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97)
1.
메탈드래곤의 강철성은 간단히 침입을 허락했다.
강철로 된 어떤 생명체도 벼락처럼 출수하는 일검을 견뎌내지 못했다.
두 발로 일어서는 강철정원도, 스스로 기울어져 덮쳐드는 거대강철탑도 검광이 번뜩인 뒤에는 산산이 흩어지며 잔해로 전락했다.
“열심히 꾸민 티가 나는 기믹이네요.”
강철로 된 신체 사이에 감추어진 의사결정의 인공중심체 .
그 동력구를 잃지 않는 이상 사물들은 생명을 얻고 움직인다.
팔이 베이고 금속이 잘리고 거듭 분해당해도.
적의 약점을 찾아내고 방어를 뚫되, 적이 지닌 강점인 금속물질을 자신은 다룰 수 없다는 모순과 싸워 이겨야만 한다.
인류의 강점인 장비빨을 비겁하게 적이 구사하는 상황 속에서 순수하게 단련해온 과 의 스펙으로 겨뤄야만 하는 시련이다.
과연 그녀의 등장 이래, 최대의 위협으로 등장했던 시즌15의 주 무대다운 구성이었다.
“그래도 상대가 나빴어요.”
“왜냐… 네게는 정령무기조차도 없을진대…”
“이건 불합리해…”
“인류는 정령의 적이 아니었던 건가…?”
강철을 빼앗긴 인류가 손에 넣을 수 있는 새로운 무기는 정령들의 힘이 담긴 자연물로 빚어낸 무기.
자연을 훼손하며 상생을 거부하는 인간종이 정령무기를 얻고 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믿었던 강철성의 주민들은 무참히 도륙 당했다.
그녀만 아니었다면 이들은 충분히 승리를 누릴 수 있었다.
적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했고, 적이 공략법을 찾아내더라도 수행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사실도 간파하였다.
시즌보스 토벌의 제한시간이 끝나기 전에 공략법을 눈치 챈 사람들은 너무나도 적었고, 긴 시간을 들여가며 착실히 호감도를 올려 더욱 강력한 정령무기를 받는다는 정석공략법을 취하기엔 사람들의 조급함이 너무 커졌다.
실제로도 그들은 이기고 있었다.
묵언검객이 도착하기 전까지도, 그 이후에도 어느 누구도 메탈드래곤의 공략에 성공하지 못했으니까.
[용의 전당에 입장합니다.] [월드레이드보스가 등장합니다.] [당신은 토벌에 도전하는 1인입니다.] [1 대 1 진검승부모드 활성화] [메탈드래곤의 스펙상승치가 표준규격으로 내려오는 대신, 지능변동치가 최대치로 복구됩니다.]스펙만 잔뜩 키웠을 뿐인 괴물은 다수의 플레이어에게 맞서 견디기 위해 조정되었던 HP나 방어력이 하락하는 대신, 전투인공지능이 상승하였다.
이른바 ‘튼튼한 AI에 의한 인공대전’ 대신 ‘최고난이도 진체 활성화’라는 느낌이다.
“인간의 탈을 벗어던진 요선이여. 그대는 중간계에 머무르기에는 너무나도 강하구나.”
“제가 좀 그렇죠.”
“이 말만큼은 하고 싶었다. 내게 너희 인류를 향한 적의나 유감은 없었다고.”
“그럼 이건 무얼 위한 싸움이죠?”
“멸망한 세계의 패배자들에게 주어지는 결말이지. 다른 세계를 침공하여 주인을 기쁘게 만들어 자유를 되찾거나, 혹은 진정한 최후를 맞이하거나.”
그런가.
메탈드래곤과 강철의 몸을 빌린 인공생물체들 또한 결국은 성좌에게 유린당한 존재.
이곳에 진정으로 사악한 자는 없다.
서로가 살아남고자 하는 자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운명과 궁지에 내몰린 약소종족의 비애를.
어느 종족은 자신들의 과거를, 어느 종족은 자신들의 미래를 거울 저편에 맺힌 형상을 바라보듯이 마주하게 되었을 뿐이다.
“신세한탄은 여기까지로 하죠. 주어진 운명을 바꿀 수 없다면 검 한 자루로 승자를 가르는 것. 이것이 제가 아는 세상의 섭리이니까요.”
“다르지 않군. 부술 수 없다면 자신의 것으로 취하라. 이 또한 우리 철령족의 섭리이니.”
메탈드래곤의 거대한 몸체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박힌 형형색색의 들이 일제히 그 빛을 뿜어내었다.
거대구조물에 박힌 것보다도 더욱 거대한 마정핵들이 일제히 빛을 발하니, 메탈드래곤의 거대한 용체에서 비롯되는 출력은 실로 엄청났다.
금속을 마정핵으로 조종하는 기술의 궁극에 이르러서는 이런 것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용이라는 초월종의 경지에 인공적으로 도달한 메탈드래곤이지만 그 강함만큼은 진짜.
거대한 용체의 꼬리마다 달린 마정핵에서 겹겹이 분출되고 증폭되며 운동에너지를 실어 더욱 가속한 끝에 도달하는 파괴력이 검과 충돌했다.
쾅!!
검결에 빗겨나간 파괴력이 멀리 지상의 산 하나를 비스듬히 잘랐다.
지상에서 일어나는 산사태는 일격조차 허용해선 안 될 엄청난 파괴력이라고 말한다.
허나 조잡하다.
규모의 폭력.
단순히 크기 하나에 집착한 힘이란 무림이 아닌 반요곡을, 그밖의 수많은 가상현실게임을 극복해온 해응응의 검을 넘어설 수 없다.
그런 시시한 힘은 이미 몇 번이고 겪어왔고, 정면으로 넘어섰으니까.
펑!!
허공을 격하고 날아드는 심검에 터지는 마정핵.
힘의 규모보다 눈을 사로잡은 것은 깨진 핵에서 새어나오는 영혼들의 절규였다.
육신을 잃은 영혼.
있어 마땅할 진짜 집을 상실한 실향민.
언젠가 다가올 승리의 날 하나만을 꿈꾸고 버텨온 이들의 꿈과 희망이 흩어진다.
그렇다.
이것은 꿈의 총체의 대결이다.
누구의 소망이 더욱 간절한가.
어느 별의 의지가 더욱 강력한가.
해응응이 홀로 깨우친 자라면 그들은 모두가 합심한 자였다.
‘별 하나의 영혼이 모조리 메탈드래곤을 이루는 마정핵에 밀집된 수준이군요.’
메탈드래곤이 유독 강할 만도 했다.
강철을 이용하는 기믹.
상대의 장점을 빼앗는 기믹이 없더라도.
별 하나의 주류생명체가 모두 모여들었다.
메탈드래곤과의 싸움은 행성 하나와 싸우는 꼴이다.
거짓된 업적과 경험치로 달성한 힘만으로 별 하나에 필적하는 높이를 쌓는 것은 아무리 플레이어들이라도 무리였다.
이것은 지구 전체를 향한 시험이다.
너희별의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가 메탈드래곤에 깃든 별의 생명체들을 능가할 수 있느냐고.
행성과 행성.
주류종족과 주류종족.
보다 거대한 규모에서 치러져야만 하는 전쟁이다.
지구인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게임이 있었고, 지구를 떠날 수단이 있었다.
하나로 뭉치지 못했고, 충분한 강함을 쌓지 못했다.
그래서 패배했다.
그리고 한 사람만이 남았다.
홀로 별의 주인이 될 자격을 지닌 자.
신격과 성좌의 반열에 거론되는 이.
-원망스럽구나.
-너만 아니었다면…
망자들의 생전의 원한이 담긴 최후의 한 마디.
유언이 끝나기도 전에 거대한 힘이 응축된 검이 폭발하며 연쇄적으로 마정핵을 터뜨렸다.
일격마다 천만 단위의 혼이 담긴 마정핵이 서너 개씩 터져나가는 메탈드래곤은 점점 형형색색의 색상을 상실해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남은 마정핵들은 더욱 강한 힘을 머금었다.
‘귀찮은 기믹을 담았군요.’
무공의 이치로 삼라만상을 깨달은 그녀의 눈은 메탈드래곤에게 깃든 이치를 간파했다.
[마정핵에는 고유의 속성이 담겨있다.] [속성에 맞는 힘으로 마정핵을 파괴할 시, 영혼이 안식을 맞아 조용히 소멸한다.] [속성에 맞지 않는 힘으로 마정핵을 파괴할 시, 영혼이 파괴되며 일어나는 반발력이 남은 마정핵에 전송되어 본체의 힘을 강화한다.]세상에는 힘을 키우는 다양한 수단이 있다.
성실하게 운동을 해서.
먹을 것을 먹고 체격을 키워서.
타인의 힘을 빼앗아서.
하지만 무림비망록의 귀환자는 무공과 함께 이것의 존재를 가장 먼저 염두에 둔다.
‘금제’를 달고 그에 상응하는 가치의 새로운 ‘축복’을 받아서.
마정핵의 영혼들이 저지른 짓이 바로 이 금제나 다름없었다.
혹은 조건부로 발동하는 스킬이라고 해도 좋다.
정해진 방식의 죽음을 맞이하지 않으면 끔찍한 고통 속에 죽어나간다.
그 때의 고통과 괴로움을 에너지로 추출하여 메탈드래곤의 남은 영혼들을 강화시킨다.
최후의 순간이 괴로워질 각오를 하면서까지 남은 이들이 성취를 이루도록 희생하는 집단광기의 부산물에는 조금이지만 감탄했다.
“의지는 인정하죠. 그래도 간파당한 시점에서 이미 끝났어요.”
화속성무공.
수속성무공.
뇌속성무공.
지속성무공.
음양과 오행, 자연의 움직임으로부터 비롯된 무공에 삼라만상의 이치와 요괴들의 기행과 전승마저 접목시켜 발달시킨 무공이다.
그녀가 모르는 속성.
그녀가 구사할 수 없는 속성.
그런 무공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가 이길 수 없다면 너 또한 이길 수 없다…
-버틸 것이다…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희생이 곧 네 불행으로 이어질 테니.
믿는 구석이 없고서는 내뱉을 수 없는 말이다.
단순한 저주나 오기로 보기에는 섭혼술로 읽히는 감정에서 지나치게 자신감이 느껴졌다.
“역시 현실에서 무언가를 저질렀군요.”
묵언검객이 메탈드래곤을 토벌하는 순간.
성좌들도 이때가 지구에 피해를 끼칠 마지막 기회임을 모를 리가 없다.
저지른다면 이때가 마지막이다.
사도마저 잃은 지금, 그들이 구사할 수 있는 전력을 모조리 쏟아 부을 것이다.
카지노를 떠나기 전에 모든 칩을 털어버리는 방탕아처럼 말이다.
“그럼 이쯤 놀고 이만 구경이나 하러 가야겠네요.”
-놀아…?
-그럼 지금까지는…?
-봐주기라도 했다는 거야?
마정핵 속의 영혼들이 품은 의문은 곧 해소되었다.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가득히 떠오르는 수많은 심검들의 향연.
그것은 의 영혼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심검이었다.
-혼자이되 군단인 존재는 우리만이 아니었는가…
“좋은 걸 알려준 답례로 일격에 깔끔하게 보내드릴게요.”
심검의 비가 메탈드래곤의 전신에 새겨진 마정핵을 일제히 관통하였다.
-지금까지는 봐준 이유가 뭐였지…?
흩어져가는 원혼 중에 하나가 물었다.
“사이즈를 보니까 대충 가지고 놀겠더라구요.”
-고작… 그런 이유로…?
“너무 빨리 가면 성좌들이 겁먹고 전부 도망칠지도 모르잖아요. 남은 힘이라도 지구에 한 번 써보라고 뜸을 들였죠.”
굳이 숨길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 해응응은 솔직하게 대답해주었다.
-너는 우리와 같지 않다…
-우리 별을 멸망시킨 사악한 이계의 성좌와 더욱 가까운 존재…
-우주에 새로운 악신이 탄생하였구나…
탄식과 함께 원혼들은 더욱 짙어진 막막함과 함께 우주의 저편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저 사악한 요괴가 전 우주에 창궐하기 전에 여기서 먼저 죽어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아, 근데 흩어지기 전에 일단 기회는 하나 드려볼까 하는데요.”
-…또 뭐냐!
-죽음조차 허락하지 않고 흩어지려는 영혼을 붙잡다니, 이 무슨 잔혹한 폭거인가…
“제 만백공묘라는 기술에 존재의 영혼이 들어가거든요. 여기에 여러분의 영혼이 들어가면 참 많이 강해질 것 같은데 혹시 영혼을 바치실 분은 없나요?”
-있겠냐!!
-우주의 미래가 실로 어둡구나……
“아마도 이 뒤에 특별히 할 일이 없으면 지구에서 놀던 성좌들 구경만 끝내고 이계로 침략할 예정이거든요. 그 과정에서 여러분의 별을 멸망시킨 성좌도 볼지 모르는데 같이 복수하고 싶지 않나요?”
연료 취급당하면서 영혼이 갈려나가는 것이 사악한 성좌들의 힘의 운용법과 무엇이 다른가 싶던 영혼들은 아주 큰 차이가 있음을 깨달았다.
묵언검객의 연료가 된다면 적어도 복수 하나는 확실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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