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165
“그래라, 병신들아. 난 간다.”
양위팅이 문을 박차고 나가려 했으나.
앞을 막아서는 자가 있었다.
“못 간다.”
장쉐량, 이 띨띨한 자식아.
여기서 진정으로 네 아빠를 위하는 자는 나밖에 없단 말이다!
“체포해라!”
장쉐량의 명에 궈쑹링군의 병사들이 다가왔다.
동시에 가장자리에 대기하고 있던 양위팅의 사병들도 움직였다.
회의장 안은 무장금지였으니, 총은 없었지만.
당장 살인이라도 날 것처럼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그는 이번 회의에 펑톈의 대표로 참석했습니다. 그 죄가 어찌 되었건 지금은 보내주어야 합니다.”
한신의 발언에.
중간에 서 있던 공화군이 길을 텄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자야말로 아버지의 원수입니다! 당장 즉결 처형을 해도 모자랄 판이란 말입니다!”
“우리에게는 고대부터 내려오는 고귀한 규칙이 있습니다. 길고 긴 역사에서, 어리석은 몇몇은 사신의 목을 베기도 하고, 평화회의장에 군대를 출병시키기도 하였지만, 언제나 결말은 한결같았습니다. 만인의 지탄을 받으며 추악한 몰락으로 끝을 맺었지요. 잠깐의 화로 평생 후회할 우를 범하지 마십시오.”
한신이 타이르자.
장쉐량은 망설이다 몸을 비켜섰다.
양위팅은 그 옆을 지나며, 가까이 갔을 때 나직히 중얼거렸다.
“언젠가 네가 병신이었다는 걸 깨달으면, 날 찾아와라···.”
장쉐량이 뭔 개소리냐는 듯 쳐다보았으나.
양위팅은 그 길로 은행의 어두운 복도를 통과하여 밖으로 나왔다.
머릿속으로는 남은 펑톈군 중 자신이 통솔할 수 있는 부대가 얼마나 될지 계산해 보고 있었다.
아직 바깥은 환했다.
군자의 복수를 위한 기한으로 10년은 부족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위팅은 계획을 수정하였다.
평생을 거는 것으로.
괘씸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른한 오후.
선양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류타오후(柳条湖)역은 한산했다.
근래 연이어 터진 전쟁으로 지나다니는 열차 노선은 절반으로 줄었다.
간이침대에 누워 있던 역무원은 퍼뜩 잠에서 깨어났다.
시계를 확인했다.
역무원 생활 15년.
열차가 올 시간이 되면 자동적으로 잠에서 깨어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아직 세 시간은 더 잘 수 있는데.
“뭐야, 왜 잠이 깬 거지?”
역무원은 곧바로 다시 누우려다.
창밖에서 꾸물거리는 검은 형체들을 발견했다.
“저것들, 뭐 하는 거야?”
역무원은 찌뿌둥한 허리를 일으켜 방을 나왔다.
가까이서 보니 수상한 광경이었다.
온통 검은 복색을 차려입은 자들이 철로 위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말없이 상자들을 옮기는 중이었다.
종종 어린애들이 철로에서 장난을 치거나.
열차를 미워하는 농민들이 철로를 망가뜨리려 드는 일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이보쇼! 뭣들 하는 거요?”
역무원의 호통에 그자들은 잠시 행동을 멈추었으나.
곧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상자 옮기기에 착수했다.
그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오며 말했다.
“누구냐?”
“내가 할 소리. 이 복장을 보고도 모르겠소? 류타오후역에서 역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오. 이제 당신들의 정체를 말해보시오.”
“아하. 참 빨리도 나타나셨군.”
“뭐라고?”
역무원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이 역은 남만주철도주식회사의 자산이다! 철로에 뭘 까는지는 몰라도, 못된 장난질을 했다가는 관동군이 출동할 걸?”
“관동군?”
“그래!”
“후후후.”
철로 위의 사내들이 다 함께 웃었다.
역무원은 더욱 강도 높게 외쳤다.
“당장 여기서 꺼져!”
“하나 물어보고 싶은데. 당신, 일본인은 아니지?”
“뭐? 나보고 왜놈이냐고? 이 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알 만하군.”
역무원은 검은 옷의 남자가 자신의 뒤편을 바라보는 것을 알았다.
뒤에 뭐가 있나 돌아보는 순간.
퍽.
둔탁한 충격과 함께, 역무원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
양위팅이 회의장을 박차고 떠난 후에도 회담은 이어졌다.
나는 계획했던 대로 국제연맹 조사단 파견 방안을 제시했고.
장쉐량은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는 묘하게 흥분해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휴회 시간.
장쉐량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내게 다가왔다.
“몇 년 만이군요. 이전에 후루다오항에서 있었던 정전협정 때에도 우리 두 사람이 함께 문서에 서명했었지요. 기억하십니까?”
“당연히 기억합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중대하고 높은 자리에서 다시 만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각각 공화군과 펑톈군 수장으로 말입니다.”
나는 장쉐량이 하는 말의 의미를 몰라 가만히 있는데.
그가 덧붙였다.
“우리 둘의 눈높이가 이제야 얼추 맞는군요.”
이 친구.
무언가 착각을 하고 있다.
양위팅을 회의장에서 쫓아낸 것만으로, 자신이 장쭤린의 후계자라 여기는 모양인데.
김칫국을 거하게 마셨다.
만주에 산재한 수많은 군벌들을 결집시킬 파워가 그에게 있는지 의문이지만.
무엇보다 동북3성이 이제 공화정부에 귀속되리라는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굳이 그걸 밝히는 것은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일이기에.
나는 슬쩍 피해 갔다.
“정말 그렇군요. 제가 키에 비해 앉은키가 좀 작습니다.”
장쉐량의 반응은 약간 뚱했으나.
곧 이어 다시 회의가 시작되었다.
며칠간 스트레이트로 이어진 빡센 일정 끝에.
장쉐량은 펑톈군 대표 자격으로 항복 문서에 사인을 했다.
그리하여 나는 길고 지난했던 만주의 일이 일단락되었다고 한숨을 돌렸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 슬금슬금 준동하는 무리가 있었다.
사건은 있었지만 내게는 보고도 되지 않았다.
관동군이 보낸 공문으로, 나는 뒤늦게 알게 되었다.
「공화군은 당초 만주에 들어왔을 때, 남만주철도주식회사의 재산에 어떠한 손해도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근일 류타오후역에서 일어난 테러는 어떤 의미인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단순히 만철에 대한 증오범죄를 넘어, 대일본제국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한다. 빠른 시일 내에 소명하라.」
대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린가 했더니.
선양 북쪽의 조그만 역에서 철로가 폭발하는 사고가 있었다 한다.
나는 절차대로 진행했다.
사람을 보내 철로가 파괴된 경위를 조사하고, 피해액을 산정하였다.
다행히 한적한 시간에 일어난 폭발이어서.
다친 사람은 없고 철로 복구도 며칠 내로 끝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실종자가 한 명 있었다.
역을 지키던 직원이라 했다.
관동군의 암약은 거기서부터였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순천시보에 한 장의 참혹한 사진이 실린 것이다.
– 실종되었던 남만주철도주식회사의 역무원, 시신으로 발견돼. 온몸에는 피멍이···.
기사의 내용은, 만철에 대한 중국인의 증오심이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가해자는 인근의 농민들로 추정하였다.
평소에도 자주 철로를 훼손하려 시도했는데, 그때마다 역무원이 막았던 것에 앙심을 품었다는 추측이었다.
나는 공식적으로 만철에 조문을 보내 위로하고.
피해자에게도 응분의 보상을 약속하였으나.
관동군은 처음부터 그런 절차에는 관심이 없었다.
새벽에 들어온 속보는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다.
나는 잠에서 막 깨어나 비몽사몽간에 물었다.
“다시 말해봐.”
“선양의 동쪽 방벽에 포격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상대는 관동군이고?”
“야밤이라 확실치는 않지만, 그리 추정됩니다.”
펑톈군 잔당일 리는 없다.
설사 공화군과 펑톈군의 평화협정에 불만을 품은 녀석들이 있다 해도.
그럴 거면 창춘을 공격하지 어째서 선양이란 말인가.
“대응은?”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슨 명령?”
“응사해도 되는지 말입니다.”
어이구, 답답한 친구들.
내가 못 참는 것은 우리 애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니는 거다.
“두 배로 응전해라.”
“예?”
“적이 포탄 한 발을 쏠 때마다 두 발씩 쏴주라고.”
“···알겠습니다.”
리페이양은 급히 나가다 말고 다시 돌아왔다.
“정말 그리합니까?”
나는 말없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리페이양이 망설이는 바는 이해가 간다.
관동군과의 교전은, 중국과 일본의 사이의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만빵이니까.
그 말은 곧, 동북아 패권을 둘러싼 중일갈등이 본격적으로 심화된다는 의미였지만.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한 대 쳤어?
두 대 맞아.
이거야말로 내가 신봉하는 삶의 모토.
새벽부터 사령부에 불이 환하게 켜지고.
안보 회의를 준비하는 장교들이 복도를 바쁘게 뛰어다녔다.
하도 정신이 없길래, 나는 손뼉을 쳐서 주의를 불러 모았다.
“여기 봐라. 지금 뭘 해야 되는지 모르고 다들 허둥댈 뿐이잖아. 내가 방향을 제시해주겠다. 첫 번째, 정보부는 베이징과 다롄, 도쿄에 연락을 취해라. 지금 벌어지는 전투가 일본 천황의 의지인지를 파악해라.”
지시를 받은 정보부 직원들이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두 번째, 선양에 주둔한 롬멜과 소통하여 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보고해라. 포격에 나선 관동군의 속셈이 무엇인지, 단순한 도발인지, 아니면 정말 요새를 점령하려 시도하는 것인지 알아낼 필요가 있다.”
연락지휘관이 경례를 올려 붙이고는 무전실로 달려갔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지금 구데리안이 안 보이는데, 녀석이 깨어났는지부터 확인해라. 기갑부대 출동대기 명령을 내리는 거다.”
통로 쪽에서 큼지막한 팔이 불쑥 튀어나왔다.
구데리안이었다.
“저, 여기 있습니다!”
“일어났구나. 잘 됐다.”
“출동이라면 언제든 가능합니다. 선양에 지원을 가는 겁니까?”
“아니. 선양의 수비는 충분해.”
나는 정보부원들이 사라진 쪽을 보며 말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우리는 다롄으로 간다.”
“다롄이라면···. 관동군의 거점이잖습니까···?”
“그래.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바로 출발한다.”
“어떤 소식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