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70
밥만 먹고 레벨업 1071화
벤더는 진정한 초월자가 되기 전에도 무척이나 강한 강자였다.
초월자의 시련을 고작 6분대에 끊는 신기록을 세운 인물이기도 했다.
그 신기록이, 이 앞에 있는 민혁에게 깨지긴 했지만 말이다.
하나 그렇다 한들 벤더는 아직 민혁이 닿을 수 없는 강자였다.
그런 벤더는 떨어진 펜을 보며 신음을 흘렸다.
‘언제 이렇게…… 성장했지.’
그는 마음속으로 민혁에게 질문을 던졌다.
민혁은 절대적 스턴기인 압도를 사용해 벤더를 묶어, 2초 동안 여덟 번 벤더의 손에서 펜을 뺏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이 있었다.
‘뺏은 팬을 다시 쥐여준 후, 뺏었다는 거다.’
이 두 동작을 합치면 총 16회다. 그런데 고작 그 16회가 불과 2초 만에 이루어졌다.
‘빨라졌다.’
불과 몇 개월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확인해 보고 싶군.’
그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맛있는 거 먹을 싸람!”
“……!”
벤더가 가장 먼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민혁은 일단 벤더의 허락을 받았으니 먼 길을 달려온 이들의 허기를 달래줄 생각이었다.
“나, 나 먼저 손들었다!”
그들은 수천 년을 썩은 지네와 같은 요리만 먹었고 몽환자의 요새에서 민혁이 해준 요리 맛을 잊지 못했다.
특히나 당시 민혁이 넣었던 아주 달콤한 바다의 꿀이, 여전히 그들에게 아주 좋은 효력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와구와구와구!”
“우물우물우물!”
“허겁지겁!”
민혁은 자신이 만들어준 스파게티를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그들을 작은 미소를 지으며 보았다.
그들은 민혁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겠다며 왔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음식을 먹기 위함이었으리라.
그리고 민혁은.
“넥, 맛있어요?”
“암, 맛있다마다. 우물우물!”
“이게 뭔지 아시나요?”
넥은 대머리에 거대한 몸을 가진 근육질적인 대장장이다.
그런 거구의 사내가 접시에 담긴 음식에 관심을 보이며 손을 홱 뻗었다.
“오븐에 구운 봉과 윙입니다.”
오븐에 구운 봉과 윙은 참으로 먹음직스러웠다.
넥이 손을 뻗었지만, 민혁은 홱 접시를 뒤로 당겼다.
“제가 이번에 이런저런 재료들을 얻었는데, 봐주실 수 있죠?”
“다, 당연히 봐줄 수 있지, 그러니 어서 다오. 내게 다오!”
[넥으로부터 아티팩트 재료 및 제작 승인을 받았습니다.]민혁의 입가가 쭉 찢어졌다.
벤더에겐 가르침 받을 수 있는 허락을, 넥에겐 그 재료들을 맡길 허락을 받았다.
“한 번씩 들러서 맛있는 요리를 해드리겠습니다.”
“오, 오오오…….”
그들이 작게 감탄했다. 어느덧 뚝딱 하고 식사를 끝낸 그들 중, 벤더가 말했다.
“이 제국에서 우리가 도울 일이 있나?”
“도울 일이요?”
“이렇게 맛 좋은 음식을 얻어먹었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초월자들의 도움은 분명 엄청난 효과를 만들어줄 거다.
민혁은 감격스러웠다.
‘내 조련이 성공…… 아니, 내 베풂이 성공적으로 먹혀들었다.’
“생기면 말씀해 드려도 될까요?”
“애석하게도 시간은 얼마 없다네. 5시간 내로 돌아가야 하거든.”
“알겠습니다. 빠르게 확인해서 말씀드릴게요. 아, 그리고 이것들 좀 드시고 계세요.”
그들은 물고기의 모양의 빵을 보았다. 아까 전, 자신들이 그토록 킁킁거리며 맡았던 음식!
“붕어빵입니다.”
물론 그 안에 바다의 꿀과 팥이 함께 조화를 이루었다는 말은 삼켰다.
그들이 붕어빵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달콤해…….”
“세상에, 이런 맛이.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여, 여긴 다른 색의 달콤한 게 들어 있군.”
“그건 슈크림이라는 겁니다.”
“슈, 슈크림…… 위대하고 대단하도다. 이름부터가 슈크림이라니. 훌륭해.”
붕어빵을 먹어치우는 그들을 보고 있던 때였다.
[기둥의 심사관들이 누군가를 ‘백성들의 주인’으로 선정합니다.]“……?”
월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불과 한 시간 전쯤 그들은 다른 기둥들의 자격을 박탈했다.
그런데 누군가를 후보로 선정했다?
‘백성들의 주인?’
의아한 표정을 짓던 때.
[기둥의 심사관들이 누군가를 ‘물러서지 않는 용기의 기둥 후보’로 선정합니다.]“……?”
민혁은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물러서지 않는.
그 말은 너무도 익숙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콰아아아아아앙-!
들려오는 굉음에 민혁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도와주실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민혁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깨달았다.
민혁이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그를 뒤따라 나서려던 초월자들이, 호다닥 종이에 붕어빵을 담은 후 자신의 품속에 넣고 든든한 미소를 머금었다.
마치 그 모습은, 붕어빵을 먹기 위해 품속에 천 원을 넣고 다니는 모습과 같았다.
* * *
30분 전.
기둥의 심판관.
그들은 오로지 ‘그’분만의 명을 받든다.
그분께선 이 아테네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맞추는 일을 하신다.
물론 직접 나서시는 경우는 없었다. 아테네가 하늘이라면, 그분은 땅이라 표현함이 옳았다.
그러한 기둥의 심판관들은 악귀 오블렌을 마지막으로 선정한 후 오랜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그분이 명을 내리셨다.
더 이상 의미 없는 기둥들을 박탈하라.
또한, 이미 후보로 인정받은 자들이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기둥의 심판관들의 권한으로 또 다른 후보를 선정하라.
그 후보들과 인정받은 후보들은 추후에 다시 골라낼 것이다.
자격을 충족한 자와 충족하지 못한 자로.
충족한 자들 중 오로지 선택받은 자만이 기둥이 될 수 있다.
뚜벅뚜벅-
심판관 다섯이 거대한 제국 앞에 섰다.
“이곳에서 그 이방인 후보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그들은 아주 오랜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기에 많은 데이터가 없었다.
그 데이터는 그분께서 주시는데, 그 데이터는 아주 간략하며 해당 이방인에 대한 데이터 또한 간단했다.
[식신이자 차세대 군신. 그리고 천외제국의 황제.]고작 이 정도가 다였다.
그들은 그가 있는 위치를 보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차세대 군신이며 인간들의 황제라.”
8기둥은 무엇인가. 세상을 지탱하는 중심들이다.
실제로 그들 모두가 그 시대의 군신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가졌고 힘을 가졌다.
또 이제껏 군신만 한 자들도 수도 없이 후보에 올랐다 떨어졌다.
그렇기에 감흥은 없다.
단지, 특이한 것이라면.
“이방인이라는 더러운 족속이, 기둥이 된다.”
그들은 이방인을 아니꼽게 봤다.
그럴 수밖에.
그들이 세상을 활보했던 아주 오래전엔, 이방인 따위는 없었다.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불사. 또 다른 세상을 넘나드는 자들.
더럽기 짝이 없다.
“그들은 탐욕스럽기 그지없다지.”
“그뿐인가, 지킴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여, 그것이 마치 제힘인 양 떵떵거린다 하더이다.”
그것은 레벨업을 뜻하는 거다.
그저 몬스터만 몇 마리 뚝딱 잡으면 강해진다는 것.
물론 지킴이. 즉 NPC들도 그를 통해 좀 강해질 순 있었으나 이방인들은 유독 심했다.
“황제의 자리도 이방인이었기에 얻었던 특혜겠지.”
“군신의 자리도 마찬가지일 거다.”
심사관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세상은 이방인들에게 너무도 많은 특혜를 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성장은 거짓이리라.
천천히 천외제국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들.
경비들이 막았으나, 심사관들에게 퉁겨져 날아갔다.
콰아아아앙-
“크허억……!”
“큭……!”
“어, 어서 브로드 경에게 보고해……!”
그런 그들을 무시하고 천외제국 안으로 들어가는 심사관들이 대화를 나눴다.
“이번 심사는 그 어떤 때보다 까다롭고 깐깐하게 해야 한다.”
그들 모두가 동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오히려 더 깎아내리려 할 것이다.
그들은 제각각 맡은 임무가 있다.
가장 선두에서 걷는 인물.
심사관 대장 루바.
그는 상대방이 강한 힘을 갖췄다면 그에 걸맞은 힘을 가졌는지 확인한다.
당연하게도 그는 무척 강한 인물이다.
심사관일 시 그 힘이 대부분 봉인되어 있으나, 그러한 상태에서도 인간들은 범접하지 못할 힘을 가졌다.
심사관 로이어.
그는 상대방이 가진 특별한 재주를 확인한다.
그 재주란, 손재주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세상의 균형에 있어 손재주란 것은 꼭 필요한 것이다.
대부분의 종족이 의식주와 도구를 필요로 하니까.
세 번째 심사관 알샤드.
동그란 안경을 쓰고 옆에 ‘심사표’를 끼고 있는 그는 상대방이 어떠한 이인지 꿰뚫어 본다.
기둥들은 모두 타고난 재능이 있었으나 다양한 스토리도 가지고 있다.
그들이 행한 노력, 일화, 고난 등, 다양한 것들이 그 기둥을 표현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알샤드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방인 따위에게 그런 이야기가 있을 리가 없지. 고난과 역경, 인간을 넘어서는 노력, 그 어떠한 것도.”
이야기는 생각보다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악귀라 불렸던 오블렌이 본래는 선했으나 친구의 배신으로 타락했다는 것처럼.
그리고 알샤드는 ‘직감’이라는 특이한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후보급에 어울리는 인물과 마주했을 시, 그 정보를 강하게 알려준다는 거다.
황궁을 향해 걷는 그들.
심사관 대장 루바. 그는 팔을 우아하게 벌리며 외쳤다.
“천외제국의 황제는 기둥의 심사관인, 우리를 맞이하라.”
심사관들은 어딜 가도 대접받아 왔다.
후보들 중 대부분은 어떤 종족을 이끄는 수장이기도 했고, 또 한 대륙의 최강자이기도 했다.
그들 모두의 공통점은, 자신 앞에 당도한 심사관들 앞으로 달려와 그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는 거다.
그만큼 심사관들이 가지는 영향력은 컸다.
그런데.
“……!”
갑자기 심사관 알샤드의 그 직감이란 것이 반응했다.
‘그저 이방인이었기에 후보가 되었던 것은 아니란 건가?’
그의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그의 직감은 마치 자아와 비슷하다.
놈은 아주 짧게 설명해 준다.
‘등을 보인 적이 없는 자.’
고개를 돌린 알샤드는 한 노인을 마주할 수 있었다.
창을 쥔 노인을 본 순간, 그의 안경으로 그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알샤드는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그것들을 보며 희열했다.
그가 자신도 모르게 박수 쳤다.
짝, 짝짝, 짝.
전율. 그것은 전율이었다.
그의 눈앞에 보인 것.
강한 힘에 취해, 많은 적을 죽인 대륙창.
소중한 것을 잃고 좌절하는 자.
그리고 그것을 디뎠으며.
“시, 신에게 영혼까지 팔았느냐? 한 가지 목표로 인해 수백 번을 죽었더냐!”
직감의 말이 맞다.
그 누구에게도 등을 보인 적이 없는 자.
물러서는 것을 몰랐던 자.
“인간의 한계를 거슬러 신이 되었더냐!”
아름다운 이야기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아니다.’
자신들이 찾는 그 후보가 아니다.
그런데 이자는 너무 탐났다.
더불어.
파르르르르르-
“허어어억!”
심사관들은 알샤드의 혼잣말과 이상한 행동을 당연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알샤드는 순간 숨이 턱 하고 넘어갈 뻔했다.
그것은 전율을 넘어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게 했다. 또다시 다른 무언가가 그를 반응케 했다.
찌릿찌릿-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다.
그 정체 모를 누군가 한 걸음 가까워질 때마다 알샤드가 몸을 비틀었다.
마침내, 특별한 안경이 흡사 늑대와 같은 그를 본 순간. 또 한 번의 파노라마가 스쳐 지나갔다.
“허어어어어억!”
그것을 본 알샤드가 거친 숨을 토해냈다.
군신마저 그 재능을 두려워했던 자.
믿었던 친구의 배신을 당하고 모든 것을 잃은 자.
놀랍기 그지없다.
고작 인간의 나약한 정신력으로 그 고난을 극복하고, 모든 용병들의 왕이 되었다.
새로운 개혁. 그 개혁을 일구고, 한 여왕을 지켜냈다.
그 순간, 파노라마가 아닌 환상이 알샤드의 눈앞에 비쳤다.
그것은, 수억 명의 백성들을 내려다보는 그의 모습이었다.
전율이 차오른다.
“가장 위대한 황제! 절망을 딛고 선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가진 황제! 하하하하!”
그가 희열을 감출 수 없었다.
“어?”
그런데 곧, 그는 그 환상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
그것은 늑대의 풍채를 가진 사내의 등 뒤에 보이지 않던 자의 모습.
그 환상 속에서, 이 늑대와 같은 가장 위대한 황제가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고 그를 경배했다.
그의 얼굴은 흐릿해 보이지 않으나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고귀하고 위대한 시선으로 수억의 백성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자.
쫘아아아아악-
알샤드의 몸에 소름이 돋아올랐다.
그렇다.
그가 환상 속에서 본 것.
그것은, 가장 위대한 황제가 될 자가 섬기는 그의 ‘주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