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1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18화
온라온의 팬은 데뷔를 앞두고 올라온 첫 티저가 주는 설렘과 떨림과 두근거림을 한껏 느끼며 공식 계정에 올라온 위튜브 링크를 클릭했다.
티저 영상의 썸네일은 얼어붙은 것 같은 하늘을 등진 멤버들이었는데, 그녀가 언뜻 본 멤버들의 머리 색이 앞서 공개된 컨셉 포토와는 명백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은 이미 영상으로 들어간 뒤였다.
‘일단 보자.’
쏴아아아….
파도가 가까이 밀려오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 뮤직비디오는 전체적으로 화한 향이 날 것 같은 색감으로 보정되어 있었다.
맑고 서늘함이라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청량한 반주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같은 청량이어도 해방은 여름의 시원함보다는 영어 부제이기도 한 겨울의 싸늘함 쪽에 더 가까웠다.
회색 톤 동복 교복을 갖춰 입은 멤버들의 개인 컷과 모래톱에서 펼치는 군무 등의 장면이 짧게 전환되며 나왔다.
그러는 동안 서서히 바뀌는 하늘의 묘한 빛깔과 어느새 가늘게 흩날리기 시작한 눈을 통하여 시간의 흐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같은 교복이어도 앞서 촬영했던 프로필 사진이나 컨셉 포토와 분위기가 겹치거나 똑같은 것을 우려먹는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다.
멤버들의 헤어 스타일에 작지 않은 변화를 주었고, 이전과는 달리 조끼나 재킷, 카디건 등의 부수적인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해방의 시간이야
투명하고 단단하지만 따뜻한 물에 스르르 녹아내릴 것 같은 눈 결정 같은 목소리로 해방의 한 소절이 들려온 것과 동시에.
돌연 형체 구분이 어려울 만큼 눈발이 거세졌다.
그 속에 홀로 남아 꼿꼿이 허리를 펴고 선 온라온의 머리칼은 눈과 구별이 되지 않을 만큼 흰 백은발이었다.
Winter
명료히 읊조린 소년이 파르스름한 눈을 느릿하게 감으며, 마침내 화면이 폭설로 완전히 뒤덮였다.
[해방 (Winter)] [2017.11.30 6PM]– 와
– 헐
– ㅁㅊ..
갖가지 감탄사 혹은 그에 준하는 욕설이 주르륵 올라오던 팬의 SNS 타임라인에 이내 조금 더 긴 문장으로 앓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어떡하지..감동이 흘러…눈물도 흘러…
– 와 라온이 백발 진짜 비현실적으로 잘어울린다ㅠㅠㅠㅠㅠ
– 마지막에 진짜 신비롭고 눈요정 같아서 투디미 낭낭하고 온라온이 숨쉬는 여기가 천국인데 저는 쇼케 티켓이 없어요 제발 팔아주세요plz
– 티저가 이러면 본 뮤비로는 날 어떻게 죽이려고… 내 인생을 얼마나 망쳐놓으려고…
– 교복+청량+오르카=실패할수없는 조합 겨울청량 오졌다~~!~!
– 나 지금 진짜진짜 떨려서 차라리 30일이 안왔으면 좋겠어 아니다 안 오면 안 돼 빨리와 준비는 알아서 할게
– (움짤) 온라온 평생 흑발 아니면 죽음뿐이었는데 지금 약간 마음이 흔들림
– 요한 애쉬브라운.. 천재적
– 앞으로 시드와 오르카에 제 통장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특히 지난번에 이모티콘을 정할 때 다른 멤버들이 호들갑을 떨었던 게 전혀 과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눈이라는 자연물과 수 초간 동화되었던 온라온의 마지막 단독 샷은 팬들에 의해 다양한 버전의 움짤로 만들어져 여기저기 퍼졌다.
[오늘 공개된 오르카 티저에서 논란되는 부분.jpgif](온라온_사람아님.jpg)
논란1. 온라온은 사람인지 요정인지
(얼어죽어도_냉라온.gif)
논란2. 온라온은 온라온인가 냉라온인가
오르카 ‘해방’ 티저 한 번씩 보고 눈세척하고 가세요~~
(위튜브 동영상)
– 아씨 개식겁해서 들어왔다가 어그로에 빡칠 틈도 없이 얼굴공격당함
– 라온이는 당연히 요정이고 냉라온 아닙니까
– 얘 진짜 냉한데 저 와중에 은근히 온함 그냥 미쳤음ㅠㅠㅠㅠ
– 너무 예쁜데 탈색 힘들었을 것 같아서 걱정된다.. 온랑둥 두피랑 머릿결 제발 지켜ㅠㅠ!!!
– 아니 다 얼굴만 말하는 와중에 미안한데 이제해방의시간이야윈터.. 하는 목소리 개좋다고!!
┗ 2222 누구 목소리야??
┗ 그것도 라온이! 음색 진짜 천재적이고 보물이야 노래도 좋을 것 같아서 기대중
– 200번 봤는데 별로 중독성은 없네
물론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던 날의 날씨가 아무리 추웠다고는 해도 11월 초에 그 정도로 눈이 내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인위적인 특수 효과가 필요했는데.
비현실적인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관련 장면에 얼마 없는 제작비가 아낌없이 투자되었다는 비하인드가 있었다.
물론 은근히 혹은 대놓고 깎아내리는 듯한 반응들도 보였다.
– 난 춤 ㅂㄹ 같은데
– 얘넨 교복컨셉만 할 생각인가 차라리 대놓고 노리지 안이하게 나와서 실망
┗ 222 주썸머 감 다 죽은듯
– 성하 무대에서 어색하고 뚝딱일것 같음.. 딱 무능멤 관상
┗ (라테월드에서 괴물들에게 둘러싸인 성하가 막춤 추는 움짤) 뚝딱이는 무슨
– 컨셉 애매하네 청량도 아니고 아예 센 것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 차라리 신인 때는 완전 청량으로 가는게 나을텐데…
꼭 팬덤 밖에서만 안 좋은 말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르카의 팬 중에서도 가장 임팩트 있던 마지막 장면을 두고 ‘온라온 개인 티저인가요?’ 따위의 비꼬는 말을 하는 사람이 나왔다.
오르카의 초기 팬덤이 모든 멤버들을 다 응원하자는 올팬 기조로 잡혀가고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팬들이 다섯 명 모두에게 공평하고 동등한 애정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체로 놓고 보면 티저 분량은 공평한 축에 들었고 완성된 뮤비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으므로 그러한 종류의 말들은 다른 팬들에 의해 금방 묻혔다.
– 이제 데뷔하는 건데 후려치는 애들은 뭐냨ㅋㅋㅋㅋ 티저부터 관심 많아서 잘되긴 잘되겠다ㅋㅋㅋㅋㅋㅋㅋ
하루도 안 되어 50만을 돌파하고 지금도 쭉쭉 올라가고 있는 티저 영상 조회 수는 신인치고 예사롭지 않은 것이었다.
그 때문인지 회사에서 돈 주고 조회 수를 산 거 아니냐는 악플까지도 종종 보였다.
해당 댓글을 본 시드 직원들은 자기들한테 그럴 돈이 어디 있겠냐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억울해했다.
어쨌든, 순풍이었다.
* * *
41초짜리 뮤직비디오 티저가 공개된 다음 날.
갖은 영양제를 씹어 먹으며 출근하자 티저 반응이 무척이나 좋다고 직원들이 우리보다 더 신나서 알려주었다.
“그래요?”
우리는 개인 핸드폰을 회사에 빼앗기지는 않았지만, 멘탈 보호를 위해 알아서들 인터넷을 자제하고 있었다.
강지우나 반요한은 조금씩 찾아보는 모양이던데, 반요한이야 말할 것도 없고 강지우도 그리 물렁물렁한 멘탈은 아니니 큰 걱정은 안 되었다.
다만 견성하만큼은 언제 어디서든 최소한 한 명이 붙어서 인터넷을 절대 보지 못하게 주의하고 있었다.
견성하는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며 우리를 성가셔했지만 제 멘탈의 연약함을 알기는 아는지 그러한 대우 자체에 반기를 들지는 않았다.
“잘됐다. 그럼 이제 연습하자.”
오래 기뻐하거나 흥분할 여유도 없이 말끔하게 상황을 정돈한 강지우의 말에 따라 우리는 ‘이게_진짜_정말_진짜진짜_라스트_최종종’ 연습에 돌입했다.
그런데 데뷔 쇼케이스 바로 전날인 11월 29일, 예상하지 못했던 소식이 들려왔다.
* * *
[(공식) ‘리프틴’ 내년 초 데뷔 확정]‘픽 유어 하트 시즌3’ 연습생들이 대거 참여한 프로젝트 그룹 ‘리프틴’의 데뷔가 확정됐다.
리프틴의 기획 및 제작을 맡은 제이다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김준우, 나가세 리츠, 옥도윤, 윤명수, 징샤오 등 5인의 소속사는 픽하트3 데뷔 그룹 해체 이후 신중한 논의를 거쳐 29일부로 프로젝트성 그룹인 리프틴 활동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중략)
다만 제이다 엔터테인먼트는 픽하트에 출연한 연습생들로만 그룹 멤버가 구성된 것은 아니며 미공개된 추가 멤버가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략)
래리에 의해 픽하트3 조작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이후 멤버들이나 그 팬들이나 내내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기다림 끝에 들려온 희소식에 대한 리프틴 팬들의 반응은 오르카 때만큼이나, 어쩌면 그것보다도 뜨거웠다.
– 와 이게 되네
– 우리애들도 데뷔한다!!!ㅠㅠㅠㅠㅠㅠㅠ
– 하시바류ㅠㅠㅠ바라면 이루어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그럼 얘네 소속사는 깨끗한거 맞나??
┗ 모르지
– 내년 남돌신인상은 오르카-리프틴-트루신인 이렇게 삼파전 가나
┗ 오르카는 올해 신인 아냐?
┗ 어디였지 한군데 빼고 다 집계기간 때문에 다 내년 시상식에서 신인으로 잡힐걸
┗ ㄷㄷ벌써 빡세네 재밌겠다
* * *
“저번에 말하려다 만 게 이거였구나.”
심지어 일이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리츠까지 멤버로 들어가 있다.
“잘됐네.”
서문결이 말했다.
“내년 초 데뷔면 우리랑 거의 데뷔 동기 아니야?”
전문가 평가 조작 논란이 있었다고는 하나, 데뷔 그룹이었던 브레이커 출신 멤버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으니 대중 관심도는 우리보다 높을 수도 있다.
“…….”
아니야. 자신감을 가지자.
김준우에게 특히 미안한 말이지만, 일단 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잘생긴 걸로는 우리가 이겼으니까.
“그거 알아? 우리는 데뷔하고 1달만 지나면 바로 2년 차 가수다.”
데뷔를 코앞에 두고 등장한 굵직한 경쟁자로 인해 약간 경직된 분위기를 시답잖은 소리로 환기한 것은 강지우였다.
“진짜?”
“진짜. 연차를 한국식 나이 계산법으로 세니까.”
어쨌든 각자 바쁜 일 때문에 한동안 잠잠했던 픽하트3 연습생 단톡방에는 서로 데뷔를 축하한다는 말이 넘쳐났다.
* * *
마침내 찾아온 11월 30일.
‘수능 한파’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듯 전국에 낮부터 함박눈이 내렸다.
전날 컨디션에 방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리허설을 잘 마친 우리는 기자들만 불러놓고 하는 미디어 쇼케이스를 앞두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같은 것들을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똑똑.
“네!”
또렷한 노크 뒤에 들어온 것은 튀지 않는 정장을 갖춰 입은 남자와 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편안한 차림을 한 반가을 대표였다.
나를 포함한 멤버들은 두 사람의 얼굴을 문틈으로 확인하자마자 하던 일을 곧장 멈추고 우르르 일어나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데뷔 축하해, 얘들아.”
꽃다발을 든 반가을과 함께 들어온 친근하고 수더분한 인상의 남자는 강지우가 가장 존경하는 발라드 가수라는 배세일이었다.
그는 같은 소속사 선배로서 오늘 미디어 쇼케이스와 팬 쇼케이스의 MC를 맡아줄 예정이었다.
“요한이는 자기 수능 만점 받았다고 회사 와서 자랑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아이돌로 데뷔를 하는구나.”
배세일이 쾌활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 반요한과는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 같았다.
웃으며 말을 받아주는 반요한도 그를 그렇게 어려워하는 눈치가 아니고.
“쟤 보면 인생은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른다니까.”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축하와 함께 몇 마디 조언과 격려를 해준 두 사람은 나중에 보자며 곧 대기실을 나섰다.
긴장 문제 하니까 생각났는데.
“…….”
견성하 이 자식 괜찮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