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40
열일하는 과금 기사 239화
외눈박이 거인이 자세를 잡고-
천명용신류(天明龍神流).
쾌룡섬(快龍閃).
번뜩이는 검광이 부대를 가르고 지나간다.
콰드득!
부채꼴 모양으로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동시에 썰려 나가며 피보라가 분다.
‘예리한 검격…… 말 그대로 간격 안의 어떤 적도 벨 수 있다.’
솔직히 베기 하나만 보면 절대 고수인 나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수준이다. 폭넓은 무학의 이해를 추구하는 대신 좁디좁은 [영역]에 집중한 케이스.
약점이 분명한 대신 송곳처럼 강렬한 강점을 가진 검수다.
인류제국의 황제 입장에서 보자면 저런 미친 수준의 인재가 양산품처럼 찍혀 나오고 심지어 죽으면 리젠까지 되는 현실이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
이쪽은 평범하게 태어나고, 자라고, 수련해야 하는데 저놈들은 저만한 고수가 그냥 턱턱 튀어나온다니 말이나 되는가?
‘몬스터 녀석들과 소모전으로 가면 절대 안 되는 이유지.’
하물며 [사이클롭스 수련자]의 종류는 사무라이 하나뿐이 아니다.
사이클롭스 저격수, 사이클롭스 투사, 사이클롭스 무투가 등등 온갖 무학을 익힌 괴물들이 자신의 병기를 들고 살기등등하게 달려 나간다.
쩌적! 쿠쿵! 쾅!
“……저들끼리 싸우는군요. 외계의 괴물이기 때문일까요?”
“어쩌면 천원이 점령되며 뭔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
플라워와 대화하며 상황을 지켜본다. 사이크롭스 사무라이의 검격을 시작으로 외계의 괴물들과 아르데니아의 몬스터들이 충돌하는 모습이 보인다.
[목소리는 같지만 발이 4개가 되기도 하고 2개가 되기도 하고 3개가 되기도 하는 것은 무엇인가?]“정답! 정답은 인간이다!”
“낮과 밤! 정답은 낮과 밤이다!”
[오전에 컸다가 정오에는 다시 작아지고 오후에는 다시 커지다가 밤에 사라지는 것은…….]“그림자! 아니 맞췄는데 왜 계속 내는 거야!”
“무슨 괴물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어! 일단 쏴!”
두두두두두!
콰광!
파워아머를 입은 보병들이 스핑크스를 향해 탄환과 포격을 쏟아 낸다. 스핑크스는 온몸에 두른 신묘한 힘으로 탄환을 막아 내며 그 거대한 발톱을 휘둘러 보병을 찢고 탱크를 파괴한다.
[미개한 망령들을 죽음으로 되돌리리라—!] [내가! 너의! 끝이 되어 주마!]외계 지성체와 데스나이트 군대가 충돌하고.
“크아앙!”
“키아아악!”
포레스트 드레이크와 외계 괴물들이 충돌한다.
“어, 어, 뭐야. 자기들끼리 싸우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포격을 갈겨? 갈긴다면 어디에?”
“일단 내버려 두는 게…….”
비장한 표정으로 성벽을 지키고 있던 병력들이 술렁거린다.
[전원 대기하라.]그때 전군에게 무전이 전달됐다. 초월의 감각에 한 층 아래에서 성 전체의 상황을 조망하며 병사를 지휘하고 있는 헌드레드가 감지된다.
“전원 대기!”
“전원 대기하라신다!”
그 한 마디에 군인과 길드원 모두가 숨을 죽이고 대기한다.
‘……여러모로 아까운 녀석이야.’
헌드레드는 훌륭한 인재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고 시류를 읽을 줄 아는 준걸(俊傑).
당장 병사 만 명을 맡겨도 능히 이끌 인재이니 삼국지의 등장인물이었다면 틀림없이 천하를 호령할 영웅이었겠지.
그러나 여기는 삼국지와 달리 개인의 무용이 중요한 세상이다.
‘검술을 조금만 더 잘했으면 화점 하나를 아예 맡길 수도 있을 텐데.’
그의 경지는 고작 소드 마스터에 불과하다.
소드 마스터를 ‘고작’이라고 말하는 게 웃기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 34지구의 무학에 플레이어로서의 특혜를 다 받으면서 십수 년째 소드 마스터에 불과하다면 무(武)에 대한 그의 재능은 고작해야 수재 정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왜 긴 시간 검을 수련해 온 그에게 전사 타입의 신화 클래스가 아닌 사제 타입의 신화 클래스 수여했겠는가?
에드워드나 스틸스톤, 헤이즈와 달리 그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적들이 성 안으로 바로 침입해 오지 못하는 건 희소식이군.’
처음 게이트는 분명 성안에 생겨나려 했으나 성벽 밖으로 튕겨나갔다. 리벤지의 성이 가지는 공간 이동 방어가 게이트에도 먹힌다는 뜻.
이는 외계의 침입에 대비하던 인류 제국에겐 엄청난 호재다. 성안의 적을 박멸하기는 쉬워도 그 사이에 발생하는 피해는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별문제 없겠는데?’
죽음의 신전을 공략하기 위해 신화급과 전설급 클래스를 대량으로 뿌리면서 상위 플레이어의 전투력이 대폭으로 증가한 상황이다.
평균 레벨이 34지구에 맞먹어 가는 인류제국이 성벽까지 끼고 싸우면 설사 상대가 신화급이라고 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하늘이 갈라지며 거대한 게이트가 생겨난다.
마치 미사일이 쏘아지듯 수백 개의 비행체가 아르데니아로 넘어온다.
“……전투기?”
두두두두!
콰과광!
전투기들이 초음속으로 비행하며 포격을 쏟아 낸다.
그뿐이 아니었다.
고오오—!
파란 크리스털로 이루어진 비행체가 거대한 빛줄기를 뿜어내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가 싶더니.
[우어어엉!]고래보다도 큰 덩치의 괴물들이 하늘을 날며 맹독의 숨결을 쏟아 내고.
[끼에에엑!] [캬아악!]온갖 생명체와 기계를 이어 붙여서 만들어진 혐오스러운 외향의 거인이 몸을 일으킨다.
엄청난 물량에 서로 역할이 나눠져 있는 [군대]의 등장에 용맹하게 싸우던 리벤지의 몬스터들이 속수무책으로 밀리기 시작한다.
“군대…… 그렇군. 어디 게임인지는 몰라도 RTS가 틀림없어.”
실시간 전략 게임(Real-Time Strategy)은 전략 게임의 대표적인 장르다. 하나의 종족, 세력을 골라서 다른 종족과 전쟁을 수행하는 게임.
당연하지만, 이는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저 엄청난 수의 적들이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플라워. 제국 전체의 경계 태세를 드래곤급으로 격상시켜.”
“……네, 폐하.”
패드를 조작하는 플라워를 내버려 두고 열려 있던 창문을 통해 밖으로 튀어 나간다.
쿵!
차원을 딛는다. 육체를, 공간을 일그러지도록 압축, 팽창시킨다.
저 멀리 공간을 찢고 튀어나오는, 우주 비행이 가능해 보이는 함선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대기만성(大器晩成).
아광(亞光).
빛에 근접한 속도로 쏘아져 하늘에 떠 있던 함선의 외벽을 관통해 들어간다.
강대한 척력이 내 앞을 막아섰지만 2문명과 3문명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기술력으로는 극의지체의 육신과 검강이 콜라보를 잠시도 막아 낼 수 없다.
[침입자! 침입자다!] [아버지의 전사들이여! 목숨으로 저 불경한 자를……]“비켜.”
앞을 막아서는 외계 생명체들을 박살 내고 마치 헤엄치듯 함선의 중앙으로 파고들어간다. 함선은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진 데다 그 위에 영적인 에너지까지 흐르고 있었다.
물론.
와드득!
콰득!
내 앞에서는 그저 과자 조각에 불과하다.
[마, 말도 안 돼!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어째서 내벽이 이렇게 쉽게 부서지는 거지?] [무, 물리력입니다. 아니, 고작 물리력으로 특수 장갑을 부수며 들어간다고?] [저, 저 괴물을 막아! 동력원으로 들어가게 놔둬서는 안……]쩍!
비명들이 터져 나오거나 말거나 함선의 중앙에 도착. 심상찮은 파동을 뿜어내는 거대한 크리스털을 박살 내 버린다.
쿠쿠쿵!
폭발하는 함선에서 뛰어내려 다시 몸을 날린다.
퍼억!
[우어어엉!]온갖 괴물들을 쏟아 내고 있던 거대 괴수의 심장을 터트려 버린다.
-끽! 괴물! 괴물! 괴물이다!
-붙잡아! 붙잡아!
-못 붙잡는다! 괴물!
“괴물 놈들이 누구보고 괴물이래!”
[치명타!] [치명타!] [치명타!]차원을 박차고, 뛴다. 참격을 휘두르고 다시 뛴다.
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비행체를 모조리 파괴하며 수십, 수백, 수천 킬로미터를 거침없이 날아다녔다.
그리고 그러다가 치명타가 쌓이면.
[천검-백인참(百人斬)]&[천지를 가르는 검]대기만성(大器晩成). 아광(亞光).
쩍!
만 단위의 적이 동시에 머리를 잃고 쓰러진다. 이 모든 게 숨 쉬듯 간단했지만, 그럼에도 절로 인상이 찡그려진다. 지금 이 공격이 십만은 죽이고도 남을 데미지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아, 제길. 딜이 남잖아…… 이것들이 한 자리에 몰려나와야지…….”
높은 고도에 떠 대륙을 내려다본다.
초월적인 시야와 감각을 통해 대륙 전체 범위로 수천 개 이상 열리는 게이트의 모습이 보인다.
셀 수 없이 많은 게이트가 사방에서 외계의 적을 쏟아 내고 있다.
쿠구궁!
콰광!
물론 인류 제국이라고 무방비하게 당하지는 않는다. 각 성들에 위치한 방어탑들이 연신 포격을 쏟아 내고 아이템과 스킬로 무장한 플레이어들이 성 밖으로 공격을 쏟아 낸다.
그러나.
“아니, 이게 맞아? 이렇게 많이 쳐들어온다고……?”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다. 적들의 수준이나 품고 있는 신비(神祕)는 적당한 수준이지만, 이 짧은 시간에 그들이 쏟아 낸 적의 수가 수백 수천만을 넘어선다.
솔직히 내겐 다 벌레 같은 적이지만.
아무리 나라도 한 번에 제거할 수 있는 수에는 한계가 있다.
‘화점은 괜찮아.’
대륙 전체를 훑은 결과 9개의 화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기야 신화급 성벽과 무지막지한 수의 기가스를 품고 있는 화점은 초월자가 쳐들어와도 막아 낼 수 있는 요새가 아니던가?
문제는 그 외의 착점들.
전설급 성의 방호력은 물론 훌륭한 수준이지만…… 신화급 성에 비하면 그 수준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19레벨과 20레벨의 차이는 인간과 신의 차이이듯, 전설 성과 신화 성에도 까마득한 격차가 있는 것이다.
착점들의 방어가 무너지기 전에 적들의 숫자를 줄여야 했다
“로그아웃.”
드래곤 스타로 돌아와 가부좌를 취한다.
‘파천극광은 소용없다.’
지금 쳐들어오는 녀석들 중 초월자급 적은 없다. 게다가 일점(一點)을 노리는 공격이 아니라 대륙 전체를 대상으로 한 파상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니 광범위하고 동시다발적인 파괴 능력이 필요하다.
‘내가 마법사면 깔끔한 문제겠지만…….’
그러나 마법에 대한 재능은 아무래도 무학만 못한 데다 이제 와서 배우기에는 너무나 늦다. 가진 능력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
그리고 다행히 나에게는 괜찮은 능력이 있었다.
‘천문이 열린 속성계 요소들.’
내 술법 역량에 비해 너무나 깊고 완성되어 있는 요소들이다. 만약 내가 아무것도 없이 덜컥 이 요소들을 얻었다면 그 능력의 1%도 제대로 쓰기 어려웠을 정도.
그러나 다행히…… 내게는 그것들을 녹여 낼 바탕이 있다.
무공이라는 바탕이.
팟팟! 팟팟팟!
약 20분간 수인을 맺어 술식을 완성한 후 아르데니아로 들어간다.
“로그인.”
화(火), 무공(武功), 천문(天門) 개방(開放).
태양신장(太陽神掌). 염천(炎天). 개(改).
화악—!
하늘에서 거대한 불꽃의 손바닥을 쏟아낸다.
쿠쿠궁!
화르륵!
반경 수백 킬로 안쪽에 있던 모든 몬스터 무리들을 명중시켜 불태운다. 사거리가 워낙 멀다 보니 정밀하지 않았지만 적들의 공세를 끊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공격.
“좋아! 이대로 몇 번만 더 하면……!”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번- 쩍!
번- 쩍!
번- 쩍!
번- 쩍!
사방에서 빛이 터져 나온다. 반사적으로 검강을 휘둘러 주변에서 발생한 폭발을 막았지만…… 그 이상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아.”
눈부신 빛. 그리고 굉음.
“이런, 미친…….”
이를 악문다.
대륙 곳곳에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