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160
열일하는 과금 기사 159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멈칫한다.
“……뭔데?”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다. 100위 즈음에서 정체되어 있던 순위가 난데없이 38위라니?
깜짝 놀라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평균 조회 수가 3,000을 넘겼다. 단번에 3배가 넘게 뛰어오른 것이다.
‘와, 이게 얼마야. 대충 계산해도…… 5천만 원에 가깝다.’
심지어 공모전 인세는 2배로 계산이니 이것 하나만으로 억대 수입이 발생했다. 물론 수수료가 좀 빠지기야 하지만 새순이 돋을 때는 아직 완결도 아니지 않은가?
서둘러 댓글을 확인했다.
⤷무적김초코 : 얼마나 대단한가 와 봤는데. 와. 잘 쓰긴 했네요. 이런 곳에 이런 작품이 있을 줄이야.
⤷차영춘 : 그야말로 진흙탕에 핀 연꽃입니다.
⤷이숙경 : 하나의 시점에 고정하면서도 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묘사가 놀라울 정도입니다. 캐릭터에 대한 집요한 고찰이 엿보입니다.
전체적으로 호평이다. 새로 유입된 독자들이 새순이 돋을 때를 읽고 감탄하고 있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마음의양식 : 퉤퉤! 아니 이게 뭐야 개노잼이잖아?
⤷아니어쩌다 : 베스트 50에 못 보던 게 올라와서 좋아했더니 뭐 이런 게 올라왔음? 어뷰징 아님?
⤷재밌으면짖어요 : 내가 정의신관님한테 신고해씀 ㅅㄱ여
⤷해시태그 : 지루…….
⤷은하철도19금 : 아니 왜 이런 글을 여기서 쓰세요?
두 부류의 독자가 충돌하며 댓글에서 투기장이 열린 건 당연한 일이다.
⤷차영춘 : 아니 왜 이렇게 훌륭한 작품에 악플이 이렇게 많은 겁니까?
⤷아니어쩌다 : 응 알바는 본진으로 돌아가시구요.
⤷차영춘 : 뭐? 알바?
“어디에 홍보글이라도 올라온 건가?”
그러나 당장 그것을 확인할 상황은 아니었다.
“자, 복장 착용 도와드릴게요!”
“앗. 네.”
일어나 두 팔을 벌리자 두 여인이 다가와 내 몸에 갑주를 걸쳐 주었다. 실전성보다는 근사한 외향에 집중한 디자인. 당연하지만 그게 뭔지 안다.
“별빛의 성갑.”
“어머. 알아보세요?”
“알죠…….”
신화 갑주다. 랭커인 [뉴클리어]만이 유일하게 다섯 파츠를 다 착용하고 있는 근접 클래스들의 워너비.
“뭐 당연하지만, 진짜 별빛의 성갑은 아니에요. 그에 준하는 아우라를 보여야 해서 8클래스급 주문이 네 개나 인챈트 되어 있지만요.”
갑주를 다 입고 나자 사랑이 찾아온다.
“아, 재연 씨 죄송하지만, 계약서를 좀 수정해도 될까요?”
“수정이요?”
“네…… 광고 계약에 좀 문제가 생겨서…….”
나는 화려한 갑주를 입은 채 그녀와 한편에 있는 사무실로 이동했다. 사랑의 뒤로 따라다니던 비서 칼튼이 차분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재연 님의 광고비 지급으로 정의신의 경고가 내려왔습니다.”
“아니, 정의신이? 왜요?”
주식을 다이아로 뻥튀기시켰을 때에도 별문제가 생기지 않았는데 광고주가 책정하기 나름인 광고비에서 왜 문제가 생긴단 말인가?
의아해하는 내게 사랑이 설명했다.
“저희 리벤지는 페이투윈(Pay to Win) 게임이니까요. 재연 씨가 과도한 광고비로 스펙을 올린 뒤 공성전이나 대단위 전투에 참여하면 불공평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개중 몇이 검찰청에 신고한 모양이에요. 어쨌든 주식만 있으면 누구나 시도할 수 있었던 저번 일과 달리 광고는 아무나 찍을 수 없으니까요.”
“게임사 돈 받고 키운 캐릭과 본인 돈으로 경쟁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이미 계약이 진행 중인데 이렇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는 칼튼.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광고비가 줄어드나요?”
내 말에 칼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방법입니다. 100억으로 줄이는 대신 과금에 쓰지 않으셔도 되지요. 아니면 일정 시간 동안 공성전이나 월드 레이드 등에 참여하지 않는다거나…….”
“아니, 뭐 굳이 그럴 필요도 없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뭔 일인가 했더니 전혀 문젯거리가 아니었다.
“과금한 모든 다이아와 아이템을 삭제하겠습니다. 그럼 문제없죠?”
“…….”
“…….”
게임사 대표와 그 비서가 멍청한 얼굴로 나를 본다. 나는 물었다.
“문제 있습니까?”
“아니요…… 없죠.”
잠깐 혼란이 있었으나 결국 문제는 간단히 해결되었다.
나는 이왕 사랑과 마주한 김에 예전부터 생각하던 주제를 꺼냈다.
“저작권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이요?”
“네. 제가 글을 쓰는 것들이 있는데. 그게 리벤지의 세계관을 어느 정도 차용하고 있어서요.”
“말하자면…… 리벤지 팬픽?”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그렇게도 볼 수 있지요.”
지금까지는 별문제가 없었다. 내가 연재하는 소설의 조회 수가 별로 높지 않았고, 리벤지의 배경 스토리 따위 아무도 관심 없는 종류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냥 양판소 세계관이라 봐도 기억을 못할 정도다.
‘표절 시비도 어느 정도 인기가 있어야 터지는 거지.’
노관심과 노관심이 엮였는데 어찌 문제가 되겠는가? 다만 지금까지 그랬다는 것이지 앞으로는 다를 수 있다.
당장 황제기사 네버만 해도 노벨 아레나 9위에 자리하고 있고 새순이 돋을 때도 엄청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아르데니아산 소설들과 리벤지의 설정은 아주 살짝살짝 겹치는 편이지만 소설들이 게이트가 열린 이후의 일을 다루기 시작하면 상황이 크게 달라지겠지.
그러나 당연히 그런 사정을 모르는 사랑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니, 굳이 리벤지 세계관을 차용한다고요? 왜요?”
‘왜긴 왜야. 내 작가들이 거기에서 살아서 그렇지.’
그러나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기에 적당한 대답을 고른다.
“그냥.”
그러나 막상 떠오르는 이유가 없다. 하긴 당연한 일이다. 굳이 이런 양산형 판타지 세계관을 쓸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결국 내가 내뱉을 만한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그냥, 아르데니아 세계관을 좋아해서요.”
“…….”
순간 사랑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입꼬리가 위로 치솟고 볼이 푸들푸들 떨린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한참이나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
이 여자가 왜 이러나 할 때쯤 그녀의 뒤에 서 있던 칼튼이 고개를 숙인다.
“대표님.”
사랑이 깜짝 놀란 듯 자세를 바로 한다.
“아, 음. 뭐 아무 문제없어요. 마음껏 쓰셔도 됩니다!”
“네? 원작자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괜찮습니다. 제가 허락하면 돼요!”
아무래도 저작권이 회사에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감사합니다.”
자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끝났다.
먼저 사랑이 방을 나서자 그 뒤를 뒤따르던 칼튼이 나를 보며 말한다.
“저기 한재연 님.”
“아, 네.”
“혹시 알고 그런 말을 하신 겁니까?”
“……뭘요?”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의문을 표하는 순간 칼튼의 주위로 희미한 아우라가 스쳐 지나간다. 이제 영력을 감지할 수 있는 난 그게 뭔지 알 수 있었다.
‘뭐야, 이놈. 진실신의 사제였네. 그런데 왜 지금?’
내가 의아해하거나 말거나 칼튼이 헛웃음을 흘린다.
“허. 이럴 수가. 허허. 이것 참. 이걸 천생연분이라고 해야 하나.”
“칼튼 씨?”
내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듯 꾸벅 고개를 숙인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
“허허. 이것 참. 허…….”
너털웃음을 지으며 멀어진다.
“뭐야? 왜 저래?”
“한재연 씨 촬영 시작하실게요!”
“앗! 네!”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촬영장으로 뛰어나간다.
촬영장 한쪽에는 완전히 무장한 수백 대의 기가스가 자리하고 있다. 기급(器級)은 하나도 없고 최소 수급(獸級), 심지어 인급(人級)도 잔뜩 끼어 있는 무지막지한 군세!
꼭 촬영을 위해 모였다기보다 이곳, 배틀 스테이지를 관리하는 병력이다.
“자! 유도 장치 작동시키겠습니다. 무기 드시고! 대본대로 움직이되 최대한 실전적으로 움직여 주세요!”
CF 감독의 말에 따라 자세를 잡는다.
웅! 웅! 웅!
저 멀리부터 허공이 갈라지며 몬스터들이 나타난다.
“자, 스탠바이!”
내공이 온몸을 휘돌고 차크라가 열린다.
“큐!”
광고 촬영의 시작이었다.
* * *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예스입니다!”
초록색 머리칼의 소년이 넙죽 엎드린다. 황제기사 네버의 작가 네버. 제1회 제국 문학제에서 1등으로 달리고 있는 인재다.
‘어리긴 어리군.’
16살이라고 들었는데 겉으로 보기에 그보다 3살은 어려 보인다. 어릴 적 잘 먹지 못하기라도 한 분위기다.
“그래. 네 작품은 잘 보고 있다. 아주 재미가 있더구나.”
“가, 감사합니다!”
“어떻게 지내는 데 불편함은 없나?”
“너, 너무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냥 신나서 끄적일 뿐인데 이토록 대접해 주시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아무래도 많이 긴장한 모양이다. 하기야 이 어린 녀석이 황제와 독대를 하는데 긴장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리라.
“그래. 열심히 하는 모습 보기 좋다. 혹,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아, 그, 음…….”
예스는 잠시 버벅거리더니 말했다.
“연재 속도를…….”
쭈뼛거리는 예스의 모습에 생각한다.
‘아, 글쓰기가 힘들어졌나?’
공모전 접수는 5권 분량으로 받았지만, 그 이후의 분량들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분량이 길면 더 좋다고 공지해 두었으니 당연한 일.
하지만 연재가 너무 늦어지면 문제가 생기기에 거기에 기준을 잡았는데.
‘하긴 주 5회가 쉬운 일은 아니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주 5회는…… 너무 적습니다. 원고가 밀려서…….”
“……!?”
그야말로 깜짝 놀랄 소리. 어이가 없어 되묻는다.
“원고가 밀린다고……?”
“네, 폐하. 지금 12권 무지개 대륙을 끝냈사온데…….”
“하하. 하하하!”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거 완전 복덩이가 아닌가! 많이 쓴 건 걱정 할 필요가 없다! 원고를 바로바로 보내라!”
“하, 하지만 폐하. 더 많은 원고를 보내는 건 불공평한 일이 아닐까요? 공모전 점수가…….”
“빨리 쓰는 것도 능력이지!”
그야말로 어깨가 덩실덩실할 소식이다.
구매 수 100짜리 1,000짜리도 아니고 편당 7,000대 조회 수를 뽑아내는 녀석이 연재 속도를 늘리겠다니!
“하하하! 정말 기특하고 장하구나. 상으로 연금액을 늘리고 귀한 아이템도 내려 주겠다!”
예스를 시작으로 작가들과 일대일로 면담을 진행했다.
“재연 님! 아니 폐하! 뵙고 싶었어요!”
웨어울프 여성, 긴 다리와.
“충성! 은십자 기사단 엘룬 카사디안이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하. 제갈옥분이라고 합니다.”
신성제국과 명 제국의 귀족 출신 두 명도 만났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람은 역시 마지막 사람이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하. 로즈리안이라고 합니다.”
새하얀 머리칼을 곱게 쓸어 넘긴 노인이 품위 있게 예를 표한다.
“그래. 당신이 느티나무로군…… 작품은 정말 흥미롭게 보았다.”
“호호호. 그저 늙은이의 옛날이야기일 뿐이지요.”
내가 그녀를 부른 이유는 새순이 돋을 때의 결말을 바꾸기 위해서이다. 다른 작가들을 부른 것은 고작 곁다리에 불과한 일.
사실 1분이면 전달을 끝낼 수 있는 용무였지만…….
“언제부터 글을 쓴 거지?”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메모를 했지요. 사람들이 했던 말. 행동. 제가 느낀 감정…….”
이야기가 점점 길어진다.
“점점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간의 통찰이라는 게 얼마나 얕디얕은 생각이었는지.”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그 얕디얕은 통찰 그대로 움직이는 야만인이 너무 많으니.”
“호호호. 야만인이라니. 재미있는 관점이네요. 그래요. 가끔은 귀족들이 더 야만적으로 보일 때가 있을 정도입니다.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아무런 반작용이 없을 때, 인간은 짐승이나 야만인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곤 하지요.”
점점 더 길어진다. 30분. 1시간. 2시간.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마귀가 있다고.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노여움 기쁨도 사람으로 인한 것이었지요…….”
노인. 로즈리안은 앞의 작가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지혜로웠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깊이가 있었다.
‘아, 소설을 수정하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러나 그 생각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어느새 3시간.
“황제 폐하에 대한 온갖 찬양을 들었습니다. 경외와 공포에 관한 이야기도 들었지요. 하지만…… 정말 놀랄 정도로 인간적이신 분이군요. 그토록 강철 같은 의지를 가진 초인이면서 이런 늙은이의 말에도 공감해 주시다니…….”
로즈리안은 온화하게 웃다가 깜짝 놀란 듯 자세를 바로 했다.
“이런, 이 늙은이가 귀하신 분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았군요. 감사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래.”
깊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로즈리안이 집무실을 나선다.
나는 결국 말하지 못했다. 그녀의 글에 간섭하는 게 정말 옳은 일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나는 집무실에 앉아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로그아웃.”
지구로 이동한다. 그리고 디스플레이에 떠 있는 원고를 다시 읽어 보았다.
요번 편, 결국 게이트가 열리고 느티나무를 고통스럽게 했던 많은 것들이 거기에 휩쓸려 사라져 버린다. 그 난데없는 재앙에 그녀는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못한다.
문자 그대로 실화 기반의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으나.
‘안 봐도 뻔하다.’
댓글란이 불타오를 것이다.
로즈리안이 담담히 서술한 세상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어그로로 보일 것이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급하게 방향을 튼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수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 나도 모르겠다.”
확인키를 누른다. 그리고 그것으로.
게이트가.
열린다.
⤷쇄골나감 : ?
⤷차영춘 : 아니, 뭐? 아니? 뭐라고?
⤷무적김초코 : 아니 여기서 게이트가?
⤷이숙경 : 아니 조합장이 몬스터한테 죽는다구요?
⤷해쉬태그 : 내가 조합장 죽이길 바라긴 했지만 이건 좀……
⤷버둥버둥 : 작가님 갑자기 뭐 하는 거예요?
삽시간에 댓글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모두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뀨뀨2020 : 오. 갑자기 흥미진진해지는데?
⤷별바다 : ↑님 미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