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a golden spoon songwriting genius RAW novel - Chapter 123
124. 돌아가기금수저 작곡천재가 되었다
가람 엔터테인먼트 (2)
“······뭐라고요?”
한명신이 잘못들었다는 듯 되물었다.
나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아까, 로비에서 갭을 만났을 때.
나는 내 생각이 맞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애매모호하던 김도하의 기억이 갭을 보자마자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아무것도 몰랐을 때는 별 반응이 없었던 걸로 보아, 어느 정도 정보를 안 상태에서는 문제없이 기억을 살려낼 수 있는 모양이었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블랙에 관한 건 확실히 알게 됐지.’
어째서 블랙이 나를 유독 경계했는지.
그건 뭐 씹은 듯한 표정이었던 블랙을 마주했을 때 알 수 있었다.
‘김도하를 퇴출시키기 위해 온갖 짓을 덮어씌웠다고.’
아직 갭 멤버들이 데뷔조에도 들어가기 전.
그 후보군에는 김도하도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김도하가 얼굴로는 누구한테 꿀리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실력도 아예 못 써먹을 정도는 아니었고, 음색은 꽤 좋은 편이었기에 비주얼 멤버로 넣을 작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런 장단점을 가진 사람이 김도하 혼자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결국 자연스럽게 블랙이랑 겨루는 구도가 됐지.’
그러니 블랙이 김도하를 밀어내고 싶어하는 것도 이해는 됐다.
그 과정에서 매니지먼트 팀의 송승현을 끌어들인 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송승현 팀장이요. 데뷔가 간절한 연습생들에게서 돈을 받고 있었어요.”
“뭐?”
한명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눈치를 보아하니 아예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그중에는 블랙도 포함이었고요. 그 사람, 신인개발팀에도 아는 사람이 있는 것 같던데. 월말평가 때 좋은 점수를 받게 해주겠다면서 연습생들에게 은밀하게 제안하곤 했어요.”
“아니, 그게 무슨.”
한명신은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제가 봤거든요.”
간단하게 나오는 대답에 그가 눈을 부릅떴다.
정확히는 블랙이랑 송승현 팀장의 대화 장면을 본 거지만.
‘하, 드디어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됐네. 솔직히 저런 놈보다는 제가 데뷔하는 게 가람 입장에서도 좋을 걸요.’
‘당연하지. 애초에 부모 믿고 들어온 놈이 뭘 잘하겠어? 그래도 생각보다는 얌전해서 다행이야. 아무튼 이번 건 대부분 네가 알아서 했으니, 50%만 받는다.’
‘역시 말이 잘 통하시네.’
솔직히 말하면, 당시 김도하는 다 봤음에도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정확히는 둘의 대화를 귓등으로 듣고 흘렸다는 게 맞을 것이다.
이때가 딱 데뷔의 희망이 사라졌을 시기니까.
그러니 저런 이야기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종합해보면 김도하가 가람에서 민폐짓 했던 게 다 블랙 때문이었다, 이 말이지.’
연습에 불참한 것도, 다른 연습생들과 계속 불화가 생겼던 것도.
블랙이 수작질을 했기 때문이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뭐, 물론 김도하가 원래 언행이 불량해서 신빙성을 더한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걸 김도하가 가만히 참았던 이유는.
“그래, 네가 말한 게 다 사실이라고 치자. 그럼 왜 이제와서 밝히는 거야?”
“이제는 제 말을 믿어줄 사람들이 많아졌으니까요.”
한명신의 물음에 내가 답했다.
“처음에 연습생으로 왔을 때, 블랙이랑 싸웠던 거 기억하세요?”
“기억하지.”
당황했는지 예전처럼 반말을 하는 한명신.
나는 딱히 지적하지 않고서 말을 이었다.
“큰 싸움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블랙은 그때 영상을 남겼더라고요.”
“영상?”
“그냥 말싸움이었어요. 그런데 블랙은 하나를 더했죠.”
나는 김도하의 기억을 더듬었다.
처음으로 블랙이 김도하에게 잘못을 덮어씌웠을 때.
연습이 끝난 후 김도하가 따지러 오자 그는 웬 영상과 사진을 보여주었다.
‘형, 미안한데 나는 이거 다 기록해놨거든. 여기저기 멍든 거 잘 보이지? 형네 아버지한테 보내면 얼마나 열심히 덮으려고 할지 궁금하네.’
‘미친놈이, 손 댄 적도 없는데 뭔 얼어죽을 멍이야?’
‘우리 둘이 싸우는 영상이랑 같이 보면 꽤 그럴싸하지 않아? 일방적으로 맞은 거지, 내가. 잘난 아버지 뒀으면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거 아냐?’
블랙은 그렇게 말한 뒤,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니라면 앞으로 나한테 이렇게 오지 마. 형이 데뷔조 들어가면 깨끗하게 다 지울테니까, 그때까지만 참아보자고.’
솔직히 여기에 김도하가 넘어갔다는 게 의외였다가도, 챌린저스 때 그렇게 김도하를 못 믿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자니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했다.
아마 당시에 블랙이 아버지한테 알렸다면 처맞고 쫓겨났을 수도.
‘어쩌면 아버지를 더 이상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쨌든 김도하한테는 잘 먹혀들어간 방법이었다.
거기에다 블랙과 손을 잡고서 무슨 짓을 하든 그에게 동조해준 송승현까지.
그 가운데에서 김도하가 퇴출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조작된 사진이었는데, 딱히 중요한 건 아닙니다.”
“······그런 게 있었으면 블랙은 왜 진작 밝히지 않았지?”
“데뷔까지 별 탈 없이 가고 싶었나보죠.”
굳이 김도하에게만 보여주고 협박용으로 쓴 이유는, 혹시나 자기한테도 불똥이 튈 걸 염려한 게 분명했다.
진실공방에서 지는 순간 자기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 있었으니까.
아무튼 내가 한명신에게 이 일을 밝힌 까닭은 하나였다.
“그래서 제가 생각을 해보니 좀 억울하더라고요. 미흡하기야 했겠지만,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오해받고 퇴출당했으니까요.”
“그건······아직 확실하지 않은 일이지.”
“그럴까요?”
나는 한 마디를 하고선 전화를 걸었다.
한명신이 떨떠름하게 쳐다보는 가운데, 연결음이 멈추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어, 오빠.
“정아야. 너 뭐 때문에 데뷔조 나갔다고 했지?”
유정아에게는 이미 말해둔 건이었다.
스피커폰으로 돌리고서 묻자 유정아가 술술 이야기를 푼다.
-러버블이 하도 괴롭혀서. 녹음이긴 하지만 증거도 있어요. 그나저나 거기 대표님 계시지? 한 대표님, 러버블이랑 갭 진짜 문제 많아요. 다른 그룹들도 있지만 뭐, 본전도 못 건지는 애들은 됐고. 제가 본 것만 해도 엄청나거든요.
유정아가 쫑알쫑알 말을 이었다.
-어차피 녹음 파일은 드릴 텐데, 제 말이 안 믿기면 거기 릴리만 따로 불러서 물어보세요. 그렇잖아도 얼마전에 저한테 연락 왔었거든요. 요즘 자기도 불안하니까 증거 있으면 좀 달라고.
물론 저는 꺼지라고 했지만요.
유정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그녀가 더 욕을 하기 전에 전화를 끊었다.
“그래, 말 고맙다. 아무튼 들으셨죠? 러버블이랑 송승현 사이에도 뭔가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속사 내 따돌림이라면 요즘에도 큰 이슈죠. 만약 유정아랑 제가 같이 입을 열면 어떻게 될런지.”
“잠깐만, 유정아가 그래서 나간 거였다고? 본인 입으로 아이돌은 자기랑 안 맞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있었겠죠. 여태껏 그걸 숨긴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요.”
괜히 연예인 학폭 같은 문제가 나중에 터지는 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룹이 더 커졌을 때 폭로하리라 생각했어도, 자기 자리를 찾고 안정이 된다면 또 고민이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도 나 때문에 나서겠다고 했으니 유정아로서도 나름대로 결심을 한 일이었다.
“······.”
설마 러버블 쪽에도 문제가 있었을 거란 생각은 못 했는지, 한명신이 고민에 잠긴 표정이 되었다.
조금 기다리자 그가 물었다.
“그래서, 뭘 원하는 건데?”
“딱히 그런 건 없고요.”
나는 폰으로 검색을 했다.
곧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들과 커뮤니티 글들이 보였다.
“블랙이 자꾸 제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요. 덕분에 그쪽 팬들이 저에 대해 온갖 말을 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일을 크게 벌리는 것보다는, 대표님이 따로 처리를 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요?”
사실 내 욕쯤이야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하나연이나 손여울까지 듣지 않아도 되는 말을 듣고 있다는 게 가장 거슬렸다.
‘김도하가 가람에서 퇴출당한 이유’, ‘충격적인 김도하의 실체’, ‘손여울이 DH로 간 건 우연이 아니다’ 등.
가당치도 않은 타이틀들을 보던 한명신이 한숨을 쉬었다.
“그게 다 사실이라면 당사자들한테 합당한 처분을 내릴 거야. 그리고······너한테는 사과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
그는 심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히 덕분에 아이돌을 집어치우게 됐으니 불만은 없었지만 나는 가만히 있었다.
이 일로 한명신에게 빚을 지워두는 건 나쁘지 않았으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조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번에는 더 즐거운 일로 오고 싶으니까요.”
“잠깐만.”
내가 쳐다보자 한명신이 말했다.
“아무리 조용히 처리한다고 해도 내부적으로는 일이 커질 수밖에 없어. 만약 네 말이 맞지 않다면 어떡할 거지?”
“그러면 책임지겠습니다.”
“네가 책임지겠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요즘 워낙 돈 빠져나갈 데가 많아서 저는 무리고요.”
애초에 내가 책임질 일은 없겠지만 한명신을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보증인은 필요했다.
나는 폰을 톡톡 두드렸다.
“저희 아버지가 대신 해드릴 겁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명신의 폰이 울렸다.
아마 아버지한테서 왔을 터인 톡을 확인하는 그를 보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가족밖에 없다고.
#
“흐음, 이걸로 된 건가? 결과는······지켜봐야겠지.”
유정아는 있는 듯 없는 듯 폰에 잠들어있던 녹취파일을 김도하의 이메일로 보냈다.
갑자기 김도하에게서 연락이 와 ‘증언 좀 해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놀랐지만.
이유를 알고 나니 거의 잊혀졌던 파일의 존재를 떠올리게 됐다.
내용은 별 거 없었다.
그저 혜란이 유정아에게 걸쭉한 욕을 때려박는 게 다였으니까.
하지만 아이돌이라는 위치에서는 그것만으로도 꽤 치명적일 것이었다.
‘더 묵히다 풀려고 했는데.’
살다보니 처음 마음먹은 대로 되지는 않았다.
밉던 마음도 살짝 약해졌으며, 무작정 벌이기에는 상당히 귀찮아질 게 뻔했으니까.
그래서 부적처럼 고이 모셔놨는데 이렇게 쓰일 줄은.
‘사실 릴리만 아니었어도 그냥 두려고 했는데.’
방관자나 마찬가지였던 릴리의 하소연에, 그대로 놔둬도 언젠가는 터질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딱히 릴리를 돕고 싶었던 건 아니었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김도하에게 협조하게 됐다.
‘······이제 와서는 진짜 별 상관 없긴 하지.’
유정아는 어깨를 으쓱하고선 평소처럼 방송을 켤 준비를 했다.
만약 조사를 끝낸 한 대표가 덮는 걸 선택한다면 그녀도 바빠질 수 있었기에 미리 방송을 많이 해놓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릴리?’
발신자를 보고서 고개를 갸웃한 그녀는 3초간 고민하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유, 유정아?
“왜?”
-나 릴리, 이세연인데······혹시 대표님한테 뭐라고 했어?
다짜고짜 묻는 말이 저거라니.
유정아는 눈썹을 찌푸렸다.
“뭔 상관이야?”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나만 따로 부르셔서······.
오.
일단 조사할 의지는 있는 모양이네.
유정아는 의자를 빙글 돌리며 말했다.
“응, 뭐라고 했어. 뭐라고 했게?”
-야, 장난하지 말고······.
“팩트만 말했으니까 걱정 마. 너도 가서 그대로만 말해. 네가 아는 그대로.”
-그, 그대로?
“혜란한테 쌓인 거 많잖아? 그냥 다 말해, 괜찮아.”
나한테는 괜찮지.
유정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릴리가 망설이다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유정아는 그녀의 말을 막으며 입을 열었다.
“난 솔직히 너희 다 같이 망했으면 좋겠는데, 혜란만 얘기했어. 너희 모두가 나한테 아주 나쁜 짓 했던 건 아니니까. 그러니 나한테 하소연할 생각하지 말고 알아서 해. 어차피 네가 뭐라하든 결과는 같을 거야.”
-잠깐만······.
유정아는 그렇게만 말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여기서부터는 더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중요한 건 앞으로 러버블, 혜란이 어떻게 되느냐였다.
‘그나저나 갭도 문제가 컸네. 오빠는 대체 이런 건 언제 안 거래?’
유정아는 혀를 차며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에이, 알아서 했겠지. 그래도 속은 시원하네. 이제 방송에서 웃기는 꼬라지 안 봐도 되겠다!”
딱히 폭로할 생각이 없었다고는 해도, 역시 눈엣가시를 빼는 일은 즐거운 법이었다.
유정아는 기지개를 켠 뒤 다시 제 할 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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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이거 보셨어요? 가람 소식요.”
한명신과 이야기를 나누고서 정확히 일주일이 지난 뒤.
조정우가 내게 다가와 물었다.
안 봐도 뭔지 알 것 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블랙 건?”
“네. 그룹에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하다면서 탈퇴를 하겠다니······누가 봐도 억지로 하는 거잖아요.”
그가 혀를 차며 말했다.
한명신이 말한 대로 일은 서서히 진행됐다.
하지만 생각보다 조용히 처리가 된 건 아니었다.
블랙의 어그로에 끌린 팬들이 나에 대한 루머를 퍼뜨린 이후, 블랙에 관한 여론이 나빠진 것이다.
바로 아는 사람만 알았던 블랙의 과거 행실이 싹 다 밝혀졌기 때문인데.
블랙은 데뷔조 때부터 유명세를 타 그에 대한 자료가 쌓여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어할 정신도 없겠지. 송승현이랑 엮여서 내부조사를 받고 있을 테니까.’
그 와중에 저 일이 터졌으니, 가람으로서도 내치는 게 훨씬 나은 판단이었다.
애초에 갭 내에서 블랙의 역할이 크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블랙에게 압박을 준 결과가 저거겠지.
“대체 전에 뭐라고 한 겁니까?”
조정우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지만, 나는 그저 어깨만 으쓱했다.
한명신이 제대로 행동하는 한 일을 더 벌일 생각은 없었다.
그저 걱정하지 말라고만 하고서 나는 아버지한테 톡을 보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짱.] [아버지 :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작에 말을 하지 그랬냐.]음, 아마 그랬다면 쫓겨나지 않았을까요?
우리 둘 모두 아는 답을 하는 대신, 나는 그에게 다시 톡을 보냈다.
[송승현 팀장에 관해서는 별 말 없어요?] [아버지 : 진즉 해고했다고 하는구나. 그쪽이 더 심각했던 모양이야.]그렇겠지.
갭 쪽은 블랙만 문제였다면, 송승현이 관련된 사람은 더 많았을 테니까.
보기보다 복잡한 문제 같았지만 그건 가람이 알아서 할 일이었고.
내가 지금 생각해야 할 일은 아버지한테 어떻게 감사를 전하느냐였다.
일단 알겠다며 답장을 하는데.
-지잉!
다이렉트 메시지의 알림이 떴다.
곧바로 확인해보니.
[크리스 : 생각은 해봤어? 역시 너무 오고싶지? :)]전에 내게 시사회에 오라는 제의를 했던 크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