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14)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14화
나와 윤아, 그리고 부모님은 바르샤바 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이 폴란드의 수도이며 자랑스러운 쇼팽의 고향이라는 것을 알려 주듯, 공항 이름도 쇼팽이었다.
“우와아~”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빠져나와 리무진을 타고 시내로 향하던 윤아는 탄성을 내질렀다.
폴란드의 수도이자, 쇼팽의 고향으로도 유명한 이곳 대도시, 바르샤바.
올드하면서 감성을 이끌어내는 유럽 도시를 떠올린다면, 폴란드 바르샤바가 딱 적합할 것이다.
특히 이곳 올드 타운은 그런 유럽의 감성을 100% 살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보통 영화 촬영을 하려고 할 때, 유럽의 감성을 살리고자 바르샤바를 찾는 감독이 그렇게 많다고 들었다.
“어서 오십시오.”
리무진에서 내리자 점잖게 생긴 신사분이 리무진의 문을 열어 주었다.
“정영훈 고객님 맞으십니까?”
“네, 맞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룸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짐은 저희 직원들에게 맡겨 주십시오.”
아버지는 유창한 영어로 매니저와 대화를 나누시며 우리와 함께 배정된 방으로 올라갔다.
그러면서 매니저가 슬쩍 우리에게 물었다.
“혹시 이번 쇼팽 콩쿨을 구경하러 오셨습니까?”
“아니요. 저희 아들이 이번에 예선 참가자로 나갑니다.”
그러자 매니저의 눈동자가 커졌다.
“오우. 그러셨군요. 이거 영광입니다. 부디 쇼팽의 행운이 함께하기를 바라겠습니다.”
내가 예선에 나간다고 하니, 왠지 한층 더 친절해진 것만 같은 건 기분 탓일까.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쇼팽 콩쿨은 폴란드 최고의 축제로 꼽힌다.
오죽하면 월드컵보다 인기가 많다고 하겠는가.
그만큼 이들에게는 국가적인 자존심이 걸린 일이기도 했다.
“방은 두 개로 잡았어. 윤아는 엄마랑 같이 쓰고, 윤성이는 나랑 같이 쓰고.”
“응? 그럼 엄마랑 아빠 둘이 떨어져 있는 거야?”
“괜찮아. 엄마 아빠는 평소에도 하루 종일 붙어 있으니까. 그리고 너희는 너희끼리 놀고, 우린 우리끼리 알아서 놀 테니까 서로 터치하지 마라.”
누가 보면 신혼이신 줄 알겠다.
그리고 아버지는 오늘 유독 싱글벙글인 이유가 있었다.
“여기 바르샤바에 있는 골프 클럽이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이제야 와보네.”
내 쇼팽 콩쿨을 구경하는 김에 바르샤바에서 유명한 골프 클럽으로 가서 필드를 돌 생각에 벌써 흥분하고 계셨다.
“너희는 뭐할 거니?”
“당연히 도시 구경을 해야지! 아까 리무진 타고 오면서 보니까 너무 예쁘더라.”
바르샤바가 도시 풍경이 예쁜 곳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라, 그냥 별다른 장소를 선정하지 않고 도시 안만 거닐어도 충분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뭐, 맛있는 것도 먹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려고요. 공연도 하나 예매해 두었고요.”
“아니. 공연까지?”
“폴란드에 전설적인 지휘자가 하나 있는데, 이번에 진짜 오랜만에 오케스트라 공연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거 한번 구경해 보려고요.”
“오~ 우리 표까지 다 예매한 거야?”
“네. 만약 싫으시면 안 가도 돼요.”
“아니야. 나랑 네 엄마가 클래식도 무척 좋아하잖니.”
아버지의 말에 어머니는 콧방귀를 뀌셨다.
“그런 거 보러 가자고 하면 늘 잠만 자는 양반이.”
“어허. 자면서 듣는 것도 문화의 한 종류야. 몰라?”
“그래. 근데 폴란드의 전설적인 지휘자라면······. 혹시 페데레츠키?”
“어? 엄마는 그걸 어떻게 알아?”
윤아는 화들짝 놀라했다.
역시 우리 어머니는 이런 쪽에 지식이 무척 해박하셨다.
아버지를 강제로 이끌고 클래식 공연이나 뮤지컬을 보러 다니는 분이시라 그런가?
“네. 맞아요. 페데레츠키 지휘자에요.”
“어머. 그분 은퇴하신 줄 알았는데, 아직도 현역이셨어?”
“이번이 진짜 마지막 공연이래요. 꼭 청중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이 있다고 오케스트라 공연을 하신다네요.”
“주제가 뭐야? 모짜르트?”
“아마 쇼팽, 모짜르트, 베토벤 등등. 여러 가지를 할 것 같아요. 본인 자작곡도 있을 테고요.”
페데레츠키 정도 되는 지휘자면 어떤 주제를 가지고 연주회를 할지 알려주지 않아도 순식간에 좌석이 매진된다.
설사 학교 종이 땡땡땡을 연주한다고 해도 남아 있는 표가 없을 정도로 믿고 보는 지휘자라는 것이다.
특히 페데레츠키는 현대 오케스트라 음악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지휘자이자 작곡가이기 때문에 그를 선망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그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곡을 좋아하고, 또 그가 작곡한 곡들을 좋아한다.
내가 즐겨 찾아서 듣는 몇 안 되는 작곡가 중 하나이기도 했다.
조용히 헤드셋을 끼고 노래를 들으면 영감이 샘솟는다고 해야 할까?
띠링~
그때 핸드폰 문자 알림이 왔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세컨드 폰이라, 이 핸드폰 번호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곳에는-
[비행기에서는 정말 죄송했어요.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길 바랄게요. 콩쿨에서 봬요.]최예림이 보낸 문자가 있었다.
비행기에서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나도 깜짝 놀랐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녀와 번호까지 교환했다.
[네. 그때 뵙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나는 짧게 답장을 보내며 최예림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TV에서는 늘 차갑고 도도한, 정말 한 나라의 공주 같은 모습만을 봤는데, 막상 만나보니 귀여운 구석이 있다고 해야 할까.
“흐음-”
그때 갑자기 내 앞에서 윤아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침음을 흘렸다.
나는 슬쩍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왜, 왜 그래?”
“뭔가 표정이 훈훈하게 뎁혀지는 것을 보아하니······. 여자 생각을 하나?”
“뭐,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귀신인가.
어떻게 알았지.
“이상하다. 이제까지 여자들이 오빠 생각만 했지, 오빠가 다른 여자를 생각한 적은 없었던 거 같은데.”
“어머머. 우리 윤성이가 여자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엄마. 못 봤지? 오빠가 문자 보내면서 갑자기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거. 그러면서 슬쩍 웃더라고. 그럼 백퍼 여자랑 연락하고 있는 거 아니야?”
“호호. 그렇네. 어쩜 너는 네 아빠랑 똑같니. 그래서 누군데? 한번 말해줘 봐. 설마 아까 비행기에서 너랑 인사했다는 그 최예림 피아니스트?”
“헉. 진짜? 언제 번호까지 교환했어?”
“아니. 정말 그런 거 아니라고요.”
갑자기 비지땀이 줄줄 나기 시작했다.
* * *
페데레츠키는 오늘이 자신의 인생에서 마지막 오케스트라 연주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사실 은퇴를 공식화한 건 아니었지만, 잠정적으로 은퇴가 확실시되긴 했었다.
이미 나이는 늙었고, 더 이상 새로운 곡도 작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활동이 있다면, 쇼팽 콩쿨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것 정도일 것이다.
그랬던 그가 갑작스럽게 자신의 마지막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알렸다.
당연히 전 세계에서 표를 구하고자 한바탕 전쟁이 벌어졌고, 그는 오늘 이렇게 무대에 서게 되었다.
“지휘자님. 이제 무대로 나가기만 하시면 됩니다.”
“음. 그래.”
나이가 들어서도 끊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아마 이 커피일 것이다.
담배와 술은 다 끊었어도 끝끝내 이 커피만큼은 끊질 못했다.
그는 한입에 에스프레소를 털어 넣은 뒤 살짝 미간을 좁혔다.
“레이.”
“예, 지휘자님.”
“오늘 그 사람이 과연 이곳에 왔을까?”
그 사람이라고 한다면······.
레이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는지 잠시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마 안 오지 않았을까요?”
“후후. 그래. 그 남자가 이곳에 오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
페데레츠키는 지휘봉을 붙잡고 마지막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한 뒤 천천히 무대 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우레와 같은 환호성과 박수를 받으며 청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름 모를 정체불명의 작곡가가 저 군중 속에 섞여 있기를 바라면서.
“그럼-”
페데레츠키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지휘봉을 천천히 움직였다.
* * *
“······.”
과연 와서 공연을 보기 잘했다.
왜 큰돈을 줘서라도 거장의 공연을 봐야 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거장이 저 작은 지휘봉 하나로 저 수많은 단원을 조화롭게 움직이는 것은 물론, 그들이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음악이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한 가지 더 즐거운 것이 있다면,
‘아름다운 아우라다.’
바로 지휘자에게서 나오는 아우라였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저들의 아우라를 바라보면 된다.
저들의 아우라가 적절한 하모니를 이루어 내는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며 음악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지.
그것만 봐도 이들이 훌륭한 오케스트라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페데레츠키는 과연 그 명성답게 오케스트라와 무척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내는 중이었다. 이제까지 내가 봤던 오케스트라 중 가장 뛰어나고 예술적인 시너지였다.
“쿨······.”
아버지는 어느새 어머니 어깨에 기대 쿨쿨 잠을 자고 계셨다.
그리고 아버지를 닮은 윤아 역시 내 어깨에 기대 졸고 있었다.
그에 반해 나와 어머니는 페데레츠키의 아름다운 선율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윽고 그 음악이 끝나자,
“브라보~!”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이 드넓은 콘서트 홀을 가득 채웠다.
거기에 화들짝 놀라서 깬 아버지와 윤아는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열심히 박수를 쳐댔다.
그 모습에 나와 어머니는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페데레츠키는 사회자가 건네는 마이크를 붙잡았다.
“그럼 이제 마지막 곡을 연주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폴란드어로 말하지 않고 유창한 영어로 우리에게 말했다.
“이 곡은 제가 살면서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은 곡입니다. 그것도 최근에 말이지요. 아마 여러분이 받은 팜플렛에는 곡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을 겁니다. 제목조차 없지요. 그건 이 자리에서 제가 직접 소개해 드리기 위함입니다.”
대체 무슨 곡을 연주하려는 것일까.
페데레츠키가 마지막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하면서 꼭 대중에게 들려 주고 싶은 곡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곡에 대한 정보기 일체 없었기에 모두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곡은 녹화해서 따로 공개할 예정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이지요.”
그 말에 청중들은 더욱 궁금해졌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곡은 예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곡입니다. 제작자는 한국인이라는 것 말고는 알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곡의 제작자는 자신의 악보를 자유롭게 쓰는 것을 허락했고, 저는 이 곡을 죽기 전 꼭 한번 연주해서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잠깐. 설마······.
“오늘 공개할 마지막 곡의 이름은 바로 . 부디 즐겁게 감상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뭐?
나는 잠시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페데레츠키의 손에 의해 내가 만든 오케스트라 곡, 가 화려하게 시작되었다.
불협화음 속에 찾아가는 조화.
그 안에 담겨 있는 광기와 혼돈, 그리고 절망과 슬픔.
어쩌면 내 낙서와도 같은 인생 이야기를 담은, 그저 속에 있는 것을 마구잡이로 휘갈겨 만들었던 혼돈의 곡이 페데레츠키의 지휘봉 아래 새롭게 쓰여졌다.
따라란~!
거칠게 몰아치는 그 음표들을 온몸으로 때려 맞으며 나는 멍하니 그들의 연주를 지켜보기만 했다.
11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