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Wizard Takes Medicine RAW novel - Chapter 811
약먹는 천재마법사 811화
승천자 도래(6)
쿠오오오!!
계시의 공능을 돌려 외해를 비추는 순간.
인지의 저편에서 하늘이 열리고, 압도적인 감각이 무간 아래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교단의 사도가 되어, 도래를 직접 상대하겠다는 레녹의 선언.
하지만 신녀는 그 말을 듣고 나서도 곧바로 움직이지 못하고 양손을 떨었다.
[서, 선정 의식을…….]지금 레녹이 던진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그녀 역시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
복마전의 특질계 술사.
공간을 직접 다루는 극도로 희귀한 재능을 가진 천재.
교주의 힘을 화신으로서 간접적으로 다루는 인연자.
레녹 자신이 직접 교단의 사도가 되어, 외신의 화신체로서 다시 태어나겠다는 말인가.
[교단의 사도가 된다는 것은-]신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
[한번 진행하고 나면, 돌이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자리에서 귀하가 의식을 받아들인다면……!!]요르타에서 레녹과 여정을 함께해 온 신녀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의 역량과 재능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 스스로 내리는 판단이 틀리지 않는다는 확고부동한 의지.
그 누구보다 스스로를 신뢰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방법을 찾아나서는 강인한 성정.
독특한 조작술식과 고강한 마력보다도, 외려 내면의 의념과 의지가 더욱 위험하게 느껴지는 기인이다.
어째서 판데모니엄에서 이 술사를 스카웃하려 그리 공을 들였는지.
그리고 대륙 곳곳의 중대사에 그를 투입하여 작전을 맡겼는지, 복마전의 존재에 회의적인 신녀조차 내심 납득했을 정도.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정 의식을 치루어 사도가 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아무리 의지가 강한 존재라 해도, 스스로의 주체성을 지킬 수 있는 이라 해도 그건 이 세계에 한정된 일에 불과할 뿐.
이 세계의 그 어떤 필멸자도 외신의 의지를 거스르는 일은 불가능하다.
하물며 그들의 힘을 내려받아 사도가 된다면, 결코 벗어날 수 없을 터.
만약 레녹이 교단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배교자였다면, 신녀 역시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저 특질계 술사는 분명-
“세이나 나이드리.”
레녹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웃었다.
“괜찮으니 시작해.”
우드드득!!
그 말 한마디만으로 충분했다.
레녹의 허락이 떨어진 순간, 마치 문 너머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것 마냥.
무간의 성소가 비틀리며, 머리 위로 감각이 찢겨나가는 환상이 펼쳐졌다.
여전히 눈에 보이는 대성당의 풍경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레녹의 머리 바로 위에서부터 무언가 금이 간 것처럼 부서지며, 오감 너머로 내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데도, 분명 그곳에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지는 외해와의 연결.
레녹이 그것을 느끼고 천천히 고개를 치켜든 그 순간.
심신을 한껏 고양시키는 듯한 울림이 무간의 성소 전역에 터져 나왔다.
오오오오오!!!!
영혼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그 음색을 듣는 것만으로 정신이 거세게 흔들렸다.
신녀가 지닌 계시의 공능을 통해 외해 저편에서 이곳을 내다보는 시선들.
간절히 기도를 드려야 겨우 응답할법한 종말의 군체들이, 그 의지를 아낌없이 내려보내 이곳을 지켜보고 있다.
쿠과과과!!!!
레녹을 향해 다가오던 승천자조차 순간 걸음을 멈출 정도.
“네놈, 대체 무슨 짓을……!!!”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느낀 도래 흉악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그림자 로브의 형상.
저 자를 중심으로 거대한 의지들이 휘감기며, 보호하듯 어루만지고 있음을 대번에 눈치챘기 때문.
교주의 그릇으로서, 한때나마 그 의지를 받들었던 도래 본인이기에 더욱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본디 이곳에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
아직 이 세계에 내려오는 것을 허락받지 못한 종말들.
모든 인과가 닫히는 결말을 기다리며, 외해 저편을 유영하는 초월적인 존재가 발하는 시선.
“이…… 미쳐 버린 놈이!! 여기서 세계의 결말을 앞당기기라도 할 셈이냐!!”
도래가 마력을 한껏 일으켜 세우며 곧바로 내면의 심상을 전력으로 일으켜 세웠다.
부서져라 움켜쥔 주먹을 중심으로 마력이 회전하며, 의념과 심상을 더해 처연하게 들끓기 시작했다.
그그그그극!!!
묵색의 투기가 도래의 오른팔을 중심으로 비틀리듯 튕겨 나가, 대번에 승천자의 등 뒤로 길게 늘어진다.
마치 먹으로 점칠된 태양을 쏘아내듯, 엄청난 크기의 투기가 나선형으로 회전하며 사출.
구중도래 전승비의
일겁(日迲)
그 자리에서 흔들리는 레녹의 신형을 정면에서 짓뭉개 버렸다.
콰가가가각!!
넘실거리는 묵색의 해일이 무간의 성소를 맞대 깎아낸다.
처절하게 마모되어 닳아 없어지더니, 끝없는 소멸을 이기지 못하고 이내 그 공간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레녹은 그 자리에 서서, 흘러내리는 가면을 힘없이 붙들고 서 있었다.
그림자 로브를 중심으로 피어오르는 처연한 아지랑이.
레녹을 사이에 두고 회전하는 무수한 의지들이, 투기를 받아내며 소멸하고 있다.
“가호가……!!”
레녹을 대신하여 외신의 의념이 스스로를 희생해 받아냈다고는 하나, 그것만으로는 승천자의 힘을 온전히 받아낼 수 없다.
도래 자신이 휘두르는 심상기는 온전한 승천자의 육체를 기반으로 하는 완성된 무예의 절기.
하지만 도래의 육신을 보호하는 교주의 가호가, 외려 레녹을 향한 공격을 방해하며 막아서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지금 레녹을 둘러싼 외신들의 의지 때문이라는 사실을 도래가 깨닫고 얼굴을 굳힌 그 순간.
[선택해라…….] [아이야, 선택하거라…….]레녹의 사방에서 넘실대는 의지와 마력이, 스스로 부딪혀 소멸하며 육성의 형태로 속삭였다.
말라비틀어진 보랏빛의 손. 해파리처럼 흐물거리는 투명한 뿔.
노인처럼 늙어버린 탯줄달린 아기와, 사슴의 머리를 한 석상.
이 세계에서는 제대로 목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리와 균형을 초월한 의지가 실재하는 형태로 화해 레녹의 곁에 내려섰다.
[너는 선택할 수 있다…….] [우리를 고를 수 있다…….] [제발, 내 손을 잡아…….]쉴 새 없이 레녹을 향해 그 의지를 휘감고 비비면서, 간절하게 속삭이는 무형의 의지들.
그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의 중심에서, 아무런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레녹의 모습.
자신을 둘러싼 외신의 의지가, 지금 그를 바라보며 애타게 갈망하는 이 상황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어떤 속삭임과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말없이 외해 저편을 거꾸로 들여다보는 마법사의 신형.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녀가 물었다.
“…….”
[당신은 그분이 아닙니다. 절대 그분이 될 수 없는데도, 이건, 이건…….]스스로도 무엇을 말하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 신녀가 혼란스레 중얼거렸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도가 되는 것 아니라, 마치-]“언젠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결말의 분기점들 중 하나지.”
레녹이 대답했다.
“누군가는 이미 선택했을지도 모르는, 그렇기에 내게는 더 이상 기회가 남아 있지 않은…… 이건 그런 미래의 파편들 중 하나다.”
무표정한 눈빛으로 신녀를 돌아본 레녹이 말했다.
“그래서 이 시점에 있어서는 안 될 힘과 의지가, 이렇게 내려와 나와 함께하려 하는 것이겠지.”
[…….]신녀는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레녹이 대답한 말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보고 느낀 모든 여정을 함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레녹 역시 이해를 바라고 던진 대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동안 레녹에게 대답을 전한 모든 초월자들이 남긴 전언이 으레 그러했듯.
때론 누군가에게 전하는 대답이, 자기 자신을 위한 메시지일 때도 있는 법이었다.
“승천자 도래는 이미 죽어 그 육신만이 남았지만, 그럼에도 생전의 기억이 아직 그를 움직이게 하고 있다.”
레녹이 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걸 상대해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교주의 가호와 승천자의 불멸성을 동시에 훼손시킬 수 있는 힘이 필요하겠지.”
[……그래서, 사도가 되기로 결심하신 겁니까?]신녀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아닙니다. 이건 잘못된 일이에요.]“어째서지? 내가 교리를 믿지 않아서? 내가 너희들의 신앙을 비웃으며 멸시했으니까?”
레녹이 웃으며 물었다.
“아니면, 내가 교주 자신에게서 비롯된 존재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분의 도래 이후로, 외해의 신들께서 이리 관심을 보이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신녀가 서글픈 표정으로 대답했다.
“…….”
[만신의 기쁨 속에서 화신이 된다 한들, 당장의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는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레녹은 그런 신녀의 대답을 말없이 곱씹다가 웃었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지.”
자신을 감싸안은 무수한 외신의 염상을 돌아보며 레녹이 수긍했다.
“내가 이들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들의 화신이 된다면, 그건 내가 바라는 것과는 다른 결말로 향하게 될 테니까.”
선정 의식을 통해 사도가 된다 해도, 그 끝에 존재하는 것은 처참한 파멸뿐.
교주를 섬기는 신도들조차 그 결말을 피할 수 없을진대, 교리를 믿지 않는 불신자가 그것을 피해갈 수 있을까.
레녹 역시 그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시의 공능을 빌려 선정 의식을 개시한 이유는, 레녹 자신이 그리되지 않으리란 강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외신들의 아래 서 있으니 확실하게 알 것 같군.”
귀도교단 극동지부.
전대 신녀 이젤 나이드리를 통해 사도 선정 의식을 마주했을 때처럼,
그때 이젤 나이드리 대신 자신을 선택해 강림하려던 외신들을 바라보며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처럼.
당시 어렴풋이 짐작하고 추측했던 대답을, 이제는 한층 더 가까이서 바라보는 것처럼.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의심을 붙잡아, 조금씩 확신으로 바꾸어 나간다.
“난 역시 무엇 하나를 선택할 수 없는 인간이다. 언젠가는 그리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담고 싶어 끊임없이 대답을 미루고 있지.”
[……귀하?]그 순간, 레녹을 중심으로 무채색의 파문이 터져나와 순식간에 주변의 시공을 거꾸로 잡아먹기 시작했다.
파아아아앗!!!
신녀조차 흠칫할 만큼 압도적이고 강대한 의지의 파동.
그것만으로 무간의 성소 전체가 파묻힐 것처럼 넘실대며 급격하게 사방의 정경을 바꿔 나간다.
곁을 지키던 외해의 의지들이 발작하며 그를 붙들려 하지만, 레녹의 심상은 그런 손길을 너무나 가볍게 떨쳐내며 고유의 영역을 구축했다.
쿠과과과과과!!!!
끝도 없이 펼쳐진 거대한 암흑의 공허 저편에서, 황금빛의 광채가 회전하며 빛을 발하는 듯했다.
저 멀리서부터 펼쳐지는 황금빛의 고리를 바라보며, 신녀의 영체가 멍하니 시선을 들어 올린 그 순간.
“잊혀진 실패를 답습하고 돌아보면서, 어딘가에는 더 나은 대답이 있으리라 믿으면서.”
레녹이 다가오는 만화경의 분기점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먼저 쓰러진 실패자들을 비웃고…… 나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실감하면서.”
신녀를 향해 시선을 돌린 레녹이 말했다.
“그렇게, 과정이 대답이 되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파아아아앗!!!
아득한 우주 저편에서 빛나는 단 한가지 분기점의 형상.
그간 레녹이 펼쳐왔던 만화경의 심상과는 다소 다른, 어딘가 공허하게까지 보이는 분기점의 모습.
하지만 레녹의 눈앞에 다가온 분기점의 풍경은 그 무엇보다 선명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레녹이 사도 선정 의식을 통해 굳이 이렇게 외신들의 의지를 부른다는 위험을 감수한 이유.
사도가 되겠다는 선언을 통해 그들의 갈망을 모아 자신의 곁에 붙잡아둔 이유.
그건 레녹이 지닌 만화경의 심상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형태로 비틀린 분기점을 무엇보다 확실하게 불러내기 위함이었다.
레녹 자신이 본래 결코 선택하지 않을 분기점이기에 평소에는 사용할 수 없으면서도.
언젠가 다가올 교단과의 결전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해 남겨두었던 광기의 가능성.
“와라.”
쿠과과과과과!!!!
만화경 너머로 손을 뻗은 그 순간, 수십 개에 달하는 거대한 검은 기둥이 양옆으로 솟아올랐다.
거목에 비견될 법한 압도적인 비경을 지닌 거대한 기둥이 레녹의 좌우로 도열한다.
어두워진 무간의 정경 아래로 본디 비춰지지 않을 별빛이 무수한 빛의 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렸다.
암흑의 성역. 공허의 신전.
신녀가 개시한 사도 선정 의식을 통해 타락하는 광인의 분기점.
어떤 신을 섬기는 일 없이, 어떤 외해의 의지에 굴종하는 일도 없이 방황하는 무해(無海)의 사도를 넘어.
불멸성을 탐하는 광인들의 심판자로서 자신만의 성역을 바로 세운 광자의 신전.
끝을 알 수 없는 무간의 대성당 한복판에, 외신을 거부하는 무해의 성역을 새롭게 펼쳐낸다.
드드드득!!!
그것만으로 레녹의 곁에 매달리던 외해의 시선들이 그대로 뜯겨나가며, 속절없이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미친 듯이 절규하며 어떻게든 레녹을 붙잡기 위해 발악하는 외해의 의지.
하지만 레녹은 그런 외신들을 일절 돌아보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암흑의 신전 위로 비춰지는 별빛이 회전할 때마다 알 수 없는 무형의 힘이 레녹의 몸 위로 거칠게 내리꽂히고.
그와 함께 피투성이로 망가졌던 레녹의 육신이 그 자리에서 수복되기 시작했다.
뚜둑, 뚜두두둑!!
넝마가 된 그림자 로브를 걸친 채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느릿하게 온몸의 뼛조각과 근육을 끼워 맞추고, 헤아릴 수 없는 마력을 육신에 담은 채 고개를 치켜들었다.
자성영역 부분전개 : 분기점 관측
참칭위계 심상구현
[광라무해궁(狂裸無海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