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a golden spoon songwriting genius RAW novel - Chapter 78
79. 돌아가기금수저 작곡천재가 되었다
완벽 (1)
노래도 되고 연기도 되는 사람.
학폭 논란의 이지혜처럼 뮤지컬 배우 경력이 있기라도 한 걸까?
‘이지혜가 실력 하나는 괜찮았는데.’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는 상황에 찌푸려지는 인상을 펴며 감독이 물었다.
“그게 누구입니까?”
하지만.
미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 외였다.
“하나연이요. 가수.”
“하나연······?”
“제가 가르치고 있는 제자예요.”
“아, 네.”
한 번 들어본 것 같기도 하다.
그나저나 미아가 가르친다는 게 연기는 아닐 텐데.
감독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했다.
“신인가수 아닙니까?”
“맞아요.”
“······연기도 잘 한다고요?”
“연기를 배운지는 반 년 정도 됐어요.”
반 년.
짧은 시간이었다.
게다가 연기를 잘 한다는 건 순전히 미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제자라는데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고.
그는 작가와 눈을 마주친 뒤 물었다.
“소속사는 없을 거고······프로필은 있습니까? 이미지라도 보려구요.”
그에 미아가 가수로서의 프로필과 뮤직비디오를 보여주었다.
‘비행’ MV였다.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감독이 생각했다.
‘실력이 없어보이지는 않네. 이미지는 오히려 이쪽이 더 비슷하고······.’
또 실제로도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그 나이대 특유의 풋풋함도 있었다.
‘더 벌스’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다지만 성인 연기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실력이 더 좋기 때문.
그것만 커버할 수 있다면 고등학생을 못 쓸 이유는 없었다.
“제가 생각했던 나서희랑 엄청 비슷하긴 해요.”
옆에서 작가가 말했다.
일단 이미지는 됐다는 소리네.
그는 작게 한숨을 쉬고서 미아에게 말했다.
“그러면 캐디분 연락처 드릴테니까 이분한테 1차로 연기 보여주시면 됩니다. 대본이랑 MR 드릴테니 배우한테 전달해주세요.”
“1차요?”
“웬만한 조연은 그분이 다이렉트로 섭외하시는데, 나서희 역은 좀 달라서요. 1차에서 합격하면 배우랑 일요일에 다시 뵙도록 하죠.”
첫 등장과 경쟁 씬, 그리고 마지막 화만 제외하면 나서희의 비중은 공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씬들의 임팩트와 중요도가 컸기에 아무나 섭외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원래는 철저하게 공개 오디션으로 뽑았고, 그렇게 뽑힌 게 이지혜였지만.
지금은 촉박한 시간 탓에 그럴 수는 없었다.
1차에서 최대한 걸러내 캐스팅 시간을 줄이는 수밖에.
미아가 알겠다면서 물러났고, 감독은 짜증을 삼키며 생각했다.
‘하······편집도 다시 해야하고, 이게 웬 날벼락이야. 프리 액터스 좋게 봤었는데, 앞으론 상종도 안 해야겠구만.’
애초에 그런 전과를 가지고서 무슨 배짱으로 학교물을 찍으러 온 건지 모르겠다.
그는 소속사에 손해배상 청구를 할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그나마 이지혜가 조연이었던데다 완전한 사전제작이 아니란 점이 다행이었다.
그는 속으로 이지혜의 소속사에 엑스 표시를 하며 일단 촬영을 재개했다.
#
햇볕이 내리쬐는 정오.
슬슬 선선해지는 날씨에 아이스 커피를 하나 사서 작업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익숙해진 길을 걸으며 내가 생각했다.
‘피처링을 누구한테 부탁하지?’
앨범의 세 번째 트랙.
바로 오늘 아침에 마무리를 지은 곡이었다.
이제 피처링을 해줄 보컬만 구하면 되는데, 고민이 됐다.
‘조금 새로운 시도를 했지.’
옛날에 구상해뒀었던 팝 장르에 알앤비를 더한 곡.
꽤 감성적인 사운드이지만 벌스에 간간이 들어가는 싱잉랩 덕에 힙한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실력은 당연하고 음색이 확실하고 독특한 보컬이 필요했다.
‘그런 보컬이 어디 흔하냐고.’
속으로 투덜대는데, 근처 화장품 가게에서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린다.
[날갤 펼쳐, 하늘 높이 날아가. 온 세상에 펼쳐진 My universe······.]타이틀곡 ‘비행’.
이제는 인기가 조금 시들해져 50위권에 걸쳐져 있었지만, 그래도 차트인 곡이라 그런지 매장 재생목록에 들어간 모양이다.
‘왠지 새삼스러운 기분이네.’
작업실에서나 듣던 노래가 거리에서 우연찮게 들려온다.
하나연이 이 자리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할까 싶다.
-♬ ♪ ♩
“오, 타이밍.”
마침 걸려온 전화는 하나연에게서 온 거였다.
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피디님!
하나연의 다급한 목소리.
나는 폰을 똑바로 쥐며 물었다.
“왜?”
-저······연기 해도 될까요?
“갑자기? 왜, 하고 싶어?”
-그게, 사실은요.
나는 걸음을 재촉하며 하나연의 얘기를 들었다.
내용인즉, 미아가 촬영 중이라던 ‘더 벌스’ 드라마의 조연이 하차하게 되었는데 그 배역의 오디션을 보러 갈까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아까 봤던 기사가 떠올랐다.
무슨 학폭 논란으로 하차한 배우가 있다던데, 그게 이거였구나.
나는 간단하게 말했다.
“가면 되겠네.”
-가, 가요?
“어차피 실력 안 되면 1차에서 탈락이라면서? 경험 쌓는다고 생각하고 갔다오면 되지.”
아마도 하나연이라면 1차는 무난하게 붙을 것 같지만.
이렇게 얘기해야 덜 부담스러워할 것 같았다.
-아······그렇겠죠?
“배역 캐릭터랑 드라마 내용이 뭐랬지?”
-음, 학교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청춘 음악 드라마구요. 캐릭터는 열 일곱 살 ‘나서희’ 라는 예술고등학교 신입생이고, 재능은 있는데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천재예요.
“다른 건 몰라도 천재는 맞겠네.”
-네엣?
“관심 있으면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연기가 걱정이라면 나도 봐줄게. 이건 미아 씨가 더 잘 봐주시겠지만.”
-······. 그러면 한번 도전해볼게요!
하나연이랑 지내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마음에도 없는 말은 애초에 꺼내지도 않는다는 것.
우물쭈물하며 말문을 열 때는 100% 한참 고민하다가 어느정도 갈피가 잡혔을 때 확인차 묻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래, 화이팅.”
아무튼 오디션을 보기로 확실히 마음을 정한 것 같다.
이번주 일요일에 2차랬지.
1차는 분명히 통과할 테니, 나는 그때 돼서 신경쓰기로 했다.
‘일단 오늘은 보컬이나 찾아보자.’
#
“와.”
사클, 수박, 구글링으로 며칠이나 뒤졌건만.
“어째 마음에 드는 보컬이 하나도 없냐.”
이거다! 싶은 목소리는 찾지 못했다.
내가 상상한 이미지가 너무 정확한 걸까.
어쩌면 지나치게 복잡한 도형을 그려놓고서 거기에 완벽히 맞는 목소리를 찾으려고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넘기기엔 딱 한 명 있잖아.”
상상 속의 목소리를 현실로 옮겨줄 만한, 그런 보컬이 한 명 있긴 했다.
청아하면서도 허스키한 음색을 가진데다 다소 해석이 필요한 곡을 완벽하게 풀어낼 능력이 있는, 그런 보컬이.
그런데도 왜 이러고 있냐고?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면식 하나 없는 프로듀서의 곡을 피처링 해줄 급은 아니야.’
지금의 내 위치에서는 피처링을 부탁하기 힘든 입장인 것.
친분이 있어야 물어볼 수라도 있는 게 피처링인데, 나는 그 보컬과 어떠한 커넥션도 없었다.
‘······그냥 철판깔고 소속사에 찾아가 볼까? 아니면 사클을 더 뒤져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시계를 보니 벌써 7시 20분이었다.
나는 고민을 멈추고 티비를 켰다.
KVS2 채널을 입력하니, 상단에 곧 방영하는 드라마의 제목이 보인다.
‘더 벌스’.
하나연이 배역을 고민하던, 그리고 미아가 조연으로 출연하고 있는 음악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보는 취미는 없었지만, 음악 드라마라고 하니 약간 관심이 생기긴 했다.
게다가 주조연들도 실력이 검증된 아티스트들이라 적어도 귀가 테러당할 걱정은 없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7시 30분이 조금 넘자 드디어 방송이 시작됐다.
가난한 집, 어머니의 영정사진 앞에서 손여울이 대사를 친다.
[엄마. 오늘이 바로 백예고 입시 날이야. 엄마가 나보고 꼭 꿈 이루랬잖아. ······거기서도 나 지켜봐줄 거지? 사랑해.]시작부터 슬픈 사연이 등장했다.
그래.
주인공이 가난하지 않으면 K-드라마가 아니었다.
곧 자잘한 장면들이 지나가고 오디션장이 비추어진다.
주연급 배역들은 성만 바꾼 듯, ‘송여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서 노래를 부르는 손여울.
-거친 파도가 쳐도 먹구름이 끼어도, 그대 곁에 머무를 수 있단 사실이······.
발매된 지 10년은 넘은 명곡이었다.
이걸 손여울 버전으로 듣게 되다니.
이 하나로 드라마 가치가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손여울의 청아한 음색에 화면 속 심사하는 선생들이 감동하는 표정을 지었다.
음악 선생 역이라던 미아도 잠깐 보였는데, 저건 하나연에게 자주 보여주던 표정이었다.
‘여전히 대단하군.’
화면 밖의 나 또한 그들과 비슷한 심정이었다.
8년 전 솔로로 데뷔한 후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손여울.
대박난 앨범 한두 개에 안주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컨셉과 다양한 시도를 하며 아티스트로서의 이미지를 굳혀왔다.
그렇게 착실히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과 프로듀서로서의 실력을 늘린 지금은 국내 최고의 여성 아티스트라고 불리고 있다.
거기다 더해 이렇게 연기 활동까지 하니, 대단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드라마 속 손여울의 노래가 끝나고.
그녀는 따뜻한 심사평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안 되겠다.’
바로 곡의 완성은 완벽한 보컬이라는 생각.
적어도 세 번째 트랙은 그랬다.
나는 속으로 결심을 하며 나연이가 한 말을 떠올렸다.
‘나연이가 저기 오디션 본다고 했지.’
미아는 몰라도 하나연의 촬영에 따라가는 건 이상하지 않을 거다.
거의 매니저 역할까지 내가 다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합격에서 촬영하게 되면 최대한 기회로 삼아봐야겠어.’
소속사를 통하는 것보다는, 역시 본인과 직접 만나는 편이 나을 테니까.
#
‘더 벌스’의 제작사인 ‘원스텝 프로덕션’ 오디션 대기실.
하나연을 포함한 다섯 명의 배우가 어색하게 앉아있다.
대기실 앞 오디션장에서는 감독인 나경진 피디가 타임테이블을 훑는 중이었다.
“여기, 네 번째 순서에 ‘이아람’. 소속사가 꽤 빵빵하네?”
그의 말에 옆에서 대본을 보고 있던 김미소 작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다 필모도 좋아요. 고등학생 때부터 뮤지컬 출연도 꾸준히 했고, 케이블 드라마 조연도 다수 했더라고요.”
“괜찮네, 괜찮아. 마스크도 좋고, 나이도 적당하고.”
이아람의 나이는 21살.
하차한 이지혜와 동갑인데다 커리어도 비슷하다.
연기는 직접 봐야 알겠지만, 캐스팅 디렉터가 1차로 걸러준 이상 하자가 있을 리는 없었다.
“그나저나 좀 놀랐어.”
“뭐가요?”
“이 애.”
나 피디가 가리킨 건 하나연의 사진이었다.
“필모도 뭣도 없고, 심지어 데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가수잖아.”
“싱글은 작년에 냈다고 들었어요.”
“그런 건 모르겠고, 아무튼 신인 맞잖아.”
“맞긴 한데요.”
김 작가가 흐음, 하며 턱을 짚었다.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실력은 있다는 거 아니에요?”
“내가 캐디한테 미아 추천이라는 말을 해서 후하게 점수 준 거 아니야?”
“에이, 그럴 분은 아니잖아요. 캐스팅에 관해서는 얼마나 까탈스러운데.”
“그렇긴 하지.”
피디가 떨떠름하게 수긍하는데 김 작가가 말했다.
“그리고 저한테 명단 주실때 하신 말씀이 있었거든요.”
“뭔 말?”
“고등학생 애가 잘하더라는 말이요.”
“고등학생?”
프로필 중 미성년자는 딱 한 명밖에 없었다.
피디는 조금 놀랐다.
캐디가 저런 말을 했다는 건 ‘만약 바로 캐스팅할 권한이 있었으면 얘 뽑았다’는 뜻과 마찬가지였다.
‘그 정도라고?’
대체 어떤 면을 보고 그런 평가를 했는지 궁금해지는데.
“이제 시작하면 되겠네요.”
마침 실력을 볼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오디션장에 쭈뼛거리며 들어선 첫 번째 타자는.
“아, 안녕하세요······.”
방금까지 화두에 올랐던 하나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