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Duke of Powder Keg Empire Genius RAW novel - Chapter 58
58화 – 갈리폴리는 없다
일본 제국은 영국과 프랑스의 지지를 받고 먼저 행동에 나섰다.
영국과 프랑스는 지지 이전에 먼저 병력과 노동력, 해군 함대의 지원을 받고 싶겠지만 그들은 갑이 아니었다.
일본 제국이 바보도 아니고, 유리한 상황에서 병력과 노동력, 함대를 바치겠는가.
당연히 영국과 프랑스부터 일본 제국을 배려해 줘야 했고, 결국 두 열강은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더 이상 열강들에 쥐어 터지면서 불평등조약을 맺은 국가가 아니다.
하나의 열강으로서 조선을 합병했고, 제국주의 국가로서 더 많은 식민지를 원했다.
서구 열강들이 서로 싸우느라 아시아에 비교적 덜 관심이 있을 때 준비하던 것이 있었는데, 영국과 프랑스 덕분에 더 빠르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히오키 에키 대사는 일본 총리와 외무대신이 작성하고, 천황이 검토한 다음 국회에서 승인한 문서를 가지고 북양 정부의 문을 두드렸다.
“일본 대사께서 어쩐일로…?”
중화민국 대총통 위안스카이는 갑작스럽게 밀고 들어온 일본 대사를 보고 어리둥절했다.
외교부를 거치는 것도 아니고 갑작스럽게 개인 알현을 청하지 않았는가.
분명 무언가 급한 일이 있다고 느낀 위안스카이였다.
그리고 일본 대사는 패기롭게 요구했다.
“일본 제국은 중화민국에 요구합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국 정부는 독일 정부가 산둥성에서 가지고 있던 모든 권익을 일본 정부가 승계함을 인정하고, 산둥성과 그 연해의 토지와 도서를 타국에 양여하거나 대여하지 않으며 산둥성의 철도와 그와 연결되는 철도의 부설권을 일본 정부에 부여한다! 또한 산둥성의 주요 도시의 모든 외국인에게 거주 및 무역 목적으로 개방해야 합니다.”
예? 철도 부설권과 뭐요?
위안스카이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일본 제국이 미쳤나? 갑자기 무슨 요구를 한단 말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일본 대사는 계속해서 요구를 이어 나갔다. 아직 내용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일본 대사는 추가로 남만주 및 내몽골의 광산 채굴권, 토지의 임차권 및 소유권, 철도 부설권과 일본인이 자유로운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중국의 철강 시장 독점과 중국 정부의 정치, 재정, 군사고문으로 일본인을 초빙, 중국군은 일본 무기를 공급받아 무장해야 하며, 산둥성 말고도 또 다른 철도 부설권 등을 원했다.
위안스카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일본 제국의 노골적인 요구를 받아들이고, 정부 내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더 강해진다면 중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것이다.
“물론 거부하신다면 일본 제국군이 움직일 겁니다.”
이 시대 기준으론 평범하다. 그 기준이 열강과 힘없는 국가라는 것이 문제지만.
일본 제국은 서구 열강이 한 것을 보고 배워 중국에 들이밀고 있었다.
간단한 요구다. 받아들이면 식민지요,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쟁이다.
천하의 개쌍놈들한테 배운 천하의 개쌍놈 일본 제국은 배운 대로 잘 써먹었고, 중국 정부로서는 자신이 없었다.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과연 중국을 못 이기겠는가?
그리고 싸워서 위안스카이 개인에게 남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저항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천하의 개쌍놈은 천하의 개쌍놈으로 물리쳐야 하는 법.
믿을 놈 없는 국제 사회지만 중국이라는 토실토실하게 살찐 돼지를 잡아먹으려는 놈을 제지할 국가가 없겠는가.
평소에는 쓸모도 없는 서구열강이지만 누군가에게 먹힐 때는 유용한 방패가 될 것이 분명하다.
당연히 반응은 빠르게 왔다.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또 다른 제국주의 국가! 하나님의 명령으로 필리핀을 점령하고, 멕시코를 무력으로 침공, 남은 중남미 국가 상대로 양아치로 군림한 미국의 등장이었다.
필리핀을 식민지로 둔 미국이 과연 태평양에 관심이 없겠는가.
다른 곳도 아닌 중국을 혼자 처먹겠다는 일본 제국의 야욕을 막기 위한 미국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이건 심각한 외교적 결례입니다! 어찌 중국을 혼자 삼키려고 합니까? 우리 미국은 절대 일본 제국이 혼자 중국을 삼키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로!”
북양 정부 입장에서 미국이라는 놈들이 자기를 보호하려는 게 아닌, 일본이 혼자 처먹는 게 샘나서 행동하는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원래 세상이 이런 것을.
일단 든든하게 일본을 견제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나중에 이번 일로 어딘가를 뜯기겠지만 일단 식민지가 될 위험을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튼 미국의 등장으로 움찔한 일본 제국이었고, 북양 정부가 도움을 외치듯 일본도 누군가를 불러왔다.
“왜 프랑스와 영국 대사께서?”
“크흠. 일본 제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어떻겠소? 우리는 아시아의 평화를 원합니다.”
“유럽에서 전쟁 중인데 아시아까지 엉망으로 만들 생각입니까? 좋게 좋게 끝냅시다.”
평화를 사랑한다며 등장한 영국과 프랑스.
이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란 말인가. 평화와 제일 반대되는 국가이면서 제일 많은 식민지를 보유한 영국과 프랑스가 할 말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그들은 아시아의 평화를 운운하면서 일본 제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위안스카이도 미국도 이 어이없는 사태에 말을 잇지 못했다.
마약 팔기 위해 전쟁한 놈이 뭐 평화가 어쩌고 저째?
그걸 또 옆에서 지지해 주는 프랑스는 뭐고?
“지금 뭣들 하는 짓입니까? 중국이 이러다가 일본에 넘어갑니다?”
“거, 미국 대사께서는 눈치가 없으십니까?”
“뭐, 뭐요?”
“평화 좋지 않습니까. 각박한 세상에 왜 전쟁하라고 합니까?”
“아니, 일본 제국이 요구를 거두면…”
“그건 또 왜 거둡니까. 그냥 평화롭게 해결하면 되지.”
미국 대사는 영국, 프랑스 대사의 말에 뒷목을 부여잡으며 본국에 연락을 취했다.
이 미친놈들이 작당해서 중국을 일본으로 넘기려고 하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미국의 대빵 우드로 윌슨이 나섰지만.
“우리 전쟁 중입니다.”
“우리도 힘든데 미국까지 왜 이럽니까?”
오히려 영국과 프랑스가 더 당당하게 나왔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지금 돌아가는 꼴을 모르겠는가.
당연히 일본의 적극적인 참전으로 중국을 주는 거래를 했을 터.
미래의 이익이 사라지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지금 당장 급한 국가였다.
자기 식민지와 영토까지 떼어줄 각오를 한 프랑스도 있는데 남의 땅 주는 것을 아까워하겠는가?
결국 우드로 윌슨도 한 발짝 물러서야 했다.
미국이 전쟁을 각오한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영국, 프랑스를 압박하는 건 더더욱 힘든 일이다.
사실,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 때문에 전쟁을 계속 지속할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이 어마어마한 물자를 팔아주고 있으니까.
하지만 서로 연결되었다는 건 미국도 함부로 압박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현재 미국은 열심히 전 국민이 합세하여 공장을 돌리고 있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지 다른 짓을 할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중국 못 넘기겠다고 공장 멈추고 물자 팔지 않겠다고 으름장 놓으면서 압박하는 순간.
자랑스러운 미합중국의 시민들이 ‘오, 역시 대통령 각하… 아니죠. 오늘부로 당신은 빨갱이야.’라고 우드로 윌슨을 효수시키지 않겠는가?
미국이라는 나라는 시민들을 설득할 강력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혐오스러운 가톨릭 독재 오스트리아-헝가리 같은 국가가 아니지 않은가.
“중국을 넘기기 싫으시면 미국이 참전하면 됩니다.”
이 골통 같은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의 참전을 원했고, 우드로 윌슨은 혀를 차면서 중국을 잠깐 포기하기로 했다.
뭔 전쟁이야. 절대 아니 될 말이다.
***
중국과 인도차이나로 일본 제국의 적극적인 참전을 유도한 프랑스와 영국은 빠르게 움직였다.
어떤 일이 분명 어렵고 힘들어도 하나의 장애물을 넘으면 도미노처럼 다른 일도 성공할 가능성이 무척 높지 않은가.
일본 제국의 적극적인 참전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고, 그들이 노리는 건 바로 이탈리아 왕국의 참전이었다.
그렇다면 이탈리아가 이 전쟁에 참여할 동기가 무엇이 있겠는가.
오스트리아 상대로 롬바르디아, 베네토를 빼앗은 이탈리아다.
특히 롬바르디아와 베네토는 북부 이탈리아 지역답게 경제적으로 매우 부유했기에 이탈리아 입장에서는 정말 최고의 땅이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소유한 트렌티노, 이스트리아를 비롯한 아드리아해에 근접한 모든 땅을 가져오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걸 협상국이 약속해 준다고 덥석 받을 이탈리아가 아니다.
만약 전쟁이 러시아 제국이 살짝 밀리는 수준이었다면 분명 깊이 생각하고 참전했을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왕국은 열강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는 이탈리아를 신경 쓸 여유가 없으며 수백만의 병력이 전선을 채워 오스트리아-헝가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러시아 제국을 상대하는 수백만 군대를 빼 올 수가 없는 상황이 아닌가. 감히 일부의 군대로 이탈리아군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양면 전선을 끝냈는데 세르비아가 아닌 이탈리아가 추가로 전선을 세우면 아무리 오스트리아-헝가리라도 극심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전쟁을 잘하지만 튼튼한 체급의 국가가 전혀 아니다.
독일 제국이라면 버틸 수 있는 데미지를 오스트리아-헝가리는 버틸 수도, 회복할 수도 없을 터.
그런 기대를 하고 영국과 프랑스가 접근한 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협상국이 너무 불리하게 돌아가는 지금 시점에서 이탈리아 왕국이 참전하는 건 힘든 일이다.
“뭐, 본국에 잘 말해드리리다.”
이탈리아 대사 굴리엘모 임페리알리는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거부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본국에 이야기는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절대 이탈리아가 참전할 리가 없겠지만.
“대사, 아직 제안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렇습니까? 앞으로 저의 시간이 가치 있기를 바랍니다.”
굴리엘모 임페리알리는 시큰둥 했지만 그들의 조건을 계속해서 들었다.
“우리 프랑스와 영국은 이번 전쟁에서 획득할 아프리카 내의 독일 제국 식민지를 모두 이탈리아 왕국에 인도하겠습니다.”
무의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협상국이 들이민 조건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21세기의 토고, 카메룬, 탕가니카(탄자니아 일부), 나미비아가 현재 독일 제국의 식민지였는데 이 모든 땅을 합치면 이탈리아가 소유한 식민지의 수십 배가 넘는다.
그리고 굴리엘모 임페리알리는 협상국의 전황을 더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식민지에 미친 놈들이 얻을 식민지를 다 뱉어낸다? 이걸 수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바보 등신이리라.
하지만 확실히 조건은 좋다. 이탈리아가 지금까지 에티오피아, 이탈리아-튀르크 전쟁을 한 것도 식민지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식민지를 위해 전쟁 못 할 것도 없다.
아마도 본토에 있는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프랑스 대사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절대 이탈리아가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사부아.”
“예?”
“사부아.”
“정말입니까?”
“사부아.”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는 듯 사부아만 이야기하는 프랑스 대사.
하지만 사부아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땅이었다.
프랑스어로 사부아. 이탈리아어로는 사보이아.
이탈리아의 왕가 사보이아 가문이 800년간 대대로 세습해 온 영토였지만 프랑스의 도움을 받아 이탈리아 통일 전쟁을 수행한 대가로 니스와 함께 내어준 지역이었다.
이탈리아 왕국과 가문의 근본 있는 땅을 잃었는데 이탈리아가 이 조건을 무시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프랑스 입장에서도 지배한 지 그리 오랜 기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본토와 붙어 있는 땅이기에 더더욱 큰 결심을 하고 조건에 내걸었다.
평소였다면 프랑스 국민들이 들고 일어서겠지만 파리가 전쟁터가 됐는데 땅 하나로 이탈리아의 참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국민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프랑스 정부는 확실한 답을 듣기 위해 니스까지 넣으려 했지만 같이 온 해군 장관 때문에 니스를 빼도 괜찮다고 여겼다.
이제 자기 차례라면서 조용히 있다가 몸을 쭉 펴는 윈스턴 처칠 해군 장관.
“이탈리아에 대한 지원도 있을 예정입니다.”
“지원이요?”
“우리 영국은 전황이 불리하다고 판단. 전 세계에서 사람과 물자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세계에 제일 많은 식민지를 둔 영국이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 인도, 이집트, 그 외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모든 것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쌓아둔 모든 힘이 폭발할 때고,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든든한 동맹국이 참전할 것입니다.”
일본 제국의 정체를 자세하게 이야기해 줄 순 없지만 어느 정도 패는 까야 한다. 이탈리아 왕국을 끌어들여야 하니까.
일본 제국이 참전하고, 이탈리아가 참전하고 또 다른 나라도 도미노처럼 올 것이기에 반드시 참전시켜야 한다.
“올해는 힘들어도 내년은 우리의 반격이 시작될 것입니다. 만약 이탈리아 왕국이 전선을 하나 맡아준다면 오스트리아-헝가리는 러시아 제국에 집중하지 못해서 흔들릴 테고, 러시아 제국은 결국은 버텨내겠지요.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이탈리아는 달콤한 과실을 취하면 됩니다.”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러시아 제국이 밀리고 있지 망한 건 아니니까. 게다가 겨울에 오스트리아-헝가리가 무리하게 공세 할 리도 없다.
만약 한다면 협상국이 더 유리하다. 러시아의 겨울은 혹독하니까.
그리고 이탈리아가 러시아 제국의 숨통을 트이게 해준다면 정말 혹시 모른다.
광대한 식민지와 사보이아라는 근본 있는 땅,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아드리아해 영토까지. 이탈리아 왕국 입장에서 바로 거절하기에는 너무나도 달콤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처칠은 지금까지 준비한 최대의 패를 깠다.
“영국 지중해 함대와 프랑스 함대, 추가로 더해질 동맹국의 함대, 그리고 수많은 식민지에서 모이고 모인 병력이 이탈리아의 공세를 지원해 주기 위해!”
그가 준비한 계획은 전쟁 최대의 전환점이 될 것이리라!
처칠 장관은 지도에 있는 한 곳을 짚었다.
“이스트리아 반도에 상륙 작전을 개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