고 길드에서도 난리가 났을 테고 그건 국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기들끼리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가겠지만 내 알 바 아니다.
일단 프리서버 배율을 가지고 각성했다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시험을 해 봐야 아는 것이다.
단순히 도시에서 뭔가를 때려 부순다고 경험치가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경험치는 당연히 필드 안에서 오른다.
허수아비를 때려도 필드 안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이건 절대적인 룰이었다.
이런 시스템을 만든 것이 신인지, 다른 차원의 절대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판을 재미있게 짜 놓았다.
“이렇게 되면 목표는 지존인가.”
필드로 향하는 택시를 탄 나는 혼자 희희낙락이었다.
당연한 일 아닌가.
남들보다 백배나 빠르게 경험치를 먹을 수 있다면, 하루를 사냥해도 남들이 100일 동안 사냥한 효과를 얻는다는 의미이다.
어느 정도 장비만 받쳐 준다면 기존의 헌터들을 쫓아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지존이 된다는 것!
이보다 가슴 뛰는 일이 또 있나 싶다.
지존이 될 수 있다면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정도까지 성장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다. 나는 지금 거지였고, 장비 따위는 하나도 없었으니까.
나는 입장 제한 구역 앞에서 내렸다.
여기부터는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일반 시민들의 출입은 통제되었고 인가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군인들이 앞을 막아섰다.
“출입증 있으십니까?”
“여기요.”
나는 당당히 헌터증을 내밀었다.
군인들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그들도 여기서 오래 근무를 하였기 때문에 내가 새롭게 각성한 헌터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에 띄는 것은 헌터증에 기재되어 있는 잠재력 등급이었다.
[측정 불가.]“정말 희한한 등급이네요. 측정 불가라니.”
“중간에 기계가 고장 나는 바람에요.”
“아, 그러시군요. 통과!”
성벽을 벗어나서 안으로 들어왔다.
한순간에 공기가 바뀌었다.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면서 도심 지역에도 마나가 생성되었지만, 필드와 비교할 바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헌터가 되니 마나가 자동으로 몸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시야도 트였고 오감이 예민해졌다.
같은 장소에 왔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황량한 느낌의 초보 존을 벗어나자 마을이 나타났다.
이곳이 바로 한국의 스타팅 포인트다.
마을 입구에 허수아비들이 보였다. 몇몇 헌터들이 그곳에서 허수아비를 타격하고 있었다.
허수아비를 타격해서 레벨 5를 달성하는 건 기초 퀘스트였기에 간혹 허수아비를 치고 헌터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허수아비를 보자 가슴이 뛰었다.
***
꽤나 허접해 보이는 허수아비는 몇 대 치면 부서질 것처럼 부실해 보였다.
하지만 이게 보기와는 달리 튼튼했다. 목검으로 수천 번을 내리쳐도 망가지는 걸 못 봤다.
물론 목검으로 치지 않고 주먹으로 쳐도 경험치는 올라간다. 목검보다 경험치가 적을 뿐이지.
허수아비 앞에 서 있는 나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옷차림도 허름했고 장비는 갖추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그냥 그저 그런 헌터가 NPC에게 초보자 세트라도 받기 위해 왔나 보다 하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허수아비를 한 대 쳤다.
[경험치 100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위이이잉!
동시에 내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레벨이 오를 때에는 HP와 MP를 동시에 회복한다. 그리고 HP와 MP를 비롯하여 전반적인 능력치가 증가한다.
오색의 찬연한 빛이 연거푸 뿜어지자 주변이 환하게 물들 지경이었다.
레벨 업을 할 때마다 기하학적인 문양도 함께 생성되었는데 그건 고레벨이 될수록 커졌다.
허수아비를 5분 정도 타격하자 바로 레벨이 10이나 되었다. 보통 반나절 동안 허수아비를 목검으로 쳐도 레벨 5를 달성하기 힘든 것을 보면 이건 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성장이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허수아비로 얻을 수 있는 경험치는 제한된다.
그렇다고 해도 경험치 배율이 100이나 되었기에 한 20까지는 무리 없이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위이이잉!
[경험치 50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위이잉!
[레벨이 올랐습니다!]내 레벨이 연속으로 오르자 근처에서 허수아비를 타격하던 헌터들이 모여들었다. 도대체 이 인간은 뭔데 허수아비만 쳐서 폭렙을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리라.
퍽! 퍽! 퍽!
나는 계속해서 허수아비를 쳤고 아직도 레벨 업을 하는 중이다.
위이잉! 위이이잉!
웅성웅성.
하나둘 헌터가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근처에서 가만히 서 있던 NPC들과 이곳을 오가는 헌터 관계자들까지 몰려오기 시작했다.
사실, 이 정도로 레벨 업이 연속으로 이루어진다면 관심받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저 사람은 대체 왜 레벨이 계속 오르지?”
벌써 레벨이 15나 되었다.
이 정도의 관심은 예상했었다.
업계에 오래 있었기에 레벨 15도 찍기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겨우 허수아비만 쳤을 뿐인데 레벨 15가 됐다.
이제 주먹으로 타격해서는 경험치가 잘 올라가지 않으니 퀘스트를 받아 초보자 세트라도 착용해야 할 것 같았다.
그 전에 상태 창을 한번 열어 보자.
상태 창
나경철 LV. 15
직업: 요정
HP 150/MP 60
[스탯: 힘 12, 체력 30, 민첩 18, 지혜 14, 정신 10, 카리스마 8]물리 공격력: 12
마법 공격력: 14
물리 방어력: 0
마법 방어력: 0
스킬
정권 지르기 LV. 20
정신집중 LV. 15
특수능력
경험치 100배, 젠 30배, 아이템 20배 증가
“하하하하! 크하하핫! 큭큭큭!”
나는 미친 듯이 웃었다.
주변 사람들은 허수아비를 타격하다가 실성한 놈을 봤다는 듯한 얼굴이었고 한쪽에서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기도 했다.
눈물을 왈칵 쏟을 지경이었다.
이건 웃겨서 웃는다기보다는 너무 사기적인 특수능력 때문에 기뻐서 웃는 것이었다. 꺼이꺼이 웃다가 복장이 터진 것처럼 바닥을 굴렀다.
레벨이 1일 때에는 뭐가 뵈지도 않더니 허수아비로 렙 업을 하자 상태 창 전체가 나타났다.
한참을 웃다가 간신히 진정했다.
“험험.”
나는 얼굴이 워낙에 두꺼워서 부끄러움 따위는 타지 않았지만, 기뻐서 바닥을 구른 덕분에 여기저기에 흙먼지가 묻어서 영락없는 광인을 연상케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실실대는 게 멈추지 않았다.
“으흐흐흐.”
그렇게 NPC에게 다가갔다.
“오오! 이번에 새로 온 초보 영웅인가?”
“반갑수. 나는 나경철이라 하오.”
“초보 영웅치고는 꽤나 나이가 많군.”
“서른세 살인데, 그게 뭘 많다고. 당신 나이도 만만치 않은데. 내 나이가 많으면 당신은 뒈져야겠네?”
“하하하하! 가히 영웅적인 풍모로군. 나에게 그따위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가 않지. 기개가 마음에 들었어. 그런 의미에서 내 부탁 하나 들어주겠나?”
“빨리빨리 합시다. 당신은 초보자 세트만 내어 주면 돼.”
“워워, 급하기도 하지. 원래는 허수아비로 레벨 5만 달성하면 초보자 세트를 지원하지만, 자네의 오만함이 나를 자극했다고 할까? 허수아비를 쳐서 레벨 20을 달성하고 오게나. 꽤 힘든 일이 될 테니 이 목검을 쓰도록 하고.”
띠링!
[히든 퀘스트 발생!]당신은 기사 윌리엄을 자극하여 스스로 시험에 들게 하였습니다.
허수아비를 쳐서 레벨 20을 달성하세요!
노력한 만큼 보상을 얻는 법.
보상: 허수아비 학살자 타이틀. 기사 윌리엄의 날카로운 검.
띠링!
윌리엄의 목검
데미지: 12
힘+2
기사 윌리엄이 쓰던 때 묻은 목검.
윌리엄이 종자 시절에 쓰던 것으로 허수아비를 타격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오케이! 별거 아니네.”
“역시 시원시원해. 자네의 이름은 기억해 두지. 흐흐흐. 하지만 쉽지는 않을 거야. 자네같이 싸가지 없는 사람들을 배려한 것이라네.”
“과연 그럴까?”
나는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워 주었다.
주변의 헌터들은 뜨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곳 세계는 하나의 게임과 같아서 이딴 식으로 NPC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내가 미친놈이라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미리엄 월드의 첫 NPC 윌리엄을 만나면 몇 가지 선택지가 주어진다. 그냥저냥 FM으로 초보자 세트를 받거나, 그를 자극해서 히든 퀘스트를 받거나.
나는 그를 자극하는 걸 택했다.
정상적으로는 절대 허수아비를 쳐서 레벨 20을 달성할 수 없다. 게임이라면 그냥 캐릭 삭제를 하고 말겠지만, 여긴 현실이었다.
퀘스트 따위는 하지 않겠다면야 막 나가도 되겠지만, 그랬다가는 인생 말아먹는 지름길이 된다.
하지만 프리서버는 어떨까.
미친 배율이 존재하였기에 허수아비로 레벨 20을 찍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윌리엄의 목검으로 허수아비를 쳤다.
타격하자마자 내려치기라는 스킬이 생겼고 빠르고 날카롭게 허수아비를 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하여 근력이 붙으니 더욱 빠른 칼질이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