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Beyond Fantasy Smartphones RAW novel - Chapter 178
케루빔 : 에스타시아 (2)
아침에 눈을 떠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자고 있는 에스타시아의 얼굴이었다.
그녀는 침을 흘리며 마수인형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째서 인형이 이곳까지 딸려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에스타시아와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나는 자고 있는 에스타시아를 내버려두고서, 몸을 일으켜 침대 밖으로 빠져나왔다.
“······.”
에스타시아를 피해 침대 밖으로 나오면, 바닥에 떨어져있는 깃털의 모습이 보였다.
바닥을 나뒹구는 새하얀 깃털은 누가 보더라도 에스타시아의 것이었다.
개를 키우면 집안에 개털이 굴러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아무래도 천사를 키우면 집안에 깃털이 흩날리는 모양이었다.
나는 조용히 에스타시아의 깃털을 바라보다가, 이내 하나를 손에 주워들었다.
“깃털인가······.”
손에 든 깃털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허나 천사의 깃털이라고 해서 특별한 점은 없었다.
그냥 평소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깃털과 다를게 없었다.
나는 에스타시아의 깃털과 함께, 구석에 놓여있던 담배와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담배의 경우에는 지금은 죽어버린 그룹의 리더에게 건네주려고 챙겨두었던 물건이었다.
물건을 전부 챙긴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서 밖으로 빠져나왔다.
복도에 나서자 싸늘한 바람이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여전히 조용하네.”
복도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방에서 바라보던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꿈과 환상으로 포장되어있던 신역과는 다르게,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빛바래고 녹슬어있었다.
이 세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버린 상태였다.
나는 망가진 도시의 풍경을 눈에 담으면서,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었다.
평소에는 자주 피지 않던 물건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담배라도 태우고 싶은 기분이었다.
딸깍.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붙이고 나면, 담배를 좋아하던 리더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결국은··· 아무것도 못줬나.”
초콜릿의 보답으로 주려고 챙겨두었던 술과 담배도 결국 내 손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나는 허탈한 감정과 함께 천천히 도시의 정경을 바라보았다.
활기차던 도시가 망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도시를 한바퀴 순환하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후우······.”
희뿌연 연기가 바람을 타고 흩날린다.
진실을 가리던 안개가 모두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진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나 자신의 잘못도.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미래조차도.
이제는 눈을 돌리고서 못본척 도망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에스텔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던간에, 한동안 너를 붙잡고 있어야만 하는 건 변함없겠네.”
그렇기에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향해 이야기했다.
허나 화면이 꺼진 스마트폰으로부터 대답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나는 대답이 없는 그를 재촉하듯이, 다시 한 번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
오랫동안 나를 대신해서 목소리를 전달해왔을 익숙한 존재의 이름을 말이다.
“안 그래? [신기 : 스마트폰].”
신 번역기.
아니, [신기 : 스마트폰].
인과율 보정에 대한 경고 메세지에서 언제나 지워져있던 녀석의 이름을 입밖으로 꺼내어본다.
그러자 액정에서 빛이 흘러나오며, 나를 향한 녀석의 대답이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 “나에 대해서 이미 짐작하고 있었군.”
“에스텔이 직접 그런 짓을 했을리는 없으니까, 그 녀석을 대신해 내 의사를 전달하던 존재가 있었겠지.”
– “······.”
“나름 합리적인 추론이잖아?”
나를 대신해 누군가 신의 행세를 하던 존재가 있다.
에스텔에게 스마트폰이 신기라는 이야기를 들은 시점에서부터 떠올린 추론이었다.
살아있는 인간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이 세계에서, 나를 대행할만한 존재는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 “그렇군.”
내 이야기를 들은 스마트폰은 순순히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굳이 내 추론을 부정할만한 이유도 없었겠지만 말이다.
녀석은 잠시동안 입을 다문 채로 침묵하더니, 이내 다시 화면을 깜빡이며 나에게 목소리를 전해왔다.
– “그래서, 무슨 이유로 나를 부른거지?”
내가 녀석을 부른 이유.
그것은 지금 당장 녀석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던 까닭이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비스듬히 기울인채로, 노이즈가 가득 껴있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 조그마한 기계장치속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을 녀석을 향해 이야기했다.
“한 번 들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야.”
– “뭐가 궁금하지?”
“네가 보기에도 내가 신처럼 보이냐?”
에스텔은 지금까지 겪어왔던 모든 것들이 나를 신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낡아빠진 문 너머의 작은 공간이 나를 위해 만들어진 신역이라고 이야기했다.
에스텔의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나는 평범한 인간과는 어딘가 다른 존재일 것이다.
이를테면 나도 모르는 신의 권능이 어딘가에 잠들어있다거나 말이다.
스마트폰에게 건넨 질문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 “그렇다.”
질문을 받은 스마트폰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대답했다.
적어도 녀석의 눈에 나는 신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였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의 이야기였다.
나는 자신의 정체에 대한 것을 녀석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내가 무슨 신으로 보이는데? 정의의 신? 아니면 학살의 신?”
여섯 여신들이 저마다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처럼, 내가 신이라면 그에 합당한 이름이 붙여져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붙여진 이름은 어떠한 것인가.
그것을 스마트폰에게 물어보면, 이번에는 부정적인 대답을 늘어놓는 녀석이었다.
– “네가 어떤 존재인지 내가 알 방법은 없다.”
“너마저도 나에 대해서 모르는거냐?”
– “나는 한낱 피조물에 불과할 뿐이다. 내가 아는 것 이상을 물어보더라도, 나에게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아쉽게도 내 정체에 대한 것은 녀석조차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질문을 끝내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렇단 말이지.”
– “다만 내가 지금까지 지켜봐왔던 너의 운명에 대해서는 이야기해줄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가 다시 한 번 스마트폰을 향해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녀석이 나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것이 한가지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운명이라.
지금으로서는 나에게 있어서 도움이 되는 이야기일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번쯤은 들어봐도 나쁠 것이 없어보였다.
“좋아, 말해봐. 내가 어떤 운명인데?”
– “너는··· 파멸의 운명을 타고났다.”
“파멸······?”
그리고 녀석이 말하는 나의 운명은, 썩 유쾌한 내용은 아니었다.
파멸의 운명.
듣기만 해도 거부감이 드는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계속하라며 스마트폰을 향해 눈짓하면, 녀석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네 눈길이 닿은 녀석들은 죽음을 자초하고, 네 은혜를 받은 녀석들은 파멸을 향해 달려가게 되지.”
– “그 운명은 끝내 그 자신과 세계마저 파멸로 몰아넣고 말았다.”
녀석의 이야기를 듣기 무섭게, 스마트폰의 화면 너머로 마주했던 캐릭터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때로는 나를 위해서.
때로는 그들 자신이 죽음을 자초하면서.
수많은 생명이 덧없는 최후를 맞이해왔다.
악신이 주시하는 자에게 어울리는 결말이었다.
“파멸이라······.”
– “너는 파멸이다.”
어떻게보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망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은 모두 내 곁을 떠났으며, 이곳에 남아있는 자신조차도 파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모든게 운명의 장난이라고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내가 파멸의 신이라도 된다는거야?”
– “그건 나조차도 알 수 없다.”
“그러냐. 너도 결국 쓸모없는 고철덩어리였네.”
– “······.”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난간에 짓이겼다.
열기를 잃어버린 담배꽁초가 부스러졌다.
아무도 없는 거리를 향해 그것을 내던지고는, 다시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스마트폰의 화면에서는 여전히 노이즈가 낀 알 수 없는 내용물이 출력되고 있었다.
“고작해야 그런 이야기를 들으려고 너를 부른건 아니었는데··· 뭐, 됐나.”
결국 제대로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나는 혀를 한 번 차고서는,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난간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양손으로 그것을 붙잡아 화면을 손가락으로 쓸어넘겼다.
허나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긴다고 해서, 화면의 내용물이 바뀌는 일은 없었다.
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녀석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이상한거 그만 띄우고, 뽑기 화면이나 보여줘라.”
전쟁은 피할 수 없다.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전쟁을 위한 준비는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했다.
그것을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이 바로 뽑기였다.
치직—.
내가 명령을 내리기 무섭게, 스마트폰의 화면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화면을 바꾼 녀석은 나를 향해 곧장 이야기했다.
– “뽑기를 할 생각인가.”
“그래. 이게 너희들이 원하는거잖아?”
나는 눈앞에 떠오른 영롱한 빛의 뽑기버튼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무작정 성지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켜봐야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니 그 전에 을 통해 교단의 전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의 뽑기는 유일하게 인과율 보정없이 스펙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까 말이다.
“내가 이걸 써서 교단이 강해지는거 말이야.”
물론 10회 뽑기에 필요한 비용은 결코 적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손을 벌벌 떨면서 쉽게 결제하지 못했을 금액이었다.
평범한 회사원의 월급으로는 남용할 수 없는 금액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다르다.
여태까지 통장에 쌓아왔던 금액을 전부 과금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에스텔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나에게 전쟁을 강행할 것을 요구해온 것이었다.
“통장에 남아있는게 3천만원 정도니까··· 못해도 3천번은 뽑을 수 있으려나.”
내가 이런 금액을 게임에 사용하게 될거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세상이 멸망하고 난 이후에서야 내키는대로 돈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찾아오다니.
어찌보면 이만큼 우스운 일도 없었다.
나는 허탈한 얼굴로 화면속의 10회 뽑기 버튼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손가락 끝으로 버튼을 터치했다.
– 10회 뽑기를 이용하시면 게임 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아이템을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꾸욱.
익숙한 터치감과 함께 화면에 아이템이 출력되기 시작했다.
언제나 마주하던 그때의 그 뽑기였다.
– [딱딱한 흑빵]을 획득했습니다.
– [딱딱한 흑빵]을 획득했습니다.
– [딱딱한 흑빵]을 획득했습니다.
– [딱딱한 흑빵]을 획득했습니다.
– [딱딱한 흑빵]을 획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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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딱한 흑빵]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마주하던 익숙한 결과물들이 눈앞에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