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25
열일하는 과금 기사 324화
우주는 평화를 되찾았다.
다수의 게임이 클리어 되면서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몬스터 소멸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공포를 흩뿌리던 가장 [어두운 절망]의 침식체와 불사(不死)에 가까운 생명력을 가지고 있던 [우주 괴수 : 고립] 출신 우주 괴수의 소멸이 몬스터 전함의 습격에 힘겨워하던 우주 문명은 물론이고 하위 문명들의 숨통까지 트이게 만들어 준 것.
그러나 그 모든 녀석들보다.
우주천마의 부재가 전황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기야 황제 클래스니 당연한 일이지.’
그나마 우주천마의 심검이 현대 병기를 상대하기 적합하지 않고 대량 학살에도 좋지 않은 효율을 가지고 있으니 망정이지, 만약 풀려난 황제 클래스가 자연경의 무인이 아닌 10클래스의 마법사였으면 우주 문명들의 피해는 지금보다 훨씬 컸을 것이다.
‘물론 그걸 [그녀]가 멍청한 판단을 했다고 할 수는 없지. 심검의 고수가 아닌 클래스 텐의 마법사였다면 초월자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살아남았을 테니까. 텐 클래스 마법사 여럿으로는 응룡 암살을 노릴 수조차 없었을 테고.’
뉴스와 기사는 물론이고 용병청의 정보를 계속 수집한다.
잠깐만 둘러봐도 사건의 긴박한 정도가 훨씬 덜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용병청에 날아들던 긴급 의뢰도 5분의 1이하로 줄어들었다.
또다른 황제 클래스, 복수의 여신 모리안이 있지만 녀석은 물질계가 아닌 마계를 휩쓸고 다녔다.
‘신성력을 다루는 몬스터였기에 마족들이 아주 탈탈 털리고 있다던가.’
마왕 정도의 거물은 다 멀쩡하지만…… 마계 공작은 벌써 수십 명도 더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평화가 영원할 리는 없겠지.’
몬스터들의 공세가 약해졌다고 해서 우주 문명들이 마음을 놓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몬스터는 그 태생부터가 불가해(不可解)의 존재.
잠시 공세가 시들해졌다고 안심할 정도로 사람들은 모지리가 아니다.
[통합 방어 시스템 이지스 기동!] [신규 인급 기가스 17종 제작 완료.] [봉인 해제된 신급 기가스 아르테미스. 그 주인은?]군수 공장이 미친 듯 돌아가고 경제적인 문제로, 정치적인 문제로 잠들어 있던 전쟁 병기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테라급 전함 기가 라이트닝 기동!] [엑사급 전함 골드문 기동!] [관계자 曰, ‘대전쟁 이전 무기들이 다시 활동하게 될 줄은 몰랐다.’]과학 기술의 발전에 뒤처져, 정확히는 아이언 하트의 등장으로 물러났던 구시대 전함들도 복귀했다.
심지어 개중 몇은 인력이 아예 없는 무인 전함으로 운영한다. 몬스터 군단을 방어할 일종의 방어선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전 우주에 삼엄하게 흐르는 전운(戰雲).
그러나 그런 상황에도…… 리벤지는 승승장구한다.
“여기가, 여기가 어디죠?”
“화려해…… 정말 내가 외계 문명에 왔단 말인가.”
“외계치고는 좀 이상한데, 왜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거죠?”
성 한쪽에 위치한 건물. [접속의 문]에서 걸어나온 사람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다가서는 이들이 있었다.
“27지구 분들 계시면 이리 오세요! 북한이 중국 정복한 지구가 27지구입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빨갱이 놈들이 중국을 먹어요?”
“초월자가 탄생해서 북한 대가리 따고 먹은 거니까 화내지 마세요. 혹시 그 세상 사람이세요?”
“아니, 우리 북한은 몬스터에게 망했는데…….”
“27지구 아니시면 방해 말고 가서 일을 하시든 레벨업을 하시든 하시고. 자자! 27지구 출신 찾습니다! 트럼프가 연임한 지구!”
“시계은하 파라온계 출신 찾습니다! 핵 전쟁 이후 2년! 금낭 독립군!”
“혹시 좀비 사태 터진 행성에서 오신 분 있나요? 한국사람 찾아요!”
우글우글. 왁자지껄.
고층 빌딩 옥상에 걸터앉아 도시를 내려다본다. 오랜만에 다이브 한 리벤지는 엄청난 인파로 북적인다.
전설급 도시, [꼭두각시 마탑 성].
심지어 화점도 아닌 일반 착점의 도시임에도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어지간한 대도시 이상의 인구 밀도를 가지고 있다.
나는 시스템UI를 조작해 킬리언스의 인벤을 정리하면서도 뒤 도시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아니…… 노출 하우징 한 채에 57,000다이아요? 거의 600만 원이잖아요!?”
외부로 드러난 커피숍에는 갑주가 아닌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신 아공간이 아니라 외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층은 28층에 넓이가 무려 250평! 방은 10개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길드원들은 물론이고 친인척을 다 머물게 할 수 있지요! 창 밖에 디스플레이를 설치하면 광고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아니, 물리세계도 아니고 게임 속이면 천만 개도 찍어 낼 수 있을 텐데…….”
“아이, 참! 안 살 거면 저리 가세요. 리벤지가 보통 게임이에요? 아! 하위 문명 지원 프로그램으로 마나 코인 사용 시 90% 할인 행사가 진행 중입니다.”
“……어? 그러면 하위 문명 플레이어 끼고 하면 할인 되는 거예요?”
내가 설치했던 중계기가 작동하며 안 그래도 많던 플레이어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제는 마나 코인의 생산량이 너무 늘어나서 34지구의 인챈터들이 마나 정형을 아예 안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던가.’
스펠 구성만 하게 되니 인챈트 작업의 효율이 20%나 향상된다. 리벤지가 단순한 게임이 아닌 일종의 생산 공장으로서의 역할을 겸하게 된 것.
“와.”
난 절로 터져 나오는 감탄을 감출 수 없었다.
“대체 얼마를 벌고 있는 거야?”
외부의 평가와 상관없이, 리벤지는 원래부터 매출이 높은 게임이었다. 치열한 경쟁 유도로 인한 지독할 정도의 과금 상품은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악명이 자자할 정도.
그러나 지금 보이는 리벤지의 포텐셜은 그때와도 차원이 다르다.
엄청난 과금 상품으로 인한 수익, 마나 코인의 생산으로 인한 수익, 게임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온갖 광고.
그뿐이 아니다.
게임 안에 식당이 생겼고 아무런 효과가 없는 의류 아바타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게임 안에서 인터넷을 할 수도,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곳에서조차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다.’
정말 놀라운 건 네메시스 소프트가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재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네메시스는 리벤지의 운영을 위해 기계 종족 리전을 1,000개체 이상 추가로 입사시켰다.
새로운 기술을 만들거나, 남들에게서 기술을 사오기도 한다.
‘주주로서 절로 박수가 나오는군.’
웃으며 몸을 푼다.
기존의 캐릭터, 그러니까 서번트 캐릭터와 달리 아바타 캐릭터는 클래스나 스킬 등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있는 것은 오직 스텟.
원래는 스킬이나 특성 같은 것들이 있었다는데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아 그저 바탕을 마련할 뿐 컨트롤은 알아서 하는 블레이드&매직의 방식을 차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관련 기술?
돈 주고 사면 그만이다.
‘일단 내 몸이…… 상위 0.01%의 스텟인데도 구리네. 하기야 킬리언스 캐릭터에는 올 마스터 클래스가 없으니.’
[앞으로 10분 뒤 골디안 평원에 그랜드 게이트가 열릴 예정입니다.]“아, 이제 10분인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것 때문에 굳이 직접 접속했다.
팟!
자동 사냥을 돌리고 있던 킬리언스도 불러들인다. 이곳에서 난 황제 클래스가 아니니 굳이 혼자 움직일 필요는 없다.
뉴비에오 : 와! 홀리 로드다! 저게 집단전에서 그렇게 개사기라던데!
생각안나막지음 : 마도지존 님도 왔네. 그 옆에 있는 게 아바타 캐릭터 맞지? 어르신 같긴 한데 누구지?
쿠콰콰쾅 : 저거 봐! 성급 기가스 골드리안! 아니 대체 게임에 얼마를 쓰는 거야?
골디안 평원에 플레이어들이 모여든다.
그 숫자는 어마어마해서 내 시야에 보이는 것만 해도 10만 명이 넘는다.
더 무서운 건 그들의 질이다.
“아니, 못 본 사이에 플레이어 수준이…….”
신화급 플레이어가 10명이 넘는다. 전설급 플레이어는 수만 명.
‘와, 한 자리에 전설 10만 명. 미쳤네. 진짜.’
최상위 플레이어 수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
리벤지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면서 플레이어들의 과금이 한층 더 격렬해졌다는 뜻이다.
[그랜드 게이트 오픈] [웨이브가 시작됩니다.]고오오오—!
평원 한편에 지평선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게이트가 열린다.
‘신대륙으로 향하는 게이트.’
당연하지만 바로 들어갈 수는 없다.
대중교통이 그러하듯, 내리는 사람이 우선이다.
“크아아아앙!”
“인간! 인간! 인간이로구나!”
“끼에에엑!”
수천수만이 넘는 몬스터가 쏟아져 나온다.
[토마스부장 님께서 신화급 마법, 메테오를 사용하셨습니다!] [권철영이사 님께서 신화급 마법, 프로스트 노바를 사용하셨습니다!]쿠콰광! 콰광!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지고 벼락이, 얼음이 미친 듯 쏟아진다.
“오…… 이제는 신화 스킬을 쓰면 공지도 띄워 주네.”
신화급 플레이어들의 공세 뒤로 영웅급과 전설급 플레이어들도 달려간다.
“크림 파스타 길드 앞으로! 오늘 한탕한다!”
“크림 놈들한테 지지 마라! 로제 파스타 길드가 최고다!”
“와! 드랍률 2배!”
신나서 달려가는 플레이어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무시무시하군…….”
“하하하…… 이게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손이 떨려…….”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플레이어들이 성벽 위에서 전투를 구경한다. 하위 문명이나 가난한 문명 출신이라 서번트 캐릭터가 아예 없는 이들 뿐만 아니라 34지구 출신이라도 과금이 부족한 이들 역시 전투에 끼지 못한다.
신대륙은 현 리벤지의 최상위 콘텐츠.
34지구 출신의 플레이어 중에도 저기에 낄 수 있는 이는 1%도 안 된다.
‘나도 가야지.’
구경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현실이었으면 근력으로 날아갔을 텐데 게임 속이라 그럴 수 없다.
게임보다 현실이 더 강하니 게임에 들어오면 오히려 답답하다.
“레플리.”
우웅!
공간이 갈라지고 죽음의 용이 모습을 드러낸다.
인공지능 제한으로 현실의 레플리처럼 의사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다.
“드래곤! 드래곤이다!”
“신화급 펫? 아니 누가…… 헉! 킬리언스?”
“뭐? 한재연이라고?”
플레이어들이 술렁인다. 채팅창도 시끄러워진다.
김구동 : 유명한 사람이에요?
생각안나막지음 : 아니 한재연님 몰라요? 우주 최연소 황제 클래스 잖아요!
김구동 : 아. 전에 과금 왕창하던…… 그렇게 강하신가요?
고라니슛 : 저쯤 되면 칼로 행성도 자를걸요.
김구동 : 와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고라니슛 : 뭔 소리예요 현실 이야기인데.
김구동 : ?
우르르 올라오는 채팅을 무시하고 전투에 참가한다.
“빨리 다 죽이고 신대륙 가즈아!”
“요번 성은 우리 길드가 먹는다!”
전황은 압도적이다.
몬스터는 숫자와 기세는 엄청났지만 참가하는 플레이어들의 숫자와 수준은 그 이상.
리벤지가 늘 그래 왔듯.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최후에 플레이어들끼리 싸워야 할 것이다.
[축하합니다! 그랜드 게이트 전투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최고 기여도. 마도지존.] [당신의 기여도. 7위.]“아, 역시 여기서는 안 되네.”
서번트 캐릭터와 아바타 캐릭터의 기여도를 합쳤음에도 한계가 있다. 블레이드&매직의 시스템이 실력을 중시한다 해도 현실의 스펙과 동일하게 맞춰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권능]이나 [심검] 따위를 게임 내에 구현해 줄 리가 없으니 리벤지 내의 전력에는 한계가 있다. [신대륙에 도착했습니다!]“오.”
어느새 도착한 새로운 세상.
“왔다!”
“오오! 진짜 한재연…….”
“잘 지냈나? 엄청 강해졌던데.”
연예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아레스 길드의 길드원들이 모여 나를 반긴다. 나와 마찬가지로 서번트 캐릭터를 호위로 둔 서번트 캐릭터.
그런데 그때였다.
팟!
“……?”
어느새 나는 신대륙은 온데간데없는, 그저 새까맣기만 공간에서 서 있다.
‘여긴? 아니 아무 저항도 없이?’
기겁하는 순간.
“어!? 한재연님!”
“……너도 끌려왔군.”
어느새 내 앞에는 아레스 길드원이 아닌.
두 명의 [플레이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