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경찰이 나를 찾아왔다.
“강남경찰서 사이버 수사 범죄 오유찬 경위입니다.”
“어떤 일이시죠?”
“방숙자 씨 아십니까?”
“네.”
짧고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바보가 아니라면 내 말투가 얼마나 싸늘한지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형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방숙자 씨 소유 법인 계좌를 털어가는 금융 범죄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요?”
“방숙자 씨와 감정이 좋지 않은 분들을 만나보는 중입니다.”
“그 여자가 그러든가요? 나랑 감정이 좋지 않다고?”
“네. 그렇게 말하더군요. 근데 제가 봐도 적대감이 느껴질 정도니까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알 것 같습니다.”
“제가 그 여자 전남편 혼외자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괴롭힘을 많이 당했습니다. 그러니 감정이 안 좋을 수밖에요.”
“가족 문제군요.”
“가족 문제 상담하러 오신 건 아닐 테고 정확한 용건을 말씀해 주시죠.”
오유찬 경위는 모른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자기 미래에 고춧가루를 확 뿌려댈 수 있다는 걸 말이다.
“글쎄요. 방숙자 씨 주변 사람 중에선 이무혁 씨가 제일 적대적이라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최근 행적 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최근이라면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말하는 거죠?”
“금융 범죄가 일어난 대략 일주일 전을 말하는 겁니다.”
“일주일 전이라면 서울에 있었습니다. 더 물을 것이 있습니까?”
“당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당분간 서울을 벗어나지 마세요.”
“이유는요?”
“지금으로선 이무혁 씨가 제일 의심돼서 그러는 겁니다.”
“형사로서 촉인가요?”
“뭐! 그렇다고 해두죠. 그럼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방숙자에게 의심 가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을 것이고, 당연히 내 이름을 거론한 듯했다.
경찰이 귀찮게 할 것 같지만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귀찮은 건 어쩔 수 없게 되었다.
“오빠! 경찰이 무슨 일로 온 거예요?”
“그 여자네 사업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야.”
“무슨 문제요?”
“법인 계좌가 털렸다는데… 쳇! 그 여자가 날 지목했겠지.”
“오빠가 한 일이에요? 솔직하게 말해줘요.”
“…….”
“오빠!”
“내가 맞아.”
“잘했어요.”
에밀리는 대회 홍보 때문에 한 달 동안 미국에 갔다가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예전처럼 대화할 시간이 부족했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당연하죠. 그 여자는 오빠에게 최강의 빌런이잖아요.”
“큭큭! 맞네. 빌런!”
“더 철저하게 짓밟아요. 원래 악당을 밟을 땐 철저하게 밟아야 해요.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자라온 환경이 그래서인지 여느 여자와는 생각하는 것이 달랐다.
가족 중심의 미국 문화가 베여 있는 탓도 있을 것이다.
그쪽은 가족을 건드리는 놈들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용서하지 않으니까.
“고마워!”
에밀리를 당겨서 안았다.
* ? ? * ? ? *
“이무혁 그 사람은 만나봤어?”
“네.”
“어때?”
“혼외자라 그런지 방숙자가 엄청 괴롭혔던 모양입니다. 적대감이 장난 아니더라구요.”
“조심해. 그 사람 생각보다 거물이야.”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배경 조사를 해봤는데 검찰 총장하고도 아는 사이고 검찰 쪽에 인맥이 많아. 세화그룹과도 연결돼 있고.”
“그래도 죄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죠.”
“증명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과 나왔습니까?”
“지금으로선 추적 불가야. 솔직히 뺑뺑이 돌린 마지막 종착역을 알아내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단다.”
국내 계좌를 이용한 경우에는 어찌해도 찾아낼 수 있겠지만 해외로 나간 뒤라 협조를 얻어내려면 한세월이고 몇 나라나 통했는지 알아내는 데만 해도 한세월이다.
사실상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접을까요?”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제가 알아서 해도 되겠습니까?”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진 알아서 해봐.”
“네. 팀장님!”
오유찬은 내심 용의자를 특정해 놓고 있었지만, 심정적으로 의심할 뿐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봐서 뭔가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 따라다니면서 뭘 하는지 볼 생각이다.
시간은 흘러 일주일이 지났다.
“오 경위님! 이거 그만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왜?”
“돈도 많은 사람이 굳이 그런 일을 했을 것 같지 않아서요.”
“돈이 문제가 아니야. 내가 느낀 적대감은 장난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접근이 불가능해서야 뭘 해보기나 하겠습니까?”
어딜 잘 다니지도 않고 다니더라도 경호원이 잔뜩 붙어 있어서 미행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유찬 경위 파트너는 괜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볼멘소리를 하고 있었다.
“도청이라도 해보면 좋은데 허가가 안 나겠지?”
“당연하죠.”
“그렇다면 주변 사람을 공략해 보자.”
“누굴 말하는 겁니까?”
“누구든.”
“근데 좀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뭔데?”
“이무혁 그 사람, 뭘 해서 그리 돈을 많이 벌었을까요? 보니까 요근래 1, 2년 사이에 엄청난 돈을 벌었던데.”
“그럼 넌 그쪽으로 조사해봐. 난 조금 더 따라다녀 볼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났다.
오유찬 경위 파트너인 김정우 경사는 방배동 심리상담소를 파기 시작했고, 연간 회원비가 1억 원이나 된다는 것과 내가 무당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냈다.
“오 경위님!”
“뭐 좀 알아냈어?”
“이무혁 그 사람이요, 방배동에 심리상담소라는 걸 하는데 아세요?”
“팀장님한테 들은 거 같은데… 그건 왜?”
“거기 연간 회원비가 1억 원이나 된다는 것도 아세요?”
“1억?”
“네.”
“뭐야? 무슨 사이비 교주라도 돼?”
“그런 건 아니고 하는 짓이나 돌아가는 거 보면 영락없이 무당 같습니다.”
“무당?”
“네. 간판이야 심리상담소라는데 그런 걸로 연간 회원비를 1억이나 받을 리 없잖습니까?”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유추해낸 거지만 나름 정확하게 분석한 거였다.
그러나 그 사실로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건 그런데 심리상담소가 없는 것도 아니고 무당이라고 추측하기엔 어폐가 있지 않아?”
“아직은 그렇죠.”
“그리고 무당이라고 해서 범죄가 되는 건 아니잖아.”
“거기 회원 명단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는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팀장님이 조금씩 압박하는 거 알지?”
사건이 많은데 하나만 붙들고 있을 수 없다는 이유로 포기하라고 하는 것을 오유찬이 억지로 붙잡고 있는 거다.
“조금만 더 파보겠습니다.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알았어.”
의심스럽긴 한데 뭐가 나오질 않으니 수사가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 ? ? * ? ? *
이동진은 평소 자주 들르는 파인 다이닝 식당에서 혼자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
그런데 만나기로 약속하지도 않았는데 백은학이 나타났다.
“빚 받으러 온 건가?”
“아직은 아니야. 보름 정도 남았으니까.”
“그럼 식사나 하게. 자네 밥 사줄 돈은 있으니까.”
“벌써 승계 작업을 끝낸 건가?”
“살림이 좀 작아야 말이지.”
“갚을 돈은 있고?”
“마음대로 하게. 죽기밖에 더 하겠나.”
“재산을 자네 아들이 물려받았으니 그쪽에서 받아내면 되니까 걱정 말게. 계약서 보니까 자네가 가진 지분을 담보로 내걸었던데 내가 포기할 이유가 없잖나.”
“난 가진 것이 없으니 그것도 자네 마음대로 하게.”
이동진은 궁리 끝에 배 째라고 막장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이 정도에 놀랄 백은학이 아니다.
이날 이때껏 별의 별꼴을 다 보면서 돈 장사를 해왔다.
이동진은 진상 축에도 끼기 힘들었다.
“자넨 임자를 잘못 만났어. 그러게 자네 씨를 받은 아들을 왜 무시했나.”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 건가?”
“자네가 낳은 자식 중에 유일하게 제대로 된 자식은 이무혁 대표가 유일하단 말일세. 막내아들에게 다 넘겨주고 뒤에서 휘두를 생각인 모양인데 자네 맘처럼 쉽진 않을 걸세.”
“시답잖은 소리나 하려거든 그만 가게.”
“보름 남았네. 모든 것을 빼앗기기 전에 돈이나 준비하게.”
“마음대로 하라고 했네.”
“뭘 믿고 그리 배짱을 부리는 건가?”
“난 가진 것이 없으니 법을 믿을 수밖에.”
“허허허! 날 몰라도 한참 모르는군. 그러다 죽는 수가 있어.”
백은학이 직접 사람을 죽인 적은 없으나 그 밑에서 일하는 채권 추심조는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하는 자들이다.
“어차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야.”
“허허허! 두고 봄세. 지옥이 어떤지 보게 될 거니까.”
백은학은 지옥이란 말을 남기고 갔지만 이동진은 시선도 주지 않고 남은 스테이크를 모두 썰어 먹었다.
‘이대로 죽지 않아.’
으득!
아진그룹을 만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했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었다.
남은 고기를 으득으득 씹어 먹고 나서 아들을 만나러 출발했다.
“오셨어요?”
“그래. 별일 없고?”
“네. 아직은요.”
“내가 사람 보낼 테니까 당분간 경호원 대동하고 다니거라.”
“갑자기 경호원은 왜요?”
“명동 그 인간이 가만있을 것 같지 않아서 그러니까 내 말 들어.”
누굴 달고 다니는 건 딱 질색이다.
자신을 감시하는 것 같아서 수행비서도 억지로 끌고 다니는데 경호원은 더 싫었다.
이게 다 갑자기 사업을 물려받은 탓이었다.
“차라리 돈을 갚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은행에서 대출받으면 되잖아요.”
“대출될 것 같았으면 애초에 그 녀석을 찾아가지도 않았다.”
“그럼 누나 데리고 가서 신 회장님께 무릎이라도 꿇으세요.”
“뭐?”
“백은학 그 어른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신기동 회장이잖아요. 제대로 된 사과는 하셨어요?”
듣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니다.
금융권 대출을 꽉 틀어막은 건 시기동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잔뜩 틀어져 있는 신기동 회장 마음을 돌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마.”
“숙일 땐 숙여야 합니다. 남은 거라도 지키고 싶으시면 서두르세요.”
갑자기 물려받은 이준영도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기동 회장에게 가서 사과하고 금융 대출이라도 받으라는 거다.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엄마네 회사에 문제 생긴 건 아세요?”
“무슨 문제를 말하는 거냐?”
“법인 계좌가 털렸답니다. 집에는 도둑이 들구요.”
“넌 아들이라 걱정하겠지만 난 남이다. 더 이상 네 엄마 얘기는 하지 말거라.”
“아버지!”
“어허!”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 보면 이준영은 그나마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듯하지만, 그는 약쟁이였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네가 잘해서 물려준 거 아니니까 1절만 해.”
“무혁이 그놈이 계좌를 털었을지도 모르는데도 가만있으란 겁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경찰이 그러는데 주변 사람 중 하나가 범인이라면 무혁이 그놈이 가장 가능성이 높답니다.”
“증거는 있고?”
“그건 아니에요.”
“추측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다. 증거가 있는 거 아니라면 쓸데없는 일에 정신 쏟지 말고 일이나 제대로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