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323
제323화
후암 공작이 잽싸게 끼어들었다.
“큰형님, 저는 크리스티앙 조카를 믿습니다. 큰형님의 핏줄이니까요.”
“아니, 동생. 치사하게? 아까는 크리스티앙보고 미친놈이라며?”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작은형님? 남을 음해하는 건, 호탕한 파괴 마가답지 않습니다.”
“이 빌어먹을 독쟁이 자식이!”
참고로, 가주들은 함께 사왕성과 싸우며 부쩍 가까워졌는지 노르디언을 큰형님으로 베스엔 대공이 작은형, 후암 공작이 막내로 호형호제하기로 한 듯했다.
크리스는 웃음을 참고는 말했다.
“너무 염려 마십시오. 반드시 성공할 테니.”
세 가주가 잠시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베스엔 대공이 입을 열었다.
“대신, 조건이 있다. 사왕성의 본성에 간다고 했느냐?”
“네.”
크리스가 생각하는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선 사왕성을 먼저 털어야만 했다.
“카슈미르를 데려가라. 도움이 될 거다.”
크리스는 의아한 얼굴을 했다.
카슈미르는 망염을 완전히 흡수해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단, 파괴력만 무식하게 강해진 거라 이번 일에 크게 도움 될 전력은 아니었는데?
“카슈미르 공자를 데려가라는 건, 혹시?”
“그래.”
베스엔 대공이 서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거기까지 가는 것, 사왕성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와라. 그 빌어먹을 음침한 놈들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이도록.”
* * *
죽음의 회랑 기슭.
회랑의 외곽 지역에서는 양 진영 간의 산발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저기 암흑 마가 놈들이다.”
“놓치지 말도록.”
저주 마가의 술사들이 사역마들과 함께 움직였다.
정찰 부대였는지, 별로 강력한 전력은 아니었다.
다만, 하나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아직 소년티가 나는 인물이었는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실력이 뛰어났다.
“호오? 괜찮아 보이는 놈이 있군. 암흑 마가에 저런 인재가 또 있었나?”
“어떻게 하겠습니까?”
“생포한다. 좋은 실험체가 될 테니.”
대륙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사왕성의 술사에게 생포당할 바에는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고.
끔찍한 인체 실험을 당하게 되니까.
심지어 죽고 난 후에는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인형이나 합성 괴물이 되거나, 아니면 언데드가 되어 안식조차 맞지 못한다.
사왕성에서 특히 탐내는 건 젊고 단련된 육체를 지닌 루키였다.
오래오래 갖은 실험을 할 수 있으니까. 성능 좋은 인형으로 만들기도 유리하고.
“놓치면 안 된다. 저놈은 반드시 생포해라.”
다행히 암흑 마가의 젊은 놈은 도망가지 않았다.
오히려 어리석게 다른 마인들이 도망갈 수 있게 최후까지 막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홀로 남아 뛰어난 분투를 하였지만, 그래봤자, 였다.
중첩되는 저주에 버티지 못하고 비틀거리더니, 결국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잡았습니다.”
“귀중히 다루도록. 흠집이 나면 안 돼. 조심히 구속해서 본성으로 보내라. 수석 장로님께서 실험체로 쓰실 거다.”
진홍의 눈동자 에밀리.
사왕성의 수석 장로로 저주 마가의 8성 절대의 마인인 삼염(三淵) 중 일인이었다.
현재 사왕성의 본성을 지키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다른 삼염, 사왕들은 모두 전장에 나와 있고 혼자 본성에 남아서 불만이 많으셨는데, 이런 실험체를 진상하면 내 공을 잊지 않겠지.’
참고로, 원래 사왕성의 본성을 지키는 8성급 절대의 마인은 세 명이었다.
그런데 삼각 연합이 증원군으로 참전하고, 잠잠히 있던 연합의 카른 제국까지 진격을 시작하자 다른 두 명이 전장으로 빠져 현재 본성에 있는 8성의 마인은 진홍의 눈동자 에밀리밖에 없었다.
저주 마가의 술사는 쓰러져 있는 암흑 마가의 어린놈을 바라보았다.
감탄이 나오게 잘생긴 외모.
실험체의 외모를 따지는 진홍의 눈동자 에밀리가 크게 기뻐할 게 분명했다.
‘실험체가 외모가 빼어날수록 가혹하게 다루던데. 불쌍하게 됐군.’
저주 마가의 술사는 피식 웃고는 등을 돌렸다.
하지만 그가 모르던 게 있었다.
마지막 순간,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쓰러져 있던 암흑 마가의 소년이 남몰래 하나의 표정을 보였다.
성공의 미소였다.
* * *
한편 그때.
드넓은 창공 위.
여섯 장의 날개를 가진 거룡이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마룡왕 아슈타트였다.
마룡왕의 등에는 신사 정장을 입은 말끔한 인상의 미남자가 누워서 하품하고 있었다.
“룡룡아. 운전 좀 제대로 할 수 없어? 승차감이 너무 불편하잖아.”
천하의 마룡왕을 마차 취급하는 이야기.
하지만 아슈타트는 뭐라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상대가 마도 재상이었기 때문에.
특히, 오늘 마도 재상은 이상하게 심기가 불편해 보여 뭐라고 투덜댈 수도 없었다.
아슈타트는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마도 재상은 대답하지 않고 곰방대를 들어 연기를 들이마시기만 했다.
“신비 마가의 동태는 어떻지?”
[…제단을 거의 완성했습니다.]“흐음?”
마도 재상이 흥미를 보였다.
“빠르군. 벌써 계획이 거기까지 진행했다고? 제단의 위치는? ‘그곳’인가?”
[네, 그렇습니다. 위치도 사왕성과 가깝고, 그 정도로 마기가 밀집된 곳이 아니면, 제단을 발동하는 게 불가능하니까요.]“이제 남은 건 ‘그릇’이군. 이드린느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는데, 어떻게 할 생각인 거지?”
놀라운 이야기.
“흐음.”
마도 재상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은 채 곰방대를 깊게 빨아들였다.
[얼마 전 신비 마가의 ‘이단 사제단’이 신비 마가를 떠난 게 확인되었습니다.]“이단 사제단이면 그 광신 전투단을 말하는 건가?”
[네. 목표는 크리스티앙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왕성과 전쟁 때 기회를 노려 크리스티앙을 ‘포획’할 계획인 것으로 보입니다.]섬뜩한 이야기.
[…이대로 보고 있어도 괜찮겠습니까?]“무슨 말이지?”
[이단 사제단을 이끄는 이는 무려 추기경. 크리스티앙이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마룡왕은 눈치를 보며 말했다.
[크리스티앙에게 관심을 보이시지 않았습니까? 이대로 두면 크리스티앙은 결국, ‘그릇’으로 전락할 겁니다.]하지만 마도 재상은 피식 웃으며 이렇게 답할 뿐이었다.
“그렇게 되면, 크리스티앙도 결국 거기까지인 거겠지. 더 신경 쓸 가치도 없어.”
지나친 이야기였다.
아무리 크리스티앙이라도 무려 신비 마가의 최고위 사제와 전투단에게는 무리였다.
그래도, 마도 재상은 진심이었다.
크리스티앙의 앞에 놓인 운명들의 험난함은 고작 이런 위기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으니까.
차라리, 꺾일 거면 지금 꺾이는 게 나으리라.
하지만.
‘왠지 이번에도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 같긴 하군.’
마도 재상은 지상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 * *
끝없이 펼쳐진 회색빛의 대지 깊은 곳.
거대한 성채가 놓여 있었다.
사왕성이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성채로 연합에서 가장 커다란 도시라는 카른 제국의 황도를 오히려 압도하는 규모였다.
사왕성의 영역은 대부분 사람이 살기 힘든 지역이라 한곳에 모여 살며 이런 거대 성체가 만들어진 거다.
하지만 커다란 규모와 다르게 생기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죽은 자들의 도시처럼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사왕성의 마인들은 밑의 백성을 가축으로 취급했으며, 공포로 통치했으니까.
불길함만이 가득한 회색빛 도시에 마차가 들어왔다.
[멈춰라. 뭘 이송하는 거지?]사왕성의 성벽을 책임지는 리치의 물음에 마차를 이끄는 마인이 답했다.
“수석 장로님께 바칠 실험체입니다.”
[수석 장로님께?]실험체를 탐내는 건지, 리치의 눈동자에 욕심이 깃들었다.
“네. 드물게 구한 특급 실험체라, 귀중히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 아쉽군. 수석 장로님께서 질리시면 혹시 내게도 기회가 올 수도 있겠지. 들어가 보도록.]끼익, 마차가 성벽을 통과해 안쪽으로 들어갔다.
마차는 외성 안의 본성. 그중에서도 중앙에 있는 탑으로 향했다.
성주가 머무는 ‘사왕의 탑’이었다.
현재는 수석 장로인 진홍의 눈동자 에밀리가 머물고 있었다.
“실험체를 가지고 왔다고?”
에밀리는 얼굴의 반은 아름다운 젊은 여인, 얼굴의 반은 흉측한 노파인 끔찍한 얼굴을 지닌 여인이었다.
“네, 보십시오.”
“오오, 아름답구나.”
에밀리는 관을 열어 소년의 얼굴을 보고는 감탄성을 뱉었다.
“정말 특급의 실험체구나. 이 공은 내가 절대 잊지 않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물러가 보겠습니다.”
소년을 훑는 에밀리의 눈빛이 섬뜩한 핏빛으로 희번덕거렸다.
“아아, 정말 아름답구나. 조각상을 보는 것 같아. 내가 특별히 많이 많이 사랑해 주도록 하마.”
그녀는 소년과 함께 탑의 깊은 밀실로 향했다.
용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온갖 끔찍한 실험 도구들이 즐비했는데, 고문실보다도 더욱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다.
에밀리는 소년을 형틀에 세운 후,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불길한 형상의 마법진이 잿빛 기운을 내뿜었다.
“후후, 네 정신을 나와 하나로 잇는 마법이란다. 실험을 받으며, 네 정신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세세히 확인하기 위해서란다.”
물론, 그녀의 악취미 때문에 취한 조처였다.
저주의 부작용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지니게 된 그녀는 아름다운 용모의 인물을 실험하며 고통 주는 걸 즐겼다.
이런 식으로 정신을 연결해 놓으면, 상대의 조그만 고통조차 놓치지 않고 음미할 수 있었다.
“걱정하지는 말렴. 쉽게 미치게 하지는 않을 테니. 하고 싶은 실험이 많거든. 하나하나 천천히 즐기자꾸나.”
에밀리의 피가 마법진에 떨어졌다.
피를 ‘맹약’의 근거로 삼아 정신을 하나로 이으려는 고차원적인 흑마법적인 술법이었다.
파아아아아앗!
마법진이 본격적으로 발동하며 둘의 정신이 하나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아아. 광활하고 단단한 정신이구나.’
에밀리는 탄성을 뱉었다.
소년은 단순히 용모만 아름다운 게 아니었다.
정신의 그릇조차 범인과는 비교할 수 없게 뛰어났다.
고작, 표층에 접속한 것이건만,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높고 드높아 저절로 경탄이 나왔다. 고아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마치 하늘이 내린 예술품에 압도되기라도 한 것처럼, 전율이 치밀어 올랐다.
‘더, 더. 더 느끼고 싶어.’
에밀리는 홀린 듯 소년의 정신의 세계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이렇게 심층으로 들어가는 건 에밀리의 정신도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일이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꿀이 벌을 끌어당기듯.
마치 매혹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허겁지겁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
광활하게 펼쳐진 심층의 정신세계를 마주한 순간, 에밀리는 얼어붙었다.
단순히 감탄스럽다, 정도가 아니었다.
경외였다.
마치 대우주 앞에 선 미물이 된 것만 같았다.
‘어떻게 이런 정신세계가 존재할 수가?’
그 순간이었다.
에밀리는 뒤늦게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이건 평범한 인물이 가질 수 있는 수준의 그릇이 아니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고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