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32)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32화
짜악~!
공이 시원하게 날아 올라가자 여기저기서 탄성과 탄식이 섞여 들려왔다.
“아니. 대체 왜 이렇게 잘하는 건데?”
“와. 미친. 거리 봐. 윤성아. 아까 그거 아이언 7번이라고 않았어? 한 170m는 넘게 간 거 같은데?”
“그냥 프로야, 프로. 저것도 컨트롤 샷 해서 홀에 딱 붙였잖아.”
나는 공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좁혔다.
“왜? 뭐가 마음에 안 들어?”
“네. 이대로 그냥 공을 넣으려고 했던 건데. 오랜만에 쳐서 그런가, 안 들어갔네요.”
나와 함께 공을 치고 있던 프로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야. 여기 잔디 보이지? 러프가 아니고 페어웨이인데도 너무 억세. 그만큼 컨트롤해서 치기가 힘들다는 거지. 그런데 방금 그걸 넣으려고 했다는 거냐? 심지어 공도 잘 붙였는데?”
골프에는 페어웨이, 러프, 벙커.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
페어웨이는 공을 치기 굉장히 수월한 잔디가 깔린 곳이라서 보다 정확한 샷을 치려면 이곳에다 반드시 공을 올려 두어야 한다.
하지만 만약 공이 비켜 맞거나, 휘어 버리면 그 양옆에 자리한 러프에 들어가게 되는데, 여긴 풀들이 길고 공이 움푹 박혀 있을 때가 많아 초보자들은, 심지어 숙련자들도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벙커 역시 모래로 이뤄진 곳이라 공이 한번 빠져 버리면 애를 먹을 때가 많다.
“그런가요?”
“으휴. 너 같은 천재적인 골퍼들은 이 아련한 허접들의 마음을 알지 못해요.”
지금은 선수 생활을 은퇴했지만, 과거 PGA 우승을 2번이나 한 김주한 선수의 말이었다.
본인도 엄청난 천재 골퍼면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다니.
“왜 그런 눈으로 봐?”
“프로님도 천재시잖아요.”
“내가? 하하.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하긴 했었지. 그런데 세계로 나가서 진짜 천재들이랑 싸워 보니까 알겠더라. 난 천재가 아니야. 그냥 피땀 흘리던 노력으로 간신히, 그것도 운 좋게 올라갔던 것뿐이지.”
하지만 내 눈으로 보기에는 다르다.
김주한 프로에게서 나오는 아우라는 이곳 골프장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거대해 보였다.
모든 스포츠는 노력만으로 올라가는 데에 한계가 있다.
본인은 피땀 흘리며 노력을 했다고 하지만, 만약 다른 사람이 그와 똑같이 노력했다고 해서 세계 최고의 무대인 PGA에서 두 번이나 우승할 수 있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노력이 재능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것을 난 아우라를 통해 충분히 봐오지 않았던가.
그것이 차가운 현실이었다.
“그래서 내가 은퇴를 한 것도 있어. 나이가 계속 들다 보니, 더 이상 젊은 괴물들을 못 이기겠더라고. 이제 두 번 다시 그놈들을 마주치지 말고 재밌게 골프나 쳐야겠다~ 라는 마음으로 은퇴까지 했는데, 이거 웬 걸. 더 괴물을 여기서 만나 버렸네? 하하.”
“어휴. 말을 마세요. 저희가 윤성이랑 쳐서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니까요?”
나와 함께 라운딩을 하고 있던 다른 프로들 역시 우는소리를 해댔다.
“들어 보니까, 연예인 사이에서도 윤성이 네가 인기 많다면서? 워낙 골프를 잘 친다고 소문나서 너도나도 너랑 한번 쳐보고 싶다고 하던데.”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일주일에 3번 이상은 골프를 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골프를 유독 좋아하시는 우리 아버지에게 효도도 하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배운 것인데, 어쩌다 보니 지금은 프로들과 함께 치느라 바빴다.
그것도 현역 프로들이나 한때 이름을 날렸던 프로들과 말이다.
거기에 내가 골프를 기가 막히게 친다는 소문이 도는 바람에 연예계에서도 골프 좀 친다는 사람들이 죄다 나와 골프 약속을 잡으려고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래서 우리 윤성이는 언제쯤 프로 라이센스 딸 거야?”
“네?”
“왜 이래. 이 정도 실력이면 당연히 따야지. 안 그래? 이런 재능을 갖고도 라이센스를 안 따는 건 범죄야, 범죄.”
“맞아. 그리고 연예인 중에 프로 라이센스 도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만약 거기서 투어 프로 라이센스를 따게 되면 그땐 대회도 나갈 수 있다니깐?”
“이야. 우리 윤성이가 대회 나가서 우승까지 하면 진짜 난리 나겠네.”
나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딱히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때 옆에서 김주한 프로가 속삭였다.
“내가 아까 말했지? 진짜 괴물들이 세계에 있다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골프를 치는지 한번 보고 싶지 않아? TV로는 보는 게 한계가 있어. 직접 그 필드로 나가서 그놈들과 부딪혀 봐야 그 숨 막히는 긴장감을 느낄 수가 있다고.”
그 말이 조금 끌렸다.
수천억에 달하는 상금을 받으면서 세계 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골퍼들은 과연 어떤 아우라를 풍기고 있을까.
그 아우라를 흡수하게 되면 내 능력은 얼마나 더 성장하는 것일까.
인간이라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좀 있으면 올림픽도 있잖아. 그때 국가대표 선발에도 한번 나가보는 거지.”
“······전 이미 면제인데요?”
“어휴. 알지. 그런데 요즘 콩쿨 면제받는 건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잖아.”
내가 알기로 그건 나중에도 폐지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돈 있고 위치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형식상으로만 만든 국제 콩쿨만큼 자식 군대 면제해 주기 쉬운 방법이 또 없기 때문이다.
“근데 여기서 우리 윤성이가 올림픽까지 가서 금메달을 따봐. 그럼 누구 하나 네 병역문제에 대해 말이나 하겠어? 으하하!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니?”
딱히 짜릿하진 않지만, 세계 최정상급에 서 있는 골퍼들의 실력은 어떨지, 그들의 아우라는 어떨지 궁금했다.
짜악-!
나는 그리 생각하며 세게 공을 쳤다.
그러자 쭉 포물선을 그리며 나아가던 공이,
땡그랑~!
정확하게 홀 안으로 들어갔다.
“우, 우와아아!!”
“홀인원! 여기서 홀인원을 해!?”
골프장이 떠나가라 터지는 사람들의 환호성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 * *
둠칫둠칫-
“······.”
나는 윤아가 박자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것도 입으로 둠칫둠칫 소리를 내면서 추고 있었는데, 그냥 우리 집에서 혼자 저러는 거면 모를까, 문제는 사람들이 다 보고 있는 녹음실에서 그러고 있다는 점이었다.
‘윤아야······.’
오늘도 스스로의 흥을 주체하지 못 하는 윤아를 보며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윤아가 추는 춤이 너무 귀엽게 보여서 그런지, 눈을 떼진 못하겠다.
그건 녹음실에 모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귀여워······.”
“내가 이래서 윤아 씨를 좋아한다니깐.”
“어쩜 행동 하나하나가 저렇게 사랑스러울까.”
이것이 정윤아가 가진 마성의 힘이라는 거겠지.
저번 생에서는 어떻게 저런 흥을 감추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살짝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윤아는 그렇게 흘러나오는 음악을 흥얼거리며 춤을 추다 진지하게 자세를 잡은 뒤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오늘 내가 윤아와 함께 온 곳은 바로 유레카 스튜디오였다.
이곳에 온 이유는 OST가 애니메이션에 삽입이 되었는지를 확인도 하고, 동시에 윤아의 대사 녹음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윤아가 전문 성우가 아니기에 유레카 스튜디오에서도 말이 조금씩 나왔다.
하지만 윤아는 직접 학원까지 찾아다니며 개인 수업을 받았고, 그동안 갈고 닦아 온 실력을 보여 주겠다며 스튜디오에 온 것이었다.
만약 제작자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깨끗하게 포기하기 위해 온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즉, 이건 오디션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윤아는 여유가 넘쳐 보였다.
윤아 성격 때문인 건지, 아니면 붙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건지.
윤아의 핑크빛 아우라도 뭉게뭉게 나오는 것을 보아하니, 윤아가 아무래도 성우 쪽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았다.
이건 나도 처음 알게 된 일이라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이제 난 망설이지 않아.”
윤아는 잔잔한 목소리로 대사를 이었다.
“두려워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놓쳤으니까.”
귓가에 착착 감기는 목소리.
특히 작품에서 아름답게 표현된 여주인공이라서 그런지, 윤아의 목소리가 더욱 잘 어울렸다.
“그래서 무서워도 나가 볼 거야. 저 세상으로.”
솔직히 조금, 아니. 많이 놀랐다.
윤아가 설마 이 정도로 성우 일을 잘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캐릭터에 잘 맞아서 그런 건가, 아니면 그냥 윤아의 재능이 뛰어난 건가.
무엇이 되었든, 윤아는 아주 수월하게 녹음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앞만 보고 달려갈 거야~! 난 무엇도 두렵지 않으니까~!]갑자기 윤아가 노래를 시작했다.
그것도 MR도 없이 말이다.
물론 시나리오에 의하면 여기서 윤아의 노래가 나오는 게 맞긴 하다만······.
‘이건 별도 녹음이 아니었나?’
이미 OST 제작 때 녹음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
나는 슬쩍 녹음실 안에 있던 직원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누구 하나 윤아를 말리지 않고 있었다.
그들도 분명 오늘 녹음 대사에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 텐데 말이다.
혹시 나만 모르는 거였나?
“저, 여기서 노래를 부르는 게 맞나요?”
내 물음에 직원 하나가 답했다.
“아, 아니요. 여기서 스탑 시키는 게 맞긴 하지만······.”
“너무 목소리가 듣기 좋잖아요.”
“아. 진짜 귀가 뻥 뚫리는 것 같다.”
“우리 그냥 윤아 씨가 멈출 때까지 들어 보죠?”
직원들은 합심하여 중단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끝까지 윤아가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가만히 들으며 탄성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들은 윤아의 노래에 완전히 취한 듯 보였다.
한시가 바쁜 와중이라는 걸 아는데도 이런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건 역시,
‘우리 윤아가 보통이 아니긴 하지.’
윤아의 가창 능력 덕분일 것이다.
나 역시 작업실에서, 그리고 집에서 하루 종일 듣는 윤아의 노랫소리가 이토록 좋은 것을 보면 말이다.
이윽고 마침내 윤아의 노래가 끝이 나자,
“와아아아-!”
“앵콜~!!”
짝짝짝 기립 박수를 치며 직원들이 쌍따봉을 날려대기 바빴다.
“헤헤. 감사합니다.”
저 안에서 열창을 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던 윤아는 멋쩍게 웃음을 터트렸다.
“방금 그거 찍었어?”
“당연히 녹화했죠. 처음부터 녹화가 되고 있었어요.”
직원들은 방금 녹화를 해놓은 윤아의 영상을 틀어서 확인해 보았다.
“와아. 다행히 잘 나오네.”
“화질도 좋죠? 혹시 홍보용으로 쓸 수 있을까 싶어서 진짜 좋은 카메라로 녹화한 건데.”
“심지어 음질도 좋아. 무반주로 어떻게 저렇게 부를 수 있는 거지?”
“이거 이번에 홍보 영상 나갈 때 쓰면 되겠다. 그럼 사람들도 윤아 씨를 성우로 쓰는 걸 단번에 납득하지 않을까?”
직원들은 윤아가 이번 작품의 성우가 된다는 것을 가정하고 말하는 중이었다.
그렇다는 건-.
“저 어땠어요? 이 정도면 성우 해도 괜찮나요?”
윤아의 물음에 직원들은 다시 한번 엄지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에 윤아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오늘 나 어때? 라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윤아는 내 칭찬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엄지를 높이 들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네가 최고야.’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윤아는 에헴 하고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어깨를 넓게 폈다.
그러고는 내게도 입 모양으로 말했다.
‘당연하지!’
그것을 보고 우리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