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8
8. 역시 내 아들
“뭐였어요?”
“야성의 살기라는 건데.”
살기? 그런 거로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게 가능해?
진짜 누가 나 죽이는 줄 알았는데?
공포 영화에서 죽기 전에 괜히 뒤를 돌아보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진짜 끔찍한 살기에는 자연스레 반응하는 법이다. 진짜다.
내가 방금 그랬다.
“이걸 느꼈다, 이거지.”
“두 번은 하지 마시죠.”
진짜 별로다. 몸은 상하지 않는데 심장이 요란하게 뛰며 경종을 울렸다.
“익숙해지면 견딜 만해.”
아니, 그게 말이 쉽지.
“아니면 너도 비슷한 걸 가지면 더 버티기 쉽고.”
몰아친다.
그런 말이 더 어울렸다. 기본 훈련에 더해 연신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을 번갈아 보며 툭하면 야성의 살기란 걸 쏜다.
진짜 싫었다. 누가 이쪽 훈련이 더 낫다고 했냐? 그 새끼 데려와라.
이건 진짜 손톱 하나 깨지지 않고 몸이 망가지는 기분이다.
자다가도 솜털이 쭈뼛 서고, 먹다가도 숟가락을 칼처럼 잡아 방어 자세를 잡게 한다.
절로 괄약근이 조여지고 근육이 긴장했다.
익숙해지기 어렵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절로 반응했다.
몇 번 더하면 진짜 죽을 것 같은데.
피로감이 사지를 짓누르는 기분이다. 바벨을 들고 있다가 내던지고 뒤로 구르며 입을 열었다.
“진짜 계속할 겁니까?”
이건 아니지.
기척 죽이기로 배에 구멍이 뚫려도 버텼는데, 이건 견디기 어렵다.
선생은 말없이 살기를 거뒀다.
“음.”
선생은 고개를 모로 꺾을 뿐이다.
아니, 진짜 더할 건가? 미치겠네.
변신족 훈련이 다시 지옥이 됐다.
그런데 우습게도 이틀이 거의 지나갈 때쯤, 난 외줄 타기를 하며 요란하게 바닥을 구르지 않을 수 있었다.
요령, 그래. 요령이었다.
선생이 쏘아 내는 그 살기를 어설프지만, 견딜 수 있는 요령이 생겼다.
불멸자 특유의 예민한 오감은 그 살기를 분석했다.
난 오감과 육감의 영역에서 잡아챈 살기를 읽고 그걸 버틸 방패를 찾았다.
아랫배에 힘주고 꾹 참는 거다.
그럼 어찌어찌 버틸 만했다.
그렇게 살기를 견디며 외줄 타기 구보를 끝내자, 선생이 날 지긋이 바라봤다.
“이게 되네.”
다 들리게 말하는 건지, 내 특유의 청각이 잡아챈 건지 모르겠다.
애초에 될지 안 될지도 모르고 계속한 거란 거잖아.
이 미친 선생 같으니라고.
불멸 작대기만큼 미친 선생아!
속으로만 욕했다.
덤비기에 그녀는 너무 막강한 육체를 지녔다.
“오늘은 여기까지.”
끔찍한 수업이 끝났다.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뻗어 버렸다.
“광익아, 힘들었니?”
어머니가 걱정스레 물으신다.
“네,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엄살은, 난 내 아들을 그리 허약하게 키우지 않았어요.”
안 간다고 해도 보내실 거다. 눈빛이 그리 말한다.
괜한 반항보다 휴식이 더 간절했다.
난 씻고 바로 잤다.
그렇게 사흘을 쉬었다가 다시 불멸 작대기 선생을 만나고, 또 거기서 이것저것 배운 뒤에 변신 통나무 선생을 만나서 이틀이 지났다.
작은 변화는 있었다.
아버지가 열흘짜리 출장을 가셨고, 불멸 작대기 선생은 내 몸 여기저기 구멍을 내는 대신 냉병기 다루는 법과 격투기를 가르쳤다.
“총이야 금방 배우니까.”
그리 말하며 가르치는데, 변신족의 육체와 타고난 운동 능력은 모든 걸 금세 배우게 했다.
그 뒤 통나무 선생은 반대로 총기 다루는 법을 알려 줬다.
살기를 버틸 만해지자, 금세 다음 수업이었다.
“노리쇠 후퇴 고정, 약실 확인하고 탄창 끼우고.”
모델 건으로 배웠지만, 그 형태가 실제 총과 똑같다고 했다.
“격투기도 좀 배우면 좋지만, 그건 알아서 하고. 스트리밍 영상 같은 거 보고 조금 따라 하면 될 거다.”
타고난 피지컬이 다르니 그건 쉽단다.
대신 총기 다루는 건 어렵다고 한다. 총기는 감각의 문제라고.
하하하.
난 불멸의 특수한 오감을 지닌 혼혈이다.
총기 다루는 훈련도 금세 클리어해 버렸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고.
“시험장은 여의도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고 스마트폰 메신저로 약도를 하나 보냈다.
여의도에 있는 빌딩이었다.
“늦지 말고.”
“네.”
저녁 식탁을 앞에 두고 한 말이었다.
먹고 적당히 쉬는데 몸이 근질거렸다.
하도 몰아치듯 훈련하다가 근 일주일을 쉬어 버리니 그런 듯싶다.
이제 고통이 없으니 아쉽고 그런 건가.
아니지, 그건 아니다. 조금 찌뿌둥할 뿐이었다.
가볍게 2시간 정도 줄넘기를 뛰었다.
그렇게 몸을 풀고 집에 들어오는데, 아버지 어머니가 다정하게 안은 채로 소파에 앉아 연속극을 보고 있었다.
“넌 내 아들인데 진짜 보기 드물게 튼튼해.”
아버지가 날 보고 감탄하며 말했다.
“튼튼하면 좋죠.”
어머니가 그 말을 받았다.
두 분, 그리 말씀하시면서 왜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지시나요.
“역시 당신 닮아서.”
“아빠를 닮아서 똑똑해서 그래요.”
저리 금실이 좋으신데 나한테는 왜 동생이 없는 걸까.
땀을 흠뻑 흘리고 욕실에 들어가 옷을 벗고 거울을 봤다.
“권상우 저리 가라네.”
화장실 조명에 비친 내 복근에 뚜렷한 왕(王) 자가 새겨져 있었다.
변신족 육체 만세다.
보통 사람은 죽을 고생을 해야 하지만, 난 먹을 거 다 먹고 해도 몸이 이렇게 만들어진다.
물론 운동량이 일반 사람의 열 배는 넘겠다만.
거기에 불멸자의 육체도 한몫했다. 부서지고 회복하는 속도가 원체 빠르다 보니 근육이 파괴되고 생성되는 과정이 짧다.
몸이 이리되고 나니,
캬, 이거 죽여주네. 절로 이런 말이 나온다.
아니, 다비드 조각상 뺨 후릴 몸매에 얼굴도 이 정도면 잘생겼고. 성격도 자가 검증해 보면 나쁘지 않은데.
“난 왜 여친이 없는 거지?”
모른다. 이유를 당최 모르겠다.
난 그저, 어머니만큼 건강하고 가슴 크고 허리 잘록하며 섹시하지만 귀엽고 청순하지만 요염한 여자를 만나고 싶을 뿐인데.
거기에 요리 잘하면 더 좋고.
굳이 더 추가하자면 취미도 좀 맞았으면 좋겠다.
같이 게임도 하고 말이야.
쏴아아아.
내친김에 냉수로 샤워를 끝내고 나오니, 주방에서 나오시던 어머니가 등판을 찰싹 때린다.
손에 쟁반이 들렸고 그 위에 예쁘게 자른 파인애플이 보였다.
“머리 바짝 말려, 감기 걸릴라.”
……엄마, 그거 진심?
변신족이 무슨 감기야.
“바닥에 물 떨어져.”
어머니가 말을 덧붙이셨다.
그렇지. 이게 맞지. 현실적인 이유다.
도로 욕실로 들어가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바짝 말리고 나와 방으로 들어갔다.
누워서 자려는데 심장이 두근거렸다.
태어나서 시험이라고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랑 수능만 봤다.
성적? 나쁘지 않다. 좋은 편이다.
다만 애초에 대학에 뜻을 두지 않았기에, 1년 정도 준비하고 군대 먼저 가려고 했을 뿐이지.
그러다가 UDT에 눈을 돌린 거고.
어머니도 준비할 게 있다며 1년 정도 쉬는 건 환영이라고 하셨었다.
정확히는 외가 쪽 기업에서 1년 정도 있다가 내 자리를 마련하려 한 것 같다.
그래서 난 대학을 안 갔다.
딱히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뭐, 친구 몇 놈이 그 성적으로 대학을 안 가는 걸 보고 별 미친놈을 다 보겠다는 눈빛을 했지만.
어쩌겠나.
이미 난 내 인생의 진로를 정했는데.
내 나이 열한 살, 그러니까 9년 전.
세상에는 휴즈 게이트, 대형 블랙홀이 터졌다.
테러블 이어 만큼이나 끔찍한 한 해가 될 뻔했다.
쏟아지는 인베이더와 그와 싸우는 이들.
그때 나는 한 사람의 등을 보고 결심했다.
저런 사람이 되겠다고.
그래서 대학은 포기했다.
어머니가 알면 엄청 속상하시겠지?
그나저나 내일 시험은 역시나 몸으로 하는 거려나?
과외 선생이라고 붙은 양반이 수업이라 이름 붙이고 훈련만 주야장천 시켰으니, 역시 그렇겠지?
시험은 떨림을 가져왔다.
그래도 난 속 편하게 잤다. 떨어지면 뭐 어떠냐.
아버지도 붙으면 좋다고 했지, 떨어진다고 뭐라 하실 분도 아닌데.
그렇게 난 눈을 감았다.
* * *
“다녀올게.”
“요 앞에 어제 교통사고 났대요. 조심해요.”
“나 알잖아. 사고 피하는 건 전문이야.”
유연호는 아내에게 말하고 집을 나섰다.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새벽이었다. 차갑고 새파란 공기가 폐부를 채운다. 불멸의 육체가 그 모든 감각을 선명하게 느끼게 했다.
좋은 아침이었다.
나가며 폰을 들어 툭툭 전화부를 뒤져 통화 버튼을 눌렀다.
마커로 사고 현장을 그린 땅을 일견하며 지나치는 사이, 전화기 너머 상대가 응답했다.
“네, 선배.”
“내 아들, 어땠냐?”
출장과 함께 이런저런 일이 밀려 이제야 묻는 참이었다.
아니, 아니다.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다.
내심 불안했다.
불멸자는 혼혈을 장려하지 않는다. 그 피가 희석되면 그 힘도 희석된다.
인간과 불멸자 사이의 자식은 그만큼 힘이 부족할 것이다.
그래도 한 사람 몫은 하길 바랐다. 어디 눈먼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습격해도 탈출할 정도로 단련시키고 싶었다.
아비의 마음이었다.
“정말 어땠냐고 물으시는 겁니까? 몰라서 묻는 겁니까?”
연호는 신호등을 기다리며 되묻는 후배 놈의 오만방자함에 일침을 가했다.
“팔다리 끊어서 태평양에 던져 줄까?”
불멸자에게 가장 끔찍한 형벌이 무엇인가.
죽어도 죽지 않기에 생긴 사상 최악의 벌, 그건 수장 또는 매장이다.
“아니, 진짜로 묻는 겁니까? 다 알고 연락 안 하신 게 아니라?”
“뭘?”
“이레귤러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쿼터보다 약해?”
불멸의 피를 반을 이으면 하프, 그보다 적으면 쿼터다.
아예 그 특질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다.
자신의 피가 그만큼 진하니까.
“아니요, 반대입니다. 타고났어요. 태어나 처음 보는 천재입니다. 저 기척 죽이기도 가르쳤습니다.”
건널목을 건너다 말고 연호의 걸음이 멈췄다.
기척 죽이기?
그건 불멸의 기술 중 하나다. 배우고 싶다고 뚝딱 가르칠 수 있는 종류의 기술이 아니었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인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걸 배운다는 건 혈통의 피와 재능이 필요한 문제다.
근데 그걸 배워?
빵!
클랙슨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야, 뒈지고 싶어? 미친놈이 아침부터 쳐 돌았나!”
대한민국에서 운전대는 헐크로 변하는 트리거다.
운전만 하면 사람이 참 난폭해진다.
“난 어지간하면 안 죽어서.”
연호는 담담하게 말하고 턱턱 걸음을 옮겼다.
“……뭐라는 거야, 저 또라이가.”
운전자는 그대로 차를 몰아 사라졌다. 광익의 아버지, 불멸자 유연호는 수화기에 대고 물었다.
“나 위로하려고 거짓부렁 하는 거면 땅에 보름쯤 묻을 거다.”
“제가 왜 그런 짓을 합니까? 선배, 당신 아들 난놈 맞습니다.”
연호는 전화를 끊었다.
지하철을 향해 걸으며 그는 생각했다.
‘역시 내 아들.’
* * *
두 달 내내, 광익의 어머니인 강슬혜는 일부러 아들의 훈련 과정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저 반쪽짜리라도 사람 몫이나 하면 그만이었다.
인간과 변신족의 혼혈이란 건 그 반쪽도 못 되는 경우가 허다했으니.
예전에 각 특수종을 교접하는 미친 매드 사이언티스트 집단이 있었다.
그들은 불멸과 변신의 자식을 만들고.
인간과 불멸자, 인간과 변신족이나 초능과 다른 종의 혼혈을 만들기도 했다.
그들이 바란 건, 이레귤러.
순혈의 힘을 뛰어넘는 혼혈이었는데, 결과는 대실패였다.
그냥 실패만 하면 다행인데, 괴상한 괴물이 태어나기도 했다.
그걸 보고 미쳐 버린 실험체도 있었고.
그래, 실험체. 그 미친 과학자 새끼는 특수종을 실험체로 봤었다.
물론 양쪽의 힘을 다 갖춘 이들이 있기도 했다.
그런 이들이 실재하기에 이레귤러를 원하기도 하는 거고.
하지만 그 실험과 의도는 대실패였다.
아니, 얻은 것도 있긴 했다.
불멸이든, 변신이든, 초능이든, 혈통의 힘을 잇는 이들과 인간이 섞이면, 특수종의 피만 옅어지고 끝이라는 거.
그래, 그거면 됐다.
꼭 뛰어나고 잘나지 않아도 그저 건강하게 자라만 주면 됐다.
그 건강하게 자라는 와중에 흔적이라도 남은 변신의 힘을 잘 다루길 바라는 정도.
그게 그녀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어젯밤에 아들을 맡긴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맥주 한 캔 할래?]드라마가 끝난 열한 시쯤이었다.
알았다며 답한 뒤, 슬혜가 옷을 갈아입고 연호에게 말했다.
“저 요 앞에서 혜민이 엄마 좀 보고 올게요.”
“이 시간에?”
“요새 고민이 많나 봐요. 애가 고3이잖아요.”
“그래, 한창 머리 아플 시기지.”
옆 동에 사는 평범한 수험생의 집안을 팔고 나서니, 딱 달라붙는 반소매 티셔츠에 트레이닝복 긴 바지를 입은 친구가 아파트 후문 앞에 서 있었다.
“왔어?”
사실 걱정이 앞선다. 아들 일이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까.
하지만 묻기가 무섭다.
그래서 묻지 않았었다. 변신족과 인간의 혼혈 중에는 이레귤러가 많다.
좋은 의미의 이레귤러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 결혼을 참 많이도 반대했었다.
이 친구도 그 반대했던 사람 중 하나였고.
슬혜를 본 통나무 선생이 대뜸 말했다.
“운 좋은 년은 뒤로 넘어져도 뒤통수가 멀쩡하다더니.”
“내 머리가 본래 철골이라 깨질 일은 없지.”
어디서나 위트를 잃지 않는 건 강슬혜란 인간의 특징이었다.
“노났다. 이년아.”
“뭐가?”
“네 아들 로또야.”
로또?
눈으로 묻자, 그녀가 훈련 과정을 설명했다.
“하드웨어가 보통 좋은 게 아니야. 문제는 그 하드웨어가 아니지만.”
“그럼?”
“대가리가 엄청 좋아.”
변신족은 완력이 세고 단순하다는 평이 많다.
쉬이 흥분하는 덕분이었다.
야성의 본능이 가져다준 단점이다. 물론 심플하다는 건 장점이기도 했다.
“남의 아들한테 대가리가 뭐니?”
“머리가 좋다고, 거기에 뭘 타고났는지, 야성의 살기도 배워 갔다.”
기척 죽이기와 같았다.
이 또한 쉬이 배울 수 없는 변신족의 기술이다.
그걸 배웠단다.
“발작은?”
“없고.”
변신족은 본능을 참지 못해 발작을 일으키곤 한다. 그걸 컨트롤하는 훈련이 육체 단련의 핵심이었다.
그게 걱정이었는데, 거기에 진짜 반사람 몫이라도 하라고 보낸 건데.
“천재다. 네 아들.”
그런데 친구가 이리 말해 준다.
빈말할 사람이 아니었다.
슬혜는 현관문을 바라보며 어젯밤의 기억을 되새겼다.
친구는 나중에 크게 밥 한번 사라고 말하며 떠났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마님.”
뒤에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에서 깬 모습. 머리는 닭벼슬 같았고, 눈곱도 떼지 않고 입가에는 침 자국도 있지만, 참 잘생겼다.
슬혜는 아들을 보며 생각했다.
‘역시 내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