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1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17화
그동안 오르카는 종종 브레이커를 깔 때 쓰는 도구처럼 여겨져 왔다.
‘실력파 보이그룹 오르카 순조롭게 데뷔 준비 중, 순위 조작 논란 있는 브레이커는?’
……이런 식으로 비교하며 말이다.
물론 그런 세태에 오르카와 팬들의 의사는 딱히 반영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언론과 네티즌에 의해 미묘하게 정의로운 쪽으로 포지셔닝되어 브레이커와 비교당해왔던 것이 오르카에게는 일단 인지도 측면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로 홍보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기자들이나 아이돌 팬들이 알아서 오르카의 이름을 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옳다구나 한 시드는 언사가 너무 심해지지는 않는지 그 흐름을 지켜보면서도 굳이 거스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 공적과도 같았던 브레이커는 해체되어 각자 갈 길을 가고 있었고.
어쩌다 보니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받아와 데뷔 전부터 존재감 있는 신인으로 은근슬쩍 자리매김한 오르카는 순식간에 견제 대상으로 재인식되었다.
지금 오르카, 당장은 반요한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거드는 사람 중에는 그동안 오르카와 비교당하며 감정이 상한 전 브레이커 팬도 있을 것이고, 아예 다른 아이돌 그룹의 팬도 있을 것이다.
그도 아니라면 타인을 비방하는 저열한 행위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거나.
그 난장을 보며 마실 물조차 없는 불구덩이와도 같았던 픽하트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안락하기 짝이 없는 평화에 젖었던 전직 농부들은 오르카의 데뷔를 앞두고 마음가짐을 새로이 할 필요성을 느꼈다.
– (캡처) 이런 금수저 영업 천박하고 기괴함 왜 하는 건지 모르겠음
┗ 글 전문 제대로 보고 말하세요 그 글에서 영업했던 포인트는 아버지가 교수로 있는 대학에 아들이 노력해서 수석으로 입학했다는 거였음 그냥 밑도 끝도 없이 금수저 영업한 사람 없어요 교수 아들이라는 것도 요한이 대학 커뮤에서 알려진 거고요
– 아이돌한테 학벌이 뭐가 중요해? 암만 이런걸로 영업해봐야 본업 능력치 ㅂㄹ면 식음
┗ 다 걸고 얘네 팬 아닌데 정시로 설대 정문 제대로 부순 건 솔직히 원앤온리 셀링포인트 맞지 않나? 정시로 들어간거 멋있는데ㅋㅋㅋㅋㅋㅋ
┗ 2222 학생 때 열심히 공부해봤다는 것 자체는 꼭 아이돌 아니어도 누구든 호감되는 지점 아닌가 그리고 요한이 본업 충분히 잘 소화하고 있으니까 대리걱정 ㄴㄴ
수능을 앞두고 화제성 있는 소재를 찾은 기자들도 앞다투어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재작년 수능 만점 받은 한 아이돌의 이색 수능 응원 영상] [픽하트3 13위 반요한, 알고 보니 2016학년도 수능만점자…“수험생들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 있길 응원”]수능을 앞두고 관련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라 반요한의 이야기는 수험생 커뮤니티나 다른 연예 커뮤니티로도 퍼졌다.
– ㅋㅋㅋ 솔직히 설대 버리고 아이돌하려는 의지는 인정해 줘야죠
– 본인 인생이니 알아서 하는 거긴 한데 부모 마음은 찢어지겠습니다. 기껏 좋은 대학 보내놨더니…
– 다 가졌네 나는 공부라도 잘해야겠구나…
– 반요한이랑 학교에서 해주는 여름방학 특강 하나 같이 들었어요 진짜 잘생겼고 인기 매우 많았음ㅋㅋ
┗ 썰 없음? 궁금
┗ 원래 수시러였는데 아파서 고3 1학기 중간고사 하루 통으로 날려먹은 다음에 정시파이터 된 친구예요 그때 쌤들 난리났던 기억남
┗ 미쳤네..
그렇게 전반적으로 반요한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팬들은 기세를 몰아 어그로를 퇴치했다.
– 쟤를 후려치는 사람들 인생은 얼마나 잘났길래 그러는지 궁금함
– 뭐 부정하게 돈으로 대학 들어간 것도 아니고 이거 가지고 뭐라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니
– 수능 코앞인데 뭔 아이돌 영상이나 보고 있냐 하시던 담임쌤 요한이 수능만점자라 하니까 깜짝 놀라심ㅋㅋㅋㅋㅋㅋ 하 오빠 나 후배돼서 돌아올게 밥약 걸어주기다ㅇ.[
* * *
반요한의 일이 인터넷에서 한창 이슈가 되고 있을 때.
오르카는 뮤직비디오 촬영을 앞두고 머리 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샵에 와 있었다.
온라온의 경우 지금 하고 있는 흑발이 워낙 잘 어울렸기 때문에 오르카의 비주얼적인 부분을 총괄하는 주열음 이사는 그의 머리카락 색을 두고 끝까지 갈등했지만,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그 결과 현재 온라온은 미용실 특유의 냄새를 맡으며 거울 앞에 앉아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었다.
‘제발 제 두피가 튼튼한 두피이게 해주세요.’
여태 탈색을 해본 적은 없지만, 그 과정이 상당히 괴롭고 머리카락이 말 그대로 아작난다는 사실 정도는 온라온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탈색 경험자인 반요한이 온라온의 탈색 예상 횟수를 듣더니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거라고 한동안 겁을 주어 더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시작된 인생 첫 탈색.
처음에는 ‘어? 이 정도면 괜찮은데?’ 같은 생각도 들 만큼 디자이너가 솜씨 좋게 만져주었으나.
두 번 세 번, 다음 날 이어서 다섯 번 여섯 번… 심혈을 기울여 물을 한계까지 빼다 보니 어쩐지 두피가 알싸해지는 것이 올 것이 왔다 싶었다.
차라리 넋 놓고 체력이나 회복하자는 생각으로 온라온이 헤어 디자이너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정신을 놓은 막판에는, 두피가 공격당했다는 웃기지도 않는 이유로 HP가 여러 번 깎였으니 말 다 했다.
‘그런데 새삼스럽지만, 이거 HP 0까지 떨어지면 정말 죽는 건가?’
[Tip! HP가 0이 될 시 행동 불능 상태에 놓입니다. 행동 불능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대단히 안 좋은 일이 벌어지니 주의해 주세요.]바로 죽지는 않는다는 뜻이군.
탈색하다 죽은 아이돌로 사후에 유명해질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온라온이 태평히 생각했다.
‘그래도 설마 정말로 죽이지는 않겠지….’
대단히 안 좋은 일이라는 게 뭔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걸 보아 아마 다음 단계가 사망에 준하는 무언가가 아닐까 싶었다.
“자, 다 됐어.”
이틀에 걸쳐 고생한 만큼 원하는 색을 성공적으로 뽑아낸 헤어 디자이너가 제 작품에 감격했다. 이건 된다.
“머릿결이 너무 좋아서 관리만 잘해주면 당장 모발 걱정은 크게 안 해도 될 것 같다. 머리숱도 많고.”
그제야 온라온은 한숨을 돌렸다.
당장 걱정은 덜해도 된다고는 하지만, 이미 머릿결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였다.
두피가 그래도 잘 버텨줘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죽었다.
온라온이 끙, 앓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며칠 뒤, 오르카와 스태프들은 제작비의 한계를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해 가며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On and on, ORCA! 잘 부탁드립니다!”
오르카의 단체 인사로 촬영이 시작된 촬영장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최선의 결과물을 위해 촬영을 거듭하는 멤버들은 각자 날이 설 대로 서 있었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처럼 위태롭다기보다는,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잘 손질해 둔 검처럼 정련된 예기에 가까운 날 섬이었다.
요즈음 웃음기가 쏙 빠진 채 진행되는 연습 분위기도 그와 비슷했다.
연습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갈 때는 또 자기들끼리 어떻게든 웃을 일을 끌어와 시시덕거렸지만….
어쨌든 그들이 유난히 추운 날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듣고 눈물 흘리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11월 초치고 상당히 싸늘했던 날씨 때문에 뮤직비디오 촬영을 마친 뒤, 매니저 곽상현은 혹시 멤버들이 감기에 걸리지는 않았는지 며칠 동안 몸 상태를 예민하게 확인했다.
모두가 알아주는 최약체 온라온이 감기 기운이 좀 있기는 했지만, 약 먹고 하룻밤 푹 잤더니 금방 멀쩡해져서 일정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리고 데뷔 쇼케이스를 2주 앞둔 날이기도 한 수능 전날.
한국에서 지진이 났다.
기록된 것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큰 규모의 지진이었기에 수능은 당연히 연기됐다.
‘그러고 보니 내 세계에서도 이때쯤 지진 때문에 수능이 연기됐었지……. 이런 천재지변 같은 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거랑 비슷하게 흘러가는 건가. 아니면 단순한 우연?’
소식을 전해 들은 온라온이 옛 기억을 더듬었다.
“2주 연기래요?”
“어. 다다음 주로 연기한대.”
‘내 기억으로는 일주일 연기였던 것 같은데…….’
온라온은 유사 회귀자로서 자신이 알고 있는 걸 써먹기에는 두 세계가 너무나도 멀고 다르다는 유감스러운 깨달음을 얻었다. 본업에나 집중해야지.
데뷔를 앞두고 찾아온 안 좋은 소식에 시드 직원들이 심각해졌다.
연기된 수능 날이 데뷔 쇼케이스 날과 정확히 겹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하야, 괜찮아?”
교사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그동안 학업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는 챙기고 있던 견성하도 올해 수능을 볼 예정이었다.
쇼케이스는 오후 8시에 열리기 때문에 견성하가 원한다면 어떻게든 수능을 치고 올 수도 있겠으나, 쇼케이스에는 제 컨디션으로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내년에 보면 되죠, 뭐.”
때때로 반요한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가며 나름 수능을 준비해온 견성하는 꽤 아쉬워하는 듯했으나, 결정은 빨랐다.
“정말? 괜찮겠어?”
강지우의 물음에 견성하는 가타부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 알았다.”
멤버들과 함께 있던 곽상현이 어깨를 토닥여 주고 회사에 알리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 * *
다음 날 자정.
가장 먼저 앨범 컨셉에 맞게 변화를 준 오르카의 새로운 로고 디자인이 공개되었다.
ORCA [(로고 동영상)]
동영상을 재생시키자 산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서늘한 바람 소리가 파도가 밀려오듯 들렸다.
창백한 연청색 배경. 가운데에는 새하얀 선으로 이뤄진 범고래 한 마리가 있었는데, 본래는 까맸을 등 안에서만 눈보라가 하얗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리고 앨범 명으로 추정되는 ‘FREE WINTER’가 그 아래에 정갈히 적혔다.
– 오 로고 이쁘다
– 겨울컨셉인가? 퀄리티 괜찮네
– 두근두근
이어 트랙리스트와 컨셉 포토가 하루하루 공개되었다.
컨셉 포토는 새벽처럼 어스름한 분위기의 학교 곳곳에서 트레이닝복을 트렌디하게 활용한 의상을 입고 촬영한 것이다.
교복 셔츠 위에 상아색 트레이닝복 상의를 걸치고 연회색 교복 바지를 입은 반요한과 남색 반팔 트레이닝복에 팔을 착 감싸는 암슬리브를 포인트로 착용한 견성하의 컨셉 포토가 가장 먼저 공개되었고.
그다음 날에는 검정 체육복 상의의 지퍼를 목 끝까지 채워 올리고 마찬가지 디자인의 바지 밑단을 발목이 보이도록 조금 걷어 올린 서문결의 컨셉 포토가 올라왔다.
셋째 날에는 강지우와 온라온의 컨셉 포토가 올라왔다.
강지우는 남색 바탕에 빨간색 선이 포인트로 들어간 트레이닝복을 위아래로 느슨하게 입었고.
온라온은 흰색 반팔 티 위에 품이 넉넉한 흰색 와이셔츠를 단추를 채우지 않은 채 걸치고, 세로줄이 들어간 검은색 체육복 바지를 입었다.
멤버들의 탁월한 비주얼은 저예산의 한계를 훌륭하게 극복했다.
– 오 컨셉 때깔 좋게 잘뽑았다 열라기대중
– 견성하 대박훈훈하다 내 취향이야
– 얼굴 무슨일.. 기럭지 무슨일..
– 여긴 다 대존잘이라 웬만하면 실패는 없을 듯
– 와씨 온라온 핏 미친다 그냥 인형이고 부러움ㅠㅠ
– 주열음씨 당신을 믿고 있었습니다 이거랑 겨울이랑 무슨 상관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당신 신난게 보여서 참 마음에 드네요
– 근데 애들 다 원래 머리색 유지한 건가? 예쁘긴 한데 좀 심심하다
– 별론데
– 잘찍은 것 같아서 관심간다ㅋㅋㅋㅋ 팬 아닌데 저장함
– 컨포까지는 진짜 좋다 남은것도 제발 이 퀄 유지해서 가자
그리고 데뷔 쇼케이스를 사흘 앞둔 11월 27일, 데뷔곡 ‘해방’의 뮤직비디오 티저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