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291
약먹는 천재마법사 291화
메시지의 의미(1)
“바깥은…… 피해가 많이 심한가?”
힘없이 수련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걸음을 옮기던 레녹이 물었다.
수련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말도 아니다. 성채 중심부 번화가가 완전히 잿더미가 되어버렸지.”
“…….”
“네가 미리 경고를 해둔 덕분에 아직 피신하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구해낼 수 있었지만, 성채 주민들과 남은 가문의 식솔들이 진화에 힘쓰고 있다.”
“……그렇군.”
윌터가 마지막에 무슨 방식을 쓸지 대충 짐작하고 있던 레녹은 다른 사람들에게 미리 뒤처리를 부탁했다.
7레벨 성위마법사의 전투. 그것도 귀도 교단의 주교와 8가문의 가주를 상대로 하는 연전이라면 사방으로 여파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영역을 전개하기 전부터 미리 주위에 손을 써두자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다.
“첸과 맨슨이라는 정신병자도 지금 손을 거들고 있어. 너와 아스이만 탈출하면 이제 이쪽 구획을 통째로 격리할 생각이다.”
흑염이 잘 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아예 구획을 정해 불이 꺼지기를 기다릴 생각인가.
번화가에 남겨져 있을 자산을 생각하면 실로 과감한 결정이지만, 레녹은 수련의 판단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심상을 태워 올린 마음의 불길이 언제까지 타오를지는 레녹도 쉽게 예상하기 불가능하다.
차라리 기간을 두고 천천히 그 성질을 살피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그나저나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재해군……. 한낱 인간이 이러한 짓거리를 벌일 수 있다니. 위계를 완성한 괴물들의 전투는 이런 식인가.”
레녹을 부축한 수련이 주위를 둘러보며 경직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고층 건물의 높이만큼이나 높고 격렬하게 타오르는 흑염의 장막.
아직 여기까지 피해가 미치지 않았음에도 그 열기만으로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를 정도다.
그녀의 말에 아스이가 겁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성위마법사라고 모두 이런 재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반 님이 말도 안 되는 무력을 지니고 계신 것뿐이죠.”
“…….”
“설마 단신으로 이본가의 전력을 분쇄하고 교단의 주교까지 토벌하시다니…… 이 일이 외부에 알려지면 진위를 가리는 것조차 불가능할 겁니다.”
“……주교의 힘과 섞여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을 뿐이다.”
두 사람의 평가가 급격하게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낀 레녹이 슬쩍 말을 돌렸다.
“애초에 내 마력으로 온전히 통제가 되지 않는 걸 보면 모르겠나?”
“교단의 주교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수준에 올라서 세상을 내려다보아야 하는 것인가. 아직 갈 길이 멀군.”
“성채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앞으로 모두가 노력해야 하겠지요. 정진하겠습니다.”
“…….”
씨알도 먹히지 않은 반응에 레녹이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직후, 거리 저편에서 크게 일어난 그림자가 순식간에 세 사람을 감싸 안고 길을 터주기 시작했다.
그 익숙한 마력의 잔향에 레녹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 마력은…….”
“삼영가주가 눈을 뜬 모양이군. 정신을 차리자마자 이쪽을 도우러 오다니…….”
수련이 웃으면서 레녹의 어깨를 들쳐메고 말했다.
“우리가 채주를 잘못 선택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 * *
이본의 본가를 불태우던 흑염은 하루 밤을 더 밝히다 자취를 감추었다.
채주의 권한을 인계받은 오렌이 성채의 외곽 결계를 변형시켜서, 중심부의 불길을 격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흑해요신락으로 일으킨 불길을 능히 가두고도 남을 정도의 강도와 내구성을 지니고도 이만큼 변형이 자유롭다니, 확실히 승천자가 직접 손을 댄 결계는 격이 달랐다.
그 수준으로 비교하자면, 청의 눈이 본진으로 삼는 등대에 걸린 결계와도 능히 비견될만하다.
시의회가 팔굉성채의 영역을 섣불리 침범하지 않는 것 역시, 채주의 권한으로 조작하는 결계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
온몸에 붕대를 칭칭 두른 레녹이 가만히 창밖을 내다보다 고개를 돌렸다.
대리전이 끝나고 삼영가주가 새로이 채주로 등극했음에도 성채 내부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팔굉성채에서도 가장 강한 위세를 자랑하던 세 가문들 중, 일원과 이본 두 가문의 대가 완전히 끊기고 말았으니.
심지어 일원은 가주가 자신의 식솔들을 교단의 먹이로 주어 자멸했고, 이본은 교단과 손을 잡고 성채를 통째로 인신공양하려 했다는 진실의 충격은 엄청났다.
대리전의 끝에서 삼영가주가 보여준 행동이 아니었다면 8가문과 성채 주민들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터.
사도강림이라는 재해를 방지하고, 팔굉성채가 통째로 와해되는 결말을 막아낸 것이 누구 덕분이었는지는 명확한 일이었다.
“그래서, 일원과 이본을 재건하는 일은 없을 거라 이거군.”
“팔굉성채는 육방성채로 이름을 바꾸고 존속할 거다. 그 과정에서 외부의 개입도 적지 않게 이뤄지겠지.”
레녹의 등 뒤에 서 있던 첸이 대답했다.
그는 팔짱을 낀 채로 가만히 레녹이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시 밖에서 돌아가는 일을 생각해 보면 팔굉성채는 아마 삼두령의 직위에서 내려오게 될 거야.”
발칸의 음지를 돌아다니며 창업을 시도하던 첸이라면, 레녹보다도 최근 거대도시의 정세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겠지.
첸은 레녹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놀라운 일은 아니지. 외부와 격리되어 있어 그 실태를 알기 어려웠을 뿐, 성채의 전력 자체는 한참 전부터 열화되고 있었으니까……. 오렌 역시 그 사실을 짐작하고 있을 거다.”
무너져가는 성채의 전력과 위상. 이본가주의 발악 역시 그 사이에서 같이 낙오되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할 수 있을까.
“바깥이 또 시끄러워지겠군.”
삼두령의 자리에서 내려온 팔굉성채와, 새롭게 공석이 된 음지의 거두 자리를 둘러싸고 발칸의 뒷골목이 소란스러워질 거라는 건 당연한 일이다.
레녹의 중얼거림에 첸이 웃었다.
“항상 그렇지. 문제를 하나 해결했다고 모두가 행복한 결말은 찾아오지 않는 법이니까.”
“…….”
“오히려 오렌이나 성채 주민들에게는 지금보다 가혹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성채가 지닌 힘에 비해 그들이 쥔 특권은 너무 많고, 그 사실에 불만을 가진 이들도 한둘이 아닐 테니까.”
발칸의 음지에 군림하는 세 거두. 삼두령이라는 칭호는 거창하기만 한 명패가 아니다.
근방의 상권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대신 음지의 세금을 받으면서 조직의 규모와 인력을 유지한다.
이러한 일련의 거래 그 자체만으로 조직의 근처에 미치는 영향력은 극대화되고, 다른 조직들 간의 위상은 점점 벌어지는 법.
이 바닥에서는 그러한 악명조차 하나의 권력이자 자격인 셈이다.
그런 권위를 내려놓는 성채를 뜯어먹으려는 놈들과 새로이 음지의 정상에 오르려는 이들 간의 암투가 어디까지 번질지는 뻔한 일.
그 과정에서 숨을 죽이던 조직의 실력자들이 힘을 쓰기 시작하면 거리가 개판이 되는 것도 금방이겠지.
하지만 레녹은 그 사실을 뻔히 짐작하면서도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오렌이라면 알아서 잘하겠지.”
당연하지만 거기까지 성채를 위해 힘을 써줄 생각은 없다.
팔굉성채와 얽혔던 것 역시, 귀도 교단의 흔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유적지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일 터.
선교자 윌터를 죽이고 사도강림을 막아낸 것만으로도 레녹으로서는 차고도 넘칠 만큼 일을 한 셈이다.
오히려 지금부터는 레녹이 간섭할 여지가 없는, 순수한 성채의 일이나 다름없었다.
첸은 그런 레녹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핫!! 그럴 줄 알았다. 너처럼 맺고 끊는 게 깔끔한 놈이라면, 여기서 더 손을 쓰고 싶어 하진 않을 테니까.”
“…….”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지나치지 않기로 했다.”
“뭐?”
그제야 고개를 돌린 레녹이 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 친구들과 함께하기로 했던 사업. 그 회사를 여기에 세울 생각이다.”
첸이 대답했다.
“너와 함께한 덕분에 성채 내부에서 내 위상이 많이 올라갔어. 여기서 사업을 벌인다면 여러 가지 특권을 물론이고, 면세 혜택까지 주겠다고 오렌의 약속을 받아냈지. 거기에 아직 성채에는 잘 훈련된 전사들이 상당히 남아 있으니…… 나로서는 꽤 괜찮은 사업기반을 세운 셈이야.”
“…….”
“제니라는 수완 좋은 브로커를 경영인으로 두고 있는 너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문제지만, 막 이 판에 끼어들 생각인 나로서는 골치 아픈 문제들이 있거든.”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웃으면서 팔짱을 꼈다.
“성채의 문제를 옆에서 조금씩 해결해 주면서, 이것저것 받아 챙길 생각이다. 잘만 되면 웬만한 중견 부럽지 않은 규모가 될 거야.”
“그렇군.”
레녹이 고개를 끄덕이자, 첸이 슬쩍 품 안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 들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혹시 우리한테 투자 좀 할 생각 없나?”
“…….”
“시작은 인력소와 비슷하게 가겠지만, 최종적으로는 마력사용자들의 노동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축이나 시설관리 쪽으로 나아갈 생각이야. 특히 음지에서 무너져내린 폐허들을 수복하고 관리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방식은 더할 나위 없이 효율적인…….”
듬직한 동료에서 순식간에 장사꾼이 되어버린 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레녹이 피식 웃었다.
말이야 저렇게 거창하게 해도, 어디서든 자기 앞가림을 해내던 첸이라면 실패할 사업에 몸을 던지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히 첸과의 연뿐만 아니라, 성채의 인연까지 이어두고 싶다면 그의 회사 지분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뭘 원하는지는 대충 알겠군.”
“……진짜?”
“그래. 조만간 적당한 대답을 줄 테니 기다리고 있어라.”
레녹이 이번에 팔굉성채의 존속에 공헌한 정도는 성채의 모든 사람을 합쳐도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
다른 이들이 부상에 신음하고 사태 파악에 힘쓰고 있던 순간, 그는 단신으로 이본의 본가에 쳐들어가 아예 일을 마무리 짓고 나오지 않았던가.
그 과정에서 윌터의 본래 목적이던 사도강림을 저지하기까지 했으니 내막을 아는 이들에게 그 사실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뻔한 일이었다.
오렌 역시 그 모든 일을 전해 들은 뒤, 레녹과의 연을 성채에 붙잡아두기 위해서라도 걸맞은 대가를 쥐여주기로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덕분에 레녹은 자신의 손으로 불태워버린 이본가의 부지와 일원가가 소유하고 있던 저택,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던 유적지의 관리 권한까지 받아챙기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육방성채로 줄어든 성채에서도 사실상 공인되지 않은 새로운 가문의 주인이 된 것이나 다름없는 일.
거기에 남아 있던 일원가의 재산과, 사도의 육신을 불태우고 남은 갑각 일부까지 받아 챙겼으니 보상으로는 차고도 넘치는 수준이었다.
아마 첸이 원하는 ‘투자’도 폐허가 되어버린 이본의 저택이 존재하던 부지를 지분을 대가로 대여해 달라는 식이겠지.
레녹의 재산이나 현물을 당장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고, 거저로 얻은 땅을 대여해 달라는 수준이라면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
활짝 핀 안색으로 손을 흔드는 첸을 보낸 뒤, 레녹은 곧바로 일원가 저택의 안채로 걸음을 옮겼다.
이번 일이 끝난 뒤로 8가문의 가주들을 비롯한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레녹을 찾아왔고, 첸은 그 마지막이었다.
맨슨은 성채가 갑갑하다고 진작에 채주의 인가를 받아 밖으로 탈출한 뒤.
하지만 레녹은 여전히 이 성채 안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윌터가 그토록 바라고 원했던 유적지의 비밀. 닫힌 세계에 새겨진 희미한 균열.
일원가가 소유하고 있던 그 비처에 레녹을 위한 기연이 하나 더 남겨져 있었으니까.
* * *
3층으로 만들어진 일원가 저택의 가장 깊은 심처.
욕실 거울 뒤에 숨겨진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걸으면, 희미하게 햇살이 들어오는 방 안에 펼쳐진 초원이 눈에 들어온다.
황금빛의 결계 안에 보호받는 유적지. 살짝 덮인 수풀 사이로는 낡아빠진 관 하나가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관 안쪽은 텅 비어 있지만,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문자로 적힌 이름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레녹은 아무렇지 않게 황금빛의 결계를 통과해서 유적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오렌을 통해서 결계를 열어둔 뒤다.
유적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체내의 시간이 모조리 느리게 흘러가는 것이 느껴진다.
“음…….”
마치 물 속에서 움직이듯이 느릿하게 움직이는 몸을 천천히 풀밭 위로 안착시켰다.
레녹은 이미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이 유적지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익숙해져 있었다.
사고의 속도는 여전히 이 세계와 같이하고 있지만, 정작 육체는 다른 공간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미 사라져버린 세계선의 영향을.
“…….”
레녹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천천히 마력을 일으켰다.
한없이 느리게 움직이는 몸과는 달리 마력 자체는 그리 느리지도, 또 정상적이지도 않은 속도로 사방에 퍼져 나간다.
그건 마력이라는 술사의 동력원 자체가, 육체와 정신에 동시에 영향을 받는 힘이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유적지 가득히 자신의 마력을 퍼트린 상태로, 레녹은 눈을 감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우우웅!
극한까지 발달한 마력감지가 유적지 내부에서 움직이는 먼지 입자 한 알까지 읽어낼 만큼 예민하게 변한다.
레녹은 그 집중상태를 가히 수십 분씩 유지해가면서 유적지의 공간을 파악하고 해석해내는 일에 집중했다.
차라라락!!
관에 적힌 당장 해석할 수 없는 문자와 관의 존재 자체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 공간이 이제는 사라진 구세계의 시공이라는 것 그 자체.
이 풍경이 레녹이 알고 있는 WOLRD 1.0과 2.0의 흔적임이 틀림없다면,
그 세계선의 괴리 사이에서 레녹이 읽어낼 수 있는 간극이 존재할 것이다.
‘이제는 그 메시지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복마전의 수장이 레녹에게 남긴 메시지. 귀도 교단의 비처를 찾다 보면 시간의 마법에 대해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했던가.
그 말의 진정한 의미는 시간계열의 고유마법이 이 비처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 아니었다.
‘윌터는 이 유적지의 존재 자체가 닫힌 세계에 난 균열이라 말했었지.’
그렇기에 이 유적지를 통해 외해에 신호를 보내고, 암흑의 바다를 떠다니는 종말의 힘을 직접 받아들일 수 있는 소통창구로 작동하고 있다.
귀도 교단은 바로 이런 유적지를 소모품으로 사용해 선교자들을 종말의 사도로서 각성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에 발생한 균열을 이용하는 방식은 그뿐만이 아니다.
세계의 균열. 그건 반대로 말하자면, 그 균열을 통해 세계라는 단면의 구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준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기계의 부품 구성을 파손된 부위를 통해 엿보는 행위와도 같다.
국소적이고, 단면적인 관찰밖에 불가능하며 그 구조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세계라는 기계가 어떤 부품으로 돌아가는지 일부나마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세계의 시간과 공간이 성립하는 작동원리, 그 구세계의 시공과 비교를 통해 그 간극을 파악하고 상대적인 측정을 가능케 한다. 그건 다시 말하자면…….’
시간과 공간 계통의 구체적인 실측자료가 레녹의 손안에 들어온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였다.
레녹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시공의 마법을 만들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를 손에 넣었다는 의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