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40
열일하는 과금 기사 139화
* * *
문을 열고 꽃마차 밖으로 나온다.
“뭐야, 다 어디 갔어?”
꽃마차의 주변에 아무도 없다. 몬스터는 물론이고 일행 중 누구도 보이지 않는 상황.
그런데 그때였다.
탁.
가벼운 소음에 고개를 드니 꽃마차 위에 서 있는 고양이가 보인다. 당연히 진짜 고양이는 아니고 섬에 잔뜩 있는 스마트 펫 중 하나.
녀석의 머리 위로 몽실몽실 글자가 떠오른다.
[언덕 너머 나무.]“언덕 너머 나무?”
무심코 따라 읽자 고양이가 와락 인상을 찡그린다.
[카메라는 안 본 척하라니까요!?]“아니, 뻔히 있는 걸 어떻게 안 본 척해…….”
구시렁거리며 발걸음을 옮기자 그 뒤를 체다가 후다닥 따라온다.
‘아, 이거 놓고 가야 하나? 싸우다 부서지기라도 하면…….’
그러나 이내 고개를 흔든다.
‘방송사에서 물어 주겠지.’
“체다. 혹시 모르니 저 녀석한테 원고 보내고 따라와. 마력을 써서라도 기척 숨기고.”
“스텔스 모드, 기동합니다.”
나는 체다가 꽃마차의 고양이에게 들렀다 오는 걸 확인한 후 언덕을 올라갔다.
쿠쾅!
언덕을 넘어서자 내 시야에 시체 골렘의 뒷모습이 보인다.
나는 검을 들어 녀석의 목을 치려고 했지만, 그보다 녀석의 그림자가 일렁이는 것이 먼저였다.
쿠우우……!
묵직한 울림과 함께 대기의 떨림이 느껴진다.
그리고.
퍼엉!
“크에에엑……!”
발목에서 시작된 떨림이 몸을 타고 올라가자 시체 골렘의 등짝이 터져 나간다.
“술법…… 이라기엔 조금 이상한데.”
사방에 튀는 피와 살점을 피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껍질을 벗겨 내도다! 드러난 속살을 물어뜯도다! 쏟아지는 생명을 찬미하며 즐기는 은혜로운 시간이 찾아오도다!”
“도도망망치치지지도도 숨숨지지도도!”
“크워어어!”
어둠 속성의 몬스터들이 언덕 위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를 향해 몰려간다.
쾅! 퍽!
시체 골렘의 주먹이, 광신도의 단검이, 기사의 장검이 나무를 후려쳤다. 그러나 둘레가 5미터가 넘어 보이는 거목은 몬스터들의 공격에도 굳건히 버틴다.
간혹 나무껍질이 뜯기고 패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강력한 숲의 마력이 일렁이면 삽시간에 회복해 원래 모습을 되찾는다.
그리고.
쿠우우—!
나무를 중심으로 울림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무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울림이, 정확히는 진동이 몬스터들 각자의 그림자에서 터져 나온다.
쩡! 텅! 까앙!
몸통이 터져 나가고 쇠가 끊어진다. 동시에 거대한 나무를 두들기던 몬스터들이 죽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수준의 타격을 입고 바닥을 뒹군다.
“와, 한 방에 수백을 후려친다고? 오분의 일도 안 죽긴 했지만…….”
그러나 그렇다 해도 기가 막힐 정도의 위력이다. 각자의 그림자를 타고 가해지는 공격이었기에 회피도, 방어도 쉽지 않고, 몬스터들 사이에 서 있는 내 그림자가 아무런 반응 없이 조용한 걸 보니 대상도 가릴 수 있다.
떵그렁!
이런 방식으로 꽤 오래 싸운 것인지 나무 근처에 아이템들이 굴러다닌다. 나는 그중 하나를 잡아들었다.
[영광스럽던 시절]근접 데미지 +15%
저주 확률 +10%
스트레스 +10%
검은색의 장검은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자체적인 데미지가 없고 등급도 없으며 그냥 배율만 붙어 있으니 리벤지와는 여러모로 다른 아이템 체계다.
“뭐, 꽤 튼튼해 보이네.”
가볍게 휘둘러 보고 있는데 커다란 나무가 좌우로 갈라지며 그 내부를 드러낸다.
“뭘 멍하니 있어! 얼른 들어와!”
성재의 목소리를 따라 나무 안으로 들어서자 열렸던 틈이 다시 닫힌다.
“여기 다 있었네.”
밖에서 보면 크지만, 나무껍질의 두께 때문에 결코 넓다고 할 수 없는 나무 안에서 네 명의 남녀가 자리하고 있다.
나무에 반쯤 묻힌 모습으로 마력을 발하고 있는 성재의 모습이야 그리 신기할 것도 없다. 녀석은 나무 속성 주문에 특화된 소서러. 전장 한가운데 나무가 서 있는 모습을 봤을 때부터 녀석이 이러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특이한 건 올리야의 모습이다.
“왜…… 누워 있어?”
그녀가 땅에 엎어져 있다. 포복이나 뭐 그런 게 아니라 그 풍만한 가슴이 일그러지도록 아예 땅에 붙어 있는 상태.
그녀의 좌측에는 증폭술사 레아가 붙어 있고, 우측에는 암(暗) 속성 차크라 마스터 혜영이 자리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그들은 내 질문에 답할 정신이 아닌 듯 보였다.
“또 온다!”
“아니, 수천 마리는 죽인 것 같은데 왜 줄지를 않아!?”
“잔말 말고 준비!”
웅!
어둡던 나무 속이 밝아진다. 광원이 생겨서는 아니고 나무가 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밖에서 봤을 때는 그런 일이 없었으니 아마 안에서만 밖이 보이는 구조겠지.
그리고 그렇게 투명해진 나무 벽 너머로 그 광경이 보인다.
우웅!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어둠이 뭉쳐…….
“크아아아앙!”
거대한 시체 골렘으로 변하는 모습이.
성재가 성질을 부렸다.
“이런 제길. 리젠 타임 점점 빨라져! 마력이 반도 안 남았는데……!”
“다른 팀들은 괜찮을까요?”
“보람 님의 본체와 함께 움직이는 파티는 괜찮을 테지만…… 모르겠습니다. 이 괴물, 그러니까, 몬스터의 수가 너무 많아요. 완성자에 준하는 괴물이 끝도 없이 쏟아지다니…….”
모두의 얼굴이 어둡다. 밑도 끝도 없이 시작된 전투가 너무나 길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간다……!”
그때 바닥에 누워 있던 올리야의 몸이 새파랗게 빛난다.
“증폭합니다…… 계수 9.4!”
“전달합니다…… 지금!”
쿠우우–!
올리야의 몸에서 묵직한 진동이 퍼진다. 그리고.
퍽! 퍼엉! 콰득!
나무 위를 미친 듯이 후려치던 몬스터들이 터지고 박살 나 쓰러진다!
“이게 뭐야?”
“일종의 합체기야.”
마나 회복을 위해서인지 명상에 들어간 성재 대신 올리야가 답한다.
자연스럽게 품속에서 호두알만 한 크기의 알약을 꺼내 먹는 모습. 아무렇지 않은 그 분위기를 보니 특수한 효과를 가진 영약으로 보였다.
“아…… 또 리젠되네. 짧게 말하자면 내가 진동을 쏘면 레아 씨가 증폭해 주고, 혜영 씨가 그림자를 통해 몬스터에게 전달하는 거지.”
“경천칠색이 증폭술과 궁합이 아주 좋아요. 아홉 배가 넘게 증폭하는데도 부담이 없을 정도예요.”
“그림자 이동도 잘 맞는 편입니다. 그림자 이동을 열 번 쓰면 탈진하는데, 진동을 전달하는 건 몇 번을 해도 부담이 없어요.”
“잔말 말고…… 간다!”
번쩍!
청색 빛이 터지며 올리야의 몸에서 진동이 쏘아진다. 레아가 증폭하고, 혜영이 그림자로 전달한다.
뿌드득! 퍽!
나무에 달라붙어 나무껍질을 벗겨 내고 있던 몬스터의 몸이 터져 나간다.
성재가 신음한다.
“빨리빨리 쏴 주면 안 돼? 이러다 나무가 뚫리겠어!”
“지금도 엄청나게 무리하고 있어! 지방이 다 타 버려서 내 가슴이 F컵에서 C컵이 됐다고!”
올리야의 말에 성재가 질색한다.
“아, 제발 그런 말 여기서 하지 마! 마이크 차고 있단 말이야!”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생각한다.
‘생각보다는 여유가 있는 모양이네.’
그들이 대충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성재의 얼굴은 창백하고, 약간은 살집이 있는 편이던 올리야의 몸이 훨씬 슬림해졌을 정도.
하지만.
‘눈에 절망감이 없어.’
뭔가 비장의 수가 있다는 말. 나는 그게 뭔지 좀 궁금했지만 지켜보는 대신 나서기로 했다.
“진동이 부족한 게 문제지?”
내 말에 올리야가 고개를 끄덕인다. 내 생각을 짐작한 모양이다.
“물리 공격을 해 주려고? 좋은 방법이긴 한데, 흡수의 적색이랑 방출의 주황색을 같이 써야 해서 효율이 어떨지…….”
“일단 대.”
“대라니…… 무슨 체벌도 아니고…….”
투덜거리며 엎어지는 올리야. 투명한 나무벽 너머에서 미친 듯 달려드는 몬스터들.
나는 손을 들었다. 처음에는 주먹을 쥐었다가, 이내 활짝 폈다.
그리고 생각했다.
‘흐름.’
똑같은 물리력이라도 그 발현 방식은 다양하다. 가격(加擊), 타격(打擊), 충격(衝激) 등등. 단숨에 가해지는 공격 속에도 완급과 집중이 존재한다.
웅.
내공이 온몸을 휘돈다. 랜드 브레이커의 공능으로 두 다리가 땅에 뿌리내리듯 대지와 결합한다.
그리고 그대로.
내리친다.
짜악……!
“하윽……!?”
상체를 덮고 있던 옷이 찢겨 나가며 올리야의 몸이 파르르 떨리고.
“읏!”
“윽……!”
레아와 혜영의 입에서도 신음이 터져 나온다. 어마어마한 힘의 격류에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
그러나 그런 상황에도 그녀들은 해야 할 일을 완벽히 처리했다.
푸확-!
나무에 몸을 부딪치고 있던 시체 골렘이 박살 나 사방으로 흩어진다. 광신도가 피를 토하고 죽음의 기사가 찌그러져 바닥을 구른다.
모두가 공격을 받았지만 그중 일부만 죽었던 아까와는 다르다.
전멸(全滅).
나무 주위에 있던 그 어떤 몬스터도 살아남지 못했다.
“……와, 이게 뭐야?”
성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시끄럽던 언덕에 단번에 적막에 잠겨 들었다.
“우와! 선생, 뭘 어떻게 한 거야? 충격이 그냥 단번에 빡! 다이렉트로 진동이 됐어! 아니 그보다!”
놀라서 횡설수설하던 올리야가 벌떡 일어난다.
“살살 좀 쳐! 등짝 다 터지는 줄 알았잖아!? 아니 뭔 놈의 힘이…….”
발끈하는 올리야를 본 모두가 대경실색한다.
“꺅!”
“엎드려. 엎드려!”
“일어나지 말아요!”
강제로 다시 엎드려진 올리야가 투덜거린다.
“아니, 내 가슴인데, 왜 호들갑은 이 사람들이 다 떨어.”
“시끄러우니까, 일어나지 마! 이 안에도 카메라 있단 말이야!”
아닌 게 아니라 다람쥐 한 마리가 나무 벽에 붙어 우리를 보고 있다.
“뭐, 파워라면 줄여 줄 수 있어. 어느 정도가 적당해?”
사실 지나친 일이긴 했다. 지금 내 근력이 어떤 근력인가?
‘빌딩을 잡아 뽑는 근력.’
전신 근육을 쥐어짜는 수준으로 친 것은 아니지만 랜드 브레이커까지 사용해 쳤으니 그녀의 몸에 가해지는 부하가 어마어마하리란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
내가 [흐름]에 대해 깨달으며 그녀의 진동 전환을 수월하게 도왔으니 망정이지 그냥 때렸다면 경천칠색이 아무리 물리력에 강해도 내장이 다 터져 나갔을 것이다.
“줄여 준다……?”
그런데 그런 내 배려에 올리야가 멈칫한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리고 이내 눈을 부릅떴다.
“……아니! 그냥 있는 힘껏 쳐, 쓰승! 내가 등짝이 터져도 한다!”
등에 선명한 손바닥 자국을 새긴 채, 호기롭게 외치는 올리야를 보며 웃는다.
“좋아. 그럼 계속 가지.”
그렇게 말하며 손바닥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새롭게 개발한 기술을 사용했다.
“맘스터치.”
“아니 무슨 이름을 그렇게…….”
항의하거나 말거나.
그대로 내려친다.
짜악!
* * *
서바이벌 아일랜드의 출연진은 서른 명 남짓이지만, 스태프까지 포함하면 200명이 넘는다. PD와 보조 PD, 작가, 환경 마법사, 워프 마법사, 정비사, 경호원, 요리사 등등.
사태가 터지고 섬이 격리당했을 때, 가장 안전한 곳이 바로 이 스태프들이 모여 있던 장소였다.
비전투원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요새화가 진행되어 있었고, 섬 전체를 살펴볼 수 있는 시설과 각종 물자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튼튼하고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만큼 몬스터 역시 많이 몰려온다는 게 문제였다.
“붉은 곰! 여기는 붉은 곰! 새로운 몬스터 123체 접근 중!”
“수리가 끝난 워리어 부대는 다시 앞으로!”
“아니, 이게 뭐야? 대체 언제까지 나오는 거지?”
“영자력이 떨어져 갑니다! 교대해야 해요!”
쏟아지는 몬스터의 수는 그야말로 끝이 없었다. 30체의 기급 기가스와 2체의 수급 기가스가 접근하는 족족 쓸어 버리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공간을 찢어발기며 모습을 드러낸다.
“유도 장치! 유도 장치를 파괴해야 해요! 이 괴물들은 그걸 차원 좌표 삼아 날아오고 있다고요!”
“누가 그걸 몰라? 우리도 없애고 싶어!”
그러나 그럴 수 없다.
그 이유는 그 직후 이어진 포효가 알려 주었다.
-크오오오!
망령룡 레플리가 울자 어둠과 죽음의 기운이 퍼져 나간다.
8클래스 마스터이자 국민MC, 보람이 신음한다.
“유인기 3개를 저 초월자 괴물 놈들이 품고 있다고…….”
오랜 전투로 그녀의 전신이 땀투성이다.
연예계 최정상의 강자인 그녀가 죽어라 싸우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이 전투의 주역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위잉-!
적색의 빛줄기가 섬을 긋고 지나간다. 그리고.
쿠콰콰콰쾅!
“다들 엎드려!”
“으아아 세상에!”
이 자리의 방비가 절대 가볍지 않음에도 고작 후폭풍만으로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한다.
‘결국 초월자들의 전투가 가장 중요하다.’
그들이 최선을 다해 몬스터들을 몰아내도 오룡이 패배하면 모든 게 끝. 고작 셋으로 다섯의 용종을 상대하는 괴물을 이겨 낼 방법이 있을 리 없다.
“어떻게든 도와야 하는데…….”
그런 애타는 마음과 달리 몬스터의 파도를 밀어낼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어느 순간.
“뭐지 점점…….”
“어라? 몬스터들이?”
미친 듯 몰려오는 몬스터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한다. 줄어드는 것도 줄어드는 것이지만 무엇보다 몬스터 웨이브의 방향이 바뀐다는 점이 기묘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다 어디 가는 거지?”
“휴. 그래도 한숨 돌렸습니다.”
“아니 한숨 돌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저것들이 출연진들을 공격하면 어떻게 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 저게 뭐지?”
그때 시야 한편에서 뭔가가 다가온다.
쿵!
그것은 거대한 나무였다.
쿵!
시선을 끈 나무가 거대한 몸을 이끌고 성큼성큼 이동하더니 근방에 있는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았다. 거대한 뿌리가 땅을 파고들어 단단히 몸을 고정하는 모습이 보인다.
“크오오오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끼에에에엑!”
어쩐 일인지 주변에 존재하던 모든 몬스터가 그리로 몰려갔다. 거대한 나무가 산산이 찢겨 박살이 날 듯 위태로운 기세.
웅!
그러나 그 순간 공기가 떨렸다.
“아니, 이건.”
“진동……?”
모두가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피부를 쓸었다. 자신들을 목표로 하지 않았음에도, 온몸의 털이 빳빳이 설 정도로 살벌한 여파.
그리고 그 직후.
퍼퍼퍼펑!
콰콰쾅!
전장의 모든 몬스터가 터져 나간다.
“아니, 이런, 미친…….”
“이게 뭐야……?”
모두가 넋을 놓고 그 모습을 바라본다.
사상 초유의 ‘깡패 파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