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Chinese warlord from Joseon RAW novel - chapter 61
공화군 장교들까지 대열에 동참하는 것은 의외였다.
어쩌다 나와 마주치면 능글거리며 물어왔다.
“장군, 출병 날짜가 나왔습니까?”
“뭔 출병.”
“쉬수정이 자기를 서북왕이라 칭한답니다. 좀 있으면 서북황제라도 될 거 같은데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잖습니까.”
“난 아직 신혼이라고. 또 전쟁터에 나가라는 게 말이 되냐.”
“헤헤. 파리에서 다 즐기고 오셨으면서.”
화룡점정은 베이징에서 온 리위안훙의 전보였다.
이젠 한 줄도 아니고 한 마디였다.
「가능?」
내 사전에 불가능이야 없긴 한데.
가능하다고 해서 다 해야 할 의무는 없잖아.
“이놈의 국가는 날 어디까지 뜯어먹으려는 거냐. 아이고야. 대총통이 자기 오른팔을 전쟁터로 모네.”
한탄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부하들이 출병을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대장. 사람들은 그저 대장의 전투를 한 번 더 보고 싶은 겁니다. 까짓거 보여주지요.”
“쉬수정은 지닝에서 우리군과 정면으로 맞섰던 적장이잖습니까. 당시 우리군의 피해도 상당하였으니, 놈이 활개치는 꼴을 보면 배알이 뒤틀립니다.”
이러니 별도리가 있나.
외몽골에서 세력을 키우는 쉬수정을 좌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긴 했다.
장쭤린이 하지 못한다면, 결국 내가 하는 수밖에···.
1개 사단의 출병이 결정되고.
준비하는 나날 중에, 나는 뜻밖의 방문을 받았다.
“손님이 왔는데, 대장의 육사 동기랍니다. 다만 신분이 확실치 않은 것 같습니다.”
“확실하지 않은데, 왜 보고하는 거지?”
“그자는 조선인입니다.”
조선인에다가 내 육사 동기라면···.
기억의 저편에서 진한 눈썹에 서글서글한 인상의 청년이 떠올랐다.
나는 손님을 안으로 들게 했다.
“이게 누구야!”
“안녕하십니까, 장군. 김경천입니다.”
“왜 그래. 옛날처럼 대하라고.”
나타난 자는 육사 시절 가깝게 지냈던 친구.
독립투사이자, 훗날 조선의 나폴레옹으로 불릴 김경천이었다.
“그것이, 너무 높은 곳에 계시니까.”
“너는 내 부하가 아니잖아.”
“글쎄.”
김경천이 싱긋 웃었다.
나는 그 미소에 묘한 의미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김경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물어도 되나?”
“물어.”
“우리의 맹세는 아직 유효한가?”
김경천의 눈빛이 빛났다.
그가 입에 담을 맹세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1910년 8월 30일.
대한제국이 일본의 손에 떨어진 다음 날.
일본 육사의 조선인 생도들이 아오야마 묘지에 모여, 독립을 기약했던 맹세였다.
“어. ‘아직’이라는 말은 빼도 돼. 맹세란 죽을 때까지 가는 거니까.”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
김경천의 웃음이 씁쓸하게 바뀌었다.
“올해 초에 있었던 3.1운동은 일본의 조선 정책에 있어 많은 것을 바꿔놓았어. 나는 육사를 졸업하고 지금껏 일본군 중위로 있었다. 일본군의 약점을 알아내어 독립운동에 활용할 생각이었지만, 썩 의미 있는 시간은 아니었지. 그러다 3.1 운동이 터진 거다.”
김경천이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그 폭발력! 그 긍지! 그건 거대한 충격이었다! 나는 나아가야 할 길이 어딘지 알았어. 독립군을 양성하여 무력으로 한반도의 일본군을 몰아내기로 마음먹은 거야. 그 계획을 육군 내의 동지들에게 알렸지···.”
나는 결과를 알면서도 물었다.
“어떻게 됐는데?”
“너를 포함하여 그날 아오야마 묘지에 있었던 사람은 총 17명. 그중 맹세를 지킨 사람은, 너와 날 제외하면 한 명 뿐이었다.”
“지청천.”
내가 무심코 말하자, 김경천의 눈이 번뜩였다.
“맞았어. 어떻게 알았지?”
“그와 친교를 깊이 맺은 건 아니지만, 심지가 굳고 뚝심이 있었던 기억이 나. 응답한 자가 한 명 뿐이라면 지청천일 거라 생각했지.”
“그래. 나는 요코하마의 술집에서 일주일을 기다렸으나, 청천 말고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어. 홍사익 같은 녀석은 도리어 전보를 보내 날 회유하려 들었다. 망할 자식!”
“뭐랬는데?”
“내 방향이 틀렸다더군. 한국은 결코 일본을 이길 수 없으며, 지금이라도 일본에 협력하여 자치권을 확대하는 길로 나아가는 게 좋다는 망발을 지껄였다.”
홍사익은 과연 열심히 협력하여 조선 출신으로 훗날 일본육군 대장까지 오르게 될 터.
이걸 자기 말에는 충실하다 해야 하나.
김경천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청천과 나는 도쿄를 탈출하여 만주까지 갔다. 그곳은 완전히 무법지대더군. 일본의 관동군과 시베리아 파병군, 러시아의 백색 군대, 적색 군대, 거기에 중국의 펑톈군과 마적 떼까지. 아 참, 펑톈군과 마적 떼는 잘 구분이 가지 않던데. 하여간, 그 무법천지에서 조선독립군을 일으켜 세울 자리는 미약했다.”
듣기만 해도 어질어질하네.
“그래서 날 찾아온 거야?”
“맞아. 솔직하게 말하겠다. 이미 중국에서 대장 자리까지 오른 네게 조선 출신임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 너는 네 자리에서 훌륭하게 맡은 바 직무를 해내고 있으니까.”
“고마운 말씀.”
“나는 다만 아오야마의 맹세를 잊지 말아 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 말은 곧 내 지위를 이용하여 조선의 독립을 지원해달라는 건가.”
“염치없지만, 맞다.”
김경천이 침을 꼴깍 삼키면서 날 보았다.
염치없기는 형.
나는 형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러지.”
“정말이냐?”
“그래. 어떻게 지원할지는 생각을 좀 해봐야겠지만.”
“내가 생각해온 방안이 있다.”
“말해봐.”
군대라도 지원해 달라는 거면 난처하긴 하다.
조선 출신인 내가 조선 독립운동에 편애적인 모습을 보이면 부하들로부터 반발이 터져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다음에 나오는 김경천의 말은 뜻밖이었다.
“지청천과 내가 규합한 만주의 독립군 규모가 얼추 300명 가량이 돼. 그들을 우창군관학교에 입학시켜 훈련받게 할 수 있나? 당연히 졸업 후에는 공화군으로 임관하여 네 부하가 될 거야.”
“중국군에 편입하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조선의 독립과 상관없는 싸움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아니, 세계는 이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나는 의미없는 싸움은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네가 있잖아.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한신의 신화를 보고 나는 네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아 불안했지. 하지만 오늘 보니 알겠어.”
김경천의 눈이 활활 불타올랐다.
“너는 한신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며,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야. 나는 너를 믿는다. 너에게 나와 조선의 운명을 건다.”
“그럴 거까지는 없고. 그 사람들이 군관학교에서 훈련받을 동안 형은 뭐하게? 형은 육사를 졸업하였으니, 군사교육을 더 받을 필요는 없어.”
“가능하다면 네 부대에서 널 돕고 싶다. 가능하겠나?”
육사의 엘리트였던 김경천이 참모진에 들어온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참모는 항상 부족하지. 공화군에 들어온 걸 환영해.”
김경천이 불현듯 일어나 경례를 올려붙였다.
“신임 김경천.”
“좋아, 첫 실전은 외몽골 출병이다. 할 수 있겠나?”
“옙, 임무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참모진에 김경천 합류.
우창군관학교에 독립지사를 꿈꾸는 조선 청년들 떼거리로 합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막 쉬수정을 족치러 출병하기 직전.
또 다른 방문자가 있었다.
펑톈파의 지략가, 양위팅.
그는 나와 김경천이 함께 있는 광경을 보고 놀란 듯했다.
“이건 또 뭐야···, 그리운 옛 얼굴이 있군.”
“웬일이냐, 양위팅.”
“우리 아저씨가 빡이 좀 많이 치셔서 말이야. 쉬수정에게 패배한 장쭝창을 갈구는 데만 정신이 팔려있다가 공화군이 출병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곤 뒤늦게 날 파견한 거지.”
“뭘 어쩌게?”
“내 휘하에 2,000명 규모의 부대가 있다. 이번 쉬수정 토벌군에 합류해서 같이 싸울 병사들이야.”
생각지도 않은 동맹군.
내가 반응이 없자, 양위팅이 피식했다.
“걱정 마, 사령관은 너니까. 너한테 명령을 받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군. 그렇다고 백업이나 시킬 생각은 말라고. 쉬수정의 수급은 내가 취할 거니까.”
나는 김경천과 양위팅을 번갈아 가며 보았다.
그리곤 들키지 않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군. 이번만 임시동맹이다.”
지금으로부터 거진 10년 전, 일본육군사관학교에서 벌어졌던 워게임.
육군 원수 야마가타 아리토모의 세이브로드 신공을 저지해 내었던 삼인방이 다시 뭉쳤다.
이거이거, 어쩌면 꽤나 위험한 조합이 탄생했는지도?
외몽골로 가는 길2
몽골의 수도.
니슬렐 후레(울란바토르).
쉬수정은 고개를 들어 청명한 겨울 하늘을 바라보았다.
대지는 건조하고 공기는 서늘하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켜자 폐에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며 자신감이 차올랐다.
세상 사람들은 말한다.
안후이파는 끝났다고.
쉬수정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거야 맞는 말이지만, 안후이파의 몰락이 나, 쉬수정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지닝에서 한신의 공화군에 패하고.
마창에서 장쭤린 암살 시도까지 실패한 후.
쉬수정은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다.
그의 곁에는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온 병사들이 함께 있었다.
“장군···, 어디로 갈까요?”
병사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여전히 자신에게 꿈을 의탁하고 있었다.
쉬수정은 안후이파라는 짐을 벗어버리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던 바를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서북으로 간다. 몽골로···.”
외몽골의 복드 칸은 이미 고령에 시력까지 잃은 약골 황제였다.
패잔병이긴 하지만, 정예로 구성된 쉬수정의 군대는 몽골의 전근대적인 기병대를 어렵지 않게 물리쳤다.
쉬수정은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하였다.
장쭤린이 동북3성에 자리를 잡고 세를 불렸던 것처럼.
쉬수정은 몽골과 신장, 감쑤 등 서북의 영토를 기반 삼아 동북왕에 버금가는 서북왕의 칭호를 획득할 야망을 품었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
그런데 이야기가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쉬수정은 침을 탁 뱉으며 중얼거렸다.
“씹. 몽골이 어디 패잔병들 구호소라도 되는 거야?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다 모여드네.”
러시아 혁명으로 제국은 무너졌지만.
신생 소비에트 공화국은 여전히 불안불안한 상태였다.
전제정을 지지하는 귀족들은 동쪽으로 달아나 시베리아 군정부를 세웠다.
백군과 적군의 싸움에, 일본이 주도하는 국제간섭군까지 끼어들어 러시아 내전은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일본이, 정권을 잡고 있던 군부가 실각하며 시베리아에서 슬금슬금 발을 빼기 시작했고.
통일된 구심점 없이 이리저리 갈라진 러시아 백군 군벌들은, 적군에 나타난 트로츠키라는 걸출한 인물을 당해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그리고 이 시기.
몽골에 흘러들어온 남자.
로만 폰 운게른 슈테른베르크.
운게른은 적백내전에서 도망쳐 나온 백군의 잔당이었다.
그 역시 몽골에 욕심을 두었으니, 자칫하면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쉬수정은 운게른과 극적인 타협을 보았다.
함께 몽골을 집어삼키기로.
하지만 오월동주(吳越同舟)라고.
쉬수정이나 운게른이나 병사들의 상태가 처참하였으니 당장에는 협력을 하지만.
속으로 딴마음을 먹는 것이 당연지사였다.
특히 쉬수정은 날이 갈수록 이 운게른이라는 자를 감당하기가 버거웠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운게른은 미쳤다는 거다.
한동안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쉬수정은 고개를 흔들고 러시아군 진지로 걸음을 옮겼다.
탕! 탕! 탕!
벌써 멀리서부터 총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군 진지에서 총격이 들린다면 일반적으로는 위급한 상황을 생각하기 마련이나.
운게른의 진지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라는 게 문제다.
“우헤헤헤헤!”
탕! 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