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66
일본 제국은 곧 천황이다.
기타 잇키가 미워하는 히로히토 애새끼가 어찌 나오는지를 봐야 한다.
“만약 이번 도발이 천황의 명 없이 관동군이 임의로 행한 것이면, 당장 다롄으로 달려가 응징해줘야지.”
구데리안이 신이 난 표정으로 휘파람을 불다가.
문득 깨달은 듯 물었다.
“그럼 천황의 명령이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다롄으로 달려가서 응징해줘야지.”
“···똑같잖습니까?”
“다르지. 그 길로 압록강을 넘어 남하할 테니까. 그대로 중일전쟁의 개전인 거다.”
구데리안은 떨떠름하게 있다가 중얼거렸다.
“어찌 됐든, 다롄에서 한바탕 하는 건 똑같군요. 준비하겠습니다···.”
***
히로히토(裕仁)는 새장에서 참새를 꺼냈다.
따듯한 체온이 전해져 오며 마음이 안온해졌다.
“섭정 각하! 대신들이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방문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짜증이 확 솟구친다.
손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얼핏 정신을 차린 히로히토는 자신이 참새를 터뜨릴 것처럼 움켜쥐고 있음을 깨달았다.
얼른 새장에 다시 집어넣었다.
“미안하구나. 내, 너를 챙기지 못하였노라···.”
황금빛 로브를 걸치고 히로히토는 문밖으로 나왔다.
내관이 머리를 조아리며 뒤따랐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양복 차림의 내각 대신들이 초조한 듯 히로히토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각하.”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 줄줄이 고개를 숙였다.
히로히토는 이제 겨우 스물 둘이었지만.
국가 중대사에 관심이 많았으며, 어떤 사안이든 허투루 흘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내각회의는 아직 어린 히로히토에게 언제나 스트레스였다.
작년 벌어진 일련의 암살 사건 여파로, 아버지 다이쇼 천황의 병이 도지고.
황태자였던 히로히토는 예정보다도 빨리 대리청정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말이 대리청정이지.
내각 대신들은 지금껏 누려왔던 권력을 순순히 내 놓을 생각이 없었다.
정신이 미약하였던 아버지의 치세 아래.
정우회와 같은 정당과 군부의 조슈아 파벌 등은 무한에 가까운 자유를 누려왔지만.
이제 자신이 섭정 자리에 오른 만큼 예전처럼 되지는 않을 거다.
히로히토는 분명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말하였소. 이건 명백히 군부의 실책이며, 지금 당장 책임자를 도쿄로 호송하여 내 앞에 도게자시키라고.”
최근에는 만주와 관련된 일로 군부와 힘겨루기 중이었다.
중국의 내전이 심화되면서 만주에 진출해 있는 일본의 권익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론이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일본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걸로 알려진 장쭤린이라는 군벌이 의문의 죽임을 당하였고.
중국은 국제연맹에 요청하여 다국적 조사단을 꾸리려 하고 있었다.
장쭤린의 죽음에 관동군이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지라시를 히로히토가 접한 것은 최근의 일.
히로히토는 대노하여 군부에 추궁을 하였으나.
“관동군과 펑톈군은 더할 나위 없이 사이좋은 동맹관계입니다. 무엇 때문에 상부의 지시 없이 그런 짓거리를 벌이겠습니까?”
“관동군은 지나의 전쟁에 관여한 사실이 없습니다. 오직 만철의 호위 임무에만 충실한 천황폐하의 군대가 그들입니다.”
“자체적인 조사 결과, 공화군의 기동대가 사건이 일어난 지점 근처에서 목격되었습니다! 흉수는 공화군 총사령관 한신이 틀림없습니다!”
이구동성으로 관동군을 감싸는 통에, 명색이 천황의 대리라면서도 히로히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게다가 정말로 군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니.
그저 수긍할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 새벽에 들어온 속보.
그것도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소식이다.
중국의 대도시 선양에서 관동군과 공화군이 교전 중.
어찌 된 영문인지를 묻는 외교전문.
이번만큼은 히로히토도 참을 수 없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오? 세계 삼대 열강으로 고고한 품격을 보여주어도 모자랄 판에. 한낱 지방군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여 외국과 분쟁이 일어나게 하다니!”
불같이 화를 내며 책임자를 찾았으나.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나마 육군 대신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떠듬거릴 뿐이었다.
“일단 확실한 것은, 군부에서 내린 명령은 아니라는 겁니다. 관동군 내부의 일탈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잘못되었소, 추정이라니! 내 군대가 어떤 개짓거리를 벌이고 있는지, 내가 추측해야 한단 말이오?”
“죄송합니다.”
“국제사회에서 내 체면이 더 손상되기 전에 당장 군대를 무르라고 전하시오.”
히로히토는 이번만큼은 자신의 의지가 관철되리라 여겼지만.
육군 대신은 고개를 저었다.
“각하. 한번 쏘아진 포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미 선양의 전투에서 양측의 사상자가 수백에 이릅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럴 바에야 이미 출병한 군대이니, 본국의 권익을 챙기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편이 옳다고 사료됩니다.”
“···중국과 전쟁을 벌이자는 거요?”
“그럴 리가요. 만철의 주요 역이 포함된 선양과 같은 도시에 관동군이 주둔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자는 얘기입니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이유를 아시잖습니까. 중국이 먼저 만철의 직원을 처참하게 살해하고 철로를 파괴하였습니다. 계속되는 소명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지요. 본국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일은 지나인들이 자초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히로히토는 전쟁을 피하고 싶었다.
만주는 원래 중국 땅인데, 굳이 침탈하여 뺏어야 할까?
“내게 그 정신 나간 관동군 지휘부를 인정하란 말이오?”
“그럴 리가 있습니까. 변란이 마무리된 이후에 책임자 처벌이 뒤따를 겁니다. 다만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놈들의 행위는 괘씸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결국에는 천황폐하와 국가의 대의를 위해서 한 일 아니겠습니까.”
처음의 강경했던 태도는 점점 느슨해지고.
히로히토는 심각하게 갈등하기 시작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또다시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다.
“중국군이 다롄으로 진공 중입니다···! 일전에 말씀드린 기갑부대의 진격 속도는 상상 이상입니다! 각하! 얼른 결단을···!”
히로히토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늘이시여, 아직 정식 즉위도 하지 않은 제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다시 눈을 뜬 히로히토는.
마음을 정하고 입을 열었다.
괘씸하지만 어쩔 수 없다2
“육군대신, 전에 뭐라 말했지?”
“예?”
“괘씸하지만 어쩔 수 없다 했나?”
“그렇습니다.”
다이쇼 천황을 대신해 정국을 이끄는 황태자 히로히토는.
툭 내뱉었다.
“그 말이 정확하도다.”
대리청정 기간에 나라가 전쟁에 휘말려드는 건 원치 않지만.
엎어진 물을 도로 담을 수는 없는 법.
중국군이 일본군 주둔지인 다롄까지 위협하고 있다니,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게끔 조율하는 선에서.
관동군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권한을 주어야 한다.
중국이 만들었다는 전차는 또 어떤가.
어떤 물건인지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관동군의 행위를 긍정하시는 겁니까?”
“긍정이라기보다는 묵인으로 해두지.”
“옳은 결정을 하셨습니다.”
안색이 밝아진 육군 대신을 뒤로 하고 히로히토는 일사천리로 명을 내렸다.
“참모총장은 관동군 사령관 시라카와에게 작전권을 위임하도록 하라. 일본을 위협하는 적대세력에 대항하되, 중국 백성들은 건드리지 말고 오직 중국군에만 맞서 싸우라고 전해라. 언제나 자신들이 황실의 군대라는 것을 기억하고, 확전을 경계하되 모름지기 일본의 권익을 지키는데 힘쓰라고 해라.”
참모총장이 예를 갖춰 허리를 숙였다.
말에 자신이 붙은 히로히토는 대신들을 앞에 두고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움직인 관동군의 행위는 육군 형법에 따라 처벌받아 마땅하다. 조부께서 일본을 통치하셨을 때도 숱한 변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흔들림 없이 국체를 바로 하셨기에 모든 혼란을 극복하고 대일본제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히로히토에게 할아버지는, 닮고 싶은 정도를 넘어 이상화된 완벽한 군주였다.
할아버지처럼 만인의 존경을 받으며 군림하는 통치자가 되고 싶었다.
메이지 천황은 만세일계의 자리에 오르고도, 신하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였다.
개입해야 할 때와, 놓아 두어야 할 때를 명확히 구분하여.
꼭 필요한 때에만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니, 내각을 포함하여 국민들이 두루 따르지 않는 자가 없었다.
지금 히로히토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인정(認定)이었다.
아버지 다이쇼 천황은 오랫동안 공무를 방치하다시피 내려놓았고.
섭정으로서의 지위는 안정적이지 않다.
평소 지적받아온 유약한 성격에.
아직은 어리다 볼 수 있는 나이로 해서, 내각뿐 아니라 국민들로부터도 전적인 신뢰를 얻지 못한 히로히토였다.
그나마 작년까지 있었던 유럽 순방을 통하여, 서양 귀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모습을 대중에 노출함으로써, 얼마간 인기는 얻었으나.
국정운영에 대한 신뢰도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뒤따랐다.
천황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려면.
무엇보다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였다.
“대외에 반포할 칙어를 내리겠다.”
얼빵하게 있던 서기가 화들짝 놀라 펜을 들었다.
“짐이 생각건대, 충량한 군인의 마음가짐은 국체의 보존에 있다. 사사로운 법도와 도리는 모두 국체 수호에 후행하는 법이니, 육군 참모본부 소속 관동청 병사들에게 고하노라. 정부가 만주의 사정에 어두워 손을 놓고 있을 때, 홀연히 일어나 황군의 기상을 떨친 용기를 치하한다. 중국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서는 짐도 눈여겨보고 있으니,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본분에 충실하라.”
말을 마친 히로히토는 뿌듯한 마음으로 내각의 대신들을 둘러보았다.
제멋대로 기동한 관동군에 대하여 완전한 지지는 표명하지 않으면서.
나름 가호를 내리는 내용.
이만하면 천황의 위엄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는가.
히로히토는 생각했다.
이제 자신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다.
유년기의 어설픈 마음은 단호히 끊어내고.
어른의 세계로 넘어갈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때로는 어려운 결정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받아적었나? 그리 반포하라.”
“예.”
군부의 무관들이 감탄의 눈빛을 보내는 동안.
의회정치를 담당하는 문관들은 저희끼리 무어라 속닥거렸다.
“총리. 무슨 문제라도 있나?”
“문제 말입니까?”
“그래.”
군부 이상으로 까다로운 집단이 정우회다.
문관정치가 시작된 이후 빠르게 몸집을 불려왔으며.
일명 다이쇼 데모크라시라 불리는 의회정치가 절정에 이른 지금, 내각의 70퍼센트를 정우회가 장악하고 있다.
정우회의 수장이던 하라 다카시 총리가 작년에 암습을 받고 숨진 후에는.
다소 타격을 받지 않을까 예측되기도 하였으나.
국내 불순분자 세력에 탄압당하는 이미지가 형성되어, 오히려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는 중이었다.
내각총리대신이 한 발 앞으로 나서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황태자께서 내리신 칙어의 내용은 저같이 나이 든 놈의 가슴에도 불을 지르는 명문입니다.”
“쓸데없는 찬양은 줄이고, 할 말이나 하라.”
히로히토는 지금의 총리가 자신의 대리청정을 반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우회의 최대 후원자가 아버지였으니 당연한 노릇이었지만.
아버지는 이미 천황의 직위를 존속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히로히토가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도를 더해가던 아버지의 발작은.
하라 총리 사망 이후 증세가 더욱 악화되어,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영위하기 어려웠다.
그런 아버지에게 공무를 계속 맡겨둔다는 것은.
일본의 국체에 해가 될 뿐더러.
정우회 인사들에게 국무를 멋대로 주무르도록 내주는 것이나 진배없는 일이었다.
그들을 대할 때면, 자연 히로히토의 태도가 곱지 못하였다.
총리가 말했다.
“황태자께서는 저 칙어가 외부에 반포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계십니까?”
“지금 짐을 가르치려 드는 건가?”
“제가 감히 어찌 그러겠습니까. 그러나 전쟁은 화포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제사회에는 무어라 설명하시겠습니까? 벌써 외국 언론들이 궁 앞에 북적대고 있습니다. 지금 나가면 저 외신들을 상대해야 할 사람은 전적으로 저이니···.”
히로히토는 총리의 말을 중간에 잘랐다.
“총리는 제대로 들은 것이 맞소? 칙어의 내용은 그저 황국의 군인들을 향한 원론적인 치하일 뿐이오.”
“어떻게 그게 원론적인 치하입니까! 대놓고 관동군 편을 들고 있지 않습니까! 분명 황태자께서도 관동군 지휘부를 정신 나간 작자들이라고 하셨으면서, 어째서 그렇듯 쉽사리 입장을 바꾸시는 겁니까!”
“천황은 그 정신 나간 놈들도 품을 줄 알아야 하는 법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