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5
밥만 먹고 레벨업 45화
그러면서도 그는 이불 속으로 꿈틀거리며 들어갔다.
“이불 밖은 위험해!”
“자네가 더 위험해 보여!”
“와구!?”
민혁은 고구마를 먹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잘 익은 김치를 올려 먹어봤다.
“헤헤, 인생은 고구마 같은 것! 퍽퍽한 고구마를 먹다가 매콤달콤 김치를 먹는 것!”
“오, 그건 뭔가?”
블란은 살면서 김치를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그의 앞에 마주 앉았다.
“나도 하나만 먹어도 되겠는가?”
“정말 하나만 드실 거죠?”
“그래.”
이 던전의 지킴이는 블란이었다.
때문에 그에게 고구마 하나도 주지 않는다면 친밀도가 하락할 것을 민혁은 눈치챘다.
곧이어 블란이 고구마를 까서 김치를 얹고 입에 가져가 봤다.
“이렇게 먹는 거 맞지?”
“그렇습니다!”
“와구.”
블란은 잘 익은 고구마에 김치를 얹어 우물거려봤다.
그러다 그는 눈을 크게 떴다.
‘세, 세상에……!’
천상의 하모니가 귓가에 들려온다.
잘 익은 달콤한 고구마에 매콤달콤한 김치가 어우러져 입안이 즐거워졌다.
아삭아삭-
거기에 잘 익은 김치는 먹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처럼 좋은 소리를 내주고 있었다.
“와…… 정말 맛있군.”
“최고죠?”
“그래, 정말 최고야. 와구와구!”
그렇게 고구마와 김치를 먹은 블란은 곧이어 한편에 쌓여 있는 검은 고구마를 볼 수 있었다.
‘하나둘, 셋, 넷, 다섯…… 헉!? 열일곱 개!?’
벌써 검은 고구마를 저 정도나 캤다?
믿기지 않았다.
검은 고구마는 결코 쉽게 나오지 않으며 현재 수확한 고구마양에 따라 비례해서 나타난다.
지금 저 검은 고구마 양에 비례하면 현재 민혁이 캔 고구마의 양은 약 서른 개가 넘어간다는 거다.
‘어떻게 이런 일이?’
사실 다른 유저들은 한 시간에 한두 개 캐는 것도 힘든 일이다.
그리고 블란은 몰랐지만, 민혁은 레벨 대비했을 때, 손재주가 엄청나게 높은 편에 속했다.
그 때문에 아직 스킬을 습득하지 않았지만, 당연히 다른 유저들보다 빠를 수밖에 없었다.
또 쉬지 않고 캘 때마다 숙련도가 계속 올랐으니 그럴 수밖에.
그리고 현재 민혁의 농사 숙련도는 90% 이상이 된 상태였다.
“응?”
무언가 이상한 점을 또다시 발견한 블란이었다.
“왜 고구마가 없지?”
“……흐음.”
민혁은 모른 척 고개를 갸웃했다.
블란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계산대로라면 서른 개 정도의 고구마가 있어야 했다.
지금 몇 개 먹었으니, 한 서른 개 정도는 남아야 한다는 거다.
근데 다 어디 갔단 말인가?
블란은 곧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 시선이 민혁에게로 향했다.
“호, 혹시 자네…….”
“…….”
“다 먹은 건가!?”
“에이, 사람이라면 어떻게 그걸 다 먹나요?”
그러면서 스리슬쩍 이불 속으로 꾸물꾸물 숨어 들어가는 민혁이었다.
하지만 눈치 빠른 블란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어떻게 고구마 30개를 다 먹나……!”
“먹어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하진 않겠죠? 그리고 블란 님이 키운 고구마가 너~무 맛있어서 저도 모르게 다 먹어버렸어요.”
이불 속으로 들어가던 민혁이 흐흐하고 웃었다.
블란은 그에 생각했다.
‘캐면 먹어도 되는 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건데……!’
그건 이 던전의 보상이었다.
물론 유저들이 환영할 만한 보상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캔만큼 이 던전 안에서라면 먹어도 상관없다는 거다.
하지만 블란은 통탄스러운 표정이었다.
“내 농사가…….”
[블란과의 친밀도가 하락합니다.]조금 올려놓은 게 곧바로 하락해버렸다.
그에 민혁은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때문에 친밀도를 올리기 위해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제가 이따가 고구마로 맛있는 걸 만들어버릴게요.”
블란은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설마 앞으로도 계속 다 먹어버리진 않겠지? 에이, 설마 사람이라면 여기 있는 고구마를 다 먹어치우진 않을 거야.’
하지만 그것은 그의 간절한 바람일 뿐이었다.
오두막에 도착한 블란은 작은 한숨을 쉬며 먼 산을 바라봤다.
그 표정은 마치 ‘인생……’이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 * *
민혁은 고구마를 모두 먹은 후에 다시 열심히 캐기 시작했다.
[농사 숙련도 100% 달성.] [초급 농사를 익혔습니다.] [손재주 10을 획득합니다.]민혁은 작게 쾌재하며 확인해 봤다.
(초급 농사)
패시브 스킬
레벨: 1
효과:
•재료 채집, 캐기와 같은 것이 4% 더 빨라진다.
‘최대한 많은 고구마를 캐야겠어.’
밭에 자라난 모든 고구마를 먹는 것.
그게 현재의 목표라면 목표였다.
그때였다.
퐈앗!
퐈앗!
밭에서 또다시 검은 고구마가 나왔다.
마지막 검은 고구마였다.
민혁은 그것을 모두 박스에 담아서 블란이 있는 오두막으로 향했다.
“검은 고구마 20개를 다 캤습니다. 블란 님.”
“……정말 빠르군!”
[블란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블란은 민혁이 자신의 고구마를 모두 먹어버려 그가 밉긴 했지만, 그에게 놀란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사실 자신도 24시간이 되기 전에 검은 고구마 20개를 캘 수 있다고는 자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퀘스트: 검은 고구마 20개 캐기 완료.] [시크릿 퀘스트. ‘작은 것도 소중히 할 줄 아는 자’ 완료.] [초급 농사 경험치 1,000을 획득합니다.] [경험치 습득률이×2배 1주일간 상승합니다.] [초급 농사가 레벨업 합니다.] [초급 농사가 레벨업 합니다.] [‘농사의 던전.’ 안에서의 손재주 습득률이 상승합니다.] [민혁 유저의 경우 엘레의 검과 보상 습득률이 합산되어 총×6의 습득률을 획득하며 이는 농사의 던전 안에서만 가능합니다.]“어……!?”
민혁은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시크릿 퀘스트였다.
그리고 블란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사실 나도 자네에게 농사를 부탁했지만, 알고 있다네.”
그의 미소는 다소 씁쓸했다.
“누가 여기까지 와서 고구마를 캐고 싶겠나, 그것도 한 시간에 한두 개 캐는 거를. 또 누가 이렇게 농사꾼이란 일에 관심을 보이고 고구마를 캠으로써 보람을 느낄 수 있겠나.”
이 시크릿 퀘스트는 아주아주 어렵다.
블란의 말처럼이었다.
그 누가 과연 게으르지 않게 성실히 해낼까?
농사꾼?
비전투 직업 중에서도 최하위로 꼽히는 직업이다.
아니, 사실상 직업으로 농사꾼을 하는 이들은 찾아볼 수 없다.
요리사보다 더 그 비율이 낮다는 거다.
그럼에도 민혁은 열심히 해줬다.
물론 고구마를 다 먹어버려서 그가 밉기는 했다.
그래도 자신이 키운 고구마를 누구보다 맛있게 먹어주는 것.
성실히 해준 것.
그는 충분히 자격 조건을 충족했다.
[블란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감사합니다. 이따가 맛있는 고구마 요리를 해드릴게요.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리고 민혁은 진심으로 기뻤다.
그 이유는 하나다.
‘이 안에서 손재주 습득률이 상승하다니……!’
그것도 엘레의 검 효과로 자신은 종합적으로 ×6의 효과를 얻게 된 셈이다.
남들이 6시간에 1을 올린다면 민혁은 1시간에 1을 올릴 수 있다!
그리고 민혁은 레벨업 한 초급 농사를 확인해 봤다.
(초급 농사)
패시브 스킬
레벨: 3
효과:
•재료 채집, 캐기와 같은 것이 10% 더 빨라진다.
•3% 확률로 더 좋은 재료를 획득할 수 있다.
‘오오오오……!’
민혁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더 맛 좋은 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네에게 추가적인 부탁을 하지, 이제부터 고구마맨들이 나타날 거야.”
“고구마맨들이요?”
“그래, 그들은 검은 고구마를 통해 영양분을 빼앗고 자신들의 몸을 불리던 녀석들이지, 한데, 그 검은 고구마를 자네가 다 캐 버렸기 때문에 땅속에서 비집고 나와 자네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거야. 하지만 숫자는 그리 많지 않을 테니, 걱정 말고 총 열 마리의 고구마맨과 한 마리의 고구마 전사를 잡아 와 주게.”
[퀘스트: 고구마맨 열 마리 사냥.]등급: D
제한: 작은 것도 소중히 할 줄 아는 자 퀘스트를 완료한 자.
보상: 고구마맨 하나에 100만 골드 드랍, 씨앗 드랍, 손재주 습득률 추가 상승.
실패 시 패널티: 블란과의 친밀도 하락.
설명: 작은 것도 소중히 할 줄 아는 자를 달성한 당신. 고구마맨 열 마리와 고구마 전사를 사냥하라.
“참, 고구마 전사는 주변의 고구마를 먹어서 자신의 체력을 회복하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주의하시게. 레벨 30이 넘는 녀석인지라, 자네한테 어려울 수도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옙, 알겠습니다. 수락하도록 하겠습니다.”
블란의 다소 걱정 어린 목소리에도 민혁은 흔쾌히 수락했다.
이 퀘스트는 잘 보면 아주아주 대단한 보상을 가지고 있다.
고구마맨은 총 열 마리가 나타난다.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1백만 골드가 드랍되니, 열 마리면 1천만 골드라는 거다.
거기에 민혁은 정체 모를 씨앗도 드랍된다는 걸 볼 수 있었다.
곧이어 블란은 덧붙였다.
“그리고 고구마 전사를 잡으면 자네가 아주 좋아할 만한 게 나올 거야. 후후후.”
“호, 혹시……!”
블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오오오오오!”
민혁의 몸에 힘이 솟는 순간이었다.
민혁은 직감했다.
맛있는 게 나오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씨앗에 관련해서는 자네가 고구마 전사까지 사냥해 온다면 알려주도록 하지.”
“넵!”
수우우웅!
민혁은 다시 바람처럼 고구마를 캐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집념을 가지며 고구마를 캐기 시작했다.
[손재주 1을 획득합니다.]얼마 안 돼서 또다시 알림이 들렸다.
퐈앗퐈앗퐈앗!
민혁이 그렇게 캐고 있을 때였다.
“구마구마!”
땅을 비집고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껍질이 까지지 않은 고구마의 모습이었는데, 크기는 8살 남짓 어린 아이만했다.
거기에 조그마한 낫을 들고 있는 모습이 퍽이나 귀여웠다.
“구마구마!”
고구마맨이 민혁을 향해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열심히 고구마를 캐던 민혁이 주먹을 휘둘렀다.
“시끄럿!”
퍼지익!
“구마, 꿱!”
고구마맨이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단 한 수.
골드와 함께 초록색 씨앗 하나가 드랍되었다.
민혁은 그 두 개를 빠르게 주웠다.
[100만 골드를 획득합니다.] [씨앗을 획득합니다.]그다음 다시 빠르게 고구마를 캐기 시작했다.
마지막에 고구마 전사가 나오면 맛있는 무언가가 있다!
민혁은 식탐에 의해 엄청난 집중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알림이 들렸다.
[의지 1을 획득합니다.]“어……?”
열중하고 있던 민혁의 집중력을 깨트릴 정도의 소리.
민혁은 의지의 상세설명을 확인해 봤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 평소보다 더 집중하고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때, 혹은 노력하고 있을 때 피로함이 한층 사라지게 됩니다. 보너스 포인트로는 올릴 수 없습니다.]“오……!”
훌륭한 스텟이었다.
보통 이러한 스텟들은 50레벨이 넘어가면서부터 얻는다고 들었으며 해당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데, 그 조건 충족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편이라, 아테네 게임을 오래 한 유저들 중에서도 약 3%의 소수만이 이런 특수 스텟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민혁은 다시 고구마를 캐기 시작했다.
갈수록 민혁의 손은 빨라지고 있었다.
손재주가 계속해서 올라가며 거기에 더해져 슬슬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 것.
이젠 자그마치 한 시간에 약 4개의 고구마를 캐게 되었다.
“구마! 꿱!”
민혁은 다시 시끄럽게 떠드는 구마를 가격했다.
그러던 중이었다.
[고구마맨 열 마리를 사냥하셨습니다.] [고구마 전사가 나타납니다.]푸화아아앗!
곧이어 땅이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고구마를 캐던 민혁은 그 알림을 듣고 멈췄다.
드디어 원하던 녀석이 나타났구나.
고구마 전사는 고구마맨들보다 아주 조금 더 큰 편에 속했다.
한 손에는 날이 선 창을 들고 있었다.
“어?”
그러던 중 민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고구마 전사는 몬스터였다.
그리고 민혁이 고구마맨들을 아예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한데, 이 고구마 전사에게서만 특별한 무언가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건 바로 빛의 색이었다.
‘검은빛?’
식재료가 아닌, 몬스터에게서 빛이 보여지고 있었다.
그것도 처음 보는 검은색 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