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dding, I’m an Extra RAW novel - Chapter (474)
EP.518 갈등 # 5
“내가, 내가 그 지옥에서 10년이 넘게…! 으으으윽!”
“크으윽!”
늙은 사기꾼과 함께 시위대가 오열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광경이다.
초인군림 사회에 불만을 품는 건 뭐 민간인으로서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저런 흉악 범죄자 나부랭이의 편을 들어주다니? 초인들의 강력한 제제가 사라지면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이 바로 피해자들이다.
군림하는 초인이 피해를 주는 것보다 저런 사기꾼들이 일상에서 주는 피해가 더 클 텐데 말이지.
“뭘 억울하다는 듯이 처 울고 자빠졌어, 이 개새끼야! 니한테 돈 뜯긴 사람을 생각해!”
“이, 이 개놈의 종자가…! 그 새낀 이미 보상금도 다 받아 챙겼다고! 내가 염전에서 구르는 동안 보상금으로 4억을 챙겼다는데…!”
3억 사기 쳤으면 보상금으로 1억 정도는 붙여서 줘야 하는 게 맞다.
“흐흐흐, 그거 잘됐네! 피해자가 보상받을 수 있는 세상! 얼마나 좋냐!”
“뭐, 뭐라고오오!”
“저 영웅 새끼가!”
“그 입 안 닥쳐!”
“사기나 치고 다니는 새끼들이 말이 많아! 이 씨발년들아! 돈 3억 사기 쳤으면 그 배는 벌어서 갚아야 할 거 아냐!”
3억 사기 쳤다고 딱 3억만 갚고 끝낸다는 것은 정말이지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이다.
사기당해서 돈 잃고 그동안 돈 되찾으려고 한 노력까지 다 치면 거기서 한 5할 정도는 더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어억!”
늙은 사기꾼이 뒷골을 짚으면서 쓰러졌고, 이번엔 어떤 아줌마가 소리쳤다.
“사기를 쳤다고 해서…! 그 사람을 가둬두고 수억씩 돈을 뽑아내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해!”
“당연히 정상이지!”
“미쳤어! 미친소리야! 그럼! 그런 처벌이 올바르면! 나중엔 단순히 무단횡단했다고 10억 100억씩 뜯고 그럴 거 아니야!”
“뭔 개소리야?”
아니 난 진짜 이 논리의 비약이 이해가 안 된다.
“금연 구역에서 담배 피웠다고 500억 벌금 물리고!”
“과속 카메라에 찍혔다고 벌금 1조 원씩 부과하고!”
“편의점에서 좀도둑질 했다고 사형까지 시킬 거란 말입니다!”
흥분한 시위대가 소리친다.
“아니. 야. 그러니까 사기꾼에게 벌금을 뜯고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주게 하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냥 별것도 아닌 걸로 막 5아승기원 99구골플렉스원씩 벌금을 내야 한다는 거냐? 크하하!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없구나!”
그딴 경범죄랑 흉악 범죄는 결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죽어! 이 개자식!”
늙은 사기꾼이 벌떡 일어나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시위대를 자극할까 봐 폭력은 좀 나중에 쓰리고 했는데 사기꾼 새끼가 당당하게 구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졌다.
“니나 죽어, 이 씹창아!”
ㅡ빠악!
“두헥!”
달려오는 녀석의 안면에 펀치를 한번 날려주니, 놈이 로켓마냥 측면으로 쭈욱 날아가면서 바닥을 굴렀다.
ㅡ쿠당탕!
“저, 저 미친놈이!”
“막아! 막아아아앗!”
“으아아아아아!”
그리고 시위대원들이 다시 난동을 부리려고 했지만.
“다 엎드려, 이 새끼들아!!!”
ㅡ크아아아아아아아!
이번엔 조금 진지하게 사자후를 뻥 터트려서 죄다 제압을 실시했다.
“아아아아아악!”
“끄으으윽…!”
난동을 부리려던 시위대가 죄다 넘어져 아비규환을 만들어낸다. 다른 건 몰라도 민간인 집단이 사자후를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이 씨발새끼가 기어이…!”
“너 아까 그 대머리냐?”
그래도 이 대머리 새끼 근성이 좀 있기는 한 건지 머리를 시뻘겋게 물들인 채 일어나서 내게 부들부들 삿대질을 했다.
“니가! 니가 만들어낸 이 참상을 봐! 우리 민간인들이 권리를 주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그 초인적인 힘으로 죄다 박살을 내놨어!”
“그리고 이젠 니가 박살날 차례지.”
“뭐?”
ㅡ파앗!
그대로 땅을 박차 대머리의 앞까지 뛰어간 다음.
“욕할 때 좋았지? 이 범죄자 새끼야.”
“어, 어어?”
잘은 몰라도 이 대머리 새끼 발작하는 거 보니까 딱 봐도 저 늙은 사기꾼 새끼처럼 흉악범 출신이 분명하다.
ㅡ짜악!
바로 손바닥으로 매끈한 머리통을 짜악 내리쳤다.
“끄아아악!”
새빨간 자국이 남으면서 놈의 눈이 돌아간다. 그 상태로 다시 손바닥을 펼쳐서 놈의 뺨따구를 존나게 후려갈겼다.
ㅡ짜악!
ㅡ짜악!
“컥…! 쿠헉! 브워어어어!”
“야 이 새꺄! 아까처럼 막 욕하고 그래봐, 임마!”
“끄으으윽…!”
그대로 기절.
ㅡ화아악!
기절한 놈을 저편으로 집어 던지고 정면을 보았다. 아까부터 나랑 이야기하던 나팔수. 녀석은 지금 사자후에 당한 충격으로 주저앉아 귀를 막고 있는 상태였다.
좋아.
이제 좀 진솔하게 이야기를 해보자.
“거기! 나팔수씨!”
“허, 허억…!”
그대로 땅을 박차 놈이 서 있는 단상 위까지 뛰어갔다. 떨고 있는 녀석을 어깨에 지고 다시 점프.
앞으로 나와서 내려줬다.
“정신 차리세요.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이 욕을 한 건 아니니까 내가 마지막 예의는 지킵니다.”
“으, 으윽…! 이, 이런 폭력 사태를 일으키다니…! 저들이 범죄자 출신이라고 그런 식으로 대해도 되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크윽!”
놈이 오열하면서 말했다.
“단순한 범죄자 출신이 아니라 흉악범이잖아? 그럼 막 대해도 돼.”
“그렇게 막 대하면! 결국 사회로 복귀한 범죄자 출신 인원들이 제대로 일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영웅들이 운영하는 사업체 있잖아.”
거긴 범죄자 출신이라고 해도 다 포용을 해준다.
민간에선 온갖 차별을 받지만 그런 사업체에선 이미 죗값을 치렀다는 걸 알고 있으니 평범하게 대우받으면서 일을 하며 살아간다.
물론 대부분의 범죄자들은 영웅소리가 들어간 것에 다 학을 떼기 때문에 잘 들어가려고 하진 않지만 말이다.
근데 안 들어가는 게 잘못이지.
흉악 범죄를 저지른 이상,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은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렇게 종속되는 거란 말입니다!”
“뭔가 착각하는 거 같은데. 딱히 초인이 군림하는 세상이 아니라고 해도 범죄자가 대우받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요.”
이 남자는 마치 초인들이 권력을 내려놓으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인권들이 지켜지고 그리하여 유토피아가 올 거라고 진지하게 믿고 있는 듯했다.
물론 그렇지 않다.
초인이 없는 세상.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작동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이 사람이 꿈꾸는 유토피아는 찾아오지 않는다.
“그게 무슨…!”
“이름이 뭐야?”
“오상철입니다! 제길! 당신은 이야기가 통하는 줄 알았는데!”
애초에 이딴 새끼랑 이야기가 통할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다. 실정에 맞는 이야기를 해야 좀 통하는 구석이 있지.
내가 대화에 어울려주는 건 단순히 앞으로 있을 재앙, 거기서 그 재앙을 가속화시킬 반 영웅 정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다.
“끄으으윽…!”
오상철이 쓰러진 시위대를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당신! 저희가 범죄자 편만 드는 것 같습니까!”
“그런 거 아니었어?”
“아닙니다! 사회에서 가장 지탄받고 혐오 받는 범죄자의 인권마저도 지켜져야 모든 사람들의 인권이 지켜진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는데.
“그럼 범죄자의 인권을 어떻게 지켜주는데? 뭐 감옥에 가둬두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인권 침해 아닌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회에서 격리를 시킨다면, 그건 교정이지 인권 침해가 아닙니다!”
놈이 악을 쓰듯 소리쳤다.
도저히 차이를 알 수가 없다.
“지금의 시스템이 문제라는 겁니다! 법정이 가동하긴 하지만 대다수의 범죄는 각 지역에 있는 영웅 길드에서 자체적으로 처벌을 합니다!”
“그렇지.”
근데 영웅이 판결하나 판사가 판결하나 딱히 다를 건 없다.
애초에 영웅 길드에서도 저런 종류의 갈등을 판결하고 처벌하는 데 있어 전부 전문 조사관들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영웅사회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란 절대적이다.
마찬가지로 법관에 대한 전관예우니, 초호화 변호인단이니 하는 것 또한 철저하게 배제된다. 판결에는 인맥이나 금전이 일체 개입되지 않는다.
그런 건 영웅들 기준으로 봤을 때 명예를 해치는 일이며, 그런 불명예스러운 것들을 용인하는 순간 그 영웅은 빌런으로 지정될 테니까.
“과연 영웅이 올바른 판결만 한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그런 게 어딨어?”
그럼에도 사람 사는 사회인 만큼 잘못된 판결은 존재한다.
“그,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올바른 판결을 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판결한다는 것 자체가!”
“아니. 그럼 뭐 영웅이 판결 안 하고 사람이 하면 다 올바른 판결이냐?”
“당연한 소리! 적어도 법적 제도가 시스템에 의해서 작동한다면 올바른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개소리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 따위가 완벽할 리가 없지 않은가.
“아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제 말이 맞다는 걸 알게 되는 날이 올 겁니다…! 잘못된 판결을 내린 영웅이 처벌받는 모습! 본 적 있습니까!”
“다 처벌받는데.”
초인 사회는 명예를 중시한다.
잘못된 판결을 한 영웅은 즉시 제재를 받게 된다.
아, 여기에 악의가 개입되어 있으면 빌런 지정이고. 그게 아니라면 영웅으로서 제재를 받는 거다.
피해자에게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초인적 능력을 공익을 위해 사용하도록 한다. 듣기로는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어서 괴수와 괴인들과 싸우게 한다고 하는데, 일반인 범죄자들이 강제노동을 하듯 영웅이 죄를 지으면 전투노동을 하는 것이다.
“바, 받는다고 해도…!”
할 말이 없어졌나 보다.
“그래서. 오상철 당신. 빌런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빌런…?”
이런 사회적 풍조를 만든 게 과연 누구일까.
정말로 민간인들의 불만이 폭발한 걸까? 아니면 빌런들이 의도적으로 여론을 조작해서 사람들을 교모하게 선동한 걸까?
“설령 빌런이라고 해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니. 방금은 씨발. 초인들 권력이 문제라며?”
초인적인 힘으로 무고한 사람을 해치고 다니는 빌런 편을 또 들어준다고?
“그런 눈으로 보지 마십시오! 초인권력과 빌런이라는 개인에 대한 탄압은 완전히 다른 문제니까!”
놈이 재차 소리쳤다.
“빌런에 대한 공개처형 역시 금지되어야 합니다! 그런 야만적인…! 게다가 검거된 빌런들은 어디로 대체 사라지는 겁니까! 그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초인들이 초인적인 힘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고 다니는 걸 빌런이라고 부르는데. 그래도 인권을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듯, 모든 인간의 인권이 지켜져야 합니다…!”
정녕 이 광기가 반 영웅 사상의 시발점이 된단 말인가?
아무리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은 이 말에 동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고 싶어 하고 피해자에게 공감하지 가해자를 옹호하려 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흉악범을 때려잡고 빌런들을 처형해주는 걸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것이다.
이런 급진적인 사상에 찬동하는 쪽은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결국 세상은 그렇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쪽 기억에 계속해서 집중했지만 안타깝게도 더 자세한 건 떠오르지 않는다.
“잠깐.”
문득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적어도 이 새끼는 인권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광기가 넘치긴 해도 인간의 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근데 나중에 일어난 반 영웅 사상의 물결에는… 인권 따위가 없었다. 영웅들에게 테러를 가하는 것은 고사하고, 영웅을 옹호한다는 이유만으로 민간인들을 처형하는 일도 공공연하게 일어났으니까. 어린이들이 자기들을 구해준 영웅한테 고마움을 표했다는 이유만으로 납치해서 도살하는 일도 있었을 정도다.
인권수호를 외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증오와 폭력성을 분출할 뿐인 놈들.
그래.
시작은 분명 인권과 법치주의를 위해 일어난 것이었을 터다. 그런 사상인 만큼 사람들의 지지를 다수 얻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빌런들이 거기에 개입해서 사람들을 교묘하게 조종하고, 악의적으로 선동하는 것으로 사상을 완전히 변질시킨 것이 아닐까?
머릿속에서 무언가 얼개가 잡히기 시작한다.
시위대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거기에 숨어서 증오를 퍼트리는 놈들.
그런 놈들을 조기에 색출해야 한다.
“…나한테 욕하던 새끼들.”
그런 미친놈들이 이런 곳에 숨어들어서 사람들을 조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