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416)
EP.460 설중조난 # 8
“기온이 떨어진다고 해서 당황하면 안 돼요. 초인이라면 마땅히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는 법이죠.”
내게 등을 보인 레오나가 팔짱을 낀 자제로 낮게 말하곤.
ㅡ부욱.
다가와서 내 침낭 지퍼를 열었다.
“맞는 말이야, 레오나. 그런데 왜 내 지퍼를?”
“아니, 이럴 땐 별 수 있나요? 이렇게. 잠깐. 나와 보세요.”
“어어. 그래.”
내가 침낭에서 나오자 레오나가 지퍼를 막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더니 두 개의 침낭을 하나로 연결한 것이 아닌가.
“이거면 둘이 같이 들어가 있을 수 있겠죠. 몸을 직접 붙이고 있다면 체온 유지가 더 잘될 거라구요.”
“오오! 그렇구만!”
“자, 어서! 밖에 있으면 체온이 떨어지죠! 안으로 쏙 들어오세요!”
그리 말한 레오나가 합쳐진 침낭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알았어!”
그럼 나도 들어가 볼까!
그런데 이거 뭐랄까 좀 쑥스럽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그래도 레오나랑 같은 침낭 안에 들어가서 몸을 붙이다니?
“아니, 근데 레오나! 나 너무 쑥스러워!”
“쑥스러워 이 지랄! 빨리 안 들어와욧! 체온 유지해야 한다고!”
“그래!”
체온 유지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손을 뻗었다.
“으읏!”
“아니, 왜 이상한 소리 내!”
“그치만 김근철이 이제 들어올 거잖아요!”
“들어가야지!”
빨리 오라면서 왜 눈을 질끈 감는 건데!
“크읏…!”
어쩔 수 없다. 레오나도 부끄럽겠지. 그래도 지금은 체온이 더 중요하다. 바로 침낭을 들추고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
그것으로.
나는 레오나랑 거의 몸을 딱 붙인 채 나란히 눕게 되었다.
“레오나. 좀 어때? 체온이 잘 유지되는 것 같애?”
“일단… 지퍼를 완전히 닫고요. 밀폐상태로 만들어보죠. 지금 찬바람 들어와서 잘 모르겠어요.”
ㅡ스윽.
레오나가 꼼지락대면서 지퍼를 다 닫았다. 그 탓에 나와 레오나의 몸이 살살 비벼지게 되었다… 이런.
그래도 괜찮다.
나름 제대로 된 옷을 입고 있으니까. 방한을 위해 옷을 다 벗은 상태는 아니다.
“…”
잠깐 가만히 있으니.
“와아. 급속도로 따뜻해지고 있네요.”
레오나가 말했다.
“그래?”
“김근철이 몸이 너무 따뜻해요. 완전 인간난로 아닌가요?”
“그러냐? 흐흐흐, 이게 원래 부피랑 면적? 그것 때문에 덩치가 크면 클수록 열 보존이 유리하다고.”
“이야, 우리 김근철이 그런 것도 알고 있고 똑똑하네요.”
“내가 무슨 바보냐!”
“아무튼 이 정도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겠네요.”
확실히 레오나랑 몸을 딱 붙이고 있으니까 뜨끈함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역시 사람은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아, 뭔가 재밌어지기 시작했어요. 이런 굴 안에서 눈을 피하다니. 게다가 주황색 조명도 있어서 무슨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네요.”
“장작 타는 소리만 들리면 완벽할 텐데 말이지.”
“그게 없어서 아쉽네요. 후후.”
몸이 따뜻해지니 기분도 좋아진 건지 레오나의 목소리가 좋아졌다. 근데 레오나가 바로 옆에 있어서 도저히 고개를 돌릴 수가 없다.
얼굴이 바로 옆에 있어서 부끄럽거든.
“아무튼. 좋긴 해도 낭비를 하면 안 되겠죠. 충분히 따뜻해졌으니 불 올린 거 꺼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 그러자. 내일 유리나 시후 같은 애들 찾으면 그때 쓰자고.”
나랑 레오나랑 붙어 있어서 체온 유지에 유리하지만, 아직 애들은 그런 상태가 아니다.
몸이 많이 차가워져 있을 테니 찾으면 그때 연료를 소모하도록 하자.
“네. 그럼 눈 좀 붙여요. 밝아지면 다시 활동하죠.”
“그러자.”
ㅡ스윽.
침낭 사이로 손을 뺐다.
“꺄아아악! 벌려진 틈으로 찬바람이! 김근철이 빨리요! 저 이러다 얼어 죽어요!”
“아이고!”
몸을 웅크린 레오나가 빨리하라면서 재촉한다. 이거 레오나가 추위에 상당히 약한 편인 거 같다.
ㅡ스륵.
바로 연료에 뚜껑을 덮어 불을 껐다. 그것으로 굴 안에 완전한 암흑이 찾아온다.
들리는 것은 입구 바깥에서 나는 바람소리 뿐.
“완전히 어두워졌네.”
“네.”
아니 근데 이거 시각이라는 감각이 봉쇄되어서 그런 건가?
ㅡ…
레오나랑 붙어 있다는 게 더 확실히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거 진짜 어쩌냐? 뭔가 막 심각하게 부끄럽고 그런데.
“김근철이. 자요?”
목소리가 너무 가깝다.
“이제 자야지.”
“네.”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자도록 하자.
잠깐 세팅 좀 하려고 팔을 움직이니.
“허어어억!”
“어? 아니, 레오나 왜!”
“앗!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상한 소리 내면 무섭잖아!”
왜 자꾸 이상한 소리를 내!
“알았어요! 가만히 있을게요!”
“제발 가만히 있어줘… 자꾸 겁주면 사실 이게 설녀가 보여준 환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잖아.”
유명한 괴담 중에 그런 게 있다.
설산에서 조난을 당해 얼어 죽을 판인데 설녀를 만났다. 살려달라고 빌자 설녀가 살려주겠다고 했고, 정신을 차리니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근데 그 사실을 지인에게 말하자마자 모든 것이 환상이 되어 사라지고 다시 설산으로 돌아온다는 괴담.
“아니, 무슨 일본 괴담 이야기를. 우리 한국인이거든요?”
“너 유럽인이야.”
“맞다. 깜빡했네요.”
“흐흐흐, 진짜 토종 한국인이냐고.”
“명예 한국인 인정이죠. 그래서 김근철이?”
“음?”
“아직도 제가 레오나로 보이나요?”
“으아아아아아아악!”
아나!
“아나! 레오나! 진짜 장난칠래!”
무서워서 뒤지는 줄 알았잖아!
“후, 후후후! 장난! 장난이에요!”
웃겨 죽으려는 듯 몸을 떨어대는 레오나를 보니 정말 참을 수가 없어졌다.
ㅡ부욱!
그래서 나는 즉시 침낭의 지퍼를 열고 입구를 활짝 펼쳤다.
“꺄아아아악! 침낭 열지 마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저 너무 추워요! 미안해요, 김근철이!”
“한 번만 더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면 공포의 쓴맛을 보게 될 거다! 레오나!”
“알겠으니까!”
다시 침낭 지퍼를 닫자 레오나가 오들오들 떨면서 내게 달라붙었다.
“아니, 레오나. 너무 붙는 거 아냐?”
“그치만 춥잖아요…! 빨리. 인간난로 김근철이. 팔 좀 이쪽으로 둘러주세요.”
“이렇게?”
“아.”
뭐 그렇게 우리는 점점 조용해졌다.
체력이 빠지고 있는 상태에서 졸음이 몰려온다. 더 장난쳤다간 내일 일정에 지장이 생길 것이다. 유리랑 시후가 덜덜 떨고 있을 텐데 계속 놀 수만은 없지.
ㅡ스르륵.
눈이 감긴다.
*
*
*
“김근철이…! 일어나요!”
“어? 으응? 뭐야. 밖에 밝아졌어?”
순간 앞이 보여서 뭔가 했는데 불이 피워진 상태였다. 그런데 불이 켜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기가 느껴진다.
“깨어났군요. 보세요. 김근철이. 기온이 더 떨어졌어요. 이게 대체 영하 몇 도인지 원.”
“아니 어디까지 떨어지는겨!”
미친 개떨어졌네!
큰일이다!
점점 더 추워지고 있다. 그래도 난 레오나랑 있으니 버틸만 하지만 다른 애들은 그게 아니다. 곧 위험해질 것 같은데, 이거 정말 상상 이상이로군.
“일단 기온이 더 떨어진 만큼 불을 꺼선 안 될 것 같네요. 어젠 이렇게까지 떨어지지 않았는데.”
“그보다 빨리 침낭 안으로 들어와! 나 너무 추워!”
“저도 추워요…! 으, 으으!”
불을 세팅할 생각이었는지 침낭 바깥으로 나간 레오나가 자기 어깨를 끌어안으며 벌벌 떨었다.
“일단 따뜻한 것 좀 마셔야겠어요.”
“그, 그러자.”
ㅡ보글보글.
바로 보리차를 끓여서 레오나와 같이 나눠 마셨다. 그러면서 불에 몸을 가까이 대고 체온을 좀 높이려고 했는데.
“야… 이거 뭘 마셔도 추위가 잘 안 가시는데.”
핫팩 있는 걸 까야 할까?
아직 핫팩은 거의 소모하지 않은 상태다.
“크으… 그러게요. 손발이 덜덜 떨리네요. 아으으! 안 되겠어요, 김근철이!”
바로 그때 레오나가 소리치면서 날 봤다. 어찌나 떨고 있는지 눈 끝에 맺힌 눈물이 얼고 있을 지경이었다.
“옷 벗어!”
“뭐?”
지금 뭐라고?
“어쩔 수 없으니까요! 이, 일단 좀 고개 좀 돌려주세요!”
“아니 왜!”
“맨살을 붙여야 체온 전달이 더 잘 될 거 아니에요! 버티려면 그 수밖에 없어요!”
“뭐랏…!”
확실히 맨살을 붙이는 편이 체온 전달에 더 유리하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 그렇다는 건 설마 이 침낭 안에서 레오나랑 그러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ㅡ스윽.
레오나가 두르고 있던 옷을 벗기 시작했다.
“기, 김근철이 보고 있는 거 아니죠! 고개 돌리고 있어야 해요!”
“어! 알았어!”
“당신도 벗어요!”
“크으…!”
어쩔 수 없나!
ㅡ부욱.
바로 지퍼를 내리고 옷을 벗었다. 이대로 침낭 안에 옷가지를 좀 깔아두고 레오나랑 들어가 있으면 더 따뜻하긴 할 거다.
근데 어디까지 벗지?
결국 난 반팔티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반바지만을 남기고 전부 벗어버렸다.
“후우!”
맨살을 노출하니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어서 침낭에 들어가지 않으면 얼어 죽을 거다.
“됐나요…?”
레오나의 말에 그쪽을 바라보니.
“어.”
주황색 불빛에 반사된.
상당히 고급스러운 속옷을 입고 있는 레오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 사실 이 정도 모습은… 옛날에 바다에 갔을 때도 본 적이 있다. 그때와 다름없는. 그야말로 건강한 귀족 영애스러운 모델 몸매.
분명 입고 있는 건 수영복과 비슷할 텐데, 어째서 이렇게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걸까.
“뭐, 뭘 넋 놓고 보고 있는 건가요, 김근철이!”
그 목소리가 날 깨웠다.
“빨리 침낭 속에 안 들어가요!”
“아니, 내가 뭘 봤다고 그래!”
“꺄아아악! 어서 들어가요, 제발! 저 얼어 죽을 지경이니까!”
“알았어!”
ㅡ스윽!
바로 침낭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레오나 역시 침낭 속으로 들어와 내게 몸을 딱 붙였다.
“야, 야! 레오나! 살이 너무 딱 붙었는데!”
내 맨살과 레오나의 맨살이 맞닿은 느낌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럼 딱 붙어야죠! 지금 체온 유지해야 하는데…! 아, 아윽! 몰라요! 일단 좀 더 붙어보세요!”
“허억!”
“제, 제 쪽 보고! 약간 끌어안듯이 감싸도록 하세요! 안 그러면 저희 다 얼어죽는다구욧!”
“알았어!”
얼어 죽을 순 없지!
바로 옆으로 몸을 돌려서 레오나를 끌어안았다!
“으, 으으읏…!”
“이상한 소리 좀 내지 마세요, 김근철이!”
“부끄러워서 그래, 부끄러워서!”
“누군 안 부끄러운 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