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93
열일하는 과금 기사 292화
[권능(權能), 신맥(神脈)을 획득하였습니다!]너무나 맥락 없이.
마나력 1,000스텟에 도달했다.
‘……뭔데?’
순간 멈칫했다. 상황이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아니 왜?’
치열한 투쟁 끝에, 몇 번이나 죽고 살아나며 심검이라는 권능에 가까운 타격을 이겨 내는 [업적]을 달성했을 때와는 다르다.
그냥 일상적으로 평범하게 일을 하던 와중에 권능이 생긴다.
대우주에 있는 그 어떤 초월자도 납득하지 목하고 욕을 한 바가지 쏟아 낼 정도의 날먹이었다.
“어, 응? 어라? 지금 너…… 뭐가 달라졌는데?”
보람 역시 어리둥절해한다. 초월지경에 오르지 못했기에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리는 없는 상황.
나는 머리를 굴렸다.
‘아니 그런데 대체 뭐가 업적인 거지? 설마…… 생일이라서?’
순간 그런 생각까지 들었지만 그야말로 미친 소리다. 일정 나이가 되면 신혈이 깨어나는 선천 신족이 아닌 바에야 생일에 뭐가 바뀔 리 만무한 것.
일단 적당히 상황을 설명했다.
“성장을 했네요.”
“마나 쏟아붓다가 뭔가 깨닫기라도 한 거야? 엄청난 규모긴 했는데…….”
“흠. 뭐, 저도 잘.”
대답이 궁하다. 어마어마한 마력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저 단순한 방출이었을 뿐이다. 마나만 많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
멈칫한다.
‘누구라도?’
“재연아?”
“……흠. 다음 좌표로 이동하죠.”
“방금 그렇게 마나를 썼는데 마나량은?”
“견딜 만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좌석 시트에 몸을 묻는다.
“로그인.”
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그래. 어쩌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군.”
당연히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마력과 회복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초월자들이 무진장의 마나를 사용하는 것은 세계와의 동조로 자연계의 마나를 쓸 수 있는 것이지 본인의 마나가 그만한 수준인 건 아니다.
“즉, 중계기에 마나를 쏟아부은 과정이 일종의 업적이었다는 말이네. 마나 회복을 여기에서 한 게 답이었던 모양이고.”
중급 초월자도 하나 얻기 힘든 권능을 뭐 이렇게 쉽게 얻느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일종의 치트키지.’
사실 알고 있던 이야기다. 내가 업적을 얻었던 과정은 그저 내가 대단한 천재여서나 뭔가 대단한 자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니까.
굳이 그런 게 있다고 하면 심검으로 끊임없이 살해당하던 와중에 얻었던 권능(權能), 불가침(不可侵) 정도고 나머지는 로그인&로그아웃 능력이 없었다면 성립이 불가능한 것이다.
수성에서의 격렬했던 나날은 현실에서나 14박 15일이었지 아르데니아에서는 5년이었다. 마찬가지로 이 마나 주입도 이렇게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랑이가 괜히 완충이 필요 없다고 한 게 아니다. 중계기에 마나를 가득히 채우는 건 초월자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쉽게 했다.
대해(大海)의 내공은 무진장에 가깝고 로그인&로그아웃 능력으로 회복 시간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는 그것을 초월적인 [업적]으로 인정했다.
로그인&로그아웃 능력이 이 세상이 만들어질 때 고려되지 않은 [그녀]의 권능이었기 때문이다.
‘좀 불공평하긴 하군. 달리기 시합을 차 타고 하는 기분이…….’
양심에 좀 찔렸지만 손해가 될 건 하나도 없었기에 납득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신맥(神脈)이라.’
새로 얻은 권능은 간단히 설명하면 몸 밖에 내 몸과 연결된 마력패스를 구현할 수 있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내 [근력]이 육체 밖에서 힘을 발휘하듯 [마나력] 또한 육체 밖에서 몸 안에 있는 것처럼 마나를 통제할 수 있는 것.
‘다만 사용처가 애매하군. 인챈트 방식으로 쓸 수 있으면 효과가 어마어마했을 텐데.’
내가 대마법사였다면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했을 텐데 절대 고수 나부랭이라서 사용처가 한정된다.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 말이다.
후웅—!
“우왁!?”
“저게 뭐야!?”
“거대한 빛의 검이……!”
영지민들이 하늘에 떠오른 두께 수십 미터, 길이 1.5킬로미터의 검강을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가가각!
“더 길게 뽑고 싶은데 영지가 좁네…… 그래도 대충 2, 3킬로미터는 뽑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아직 신맥의 사용에 익숙하지 못한 상태라는 걸 감안하면 최종적으로 10킬로미터 이상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검력(劍力)의 증폭까지 생각해 보면…… 어쩌면 나는 달 사이즈의 위성도 단번에 갈라낼 수 있을지 모른다.
‘정말…… 여러모로 우주적인 존재가 되었군.’
초월자의 경이적인 전투 능력에 대해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 바로 [행성 파괴자]이다.
모든 계통의 초월자가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능하다 해도 절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단 한 명이 하나의 문명을 박살 낼 수 있다는 점에는 어마어마한 상징성이 있다.
‘예를 들면 대마법사의 맥시멈급 메테오, 철대 고수의 차원 붕괴, 초월급 성직자의 궤도 이탈 등이 그렇지.’
다시 말하지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평범한 메테오 주문으로는 도시 하나 날리는 게 전부이기에 행성 파괴를 위해서는 운 좋게 해당 행성 근처로 초대형 운석이 지나가거나 대마법사가 십 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소모해 운석을 유도하거나, 위성 등을 강제로 낙하시킨다거나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차원 붕괴도 쉽지 않지. 복구 능력이 강한 차원을 행성이 날아갈 정도로 붕괴시키려면 나조차도 1년 이상의 참선(參禪)과 정신 집중이 필요해.’
지금 내 상태면 차라리 힘으로 때려 부수는 쪽이 더 빠를 것이다.
‘궤도 변경은 나름 쉽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경우는 신의 허락을 받아야 하지.’
다시 말하지만 행성 파괴는 초월자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어떨까?
인류 멸절 정도라면?
‘쉽지. 3문명 정도 되면 그나마 방어 수단이 있겠지만…… 2문명 이하는 뭐.’
이미 초월의 경지에 오른 존재에게 행성 하나는 너무나 좁은 세계다. 하급 초월자마저 이러할진대 중급 초월자라면?
우주적 존재라는 명칭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흠.’
생각이 자연스럽게 뻗어 나간다.
‘나는 황제 클래스인가?’
나는 이미 황제 클래스라고 할 수 있는 우주천마를 해치웠고, 심지어 그 이후에 더 성장하기까지 했다. 장비는 어떤가? 녀석이 쓰던 암흑령 히페리온에, 가능성을 조작하는 초월병기 운명 선택까지 있다.
나는 안다. 만약 우주천마를 다시 만난다면, 나는 녀석을 1시간 안에 죽여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어쩌면 한두 번 정도 죽을지 몰라도 결과가 달라질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지는 거기에 못 미친단 말이지.’
지금의 내 전투력은 스텟, 장비, 권능으로 인해 뻥튀기 되어 있다. 나는 아직 자연경의 고수도, 10층의 아트만도 아니다.
심지어 발명된 지 수백 년밖에 안 된 생체력의 경우는 아직 황제 클래스가 없어 성장의 방향성조차 없다.
“……갈 길이 멀군.”
팟!
“빛의 검이 사라졌다!”
“오오…… 위대한 신인(神人)이시여. 빛의 주인이시여…….”
영지민들이 농작물을 수확하다 말고 엎드려 절을 했지만 인류제국에서도 흔히 겪던 일이라 무시하고 시스템 창을 켰다.
“길드는 5렙으로 최대 업그레이드를 마쳤고…… 여관이랑 수도원도 끝났고 상점도 만렙이고…… 흠. 쓸모는 없겠지만 자원이 남으니 역마차도 5렙으로 올리지.”
철컹!
시스템을 조작하자 마구간에 머물러 있던 말들이 더 크고 강건하게 변하고 마차 역시 더 커다랗고 튼튼한 무장 마차로 변한다.
이로서 영지에 오게 되는 영웅의 초기 레벨은 4~5레벨이 되었으며 이는 영웅~전설급을 뜻한다.
‘다 소용없는 일이지만.’
동일 영웅이 등장하지 않고 죽은 영웅이 부활하지도 않는 상황.
그저 괜찮은 용병이나 많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띵!
그때 마나 구슬의 회복이 완료된다.
나는 복숭아 열매를 씹어 먹으며 몸을 일으켰다. 영지민들은 모르지만, 열매를 맺는 데 필요한 시체 2배를 요구해 50%는 일종의 세금처럼 거두고 있으니 내가 먹을 열매를 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팟!
공간 터널을 통해 지하로 이동한 난 인벤토리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주문 카드 발동. 다차원의 그림자.”
내 선언에 전설 카드 [다차원의 그림자]가 빛나고 영원의 도원향에 자리하고 있던 복숭아나무가 빛난다.
우웅!
7그루였던 복숭아나무가 8그루로 변한다. 나는 영원의 도원향 카드를 살폈다.
“흠…… 아직 꽤 여유인 것 같기도 한데.”
우로보로스 학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한 [다크 스타]는 마법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드랍 아이템을 현실에서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셈이니까.’
다크 스타의 듀얼은 단지 게임 속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카드를 사용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물론 그냥은 아니고 몬스터들이 드랍하는 아이템을 공백(空白) 카드에 흡수시켜 [뽑기]를 해야 하고 마나 구슬을 세팅하기 위해서는 그저 턴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마법사가 직접 마나를 불어넣어야 하지만.
일단 한 번 마나 구슬을 다 채우면 카드를 발동해 그것을 소모해도 자동적으로 서서히 차오른다.
‘가장 우월한 형식의 마나 탱크인 셈이지.’
물론 그 마나는 오직 카드라는 제한적인 방식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뭐가 문제겠는가?
다크 스타의 카드로 불러낼 수 있는 소환수, 장비, 필드, 마법은 마법사들의 눈이 뒤집히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심지어 우로보로스 학원이 공개한 [다크 스타 학파]에 입문해 [카드술사]가 된다면, 보통의 마법사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효율로 카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흠. 어차피 마법은 곁다리인데 카드술사나 할까?”
그렇게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기습! 거대하고 끔찍하다. 절망의 현현이구나.] [치명타! 단 일격에 죽음에 가까워지는구나…… ]“뭐?”
깜짝 놀라 시점을 변경했지만 이미 늦었다.
촤아악—!
“이런-! 바르하탄!”
“미친-!?”
가장 앞에 서 있던 중장병의 목에서 피가 솟구친다. 중후하던 노병의 머리가 땅을 구른다.
‘……젠장.’
뭘 어떻게 할 틈도 없다. 영지민들에게, 용병과 영웅들에게 신처럼 추앙받는 나라고 해도 죽은 이를 어찌할 방법은 없었다.
“제길! 내가 앞에 선다!”
“활을 쏴!”
남은 영웅들이 악을 지르며 그로테스크한 외향을 가진 괴물과 싸운다.
‘저런 게 나온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랜덤 인카운터 보스 몬스터, [뒤틀린 심연].
그 망할 녀석이 기습 판정으로 다른 녀석도 아닌 전열의 탱커를 일격에 죽여 버린 것이다!
게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현실에서는 일어나 버렸다.
“로그아웃.”
현실로 나온다.
“아.”
잠시 의자에 몸을 푹 기대고 쉰다.
머리가 아파 온다. 문제가 아주 심각해졌다. 힘들게 키워 놓은 탱커 클래스가 아까워서라던가, 녀석과 개인적인 교감이 있었다던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미친, 영웅이 7명이라고?’
이렇게 되면 파티 2개조차 성립이 안 된다.
한 주 걸러 던전에 가도 스트레스가 감당이 안 되는 [가장 어두운 절망]의 시스템을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상황은 게임 진행이 박살났다고 ㄴ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게 게임이라면 즉시 재시작을 눌러야 할 테지만.
‘그럴 수가 없지. 하…….’
“뭐야, 갑자기. 역시 상태 안 좋은 거야?”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것인지 보람이 걱정스럽게 말을 건다.
나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 그저…….”
“도대체 어떤 녀석이 이렇게 티를 내며 돌아다니나 보러 왔더니 이렇게 귀여운 아가씨가 있을 줄이야. 난 참 운이 좋단 말이야. 뀌히히히!”
“……!”
“뭣!?”
난데없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의자에서 일어난다. 보람은 금빛 창을 꺼내 상대를 겨눴다.
“이런. 너무 겁에 질리지 말지어다 어리석은 중생(衆生)들아. 뀌히! 나는 그저 내 의무를 행하기 위해 왔을 뿐이니.”
그것은 인간으로 보였다. 결코 미남이라 부르기 어려운 외모에 투실한 살점을 지닌 사내.
길거리 양아치 같은 외모지만 그에게서 전해지는 힘은 결코 만만치 않다.
“……당신은 누구죠? 왜 제 배에 탔나요?”
“뀌히! 귀여운 아가씨가 묻는다면 대답해 줘야지. 나야말로 신화의 증거! 엘로힘의 위대한 영웅!”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사내가 외친다.
“내가 바로 정단사자(淨檀使者)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