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41)
906화 One Team (36)
삐?익!!
.
(김형근) – MBC 캐스터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이 대한민국! 그리고 오른쪽에서 왼쪽이 잉글랜드입니다. 오늘 이곳 루즈니키 스타디움의 분위기는 정말이지 뜨겁습니다! 양 팀을 응원하는 팬들의 숫자는 거의 대등해 보입니다! 쓰읍- 아, 경기가 있기 전 팬과 선수들이 애국가를 정말 뜨겁게 열창했습니다.”
(안정환) – MBC 해설위원
“네. 그, 저기. 정말 떨릴 거거든요. 그럼 애국가라도 크게 불러 줘야 합니다. 네. 그렇죠.”
.
.
.전반 00분
잉글랜드 0 : 0 대한민국
준결승 경기가 있기까지, 우리가 가장 많이 나눈 대화 내용은 즐기자는 것과 자신 있게 하자는 거였다. 특히 어제 프랑스와 벨기에의 경기를 보고 난 뒤엔 더 그랬다.
경기 일이 하루 늦는 건 휴식에 있어서는 분명 불리한 면이 있지만, 미리 간접경험을 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좋았다.
뭐든 일장일단은 있는 법.
우린 그 장점을 취하려고 한다.
탁-
“?!”
‘물러.’
왼쪽 하프 스페이스 부근에 머물던 제시 린가드로부터 볼을 탈취해 내는 데에 성공한다. 분명 조금 전 내가 가까이에 있는 걸 확인하고도, 패스를 받는 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확실히 오프(Off) 더 볼에 비해, 온(On) 볼 상황에서의 전반적인 능력은 떨어지는 친구다.
볼을 탈취해 낸 후, 난 곧바로 고개를 들어 피치 전체를 바라봤다.
오랜 기간 맞춰 온 호흡과 훈련 덕분에, 나는 희끄무레 확인되는 유니폼의 색깔만으로도 누가 어디에 있고 또 어떻게 움직임을 가져가려는지를 알 수 있다.
볼을 탈취한 후 기껏해야 1초.
난 판단을 끝마친다.
팡-!
.
(파비오 카레사) – 이탈리 Mediaset 코멘테이터
“잉글랜드가 차분하게 볼을 돌립니다. 스톤스가 워커에게. 워커가 다시 헨더슨에게 패스를 보냅니다. 헨더슨. 압박을 뚫습니다. 그리고 린가드에게. 하지만 볼을 빼앗깁니다. 다온.”
(주세페 베르고미) – Mediaset 컬러-코멘테이터
“Che Bello-! Mamma mia~!”
.
.
(JP 델라카메라) – U.S Fox Sports 캐스터
“Oh, What a Pass!!”
.
아웃프런트 쪽에 맞고 발끝을 떠난 축구공은 잉글랜드 진영 잔디를 가르며 쭉쭉 뻗어 나갔다. 그리고 그것은 돌아 들어가는 움직임을 택한 의조 형의 발밑에 도달했다.
왼발을 사용한 좋은 퍼스트 터치가 이어지고, 뒤이어 바로 오른발을 가져가는 동작을 취하는 의조 형.
하지만 제대로 따라붙은 존 스톤스가 완벽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태클로 볼을 걷어 내는 데에 성공했다.
{“아-!”}
관중석 곳곳에서 아쉬워하는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난 거기에 동참하는 대신 손뼉을 두들기며 의조 형을 향해 손을 위로 뻗어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금은 스톤스의 수비가 좋았던 것뿐이지, 딱히 드리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전반 40초, 우리가 먼저 인사를 날렸다.
인사보다는 잽이었다고나 할까?
.
(마크 로렌슨) – BBC 공동-코멘테이터
“이게 바로, 다온을 경계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하프라인 아래쪽에서 어떠한 패스가 뻗어 나갔는지를 보셔야 합니다. 대단한 기술이고 동시에 그보다 더 대단한 시야입니다. 고개를 들기도 전에, 동료의 위치를 전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이 모브레이) – BBC 코멘테이터
“잉글랜드가 초반 위험한 장면을 사전에 막아 냅니다. 리(재성)의 스로인. 황이 받아 멀리 뒤쪽으로 볼을 돌립니다.”
.
.
(토니 멜로아) – U.S Fox Sports 해설위원
“우리는 저것을 Look-Up이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시선을 위로 올려 동료의 위치를 확인하는 능력입니다. 축구를 하다 보면, 시선은 대부분 아래로 향해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 피치 전체를 보는 시간은 볼을 가지고 있을 땐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얼마만큼 빠르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느냐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하지만 오직 극소수의 선수만이 1, 2초 만에 그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저는 다온이 미리 동료들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볼을 빼앗고 난 뒤, 고개를 들어 올린 바로 그 순간 판단이 끝났던 거죠. 솔직히 지금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 목이나 팔을 좀 보세요.”
.
조별 예선 경기를 포함한 모든 월드컵 경기에서, 잉글랜드는 단 한 차례 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했다.
호주를 3:1로 꺾었던 경기에서 52%를 기록했던 게 유일했고, 외의 모든 경기에서는 50% 아래를 밑돌았다.
대(對) 벨기에 42%.
대(對) 세네갈 48%.
대(對) 크로아티아 43%.
대(對) 브라질 44%.
해리 케인과 제시 린가드 등이 활발한 전방 압박을 시도하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델리 알리는 많이 뛰지 않고, 양쪽 윙백도 중앙보단 측면에 머물러서 숫자가 늘 부족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케인과 린가드가 부지런히 뛰며 전방 압박을 해 주고 있다.
반면 델리 알리는 말 그대로 시늉만 하는 수준의 포지셔닝만을 보여 줬고, 트리피어와 영 역시 측면으로 볼이 움직이면 약간 전진했지만 기본적으론 낮은 위치에 머물렀다.
즉 후방빌드업을 하는 한, 잉글랜드가 우리에게서 볼을 탈취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 된다.
더구나 무리하게 점유율 싸움을 하려 들지도 않아, 수비 라인을 그렇게 끌어올리지도 않고 있다.
이는 벨기에/세네갈/브라질을 상대로 할 때와 비슷했고, 호주/크로아티아를 상대했을 때와는 달랐다. 그리고 난 그것이 빠른 공격수를 의식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원이 EPL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된 만큼, 흥민이 형의 속도를 잔뜩 의식하는 거다.
그래서 오늘 우린.
‘움직인다.’
파앙-!!
“??”
“?!”
이러한 잉글랜드의 심리를 역이용하는 공격 방법을 가져가 보기로 했다. 훈련 때 몇몇 이들과 모여, 삼파올리 감독님과 코치님을 앞에다 두고 대화를 나누었던 내용이다.
삼파올리 감독님은 예전부터 선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셨고, 덕분에 현재는 선수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문화가 대표팀에 정착되었다.
최종 결정은 감독이 내린다는 부분만 존중한다면,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는 어떤 제안을 해도 됐다.
[“초반에 한번 반대로 가 보죠?”] [“응?”]지금의 아이디어는 자철이 형에게서 나왔다.
흥민이 형이 있는 이상 카일 워커는 오른쪽을 떠나기 힘들 거고, 그렇다면 굳이 의조 형을 내리지 말고 전방으로 계속 침투하도록 만들자고 했다.
만약 이것이 전반전에 잘 통한다면 잉글랜드는 혼선이 올 것이고, 그러한 상황에서 재성이 형이 오프-더-볼을 하고 공간을 창출한다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나올 거라면서 말이다.
처음부터 합류했던 것은 아니라 중간부터 들었지만, 나는 그것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이열~~~ 멋있다아~~~”] [“아, 이 새끼, 진짜.”]바로 이게, 조금 전 나와 지금 우영이 형이 의조 형을 바로 겨냥한 패스를 보낸 이유다.
이번에도 의조 형은 잉글랜드의 쓰리백 라인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돌아 움직였다.
패스가 조금 길어 볼은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나고 말았지만, 잉글랜드 선수들의 얼굴에서 피어난 당혹감은 충분히 읽어 낼 수 있었다.
흥민이 형이 한쪽에서 카일 워커를 잡아 두는 한, 잉글랜드는 사실상 두 명의 수비수를 최종 라인에 둔 셈이 된다.
수세에 몰릴 때는 윙백이 내려서며 다섯 명을 수비수로 두게 되겠지만, 지금처럼 볼이 우리 진영 후방에 머물면 자연히 라인을 올려야 하기에 센터백만 수비 진영에 남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흥민이 형과 재성이 형 모두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사이드로 조금 벌려 서 있다.
.
(한희준) – KBS 해설위원
“오늘 대한민국의 공격 방식은 평소와는 조금 다릅니다. 2선으로 내려오던 황의조 선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거든요?”
.
.
(정지현) – SBS 해설위원
“본래는 황의조가 아래로 내려오면 손흥민과 이재성이 인사이드 포워드처럼 움직이는 게 한국의 기본적인 공격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정반대입니다. 아직 전반 초반이긴 합니다만, 손흥민과 이재성이 정통 윙어처럼 양 날개에 포진해 있고, 후방에서 곧장 황의조를 향한 패스가 나가고 있습니다.”
.
우리가 오늘 이러한 시작을 택한 건, 당연히 잉글랜드 수비에 혼선을 주기 위함이다.
기본적으로 피치 위에서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좋지 않은데, 초반부터 의외성을 보여 주면서 ‘마치 따로 준비한 게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생각이 많아진 수비수는 자충수(自充手)를 두기 쉽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경기력이 완전 바닥을 찍는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잉글랜드를 생각하게 만들고 그들이 원하지 않았던 플레이를 하게 하는 것만으로 이런 초반의 시도는 성공이라 할 수 있다.
팡-!
지난 브라질 경기에서 신들린 듯한 선방쇼를 보여 준 조던 픽포드의 골킥이 우리 진영으로 날아든다.
해리 케인이 뛰어올랐고, 끝까지 따라붙은 민재가 함께 몸을 띄워 상대를 밀쳐 넘어뜨린다. 당연히 파울이 불렸지만, 뭔가 세트피스를 할 만한 거리는 아니다.
“민재!”
“…….”
안다는 고개를 끄덕이는 민재.
지금은 의도된 플레이였다.
의욕에 넘쳐 케인을 민 게 아니라 일종의 신경전 목적으로 파울을 범한 거라면, 나는 굳이 민재에게 파울을 조심하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짜식. 하여간 애들은 빨리도 커.’
월드컵이란 경험치 이벤트와도 같은 무대에서 활약하며, 민재는 쑥쑥 성장 중이다.
최근에는 수비뿐만 아니라 직접 볼을 몰고 전진하는 방법에 관해서도 질문이 많아졌는데, 나는 펩에게 추천받았던 스포츠 심리학 서적과 축구 서적 몇 개를 추천했다.
전부 영어로 된 것이고 일부는 독일어로 되어 있어,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질문을 하라고도 했다.
이론만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론을 머릿속에 넣어 두면 쓰임새가 무척 많았다.
삑-!
하프라인 바로 앞에서 이뤄진 프리킥이 잉글랜드의 진영으로 향하고,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전환된 패스는 윙백인 키런 트리피어에게로 이어졌다.
토트넘에서는 다닐루 등에 밀려 백업으로 출전 중이지만, 잉글랜드의 측면 자원 중에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뭐, 여기까지는 잉글랜드의 시각이다.
키런 트리피어의 활약이 계속되자, ‘BBC’를 포함한 잉글랜드의 미디어는 토트넘이 다닐루를 매각하고 트리피어를 주전으로 기용할 거란 식의 뉴스를 내보냈다.
정작 토트넘 쪽에서는 다닐루를 팔 생각이 없다고 말했음에도, 특유의 홈 그로운(Home Grown) 사랑은 멈출 줄 몰랐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외부. 특히 앙숙(怏宿)인 독일의 경우엔, [‘키런 트리피어가 잘하는 것은 맞지만, 결국 다닐루의 백업 아닌가?’]라며 비꼬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이는 잉글랜드가 브라질을 꺾고 준결승에 오르면서 체면만 구긴 촌평이 되었긴 했지만, 트리피어가 가장 좋은 측면 자원으로 분류될 만큼 잉글랜드의 측면은 약한 상태였다.
다만.
‘이런!’
정교하기로 소문난 트리피어의 킥은 분명히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다.
팡-!
적당히 전진에 성공한 트리피어가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타이밍에 얼리(Early) 크로스를 보내왔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히 라힘이 달려가는 앞쪽에 떨어졌다.
골대 정면을 겨냥한 게 아닌 오른쪽 델란떼로(Delantero)를 보고 때려 넣은 패스였던지라, 주변 수비가 반응하기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겐 천만다행히도.
탁-
“!”
‘오~ 살았어!’
라힘이 퍼스트 터치 과정에서 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다.
축구공이 떨어지기 전에 발등이나 발 바깥쪽 등을 가져가 공을 앞쪽에 놓아두었어야 했는데, 바운드가 이뤄지는 순간 발을 가져가다 보니 문제가 생긴 거다.
굴절되듯 튕긴 볼이 골라인을 벗어나고, 부끄러움과 아쉬움이 겹친 라힘은 얼굴을 감싸 쥐며 무릎을 꿇었다.
만약 이것이 시티의 연습 상황에서 나왔다면, 라힘은 쑥스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내가 흑인이 아니었다면, 얼굴이 사과보다 더 빨갛게 달아올랐을걸?”]이란 농담을 날렸을 거다.
본인이 흑인이기에 가능한 조크다.
블랙 조크(Black Joke).
라힘은 늘 그렇게 불렀다.
.
(정지현)
“지금은 손흥민 선수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붙어 줬어야 합니다. 트리피어의 크로스나 패스는 굉장히 위협적이거든요? 지금도 스털링의 실수가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에 큰 위기가 찾아왔을 겁니다.”
.
.
(이영표) – KBS 해설위원
“지금은 전방에서의 압박이 느슨했습니다. 실수가 나와서 다행히 넘어가긴 했지만, 잉글랜드는 늘 이렇게 한 방으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팀입니다. 주의해야죠. 한국. 준결승 경기라서 선수들도 많이 떨리겠지만, 끝까지 집중해 줘야 합니다.”
.
어떻게 보면 한 차례씩, 수비로서 좋은 경험을 하고 넘어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잉글랜드는 우리가 초반 의조 형을 활용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테고, 우리 한국도 트리피어의 킥을 경계해야 한다는 걸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가 중원에서 더 우위라는 건 변함이 없고, 주도적으로 경기를 풀어 나갈 기회가 눈앞에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한 가지, 생각이 있다면.
[민재를 왼쪽으로 보내는 게 어떻겠어요?] [?]이제 겨우 전반 초반인지라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나는 기회가 주어진 틈을 타 삼파올리 감독님께 한마디를 툭 던지곤 얼른 자리를 찾아 움직였다.
생각하는 표정이 된 삼파올리 감독님은, 어렵지 않게 내 의도를 파악할 거라고 본다.
현재는 민재가 케인을 추적해 앞쪽까지 나오고 영권이 형이 뒤를 받쳐 주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이 역할을 반대로 바꿔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가 잉글랜드를 아는 것처럼 잉글랜드도 우리를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민재가 앞으로 딸려 나왔을 때 순간 센터백의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노릴 수 있다.
특별한 대(對)한국 전술이라기보다, 잉글랜드가 이번 대회에서 선호하는 축구가 그냥 그랬다.
어차피 케인이 좌우로 많이 움직이는 유형도 아니고, 그냥 일직선으로 뛰는 활동폭만 큰 거라면 영권이 형을 스토퍼로 써서 적당한 위치까지만 따라붙게 하는 게 나아 보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왜 경기를 준비할 때 미리 이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느냐는 것이었다.
장기간 러시아에 체류한 것과 월드컵이란 특수한 환경. 그리고 빡빡한 일정 때문이라 핑계를 대고는 싶지만, 그래도 준비가 더 완벽했다면 좋았을 거다.
어느새 경기는 전반 4분을 지나갔고, 우리가 볼을 점유하는 상황에서 난 수비 진영 하프 스페이스로 좁혀 들어가 빌드업에 참여하는 한편 숫자 싸움에 힘을 실었다.
“다온아!”
팡-
.
(토니 멜로아)
“아직 전반 5분도 되지 않았긴 합니다만, 이게 바로 제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입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Top 4에 속합니다. 실제로도 준결승에 진출해 있지만, 경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 자체가 환상적입니다.”
.
.
(주세페 베르고미)
“다온은 프랑코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등번호도 같은 2번이고, 경기를 완벽하게 이해합니다. 지금도 그는 잉글랜드의 왼쪽 공격을 대단치 않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물론 그렇겠죠. 이번 대회 내내 그랬으니까요. 어쨌든 그는 좁히거나 넓히는 타이밍을 교과서보다 더 환상적으로 소화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떠한 위치에 있을 때, 상대가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도요.”
.
제시 린가드의 오프 더 볼 능력은 공격에 특화되어 있다. 실제 맨유 팬들 사이에서 지성이 형님과 비교될 만큼 많이 뛰고 또 공간은 잘 찾지만, 수비까지 닮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현재 린가드는 내가 좁혀서 플레이하는 것을 신경 쓰곤 있지만, 그러면서 생겨난 공간을 의식해 언제든 거기로 뛰어들 수 있는 만큼의 여유를 두고 있다.
충분히 나를 더 압박할 수 있음에도, 일정 거리만을 유지하는 포지셔닝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자유롭게 +1이 될 수 있었다. 조던 헨더슨이나 애쉴리 영의 압박은 그들의 포지션과 역할상 한계가 존재했고, 자리를 비우는 위험도 감수해야만 했다.
이 위치에서 볼을 키핑하고 빼앗기지 않는 축구를 벌써 몇 년째 해 온 만큼, 이러한 환경은 내가 특별한 의도를 품고 상황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우리가 오른쪽 하프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패스를 돌리면 돌릴수록, 잉글랜드는 자연스레 이쪽에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다.
전반적인 피치 밸런스가 한쪽으로 기울고, 보통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반대 방향에 공간이 생긴다. 그리고 펩은 거기로 반대편 풀백이 뛰어들도록 만들었다.
시티에서 오른쪽에 볼 키핑에 능한 선수를 다수 배치하는 것도, 내가 왼쪽에서 많은 공간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오늘, 잉글랜드는 반대 방향은 완벽하게 잠가 놓고 있었다. 키런 트리피어가 미드필드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풀백이 되어 흥민이 형을 마크했다.
자연스레 포백으로 전환되며 카일 워커가 오른쪽 센터백이 되고, 매과이어가 왼쪽 수비수가 되는 모양새다.
발이 엄청나게 느린 해리 매과이어(Harry Maguire)는 측면 수비에 적합하지 않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
느린 발이 문제가 될 만한 수비 상황에 놓이기도 어려울뿐더러, 포백으로 변환되며 반대 공간까지 제대로 숫자를 맞춰 두었기 때문에 대처할 여지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뭔가 하나 이상하지 않나?
키런 트리피어가 오른쪽 풀백이 되고 피치 밸런스가 그들의 시점에서 왼쪽 하프 스페이스로 쏠린 상태라면, 흥민이 형이 선 곳 아래는 과연 누가 수비하고 있을 것인가?
가장 이상적이라면 알리나 라힘이 그걸 해 줘야 하지만, 나는 둘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말인즉슨.
‘보였다.’
팡-!
피치 한쪽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는 뜻이 된다.
오늘 경기에서 보인 잉글랜드의 반응을 살피며, 나는 저 위치로 창훈이를 보내고 녀석에게 넓은 공간을 준 뒤 패스를 보내면 재미있는 전개가 될 거로 생각했다.
다만 이 의도를 들키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는데, 그러기 위해 모르는 척을 하며 계속 상대를 이쪽으로 불러들였다.
충분히 앞으로 볼을 보낼 수 있음에도 후방으로 볼을 돌리고, 약간의 뜀박질을 통해 움직였다 다시 하프 스페이스로 돌아오는 행동을 반복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거다.
이번 월드컵. 그리고 앞으로 전 세계 축구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를 게 분명한 전환.
많은 이들이 이제야 전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주목하고 있지만, 나는 벌써 5년도 전에 펩과 함께 전환을 강조하는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션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내가 주인공이거든.’
낮고 빠르게 띄워 보낸 패스가 정확히 창훈이의 발밑에 도착한 순간, 잉글랜드의 수비는 오늘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
작가의 말 ?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주부터 월화/목금토 하루 2연재 주 10회 연재입니다. 모레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