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76
밥만 먹고 레벨업 1377화
며칠간의 고된 일정이 일단락되었다.
민혁에겐 힐링이 필요했고 새롭게 얻어온 ‘무저갱의 삼겹살’도 있었다.
‘날씨가 쌀쌀하네.’
쌀쌀한 날씨와 삼겹살. 이때엔 캠핑장에서 구워 먹는 고기가 최고다.
쳐진 텐트에 텐트용 의자를 놓고 화로에 숯을 넣어준다.
그다음 숯불구이용 고기판을 올려준다.
그다음엔?
‘라면을 끓여야지.’
국물 라면? 비빔면? 무슨 라면을 끓여야 하는가의 고민은 필요 없다.
‘둘 다 끓이면 된다.’
숯불에 불이 붙을 동안 비빔면부터 끓인다.
“크흐, 야외 삼겹살엔 역시 비빔면이지~”
캠핑, 펜션, 계곡.
어디를 가도 야외 삼겹살엔 역시 비빔면이다.
비빔면을 맛깔나게 비비자 모든 준비가 끝났다.
피어오른 숯과 그 주변에 차려진 상.
상추, 깻잎, 마늘, 고추, 쌈장, 명이나물, 고춧가루로 양념 된 파절이.
이제 불판 위에 두툼한 삼겹살을 올린다.
치이이이이이익-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적당한 때에 뒤집어준다.
치이이이이익-
표면에서 끓어오르는 기름.
화르륵 하고 솟아오르는 불.
캠핑장의 묘미다.
적당히 익었을 때 듬성듬성 잘라준다.
그다음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바로 입에 넣어본다.
우물우물
숯불향이 가득 밴 삼겹살의 육즙이 입안 가득 차오른다.
“이게 캠핑이지!”
작은 미소를 지어주다 이번엔 쌈장에 찍어 먹어본다.
그다음 상추를 손바닥 위에 펼친다.
‘희한하게 캠핑장에 오면 상추를 잘 안 먹게 되지만 그래도 먹어줘야지.’
왜일까? 풀리지 않는 세계 미스테리 중 하나이리라.
잘 익은 고기 두 점. 파절이, 쌈장을 푹 찍은 마늘, 청양고추를 얹어 입에 넣는다.
여러 가지 다채로운 재료의 맛에 ‘햐…….’ 하는 미소가 번져 나간다.
입을 우물거리며 잘 비벼진 비빔면을 한 젓가락 크게 들어 올린다.
한 개는 부족하고 두 개는 많으니 딱 다섯 개만 끓였다.
“후루루루루루룹!”
미적지근과 차가움의 경계에 선 비빔면이 입안을 채우며 느끼한 맛을 싸악 내려준다.
고기 한 점을 비빔면 위에 올린다.
“후루루루루루룹!”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사실상 냉면+고기와 견주는 조합이지 않은가?
그렇게 고기와 비빔면을 순식간에 먹어치운 민혁이 주변을 둘러본다.
‘역시 글램핑의 주변 경치는…….’
아름답지만 라면 끓이기 위해 일어선다.
찐라면을 끓여준 후 앉는다.
옆에서 타닥타닥, 타오르는 장작불을 바라보며 맛깔나게 끓여진 라면을 접시 위에 덜어낸다.
국자를 이용해 국물도 얹어준 후 크게 한입 먹는다.
“후루루루루루룹!”
좋은 경치를 보며 먹는 라면은 환상적이다.
거기에 접시에 담긴 라면 국물까지 한 모금 마셔준다.
‘크흐…….’
야외에서 먹는 라면 국물은 기가 막힌다.
으슬으슬한 몸을 뜨뜻하게 해준다.
라면을 다 먹은 후엔 역시 불멍이다.
불멍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지만.
“고구마 먹어야지.”
역시 불멍이고 나발이고 민혁에겐 없다.
장작불 안에 은박지로 감싸 넣은 고구마를 꺼낸다.
뜨겁지만 화염속성 내성이 높으니 괜찮다.
은박지를 벗겨내어 고구마의 껍질을 벗겨내자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뜨거운 그것을 후후, 불어서 입안에 넣어준다.
달콤하고 뜨거운 그것을 입안에서 혀로 살살살 굴려준다.
“허어, 뜨거워.”
씹어서 넘기면 그 달콤함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오른다.
순식간에 고구마 30개를 먹어치운 민혁이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때마침 헤이즈가 왔다.
“성 앞에 캠핑장을 차리신 분은 폐하가 최초이실 겁니다.”
그 직후, 민혁이 캠핑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1시간 만에 정리하세요?”
“밥 먹었으면 정리해야지.”
“……?”
아, 헤이즈는 이해했다.
폐하께선 밥 드시려고 캠핑장을 차리신 거였다.
민혁이 캠핑장을 정리하며 생각했다.
‘고작 힘 1이 올랐지만 무저갱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려주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
무저갱의 제한 없는 삼겹살.
맛조차도 무척 뛰어났다.
또 재료등급 자체가 낮은 편이었기에 어쩌면 정말 많은 양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 성장은 정체되었어.’
당연한 이야기다.
레벨은 둘째치고 더 이상 올라갈 곳이 한정되어 있다.
‘800레벨도 달성해야 하니까.’
그때.
[4일 후 기둥전쟁이 시작됩니다.] [유저이십니다. 참가여부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기둥대전은 이틀에 걸쳐 총 두 번 진행됩니다.] [첫 번째 대전은 ‘전쟁의 기둥’ 레이드입니다.] [각 기둥들은 1만 명의 유저들로 이루어진 군사들과 함께 전쟁의 기둥을 레이드해야 합니다.] [전쟁의 기둥을 레이드하기까지 많은 몬스터를 비롯해 ‘무저갱’에서 무작위로 소환된 준보스급 몬스터가 나오게 됩니다.] [가장 빠르게 ‘전쟁의 기둥’을 레이드한 자가 승리합니다.] [두 번째 대전은 ‘기둥전’입니다.] [한 명의 기둥이 모든 기둥을 상대합니다.] [제비뽑기를 이용해 순번이 정해집니다.] [기둥전을 진행 중인 1인의 기둥은 모든 HP양이 평소보다 4배 증가하며 ‘전쟁의 기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자는 특혜를 받습니다.] [당신은 유일한 유저이십니다.] [1~3위 안에 들 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3위. 기둥급 요리재료. 모든 스텟 +10] [2위. 기둥급 요리. 모든 스텟 +30.] [1위. ???.] [자세한 내용은 ㈜즐거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민혁의 얼굴에 쓴웃음이 걸렸다.
머릿속으로 네 기둥들이 스친다.
헤파이스토스, 루이스, 오블렌, 벨레던.
하나같이 뛰어난 자들이다.
‘각 분야에서 발휘할 수 있는 힘이 나보다 훨씬 큰 편이다.’
민혁은 700레벨대에서 기둥이 되었기 때문인지 먹는 자들의 기둥으로서 개방된 힘들이 다소 약한 편에 속한다.
그들은 각 분야로 서대륙 전체를 지탱하는 자들이다.
지금 헤파이스토스에겐 이런 능력도 있었다.
‘아티팩트의 뿌리.’
이 힘은 하루에 전설등급 아티팩트 300개, 신등급 아티팩트 20개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헤파이스토스가 풀무질을 하며 아티팩트를 만드는 게 아니다.
그가 이 힘을 발동하면 당장 ‘헤파이스토스’라는 이름이 붙은 아티팩트가 세상에 뿌려진다.
이 정도로 기둥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내 장점은 그나마 먹는 자들의 기둥이며, 강한 딜러라는 건데.’
사실 민혁도 알고 있다.
‘야이씨, 어떻게 이겨.’
이기는 건 고사하고 3위에 드는 것도 벅차 보인다.
가장 높은 벽은 역시나 ‘오블렌’이다.
‘악신을 이기라구요?’
그나마 가능성을 높이는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800레벨을 달성하면 될지도?’
물론 될지도 라는 가정이지, 된다고 볼 순 없다.
‘시간은 4일밖에 남지 않았고, 그 안에 레벨 10을 올려야 한다라.’
쉽진 않아 보였다. 그렇다고 이렇게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모든 기둥의 우위에 서는 것.’
생각만 해도 짜릿한 일이다.
심지어 보상도 매우 달콤해 보인다.
‘어쩌면.’
민혁은 신초월자 아나스를 사냥하고 얻었던 것을 떠올렸다.
‘무저갱의 보너스 사냥권.’
민혁이 턱을 쓸었다.
오래된 RPG게임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보너스 사냥터.
보통 이런 곳에선 몹들이 일반적인 곳보다 훨씬 높은 경험치를 준다.
‘거기에 무저갱의 삼겹살 같은 것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면.’
가능성이 생길지도 몰랐다.
캠핑 장비를 전부 치운 민혁이 무저갱의 보너스 사냥권을 찢었다.
* * *
지옥의 무저갱.
유저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땅이다.
그 깊은 곳 안에 무엇이 있는지, 얼마나 강한 자들이 득실거리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런 지옥의 무저갱 안에 유저 파슨은 살아가고 있다.
파슨은 ‘무저갱의 퇴치자’ 클래스다.
원래 이런 클래스를 가졌던 건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유저들이 무저갱으로 들어온다.
세계 곳곳에 지옥의 무저갱으로 들어오는 입구가 있기 때문이다.
철그럭-
“빨리 와, 새끼야.”
그런 파슨의 옆엔 목에 쇠사슬이 채워진 소년의 모습을 한 어린 악마가 있었다.
평범한 소년의 모습이지만 피부는 거멓고 작게 솟아 있는 뿔이 인상적이다.
“이제 네 새끼랑 다니는 것도 끝이다.”
파슨이 짙은 미소를 머금었다.
[무저갱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 입장하였습니다.] [무저갱의 입장자를 퇴치하시기 바랍니다.]“오늘은 어떤 정신 나간 새끼가 무저갱으로 왔으려나? 놈도 분명히 무저갱의 재료나 보너스 사냥권에 혹해서 들어왔겠지.”
무저갱의 재료나 보너스 사냥권.
이것들은 외부로 새어나간 무저갱의 존재들을 사냥하면 꽤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물론 드랍하지 않는 놈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드랍한다.
그리고 그 보상은 참으로 달콤한 것이기에 많은 이들이 무저갱에 입장한다.
하지만 ‘함정’이다.
파슨도 처음 그 함정에 낚여 이곳에 오게 되었다.
실제로 이곳엔 ‘무저갱의 재료’와 ‘보너스 사냥권’을 사용할 수 있는 사냥터가 존재한다.
하지만 무저갱의 재료는 먹을 수 없었고 보너스 사냥권은 이용할 수 없었다.
‘무저갱의 재료나 보너스 사냥권을 사용하기 위해선 무저갱의 주인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지.’
문제는 무저갱의 주인이 어딨는지 모른다는 거다.
“배고파…….”
그가 옆에서 중얼거리는 어린 악마 덴을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다 발로 걷어찼다.
퍼억-
“닥쳐, 이 새끼야.”
파슨은 혹시 이 녀석이 무저갱의 주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무저갱의 주인이란 놈이 고작 이런 모습일 리 없을뿐더러, 녀석을 심심할 때마다 때리곤 했는데 반응조차 없었다.
파슨이 놈을 데리고 다니는 이유는 하나다.
‘무저갱의 생명체인 요 녀석을 비싼 값에 팔 수 있겠지.’
왕국, 제국 등에 팔면 천문학적인 금액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이제 1,999명째. 마지막 한 명만 남았다.”
이제까지 그는 1,999명을 이곳에서 PK했다.
2,000명째를 죽이면 무저갱의 사령관으로 전직을 하고, 이제 무저갱과 외부로의 출입이 자유로워진다.
2,000명을 죽이기 위해 파슨은 여기서 자그마치 689일을 플레이하고 있는 바.
무저갱 클래스는 강하다.
특히나 무저갱의 사령관은 절대신급의 힘을 발할지도 모르는 클래스다.
단 조건이 있다.
한 번도 강제 로그아웃 당하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
즉 그 말은, 파슨은 1,999명을 상대할 동안 한 번도 죽지 않았다는 거다.
그 이유는 ‘무저갱 퇴치자’는 이로운 효과를 받기 때문이다.
한 명을 죽일 때마다 경험치를 얻고, 그 숫자가 늘어날수록 천문학적인 경험치를 얻는다.
그로 인해 이 무저갱 안에서만 살아갔음에도 그는 레벨 711에 이르는 비공식 랭커다.
신나서 걸음 하던 파슨이 웃었다.
‘지금쯤 그놈도 재료나 사냥권이 쓸모없는 거라는 걸 알았겠는데?’
파슨은 곧 어둠 속에서 인기척을 느끼고 숨을 죽였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숨을 죽인 상태에서 기습을 한다.
“후루루루루루룹!”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퍼졌다.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요런 데서 먹는 짜장면이 또 별미지.”
미친 새낀가……?
무저갱 안에서 짜장면을 먹고 있나 보다.
파슨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힘을 발동했다.
강한 힘으로 기습한 후, 마지막 순간 놈의 숨통을 끊는다.
[폭발의 꽃.]놈의 바로 밑에서 나타난 꽃은 곧바로 폭발하여 주변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킨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지축을 흔들었다.
“파, 파슨…… 나빠…….”
“뭐가 나빠 이 새끼야.”
짜아아악-
헛소리를 해대는 덴의 뺨을 때린 그가 곧 무저갱의 불을 켰다.
“자, 오늘은 어떤 버러지가 왔나 볼까아? 응? 내 마지막 제물.”
불이 켜지자 한눈에 들어왔다.
한 사내가 주저앉아 엎어진 짜장면 그릇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뒷모습이었기에 얼굴은 확인되지 않았다.
“탕수육은 하나도 먹지 못했는데…….”
심지어 그 옆엔 탕수육조각과 소스가 널브러져 있었다.
“원래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니 새낀 사람 새끼잖아? 흐하하하하, 그런데 어쩔 거야? 난 PK를 아주 잘하거든. 어? 근데 망토가 눈에 익은데.”
그리고 곧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든 이를 본 파슨이 잠시 말문을 잃었다.
검을 뽑은 그가 걸어오며 말했다.
“PK를 잘한다고?”
“아, 아니. 민혁…… 지존님? 지존께서 왜 여기에…….”
빠르게 다가오는 민혁이 말했다.
“나도 잘하는 거 있는데.”
민혁이 이 방면에선 매우 뛰어났다.
“나, 죽이는 거 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