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342)
341화
(배정세) – SBS Sports 아나운서
“아. 정말 자랑스러운 순간입니다. 스무 살의 김다온. 대한민국의 김다온이. 무려! 바이에른 뮌헨의 주장 완장을 달고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 출전했습니다!”
(박성문) – SBS Sports 해설위원
“정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의중이 궁금해지는 순간인데요. 아- 지금 정말, 가슴속 한 곳이 벅차오르는 것 같지 않습니까? 과거 박지성이 맨유의 주장 완장을 달고 출전했을 때가 있었지만, 그때와는 많이 다릅니다.”
(배정세)
“아, 재작년 유로파리그 경기를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박성문)
“네, 그렇습니다. 당시엔 저희도 그 경기를 중계했었는데요.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 박지성 선수가 이곳에서 최초로 맨유의 주장 완장을 찼는데요. 하지만 당시는 출장한 선수들 중 박지성 선수가 가장 오래 뛴 맨유의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뮌헨에서 뛴 기간이 가장 짧은…….”
.
불안과 기대 속에 맞은 챔피언스 리그 8강전이다. 올드 트래포드는 모든 축구선수가 뛰길 원하는 구장이고, 이곳이 적지(敵地)가 되면 누구나 다 힘든 경기를 펼친다.
더구나 최근 팀은 나사가 쭉 풀려 있었다.
호펜하임과 3:3의 실망스러운 결과를 남겼음에도, 다음 날이 되었을 때 나는 훈련장 위에서 그 어떠한 분한 감정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지난 사흘 내내 우울했고,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이해했지만, 다른 누군가는 뒤에서 다 들리는 목소리로 유난을 떤다면서 불만을 표했다.
그렇게 맞이한 오늘의 경기다.
전날 잉글랜드에 도착한 우린 좋은 기억이 남은 캐링턴의 호텔과 연습용 구장에서 하루를 보냈고, 오늘이 되었을 땐 어제보다는 모두가 조금 더 집중을 하는 듯했다.
여전히 나는 말이 없었고, 마지막 웜업을 끝마친 뒤에 라커룸으로 돌아와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축구화까지 몽땅 신었을 때 펩이 안으로 들어왔다. 모든 것들은 평범했고, 이것이 챔피언스 리그라는 것만 뺀다면 올 시즌에만 벌써 40번쯤 겪은 그런 상황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어째서인지 뒤집혀져 가려져 있던 화이트보드가 돌아가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펩의 말이 끝나자마자, 라커룸은 말 그대로 숨 쉬는 소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고요해졌다.
그것은 아마, 충격과 혼란의 표현 방식이었을 거다.
그렇지만 펩은 무척 평온해 보였다.
[“벌써 세 경기다. 무엇이 세 경기냐고 묻는다면, 뮌헨이 더는 뮌헨 같지 않게 변한 상황이라고 말하겠다. 난 그냥, 이것을 보여 주고 싶다.”]펩은 FC 바르셀로나 시절부터 종종, 경기 전 미팅 때 할 말을 영상으로 대신한 적이 있었다. 그에 관한 내용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숱하게 들어 왔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아직 그런 일이 없었다.
오늘 전까지는.
우리가 본 5분 남짓한 편집된 영상물은, 나와 동료들이 지금까지 뛰어 왔던 경기의 일부분들이었다.
웅장한 느낌을 전해 주는 음악과 속에서, 처음 4분 동안 우리는 투쟁심 강한 전사(戰士)이자 누구보다 승리에 목말라하는 열정적인 축구선수였다.
하지만 갑자기 음악이 슬픈 것으로 바뀌었고, 노력을 게을리하는 배부른 베짱이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 두 장면은 직전 호펜하임전의 실점 상황이었는데, 그것이 나왔을 때 몇몇은 고개를 똑바로 들고 있지 못했다.
그것이 끝이었다.
[“난 어제오늘 할 말까지 전부 해 두었다. 그럼.”]이 말과 함께 펩은 라커룸을 떠났고, 경기가 곧 시작될 지금까지 우리 뮌헨을 지배하는 감정은 침묵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끝을 낼 때다.
“필리프!!!”
“!”
전반 시작 후 40초.
퍼억-!!!
람에게서 패스를 받아 든 나는, 족히 40m는 되어 보이는 지점에서 강하게 오른발을 휘둘러 맨유의 골대로 축구공을 날려 보냈다.
파앙-!
{“우오오오-!!”}
.
(배정세)
“김다온!! 엄청난 슈팅입니다!!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 깜짝 놀라서 반사적으로 펀칭을 했습니다!!”
(박성문)
“이야~ 주장 완장 때문인가요? 경기 시작 1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김다온 선수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슈팅이 사십여 미터를 정말 순식간에 날아갔거든요.”
.
·전반 01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0 : 0 바이에른 뮌헨
슈팅을 하고 난 뒤 자리에 서서, 골대를 바라본다.
그리고 이때, 근처의 람이 말을 걸어왔다.
“살살해, 주장.”
“후우우-”
탐색전도 없이 유효 슈팅과 코너킥이 나왔기 때문인지, 경기 시작 초반이면 으레 드러나는 느슨함은 어느새 피치 위에서 몽땅 사라져 있다.
난 그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람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포지션을 찾아 움직였다.
그러곤, 박수와 함께 소리쳤다.
“집중해!! 정신을 놓을 경기가 아니야!!”
펩은 맨유가 수비적으로 나올 거라 말했고, 저들이 지난 아스널 경기를 교재로 삼을 거라고도 했다.
페널티 박스 안에 잔뜩 수비수를 모아 두고, 점유율은 허용하되 파이널 써드로의 진입만큼은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막을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공격하는 방식은, (펩의 표현법에 따르면)잉글랜드 특유의 고루하고 지루한 ‘롱-볼’이 될 거랬다.
웨인 루니(Wayne Rooney)와 대니 웰백(Danny Welbeck)의 앞으로 축구공을 보내어, 우리가 잔뜩 끌어 올릴 뒷공간을 공략해 올 테니 주의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데이비드 모예스의 축구는 낡은 것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우리의 약점을 쉽게 공략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축구가 늘 강한 팀이 승리를 거두는 게 아닌 것처럼, 전술 역시 더욱 최신의 것이고 세련된 것이 아닐지라도 더 낫다고 여겨지는 것을 격파할 수 있는 법이다.
지금만 하더라도.
‘온다!’
전반 시작 후 3분 동안, 우리는 맨유를 말 그대로 거칠게 두들겼다.
축구공은 대부분 맨유 진영의 페널티 박스 주변에 머물렀고, 좌우에서 쏘아 올리는 크로스에 수비수는 온몸을 사용해 걷어 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다 한순간 캐릭의 앞으로 축구공이 향했고, 하프라인 앞에서 대기 중이던 나는 수비를 해야 할 때임을 깨달았다.
넓은 공간으로 떨어진 축구공을 차지코자, 나와 웨인 루니가 경쟁하기 시작한다.
“쿠욱-!! Fucking…….”
“이익!”
지축이 상하로 크게 뒤흔들리는 가운데, 축구화의 스터드가 피치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웨인 루니와 나의 어깨가 먼저 엉겨 붙었다.
왼손에 잔뜩 힘을 주고 나를 밀쳐 내려는 루니지만, 나 역시 호락호락하게 물러날 생각은 없다.
루니의 왼팔이 가슴팍을 밀어내는 것을 힘으로 버티며, 오른손을 쭉 뻗어 반대로 그를 가로막았다.
그렇게 상체 싸움은 무승부로 끝나고, 이제 중요한 것은 축구공과 가까운 곳에서 움직이는 발이 된다.
파바바박-!!
파박-!
흐르는 축구공을 왼발의 아래로 가져와, 난 그것을 발바닥으로 긁어 낸다.
그러자 축구공은 루니와 순식간에 멀어졌고, 나란히 속도를 늦추고자 잔발을 내디딘 우리 둘은 마치 쌍둥이처럼 몸을 돌려 앞에 있는 목표물을 향해 다시 달렸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최초부터 더 가까운 위치에 있었고, 결국 루니는 규칙의 범주 내를 벗어난다.
“!”
목덜미 부근을 손을 잡아채 나를 뒤로 끌어내린 것인데, 덕분에 추월을 할 수는 있었지만 끝내 축구공을 자신의 걸로 가져오지는 못했다.
당연히 이것은 파울이었으니까.
결국은 그가, 고개를 숙인다.
“FUCK!!!”
.
(제이미 캐러거) – Sky Sports 패널 겸 해설위원
“아주 훌륭한 수비입니다. 지금은 공격수와 수비수가 1:1로 경합하는 상황이었어요. 맨유의 역습 시도는 훌륭했다고 봅니다. 더구나, 웨인 루니잖아요. 하지만 수비가 정말로 놀라웠습니다. 스피드, 기술, 힘. 모든 부분에서 이번에는 루니보다 나아 보였어요.”
.
.
(박성문)
“지금 김다온의 수비도 엄청났습니다만,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은 뮌헨의 포메이션입니다. 센터백인 하비 마르티네스가 중앙 미드필드가 되고, 본래 중앙 미드필드인 람이 오른쪽으로 갔거든요. 그리고 김다온은 오히려 센터백처럼 보아텡의 위치에 있었습니다.”
.
『바이에른 뮌헨의 최초 포지션과 변화』
넘어져 있는 나를 일으켜 세워 주고자, 보아텡이 다가와 손을 내민다.
그러곤, 정확히 3분 전에 들었던 말을 한다.
“살살해, 주장.”
“하하. 뭐야? 둘이 짰어?”
“뭐가?”
“아냐. 아무것도.”
펩이 오늘 바라는 것은 승점 3점이다.
그리고 승점 3점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득점하는 게 아닌 ‘실점하지 않는 것’이랬다.
오늘 내가, 센터백이 된 이유다.
“날 믿고 올라가.”
“정말 그럴까?”
“응. 그게 펩이 바라는 거잖아.”
맨유가 공세를 취하는 상황에서는, 난 기본적으로 오른쪽 풀백이 된다.
하지만 팀이 공격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람이 오른쪽 풀백으로 역할을 바꾸면서, 내가 아흐터(Achter/CM)까지 전진할 하비의 빈 자리를 커버한다.
그래서 맨유가 역습을 시도할 땐, 나는 항상 중앙수비수의 위치에 서 있을 거다.
이런 나와 하비의 사이에서 일차적으로 역습을 지연시키거나 낮은 패스를 끊어 내는 역할을 하는 게, 오늘 제롬 보아텡이 해야 할 일이다.
포메이션 자체는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했던 4-1-4-1이지만, 실제 축구를 하는 모습은 상당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낯설지 않느냐고?
아니, 전혀.
심지어 이런 훈련을 한 것조차 어제 단 하루에 불과했지만, 나는 전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즐겁다.
그것도 미친 듯이.
“길게 올 거야!!”
“후퇴해!!”
지속적으로 공략되어지는 하프라인 안쪽의 이 넓은 공간에서, 나는 오늘 가장 돋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그러니 어찌.
촤—-악-!!!
“?!?!”
즐겁지 않을 수 있겠어?
안 그래?
깊숙한 태클로 대니 웰백의 전진을 저지해 낸 나는, 사이드라인 앞에서 볼을 살려 낸 뒤에 상대를 다시 마주했다.
볼을 빼앗긴 웰백은 다시 거칠게 나를 압박해 오고 있었고, 축구공에 두 눈을 고정한 채 오른발을 집어넣어 볼을 강탈해 가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엔 조금 다른 기술을 사용한다.
왼발에서 오른발로, 빠르게 볼을 넘긴다.
그러곤 다시 공을 차 넣는다.
한국에서는 흔히 팬텀드리블이라고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를 ‘라 크로케타(La Croqueta)’라고 부른다.
스페인어로, 본래 뜻은 크로켓이다.
“???”
시야에서 볼이 사라진 웰백은 내가 앞쪽으로 패스를 보낸 뒤에야 상황을 파악해 낸 것 같았다. 약간 멍한 표정의 그를 보며, 나는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곤 빌드업이 진행되는 상황을 보며, 위치를 찾았다.
수비를 하느라 본래의 위치를 찾은 하비는 잠깐 멍해 보였고, 그래서 나는 템포를 늦추지 않기 위해 그에게 낮은 위치에 있으라 소리를 내지르며 위로 나아갔다.
그러자 필리프는 알아서 자리를 잡았다.
이젠 그가, 하비의 역할을 맡는다.
자연스레 팀의 오른쪽은 나의 공간이 되었고, 로번이 인테리오(Interio/IF)로 움직이며 생겨난 수비의 틈을 찾아 나가는 건 내게는 무척 쉬운 일이었다.
왼쪽에서 시도되던 공격은 단단히 걸어 잠근 맨유의 수비에 의해 밀려나, 오른쪽으로 방향이 전환된다.
패스를 연결받은 람이 약간 아래로 쳐진 내게 패스를 보내오고, 난 그와 동시에 자석처럼 빈 공간을 향해 움직여 들어가는 토마스 뮐러를 보았다.
‘저기!’
파앙-
펩은 점유율을 추구한다.
이는 부인할 수 없다.
이것은 몸속에 새겨진 DNA와도 같은 것이다.
라 마시아 시절부터 배워 온 그의 축구 철학은 FC 바르셀로나의 것이고, FC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1970년대 네덜란드의 축구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이 1970년대 네덜란드 축구는 1940년대 토트넘 홋스퍼의 하프윙으로 뛰었던 빅 버킹엄(Vic Buckingham)이 가져온 AFC 아약스의 ‘좋은 선수, 규율, 경기 계획’에서 시작됐다.
이후 여기에 리누스 미헬스의 토털 풋볼과 ‘메노티즘(Menottism)’으로 유명한 루이스 메노티(Luis Menotti)의 축구. 그리고 지치지 않는 체력을 강조한 테리 베너블스(Terry Venables)의 잉글랜드식(式) 축구에 요한 크라위프가 덧대어졌다.
펩은 늘 이것이 진정한 FC 바르셀로나의 축구라고 했다.
티잉-!!
{“우워어어어-”}
‘에이, 씨팔.’
공간을 제대로 찾아 뛰어든 뮐러가 내 패스를 다이렉트로 슈팅까지 이어 가지만, 난이도가 높았던 좋은 슈팅을 다시 한번 데 헤아가 막아 냈다.
적이지만 감탄할 수밖에 없는 슈퍼세이브로, 슈팅을 손바닥으로 쳐 내어 골포스트를 맞추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혼전 중인 골문의 앞에 떨어져, 네마냐 비디치의 허겁지겁했던 클리어로 이어졌다.
두 번째 코너킥.
아직 0:0이다.
“이봐-!! 주자앙-!!”
“?”
“WUNDERBAR!!!”
환상적이었다고 소리치는 토마스 뮐러를 향해, 난 씨익 하고 웃으며 양쪽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려 줬다.
그러자 뮐러가 환하게 웃는다.
저 빌어먹을 녀석.
그렇게 패스가 좋았다면 넣었어야지.
하지만.
‘기분은 좋네.’
단단히 문을 걸어 잠근 맨유의 수비를 아직 뚫어 내고 있지는 못했지만, 나는 지금까지 팀이 보여 주고 있는 축구에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한동안 느껴지지 않았던 펩의 철학이 피치 곳곳에 살아 숨 쉬는 것 같았고, 동료들은 오늘 무척이나 열정적이었다.
가슴팍 엠블럼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런데, 어디까지였더라?’
아, 그래.
잠깐 멈췄던 생각의 결론은 바로 이거다.
어떠한 사람들은 볼을 점유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결국 축구는 득점을 더 많이 올리는 팀이 승리하며, 볼을 점유하는 건 이기는 것과 무관하다고 말이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옳은 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조금 어려운 것이기도 했다.
축구에서 볼을 점유한다는 건, 쉽게 말해 더 많은 기회를 의미한다. 펩은 단 한 번도 점유율을 높이는 게 곧 승리를 의미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저 점유율이 팀을 승리로 이끌 확률을 높여 준다고 했을 뿐이다.
하지만 FC 바르셀로나 시절 펩의 축구를 향한 찬사는 많은 안티들을 만들어 냈고,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든 폄훼하고 또 비난하기 위해 집요하게 논리적 허점을 찾아낸다.
그리고 자신들의 의견을 합리화하고자, 현실을 곡해하는 일 역시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난 똑바로 알려 주고 싶다.
점유율이란, 기회의 확대라는 것을 말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회란 공간이고 기회의 확대는 공간의 균열쯤으로 해석하면 또 이야기가 얼추 맞을 거다.
볼을 점유해야 상대의 수비를 뒤흔들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그것을 해내는 것은 전력 분석과 훈련이란 기초 위에 덧대어지는 우리의 실력이다.
오늘 우리는 계속해서 볼을 점유한다.
가끔 맨유가 볼을 가지지만, 곧 다시 되찾아 왔다.
그러다 맨유가 전방압박을 벗겨내어 앞으로 길게 볼을 차 내어 역습을 시도할 때면.
‘실례!’
“-!”
내가 그곳에 어김없이 달려들어 몸을 부딪치고 또 함께 피치 위를 뒹굴면서, 어떻게든 상대의 공격을 지연하거나 축구공을 다시 되찾아 왔다.
오늘 맨유의 기회(점유율)를 박탈하는 것은 바로 나다.
펩이 내게 맡긴 임무가 이것이니까.
함께 바닥을 구르다 주심을 향해 파울을 어필했던 웨인 루니가, 크게 숨을 내쉬며 나를 돌아봤다. 그러곤,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 부를 수 있는 F-Word를 읊조린다.
그리고 루니의 곁에 앉아 태연히 양말을 끌어 올리고 있었던 난, 윙크를 찡긋 한 번 보내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말했듯이 난 지금.
‘재미있어…….’
파앙-!!
‘죽겠거든!?!?’
다시 한번, 강하게 발을 휘둘러 멀리 클리어해 낸 축구공이 올드 트래포드의 관중석 한쪽으로 떨어져 내린다.
위협을 받았다고 생각한 맨유의 팬들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내게 거친 단어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과거 저 관중석에서 들었던, 생생한 맨체스터의 사투리로 말이다.
{“Bloody Hell!!! 똥통에나 처박혀 버려!!”}
{“You Bloody Wanker!! 죽여 버리겠어!!”}
하지만 그런 것들도, 지금 내 얼굴에 내려앉은 미소를 지우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난 오직 축구만을 즐기고 있다.
***
80939 뮌헨, 독일. 베르너-하이젠베르크-알리 25. 알리안츠 아레나.
“쿡쿡쿡쿡쿡.”
“?”
“쿡쿡쿡. 크흐흐흐흐흐.”
“카를. 무슨 일인가?”
“크흐흐흐. 흐흐하하.”
오늘이 지나면 바이에른 뮌헨의 임시 회장 직함을 떼고 정식 회장이 될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생각해 보라.
전반 14분.
점유율 68 : 32의 경기.
종합 슈팅의 숫자는 5:1이며, 유효 슈팅은 우위를 점한 쪽이 세 개. 열세에 놓인 쪽은 하나도 없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을 구두로만 설명하며 사람들에게 피치 위에서 가장 돋보일 포지션이 어디일 것 같으냐고 묻는다면, 최소 80%가 우위에 있는 팀의 공격수를 말할 것이다.
그리고 남은 20% 중 2/3 정도가 우위에 있는 측의 미드필드를 말할 것이며, 남은 1/3이 열세에 놓인 측의 수비수 혹은 골키퍼가 가장 돋보였을 거라 추측하는 게 보통일 거다.
하지만.
“쿡쿡쿡쿡쿡.”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의 주변을 걱정케 하도록 만든 주인공은, 이런 상식을 가볍게 뒤엎고 있다.
이제 고작 전반전의 1/3이 지났을 뿐이지만, 주장 완장을 단 김다온은 의심할 여지 없이 오늘 경기에서 가장 빛나고 있는 별이었다.
‘눈이 부실 정도야.’
지금까지 그는 최소 세 개의 포지션을 소화했으며, 모든 장소에서 주변을 압도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어느새 펩 과르디올라의 선택을 의심하던 이들의 입은 다물어졌고, 중도를 지키던 이들은 순수한 모습으로 축구에 빠져들어 김다온의 플레이를 논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카를-하인츠 루메니게는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는 많은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펩 과르디올라와 김다온의 영입을 추진해 온 스스로를 향한 뿌듯함이자, 바이에른 뮌헨의 전(前) 주장으로서 바라보는 현재(現在)의 축구를 향한 깊은 만족감의 표현이다.
“큭큭큭큭큭.”
물론, 그의 주변은 여전히 바이에른 뮌헨의 회장을 걱정하고 있지만 말이다.
“카를? 자네 정말 괜찮나?”
“큭큭. 네. 물론입니다.”
“??”
얼마나 웃었는지 눈물마저 흘리고 있는 루메니게를 향한 의심의 시선은, 아직 거두어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