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379
약먹는 천재마법사 379화
미련과 숙원(4)
얼굴 전체를 낡은 붕대로 둘둘 감은 남자의 감각으로는 단순한 시야와는 다른 것이 보인다.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생하고 도도하게 흐르면서 한 사람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거대한 마력의 흐름이.
마치 이 모든 마력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흐름의 중심에서 힘을 움켜쥔 마법사의 모습을.
그렇기에 더욱 여기서 쉽게 물러날 수 없다.
“……환경에 따른 일시적인 능력증강이라 이 말인가?”
쾅!!
망가진 왼쪽 팔뚝을 억지로 지혈해 수습한 발락이 자색의 파동을 흩뿌리며 걸어 나와 앞뒤로 레녹을 포위한다.
발락과 레녹, 붕대를 감은 남자.
세 사람 사이의 간격은 족히 수십 미터는 넘게 떨어져 있지만, 이 자리의 모두가 그 거리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레녹은 이벨린을 조심스럽게 부축한 채로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 능력에 이렇게 크게 다쳐보는 것도 오랜만이군. 너무 오랫동안 현역에서 물러나 있기는 했지.”
아무렇지 않게 부러진 팔뚝을 매만진 발락이 말했다.
“중앙전선으로 돌아가기 전에, 자네를 상대로 감을 되찾고 가야겠어. 거기 붕대, 준비됐나?”
[보통 이런 경우는 머리만 살려두면 어떻게든 되는 법이지.]붕대 사이로 새빨간 안광을 번뜩인 남자가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드는 일에는 조예가 있다. 틈을 만들어보도록.]“나한테…… 명령하지 마라, 이 무지렁이 놈아!!”
일갈을 내지른 발락의 양손에서 자색의 고리가 회전, 초능력의 정수를 움켜쥔 초인이 양손을 비트는 것과 동시에 일대 중력이 통째로 뒤집혔다.
쿠우우웅!!
세상이 거꾸로 반전되는 듯한 충격.
끊임없이 아래로 떨어지던 항하사미궁의 잔해들이 거꾸로 치솟아 오르면서 머리칼까지 역으로 곤두서는 그 순간.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마법사를 향해 남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쉬익!!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듯한 유령 같은 일보.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레녹의 코앞까지 도달한 남자의 손이 마법사의 가슴을 향해 움직이고, 손끝까지 감싸 맨 붕대가 술술 풀려나온다.
붕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투명하게 변해가는 인간의 살점.
손바닥 반대쪽을 볼 수 있을 만큼 투명한 남자의 손이 레녹의 심장을 단번에 관통하듯 찔러 넣어진 그 순간.
바로 위에서 내려 찍힌 거대한 얼음의 거울이 남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카앙!!
[……!!]남자가 그 예상치 못한 물건의 등장에 멈칫거린 찰나의 순간.
두두두두!!
기다렸다는 듯 허공에서 응결되어 나타난 수십 개의 얼음거울이 삽시간에 주위 일대를 점유하고 내리 찍힌다.
거울에 맺힌 상이 또 다른 거울을 비추며 자신의 모습이 수십 번씩 겹쳐 보인다.
[이건……?]“영체. 그것도 이미 육신과의 조화를 반쯤 무시한 수준이군.”
[……!!]거울 사이로 속삭이듯 들려오는 레녹의 목소리.
“귀신은 보통 자기 얼굴을 볼 수 없다고 하던데, 넌 어떻지?”
와장창!!
남자는 대답하는 대신 풀어 흘린 붕대를 휘둘러 주위의 거울을 모조리 박살 내기 시작했다.
[허튼짓하지 마라…….!!]깨져나가는 무수한 얼음거울 사이로, 남자 자신의 모습만이 조각조각 깨져서 비춰지고.
그 너머로 다시 멀쩡하게 드러난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남자 역시 거울상에 맺히는 것이 온전한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감은 붕대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서라도 필사적으로 얼음거울을 박살 내고 있는 것일까.
부서진 얼음 파편이 채 녹아내리기도 전에 붕대를 감은 남자를 중심으로 무수히 쌓여만 가고.
그 파편들이 남자 자신을 둘러싸고 일정한 패턴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 순간.
얼음 파편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처럼 환하게 빛나며 그대로 남자를 묶어두고 속박하기 시작했다.
파아아아앗!!
[우욱……!!]“영체 전환을 통한 은신술을 사용하는 모양인데, 실체를 고정시킨다면 숨지 못하겠지.”
어느샌가 남자의 앞까지 걸어 나온 레녹이 입을 열었다.
거울에 맺힌 수십 수백 번의 상을 통해 공간에 존재를 고정하는 결계진.
레녹은 그사이 체득해 낸 진둔의 결계술을 이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써먹고 있던 것이다.
“생각보다는 훨씬 잘 먹히는군.”
[네가 우리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감히……!!]콰아앙!!
레녹은 대답을 듣는 대신 손가락 사이로 뻗어낸 뇌전을 그대로 남자의 명치에 꽂아 넣었다.
얼음파편을 모아 임시로 그려 넣었던 마법진이 통째로 폭발. 무너지는 미궁의 공동 사이로 거대한 눈보라가 흩날리고.
그런 눈보라 위로 떠오른 거대한 중력장이 다시 레녹을 찍어누르기 시작했다.
휘우우우웅!!
한번 레녹에게 파동을 역산당했기 때문일까, 정신력 자체를 넓은 공간에 흩뿌리듯 조여 들어가는 방식.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레녹이 마력으로 밀어내는 근방의 공간을 모조리 짓누르고 왜곡시키며 운신을 방해하고 있다.
끼기기긱……!!
공간이 비틀리며 강철이 구겨지는 듯한 소음이 울려 퍼진다.
“자네가 나보다 훨씬 더 머리가 좋다는 사실은 잘 알겠네.”
살짝 고개를 숙인 레녹을 향해 멀쩡한 오른손을 뻗어 움켜쥔 발락이 웃었다.
“그럼 늘 그렇듯 힘으로 찍어누를 수밖에.”
“후우…….”
천천히 숨을 몰아쉰 레녹이, 조심스럽게 이벨린의 몸을 부축한 채로 시선을 돌렸다.
화르륵…….!!
발아래서 피어오른 염열의 기둥이 크게 구부러져 검붉은 불꽃의 파동으로 화해, 레녹을 중심으로 회전하며 터져 나갔다.
파아앙!!
“……!!!!”
초고온의 화염으로 순식간에 달아오른 공기가 팽창하며 발락의 중력장이 어그러뜨리는 공간을 조금씩 상쇄해 나간다.
단 한 번의 반동으로 일대 중력장을 감쇄시킨 레녹이 천천히 어깨를 돌리며 다시금 지옥 같은 불길을 뽑아냈다.
“지친 마법사 한 명을 상대로 언제까지 추한 꼴을 보일 셈이냐……!”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쉴 새 없이 수인을 맺던 대모가 노성을 토해냈다.
들고 있던 지팡이를 거대 지네의 정수리에 꽂아 넣은 채, 준비하던 술식을 완성시켜 그대로 새로운 소환수를 불러낸다.
지네의 머리 위에 꽂아 넣은 지팡이가 양쪽 옆으로 쭉 갈라져 거대한 눈동자와 같은 형태로 변하고.
쩌저저저적……!!
그 눈동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과 동시에 뼈와 살점을 드러내며 거대한 외눈박이 거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므어어어어어!!!]거센 포효를 내지르는 외눈박이 거인의 한쪽 팔에 거대 지네가 휘감기고, 등 뒤에는 괴조가 달라붙어 거인을 미궁 한복판에 그대로 떨어뜨린다.
콰아아앙!!
레녹은 그런 대모를 올려다보면서, 이벨린을 부축하지 않은 다른 손을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두루마리 뭉치가 레녹의 등 뒤에 떠올라 활짝 펼쳐졌다.
두루마리 안에 새겨져 있던 복잡한 결계진이 빛을 발하는 것과 동시에, 무너져가는 공동 사이로 속절없이 박살 나기만 하던 수십 체의 악신상의 두 눈에 빛이 들어왔다.
두두두두두!!!
미궁의 잔해 사이를 파헤치고 부서진 몸을 일으켜 레녹을 둘러싸는 악신상의 모습들.
진둔이 남긴 파피루스 아르겐테우스를 이용해 악신상의 조작권한을 모조리 탈취, 그대로 거인의 상대를 위해 일으켜 세웠던 것이다.
완전히 무너져 미궁의 잔해들과 파묻혔어야 할 악신상이 되려 몸을 일으켜 세운 것을 확인한 대모의 입매가 꿈틀거렸다.
“……그 보석술사 놈에게 악신상의 조작권한을 빼앗아 온 모양이구나.”
“…….”
‘파피루스 아르겐테우스가 무엇인지 모르는군.’
진둔이 다른 이들에게도 마지막까지 비밀로 감춰두었던 마지막 유물이자 열쇠이기 때문일까.
알지 못한다면 굳이 더 내보일 필요는 없다.
레녹이 자연스럽게 두루마리를 다시 감추는 사이, 외눈박이 거인의 어깨 위에 선 대모가 거센 마력을 끌어올렸다.
“네놈이 작정하고 준비를 하고 나온 거라면, 나 역시 망설일 필요는 없겠지. 그만한 각오가 되어 있으리라 믿겠다……!!”
“내가 진둔의 유물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다면, 그쪽이 나를 살려두려 했을까?”
서슬 퍼런 대모의 말에도 불구하고 레녹은 오히려 싸늘한 웃음을 흘렸다.
“이 파이겐바움의 눈을 빼앗아가려 들지나 않으면 다행이었겠지.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시작하자.”
쿠우우우웅!!!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부서져 내리는 악신상의 군세를 향해 손짓한 레녹이 말했다.
“나 역시 이 미궁에서 살아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니.”
더 이상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서로가 원하는 것이 다르고, 손에 쥔 것이 마음과 엇갈린 상황.
레녹의 공방에서 가까스로 버텨낸 남자와 발락 역시 레녹을 향해 사납게 마력을 휘두르고.
네 사람이 동시에 휘두른 힘의 광채가 팔방의 공간을 어그러뜨리며 쉴새없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쿠웅!!
무너지는 거대한 공동을 쥐어짜는 중력장을 받아치고, 지근거리에서 손날을 들이미는 남자를 걷어낸다.
머리 위에서 발을 구르는 외눈박이 거인을 상대로, 수십 체의 악신상이 몸을 던지듯이 받아내며 차례차례 부서져 간다.
콰과과과과!!!
소모품처럼 한번 들이박고 버리는 용도로 악신상을 사용하면서도, 레녹은 이벨린의 몸을 부축하고 조금씩 앞으로 전진한다.
반지를 낀 손을 휘저을 때마다 허공에 덧그려지는 정교한 마법진이 불꽃과 천둥의 노래로 화하고.
[발염도래(撥炎導來)]무너지며 좁혀져 가는 공동에 뜨거운 폭염이 번지며 다시 공간을 넓혔다.
염열계열의 고유마법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순간, 레녹의 손을 타고 흐르는 불꽃은 바다처럼 깊고 넓은 파도가 되어 주위의 모든 것을 쓸어삼킨다.
[화려신(火侶身 : 발산염염(發産念炎)]무너지는 악신상의 잔해들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어 일으켜 세우자, 온몸이 불타는 수십 체의 악신상이 다시금 일어나 외눈박이 거인과 격돌하고.
공간을 달아올리다 끝없이 팽창시키는 열기가 중력장의 힘까지 밀어내며 미궁의 파편 사이사이를 파고들며.
영체 사이로 몸을 숨긴 은밀한 기척이 걸음을 걷는 것조차 불허한다.
쿠구구구구구!!
미궁이 무너지며 사라지는 속도보다, 네 사람이 터트리는 힘의 발로로 공간이 다시 넓어지는 속도가 커져가는 그 순간.
완전히 붉은 빛으로 화한 헤일로가 크게 회전하며 팽창하고, 레녹을 에워싸고 그 틈을 파고 들기 위해 집중하던 세 사람이 동시에 뒤로 물러섰다.
쿠우우우웅!!
굉음. 그리고 침묵.
레녹은 각기 다른 표정으로 입을 다문 세 사람을 거꾸로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치가 좋군.”
“……!!!!”
세 사람은 그 노골적인 말에 미간을 찌푸렸을 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제각기 다른 경지에 올라 종의 한계를 넘보는 괴물들이, 거의 동시에 직감하고 말았던 것이다.
방금 그 자리에서 한 발이라도 더 앞으로 몸을 내밀었다면 죽음에 가까운 치명상을 허용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미궁의 마력보조를 받고 있다고 해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대모가 경악 섞인 고성을 터트리고, 발락이 씹어뱉듯이 중얼거렸다.
“나도 늙었군. 이렇게 어린 친구에게 전투 경험에서 밀릴 줄이야.”
[상성의 차이다.]붕대를 감은 남자 역시 차분하게 자신의 기운을 갈무리하며 말했다.
[저 남자는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군.]이곳에 모인 세 사람은 전부 오랜 시간과 노력,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재능을 조합해 경지에 오른 괴물.
당연히 그 경험과 전투기술에 있어서도 모자라거나 틀린 부분이 있을리가 없다.
부족한 힘과 공간, 그리고 닳아 없어지는 시간 사이에서도 세 사람은 레녹을 제압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그럼에도 원하던 결과를 얻어내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레녹 역시, 처음부터 상황이 이렇게 될 거라는 사실을 어느정도 직감하고 있었다.
‘위계를 초월했다 하더라도 정면전투에 특화된 이들은 아니다. 하물며 쉴 새 없이 무너지며 좁아지는 공동……. 장소를 신경 쓰지 않을 리가 없겠지.’
8레벨의 소환술사와 초능력자. 그리고 그 수준에 가까운 영체능력자.
각기 다루는 분야에서는 적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자신만의 특기를 갈고 닦은 괴물들이지만, 그 전투 능력 자체는 재능에서 파생되는 하나의 결실일 뿐.
레녹처럼 무수한 초인들과의 전투를 통해 힘을 쌓아 올린 이들은 아니었던 것이다.
차라리 이 자리에 카바힘 기사단의 데인이 남아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랐을 터.
하지만 후위에 가까운 술사 둘과, 암살 계통의 초인을 상대로라면 레녹은 셋을 상대로도 승산을 점칠 수 있는 수준과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피차 전력을 다할 수 없는 상황인건 마찬가지지.”
레녹이 천천히 마력을 가다듬으며 숨을 골랐다.
“이제 슬슬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나?”
“……이 미궁이 모두 무너지면 남은 잔여마력의 공급도 끊기게 되겠지.”
발락이 레녹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때가 되면 자네도 지금처럼 여유를 부릴 수는 없을 텐데.”
“글쎄…….”
레녹은 그 말을 부정하는 대신 애매하게 웃었다.
미궁의 잔여마력 공급이 끊긴다 해도, 파피루스 아르겐테우스에 마력을 저장해 사용하면 비슷한 상태를 재현하는 건 가능하다.
거기에 진둔의 마력 일부를 흡수하며 최대마력량을 한껏 늘린 레녹의 힘이라면 마력의 부족함을 걱정하기 전에 끝을 볼 수 있을 터.
그런 사실을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다.
레녹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은, 기절한 이벨린의 몸을 신경 쓰면서 그 정도로 격렬한 전투를 이어가는 게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
서로를 죽이기 위해 작정하고 힘을 사용하면 영역과 소우주가 충돌하게 될 텐데, 레녹은 그 사이에서 이벨린을 온전하게 지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당장 눈앞의 세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그를 위해 진둔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준 이벨린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그런 네 사람의 소강상태는 그리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무너져내리는 미궁의 천장 부근이 터지듯이 폭발하며, 그 위에서 무언가가 공동 아래로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쿠우우우우웅!!!!
자리에 서 있던 네명의 초인이 일제히 비틀거릴만큼 엄청난 충격.
마치 수백 톤에 달하는 질량덩어리를 그대로 내리찍은 것만 같은 무게감에, 레녹이 퍼뜩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 정도 질량덩어리가 미궁 바깥에서 들이닥쳤다면, 그 정체는 아마 틀림없이……!!
“세 분 모두, 이쯤에서 손을 거두고 제 말을 들어주시지요.”
그런 레녹의 추측을 뒷받침하듯, 미궁 안으로 떨어져 내린 무수한 흙더미 사이에서 차분한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제서야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린 발락과 대모가 동시에 인상을 찌푸렸다.
“등대지기……!”
“천견의 손녀가 아직 이 자리에 남아 있었나?”
여타 다른 고위 초인들과 거의 동시에 진둔의 사망을 인지한 라피스.
청의 눈을 이끄는 수장인 그녀가, 미궁에 들이닥친 마지막 결말을 알아차리자마자 부유섬을 이끌고 그대로 미궁 외벽에 처박아 버렸던 것이다.
콰아아아아!!!
수백 톤이 넘어가는 그 막대하기 그지없는 질량의 낙하에, 무너져가는 미궁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박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