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26
밥만 먹고 레벨업 1227화
[상태이상은 그들의 의지에 따라 저항할 수 있습니다.]군신의 다섯 장군을 덮친 여섯 개의 이빨은 천군들마저 삼켰다.
천군들에게 랜덤으로 적용된 상태이상은, 펠로드처럼 시야를 빼앗기는 거다.
펠로드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실제로 펠로드는 누군가 눈을 뽑아낸 것처럼 사라졌다는 것이고, 그들은 그렇게 믿게 되었다는 거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민혁도 당황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일화그룹 회장 강민후를 아버지로 두고 있었다.
더불어 폐위된 황제 브로드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설령 모든 군이 전멸할 수 있는 상황일지라도, 지휘관은 그들을 이끌어야만 했다.
가장 먼저 다섯 장군들을 진정시켰다.
병사들을 두렵게 만드는 것은 다섯 장군들의 비명이었다.
그들을 이끌어야 할 다섯 장군들이 무력화되었다는 사실은, 그들을 절망의 구덩이로 빠트렸다.
[사기가 큰 폭으로 저하될 수 있습니다.]겁에 질린 군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민혁은 그들에게 굳건한 믿음을 주기 위해 힘썼다.
“약속한다. 너희를 기다리는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겠다.”
“고작 5만의 군대로 심연의 모든 몬스터를 토벌한 신화로 기록되게 하겠다.”
콰작-!
민혁이 힘껏 검을 땅에 박아넣었다.
“눈을 뜨고 나를 봐라. 너희는 지금 눈을 잃은 것이 아닌 전의를 잃은 것에 불과하다.”
민혁에겐, 아군에게 어떠한 말을 할 때 더 큰 믿음을 가지게 하는 힘을 여러 개 갖고 있다.
그 어떤 유저들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카리스마 스텟은 그들에게 더욱 큰 믿음을 주게 도와주었다.
공포에 질렸던 병사들의 숨이 안정을 되찾는다.
천천히 눈을 뜬 그들은 똑똑히 보았다.
다섯 장군의 곁에 홀로 선 민혁이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다.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천군의 최정예라는 자신들이 그 앞에서 추태를 부렸다.
한편으론 대단하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그의 상황이었다면.’
그처럼 할 수 있었을까?
아닌 것을 알기에 그들의 민혁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지고 있었다.
[모든 군이 상태이상을 저항해 냅니다.] [천군 베가만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천군 올가니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천군 겔로드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펠로드 님!”
“리, 리에드 님!”
정신을 차린 천군들이 서둘러 다섯 장군에게 향했다.
사제들이 리에드나 다른 장군의 절단된 부분을 치료했다.
하지만 궁신인 리에드가 활을 쏘지 못하게 된 상황이며, 다른 장군들도 무력화된 것은 다를 바 없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베니곤 장군이었다.
베니곤 장군은 온몸이 불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민혁에 의해 정신적 안정은 일부 찾았으나, 육체적 고통은 버티기 힘들어 계속 신음을 흘리며 몸을 비틀어대고 있다.
사제들의 치유도 효과가 전혀 없었다.
민혁이 품속에서 만다라의 포션 중 하나를 꺼냈다.
NPC들은 유저와 다르게 실제 고통을 느낀다. 때문에 만다라는 이 고통 반감의 포션을 만들어냈다.
물론 쉽게 만들 수 있는 포션은 아니었다.
퐁-
민혁은 망설임 없이 포션을 따 베니곤 장군의 입가에 흘려보냈다.
[고통이 무뎌집니다.]여전히 그 고통은 큰 편이었으나 베니곤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식은땀을 흘리는 베니곤이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귀한 것이지 않습니까?”
베니곤은 많은 지식을 쌓은 자다. 고통을 줄여주는 약초와 재료들은 결코 쉽게 구할 수 없다.
특히나 신인 자신의 고통을 반감시켜 주는 것이라면 이 포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눈치채게 해준다.
“이깟 포션쯤이야.”
민혁의 말에 베니곤은 울컥하고 무언가 올라오는 듯했다.
방금 전까지 그는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런 자신을 구원해주는 데 이어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 민혁을 보며, 베니곤은 그를 더 특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현 상황은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심연의 몬스터들이 10% 더 강해졌습니다.”
“군신님과 견주었던 글래드마저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그는 당시 군신님과의 전투에서 큰 상처를 입어 크게 약화된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두려움은 디뎠으나 너무도 막막한 상황이다.
민혁은 자신의 인벤토리 안의 물품들을 체크했다.
‘현재 내가 가진 아티팩트들이…….’
‘비쇼르의 폭탄들…….’
‘그리고 포션들.’
여러 가지를 떠올리면서 걷는 민혁의 앞에 취사 트레일러가 모습을 드러냈다.
삐이이이이이이-!
거대한 트레일러의 분출구에서 뜨거운 화염이 뿜어졌다.
“그렇다면 우린 최고의 군대를 만들어보지.”
* * *
본래 심연에 쳐진 결계는 푸른색이다. 그러나 붉게 변해 버린 결계에 군신이 다급히 심연 인근에 도달했다.
먼저 파견된 수색대와 신들이 이미 모든 상황을 파악한 때다.
안에 들어갈 순 없어도 심연의 현 상황을 탐지할 수 있는 신들도 있는바.
“안에 있는 몬스터들의 숫자는?”
“100만을 웃돕니다.”
“…….”
전술의 신의 보고에 군신은 말문을 잃었다.
‘군신의 다섯 장군도 전투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는 사실은, 고작 5만에 불과한 천군들과 민혁이 모든 몬스터를 토벌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더 처참한 보고도 있었다.
“안엔 군신님을 노렸을 글래드가 있으며 심연은 이제 통제할 수 없는 땅이 되었습니다.”
전술의 신은 그 누구보다 냉혹하게 현 상황을 파악했다.
“모든 군이 전멸하면 글래드는 심연을 닫고 더 오랜 시간 몬스터들을 육성할 겁니다. 추후엔 결국 신들의 땅을 위협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지금 당장 심연 전체를 무너뜨려야 합니다.”
“전술의 신……!”
아직 어떠한 일도 벌어지지 않았는데 심연을 무너뜨려 앞으로의 재앙을 막자는 말이다.
군신은 화를 누그러트렸다. 전술의 신은 누구보다 냉정하게 생각하는 자다.
“민혁은 뛰어난 요리버프를 가졌다.”
“군신이시여. 그 또한 모두 감안하여 내린 결론입니다. 지금 무너뜨리지 않으면 추후 신들의 땅의 무고한 자들이 죽어 나갈 수 있습니다.”
글래드는 신들의 땅에 위협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와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데에 있어 큰 피해가 있을 것은 사실이다.
전술의 신이 덧붙였다.
“‘전술자의 권능’을 이용해 수천 가지의 수를 확인해 봤습니다.”
전술의 신의 단호함에 군신은 눈치챘다.
“그 수천 가지의 수 중에서 토벌 성공은 없던 거군.”
“맞습니다. 제 권능이 말하는 성공 확률은 고작 0.01%.”
참담한 수치다.
그리고 전술의 신이 쓰게 웃었다.
“그 0.01%의 수는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것일 겁니다.”
사실 군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5만의 천군? 민혁의 버프요리? 뛰어난 지휘?
다 떠나서 아무리 떠올려 봐도 돌파구는 없다.
30만을 죽일 순 있겠지, 그럼 나머지 70만은?
70만을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지쳐버린 천군들은 글래드를 상대해야 한다.
“군신이시여, 차세대 군신님의 앞으로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전술의 신은 씁쓸한 표정이다.
“민혁 님은 5만의 천군과 다섯 장군을 이끌고 심연의 토벌을 시도했으나, 모두 전멸하고 불사의 힘에 의해 살아나, 사실상 군신의 자격의 박탈의 길을 걷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너뜨린다면 그것은 그의 부족함이 아니라 우리의 부족함이 되며,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기에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겁니다.”
군신은 한참이나 말없이 붉은색으로 변한 결계를 바라봤다.
군신도 냉정한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신.
“변하셨습니다. 예전이었다면 군신께서 먼저 강행하셨을 겁니다.”
그의 변화가 전술의 신은 달갑기도 달갑지 않기도 하다.
군신은 웃음 지었다.
“내가 차세대 군신으로 어째서 민혁을 지목했는지 아는가?”
“시간이 없습니다. 심연의 결계가 완전히 닫히기 전에…….”
“그 0.01%의 수에서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군신은 확고한 믿음을 가졌다.
“12시간을 기다려 보지. 그 12시간 동안 전멸한다면 민혁은 내가 선택한 군신이 아닌 것이고.”
결계를 보는 군신이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그 0.01%를 해낸다면 그가 ‘절대군주’의 재목임을 그 누구도 의심치 않을 것이다.”
* * *
천군들이 트레일러를 통해 요리된 대용량 요리를 먹으면서 서로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는 마주 앉은 천군의 어깨에 손을 얹고 웃었고, 누군가는 목걸이를 매만지며 기도했다.
곧 그들에게 들려오는 알림이 그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놀람은 잠깐뿐. 그들이 다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그 표정은 자신이 떠나게 될 것을 아는 자들 같았다.
크게 강해진 천군들은 그래도 떠나기 전 가장 많은 몬스터들을 베고자 다짐한다.
그 다짐 속에서 민혁은 아티팩트들을 나눠줬다.
천군의 아티팩트는 뛰어나다. 그러나 민혁이 건네주는 것들은 한층 더 뛰어났다.
오로지 천외제국의 10만의 정예군에게 입히기 위해 헤파이스토스가 제작한 엄청난 아티팩트였다.
이로써 요리로 20%. 아티팩트의 보강으로 10% 더 강해진 그들에게 민혁은 보유한 포션마저 탈탈 털어 지급했다.
“포기한 것은 아니겠지?”
민혁의 말에 천군들이 쓰게 웃었다.
“포기란 김장할 때나 쓰는 말이다.”
“…….”
“…….”
모두가 재미없는 농담을 들은 표정이다.
“큰일이다. 포기 이야기해서 보쌈 먹고 싶어졌다.”
그 말에는 실소가 피식피식 흘렀다.
“포기하지 말라곤 않겠다.”
우린 할 수 있다, 아무리 말해봐도 현실성 없는 그 말은 더욱 그들을 초라하게 만든다.
“나는 너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걸 약속한다.”
그 모습을 보는 천군들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민혁을 선두로 천군들이 나아갔다.
민혁은 최대한 천천히 움직였다. 혹여 몬스터들이 몰릴 것을 대비한 거다.
그러면서 다섯 장군, 천군들과 계속 이야기를 했다.
“일곱 번째 괴물 안가라가 어떤 상태인지는 모른다는 거군.”
“맞습니다. 본래 우리의 임무는 안가라에게 요리를 먹이고 돌아가는 거였죠.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만약 지금 안가라가 폭주상태였다고 해도 온전한 저희와 민혁 님이 함께라면, 녀석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게 군신의 판단이셨습니다.”
“굉장히 강한가 본데, 다섯 장군과 나까지 합세해야 한다는 건.”
“과거의 그였다면 군신과 저희들이 함께해도 버거웠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흐름으로써 약화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하지만 이렇게 된 상황에서 안가라를 굳이 만날 필요는…….”
“아니, 만나야만 해. 나는 꼭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어.”
다섯 장군은 말이 없었다.
다섯 장군들은 민혁이 안가라를 만나는 이유를 알았다.
대식신이 되기 위해 로카더가 일구었던 업적만큼, 그도 해내야 한다.
그러면 그는 더 큰 보상을 얻는다.
꼭 만나야만 하는 이유는 현재로서 그것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은 굳이 만류하지도, 욕심에 눈이 멀었다고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임무를 해내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요.”
“또, 또!”
펠로드의 그 말에 민혁이 꾸짖었다.
천군들도 별다른 말은 없었다.
어차피 몬스터 토벌을 위해 나아가는 길 쪽에 안가라가 있는 동굴이 있었으니까.
어느새 안가라가 있는 동굴 인근에 그들이 다다랐다.
그 순간 엄청난 위압감이 그들을 집어삼켰다.
[경고.] [경고.] [위험합니다.] [신의 일곱 번째 괴물 안가라의 출현!] [괴물 안가라가 글래드의 특별한 힘을 갉아먹어 변질되었습니다.] [안가라의 힘은 기존보다 더 강해져 있는 상태입니다.]민혁은 그저 동굴의 인근에 도달했음에도 느껴지는 힘에 신음을 삼켰다.
천군들을 돌아보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 주저앉고 있었다.
다섯 장군도 당황했다.
“글래드의 힘이 그를 변질시켰다고?”
“민혁 님, 그냥 돌아가시죠. 만약의 상황에서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상대가 되었습니다.”
“로카더의 업적은 다른 걸로 쌓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죽을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안가라에게 죽을 생각은 없었다.
쿠르르르르르르-
그 순간 하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다름 아닌 안가라였다.
“도, 동굴에 있어야 할 안가라가 왜……!”
안가라는 거미의 하체를 가졌고 인간의 상체를 가진 여인이다.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살기가 주변을 집어삼켰다.
[안가라는 글래드의 힘에 의해 이곳에서 계속 고통받아 왔습니다.] [안가라는 24시간 내로 사망하게 됩니다.] [경고. 폭주한 안가라는 주변의 모든 생명체를 말살할 것입니다.] [곧 안가라가 폭주합니다. 그 전까지 안가라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안가라가 죽기 전까지 반경 5㎞ 내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제기랄, 천군들 공격준비!”
천군들은 폭주하기까지 남은 시간이 자신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 생각했다.
안가라가 폭주하면 이곳에 있는 모두가 죽는다.
그것은 민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안가라를 공격하려는 그들을 민혁이 제지했다.
장군 리에드는 민혁이 현명한 지휘관인지 멍청한 지휘관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민혁 님, 지금 안가라를 죽이지 않으면 우리 모두 개죽음당합니다.”
“죽여야 합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게도 안가라는 울고 있었다.
[결계만 유지하면 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너무 아팠어요. 이상한 힘이 나를 아프게 했다고요. 또 배고파요. 배고프지 않게 해준다고 했잖아요!]폭주하려는 안가라의 시선을 마주한 천군들이 겁을 지레 먹었다.
“어, 어서 빨리 공격……!”
하지만 민혁은 그런 안가라의 앞에 섰다.
그런 그녀를 민혁도 이해할 수 없다.
또 왜 폭주하는지도 모른다.
민혁이 천군들이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단 한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전술의 신이 자신의 힘으로 예측한 0.01%밖에 되지 않는 확률.
모두가 검을 들었을 때 민혁만이 안가라에게 다가가 손을 얹고 말했다.
“안가라.”
수천 가지의 수를 가져와도 찾지 못했던 유일한 방법.
그 누구도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방법.
“나와 함께 심연을 무너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