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16)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16화
쇼팽 콩쿨은 총 4개의 스테이지로 나뉜다.
그리고 스테이지마다 정해져 있는 곡이 있다.
그중에서 도전자들이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 쳐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4일 동안 160명의 도전자가 한정된 곡 안에서 자신의 실력을 아낌 없이 펼쳐 보여야 한다.
‘윤성 씨는 환상곡을 택했구나.’
에튀드, 녹턴, 뱃노래, 스케르초, 발라드, 그리고 환상곡.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이 중에서 하나를 골라 쳐야 한다.
그중 정윤성은 환상곡을 골랐다.
‘과감하네. 사람들이 잘 안 고르는 걸 고르다니.’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환상곡을 뽑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무대가 첫 무대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수많은 사람이, 그것도 전 세계 사람들이 실시간 중계로 이 콩쿨을 지켜보고 있다. 아무리 베테랑이라고 해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쇼팽 콩쿨이라는 위압감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연주를 하는 것이 얼마나 떨리겠는가.
그래서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늘 미스 터치가 자주 일어나고 감정 조절을 실패하여 곡이 망가지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곡도 어렵고 터치도 정말 잘해야 하니까.’
환상곡은 말 그대로 판타지.
쇼팽은 이 곡을 듣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바라보는 환상을 보여 주려 했다.
그 환상 속에서 부유하며 자유롭게 떠돌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연주자의 역량에 따라 곡이 다르게 들리며, 표현법이 조금이라도 서투르게 된다면 환상곡을 제대로 풀어낼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미스 터치가 하나도 없잖아?’
정윤성의 연주는 너무나도 편안했다.
긴장은 전혀 하지 않았다는 듯, 완전히 노래에 녹아든 모습이었다.
피아노를 오래 치고, 또 여러 공연을 다니면서 피아니스트들을 보고 있으면 저 사람이 제대로 몰입했는지, 안 했는지는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음악 속 황홀함에 젖어 들어 빠져드는 표정을 짓게 된다.
마치 쇼팽의 환상곡처럼, 정윤성은 그 환상 속에 지금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가 표현하는 강렬한 음표와, 때로는 간결한 음들이 청중들에게도 퍼져 나갔다.
“······.”
정윤성이 연주를 시작하기 전까지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연습에 몰두하고 있던 도전자들은 어느새 대기실 TV에서 나오는 정윤성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멍한 얼굴로, 입을 벌리기까지 하며 완전히 곡에 몰입해 있는 상태였다.
그들 역시 정윤성처럼 쇼팽의 환상에 빠져 버린 것이었다.
따라란~!
그렇게 작은 소리에서부터 점점 웅장하게 바뀌면서 쇼팽의 환상곡이 끝을 맺었다.
“······.”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정윤성이 건반에서 손을 떼고 짧게 숨을 내쉬자,
“우와아아~!!”
“브라보!!”
관객들의 뜨거운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정윤성은 잠깐 멍하니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거기서 최예림은 정윤성이 얼마나 곡에 몰입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그러니 저렇게 아름다운 곡을 만들어낸 것이겠지.
이제까지 들어본 환상곡 중에 정윤성의 환상곡이 가장 아름답고 신비스러웠다.
“감사합니다.”
정윤성은 슬몃 미소를 지으며 관중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워낙 잘생겼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사람이 원래 여유가 넘치는 것일까.
그는 미소를 잃지 않으며 무대에서 내려갔다.
정윤성이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고 난 다음에도 사람들의 함성은 줄어 들지를 않고 있었다.
그리고 대기실에서는,
“Oh my God.”
정윤성 다음 순번인 도전자가 머리를 쥐어 틀며 절규 어린 탄식을 내지르는 중이었다.
* * *
“후우-”
나는 무대에서 내려와 길게 심호흡을 했다.
‘순간 못 빠져 나오는 줄 알았네.’
대기실에서도, 그리고 무대 위에서도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가진 아우라들이 사정 없이 내게 파고 들었다.
그건 아마 심사위원들의 아우라일 수도 있고, 아니면 청중 속에 섞여 있는 저명한 음악가들의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아우라들이 서로 싸우며 내 몸에 들어왔다.
그것들을 하나씩 받아 들여 통제하고, 온몸에 퍼뜨리니 나는 순식간에 곡에 빠져들어 환상곡을 쳐내려 갈 수 있었다.
완전히 몰입하다 보니, 내게는 연주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이 정도로 음악에 빠져 들어 연주했던 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가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역시 오길 잘했어.’
이곳에서 여러 아우라를 만나고, 또 그 아우라로 맞이하게 되는 새로운 경험들.
결코 후회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초조하긴 하네.’
스스로는 만족한 결과였으나, 그렇다고 내 생각이 심사위원과 같을 순 없다.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떨어지는 것이다.
‘다들 어떻게 치는지 한번 볼까?’
연주가 끝난 사람은 따로 지정석이 있어서 그곳으로 안내를 해준다.
난 그곳에 앉아 다음 참가자들이 나와 연주하는 걸 지켜보았다.
‘역시 연주를 하니까 아우라가 더 많이 나오는구나.’
과연 세계 최고의 콩쿨 무대답게 도전자들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보통이 아니었다.
대기실에서 봤을 땐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순간 아우라가 폭발할 것처럼 끓어오른다.
한 사람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나오는 도전자들마다 족족 아우라를 펌핑하며 내가 최고라는 것을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진짜 잘하면 떨어질 수도 있겠는데.’
저들이 표출하고 있는 아우라와 그 연주 실력에 나는 감탄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여기서 떨어진다고 해도 후회가 없는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아······.’
지금껏 나왔던 도전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는 사람이 나오고 말았다.
‘최예림이구나.’
대기실에서는 굉장히 차분해 보이던 아우라가, 무대 위에 들어서자마자 엄청나게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내가 이곳에 있는 모든 이를 잡아먹겠다는 듯, 맹수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따라란~!!
그리고 곡이 시작되자 아우라는 콘서트 홀의 천장을 뜯어 버릴 것처럼 치솟아 올랐다.
이것이 최예림이구나.
우리나라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가장 먼저 꼽히게 되는 그녀의 명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것 같았다.
최예림이 보여 주는 환상적인 피아노 테크닉과 저 아우라에서도 볼 수 있는 맹렬한 표현법이 슬슬 지루함에 파묻혀 가고 있던 이곳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정말 잘 친다.’
처음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무대 위에서와 바깥에서의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고 해야 할까.
지금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그녀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가진 피아니스트가 아닌, 혹한의 추위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맹수를 보는 것만 같았다.
‘내가 저런 사람이랑 경쟁해야 한다는 거지?’
무대를 찢어발기는 최예림의 연주를 나는 멍하니 감상했다.
* * *
“오빠~ 오빠~ 오빠!!”
1일차 스테이지가 끝나고, 나는 밖으로 나갈 수가 있었다.
그곳에서 윤아는 혹시 내가 못 볼까 봐 펄쩍 펄쩍 제자리에서 뛰며 양팔을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저건 기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봐도 윤아였다.
“오빠. 너무 고생했어.”
“우리 아들 진짜 너~무 피아노 잘 치더라. 이 엄마가 나중에 거실에다 그랜드 피아노 하나 깔아서 매일 들어야겠다. 완전 놀랐잖니.”
“하하. 이 아빠도 너 나올 땐 하나도 안 졸았다?”
“그건 오빠가 첫 번째 순서니까 그렇지, 아빠. 그다음부터는 쿨쿨 잘만 자던데.”
“그, 그랬나?”
나 때문에 괜히 고생을 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죄송해요. 너무 지루했죠?”
“호호. 엄마는 괜찮아. 근데 이번 콩쿨 나오는 사람들 실력이 장난 아니네? 특히 그 최예림 피아니스트 있잖아. 저번보다 실력이 더 늘은 거 같아. 정말 잘하더라.”
“오~ 그 사람이 그 사람이지? 오빠랑 번호 교환했다는.”
“그러게~?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람. 서로 같은 스테이지에 만나서 대결을 하다니.”
엄마와 윤아는 까르르 웃으며 나를 놀리기 바빴다.
하지만 확실히 최예림의 연주는 오늘 봤던 도전자 중에서 가히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긴 했다.
“그럼 일단 호텔로 갈까? 우리 윤성이 배고프겠다.”
“그러게. 오빠 배 많이 고프지? 가서 맛있는 거 먹자.”
그렇게 가족들과 함께 홀을 빠져나와 호텔로 가려고 할 때였다.
“어! 저기 있다!”
“잠시만요!”
갑자기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사진 한번만 같이 찍으면 안 될까요?”
“아까 연주 정말 너무 잘 들었어요.”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모를 백인, 흑인, 동얀인 등등.
정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이 내게 요구하는 것은 딱 하나.
사진을 같이 찍는 것이었다.
“제가 찍어 드릴게요~”
윤아는 자발적으로 나서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우와. 두 분 남매에요?”
“아, 네.”
“진짜 동생 분도 너무 예쁘시다. 동생 분이랑도 같이 한번만 사진 찍으면 안 될까요?”
그러자 이번에는 아버지가 헛기침을 내뱉으며 말씀하셨다.
“그럼 제가 찍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우리와 같이 사진을 찍었지만,
“······흠흠.”
우리 아버지와 같이 찍으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무수한 사진 요청을 받으며 간신히 호텔에 돌아올 수 있었다.
“어휴. 우리 아이들인 어딜 데리고 갈 수가 없네.”
“그러게. 어딜 갔다고 하면 저렇게 사람들이 몰려오니 원. 하하.”
어머니와 아버지는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쓰러지셨다.
원래는 좋은 레스토랑이라도 찾아서 가려고 했는데, 결국 룸서비스를 시켜서 먹는 거로 합의를 봤다.
그렇다고 아직 한참 젊은 나와 윤아까지 호텔에 가만히 앉아 있기는 그래서 밖에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오늘 오빠 예선전 본 게 실시간으로 뉴튜브에서 방영을 했었대.”
“응. 원래 하긴 했었어.”
“아 진짜?”
윤아는 오늘 공연을 여러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다 뭔가를 찾았는지 나를 다시 불렀다.
“어? 오빠. 혹시 온스타그램 해?”
온스타그램?
딱히 SNS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계정만 만들어 두고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온스타그램도 그래서 글이 딱 한 개만 올라가 있다.
이 글이 내 오피셜 온스타그램이라는 것을 알리는 공지 하나.
달랑 그게 끝이었다.
“아니. 계정만 있어.”
“너무 했다. 그러니까 오빠 거기 팔로워 숫자도 별로 없지?”
활동을 아예 안 하다 보니, 팔로워 숫자가 20만 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20만 정도일 걸?”
“그래? 근데 지금 한번 들어가 봐.”
“왜?”
“빨리.”
윤아는 얼른 들어가 보라며 자꾸 나를 재촉했다.
왜 저러는 거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온스타그램에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정윤성 Official]팔로워 – 120만
“······?”
갑자기 팔로워 숫자가 6배로 늘어나 있었다.
분명 20만도 안 됐었는데?
심지어 내가 짧게 올린 공지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글들이 달렸다.
“진짜 역시 사람은 잘생기고 봐야 하는 건가 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 사람들 오빠가 연주하는 거 보고 너무 멋있어서 팔로우 누른 거래.”
글들을 읽어 보니, 내 연주가 좋아서 팔로우를 누르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내 얼굴과 턱시도에 대한 이야기밖에 없었다.
또한 콘서트 홀에서 나와 같이 찍은 사진들이 줄줄이 올라오면서 현재 온스타그램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검색어가 바로 내 이름이었다.
“······.”
거기서 나는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결국 세상은 외모지상주의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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