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35)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135화
존 프릿츠.
미국에서는 재즈의 대가로 불리며, 지금까지 여러 재즈 앨범을 낸 그였다.
그러나 시대가 지나면서 대중은 재즈에 대한 흥미가 식었고, 그나마 미국에서도 매니아층에게만 인기가 있었다. 물론, 그 매니아층이 탄탄하고 사람 숫자도 많아서 재즈가 사라질 일은 없겠으나, 존 프릿츠는 점점 재즈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나고 있었다.
“여긴 날 알아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구나.”
그래도 미국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가수였기에, 길거리를 그냥 지나다니면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몰려 들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냥 길을 지나가는 외국인 1에 불과했다.
거기다 이곳은 재즈 음악을 거의 하지 않아서 그 어디에서도 재즈를 들을 수가 없었으며, 미국에서는 흔한 재즈바도 하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렵게 찾아서 가봐도 트로트라는 노래를 웬 아저씨들이 술에 취한 채 부르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여기가 소울의 집합체라고?”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매니저인 크리스가 대답했다.
“응. 한국에서는 버스킹을 하면 꼭 이곳에서 한다더군.”
“흠. 확실히 여기 저기 공연을 하는 게 많이 보이긴 하네.”
이 두 사람이 한국에 있는 건 딱히 큰 이유가 없었다.
원래부터 여행을 좋아했던 크리스가 요즘 존이 울적해 보이니 그를 꼬드겨 이 나라 저 나라를 여행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다 관광 추천 장소를 찾던 중, 버스킹 공연을 많이 볼 수 있다기에 이곳 홍대 거리를 투어 목록에 포함시켰다.
“근데 여기도 역시 재즈를 들을 만한 곳은 없네.”
“한국은 재즈를 거의 안 하니까. 아예 관심조차 없는 나라지. 그래도 이 나라 노래는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게 참 많아. 지금이야 세계 무대에 올라가지 못 한다고 하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곳이야.”
“그런가?”
존 프릿츠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버스킹 공연도 특별해 보이는 것이 없었고, 마음에 드는 음악도 없었다.
딱 귀에 꽂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으려만.
슬럼프에 심하게 빠진 이후로 그냥 음악이라는 장르 자체가 거북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제 정말 은퇴할 때가 된 건가.
아니. 사실상 은퇴나 다름 없는 수준 아닌가?
대체 난 이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도 잠시.
“······?”
어디선가 들려오는 경쾌한 피아노 소리에 프릿츠는 가던 발걸음을 멈췄다.
“잠깐. 이 특유의 박자는······.”
그의 매니저 역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이건 아무리 들어봐도 스윙 피아노인데?”
“어디서 들리는 거지?”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야.”
두 사람은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인파가 몰린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
참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 거리 전체가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와 가게 음악 소리로 시끄러웠는데, 이 구역만큼은 고요했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구역을 정해 놓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곳에 서 보면 그 이유를 자연스레 알게 된다.
바로 저기서 흘러 나오는 음악이, 그 목소리가 듣는 이의 말문을 막아 버리고 시끄럽게 들려오는 소리들을 전부 차단해 버린다.
오직 저 낡은 피아노의 연주와 그 옆에서 청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에게만 시선과 청각이 집중되었다.
‘이건······.’
한국에서 그토록 듣기 힘들다던 재즈였다.
소름이 돋는 건 그냥 저냥 남의 것을 따라하는 재즈가 아닌,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자신의 목소리가 가진 아름다운 장점을 모두 살려 부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뚜리뚜리 뚜밥~]끈적하면서도 음악의 소울이 가득한 저 목소리에 프릿츠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대체 누구지?’
꿀이 떨어지는 음성이 귓가를 파고 들어 그 끈적임에 다른 소리는 전혀 들어오지가 않았다.
저렇게 형식 없이 자유롭고 사람을 유혹하듯, 아름답게 부를 수 있는 것이 재즈라고 했던가.
하지만 저건 지금까지 봐왔던 재즈와 달랐다.
프릿츠는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은 지금 재즈, 그 이상의 것을 이곳에서 목도하고 있음을 말이다.
[우리의 시간은 톡톡 튀는 별사탕 같아~]한국어 노래라 프릿츠와 크리스는 언어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음악에서 전해지는 느낌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음악은 언어를 초월한다는 말이 오늘에서야 실감이 난다고 해야 할까.
프릿츠는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노래를 감상했다.
그동안 방황하던 자신에게, 자신의 음악에게 하늘이 선물을 내려 준 것 같았다.
* * *
“늦은 밤까지 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모두 아름다운 시간 보내세요!”
거의 2시간 동안 나와 윤아는 이곳에 붙잡혀 노래만 불렀다.
미리 공지를 하지 않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몰려든 인파가 많았고, 그들이 한번만, 딱 한번만 더 불러 달라는 요청을 뿌리치지 못 한 결과였다.
하지만 나도 그렇고, 윤아도 그렇고 이 시간이 오히려 따뜻하고 좋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나와 같이 노래를 부르는 것도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아아. 안 돼~!”
“한곡만 더 불러주고 가요~!”
그런데 이 사람들도 지치지 않는 모양인지, 또 한번만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그 인파를 뚫고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윤아야, 윤성아.”
“어? 아빠!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안 그래도 너희끼리 여기 있다는 얘기 듣고 왔지.”
우리 두 사람이 난처해 하고 있을 때, 마치 백마 탄 왕자님처럼 아버지가 등장했다.
경호 인력도 데려와서 몰려드는 인파를 진정시키며 우리 둘을 차까지 안내했다.
그러면서 윤아는 팬들에게 인사를 잊지 않았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오빠랑 제 새로운 앨범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팬들도 더는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제발 앨범 좀 자주 내줘요!”
“콘서트도 자주 해줘! 매일 갈게!”
“노래 많이 내주세요!”
팬들은 그리 소리치면서 나를 노려 보았다.
내게 앨범을 자주 내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안 그래도 많이 내고 있는데······ 라고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팬들이 원하는 건 우리 일일 남매의 앨범이라는 것을 알기에 꾹 참았다.
“휴우. 아빠 덕분에 살았다. 진짜 또 2시간 더 해야 하는 줄 알았어. 안 그래도 부를 노래가 또 뭐 있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윤아 말대로 아버지가 딱 적당한 타이밍에 나타나 주셨다.
그 덕에 무사히 저 많은 인파 속에서 빠져 나올 수가 있었다.
“그래서 노래는 많이 불렀어?”
“웅. 원 없이 부른 거 같아. 근데 몇몇 개는 가사가 헷갈려서 틀릴 뻔했다니깐?”
그리 말하면서도 윤아는 단 한번도 가사를 실수한 적이 없었다.
저게 진짜 프로 정신이 아닐까.
이런 저런 노래를 부르는데도 가사 하나 틀린 것 없이 부르는 게 말이다.
특히 그 흔한 음 이탈도 없이 정말 부드럽게 모든 노래를 소화했다.
내 동생이지만, 가히 괴물 같은 재능이 아닐 수 없었다.
저런 야외에서 공연을 할 땐 소리가 섞여서 인이어 없이는 음정을 잡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윤아는 단 한번도 음정이 흔들리지가 않았다.
“아참. 근데 오빠. 아까 봤어?”
“응? 뭐가?”
“어떤 외국인 아저씨 두 명. 흑인 아저씨랑 백인 아저씨가 우리 공연하는 거 보면서 울더라고. 근데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것처럼 낯이 익던데······.”
“아~ 그 사람들? 나도 봤어. 안 볼 수가 없겠던데. 키도 크고 덩치도 꽤 있어서. 심지어 우리 앞쪽에 있었잖아.”
외국인이 우리 노래를 듣고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봐서 그런지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우리가 아버지와 함께 차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매우 안타까워하는 것 역시 보았다.
‘근데 윤아 말대로 진짜 낯이 익던데.’
그 아저씨들을 어디서 봤더라?
* * *
“이런. 가버렸네.”
“그러게. 말이라도 걸고 싶었는데. 진짜 가버렸어.”
공연이 끝난 자리에 남아 두 사람은 멍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었다.
아직도 여운이 가시질 않아 둘은 한동안 말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그러다 슬슬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하자 번뜩 정신을 차렸다.
“이제 우리도 그만 가야지, 존.”
“그래. 근데 저 둘, 확실히 가수 같았지?”
“응. 여기 사람들이 환호하는 걸 보아 하니, 이 나라에서 꽤 유명한 가수인가 봐.”
“흠. 그럼 한번 물어나 볼까?”
둘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자신들을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던 사람들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그들은 갑자기 덩치 큰 외국인들이 말을 걸자 깜짝 놀랐지만, 곧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덕분에 프릿츠와 크리스는 그 둘이 누구인지 알아냈다.
“여기 사람들은 참 착하단 말이야.”
“그러게.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더 외국인들한테 친절한 느낌이야.”
“그나저나······. 둘이 남매였단 말이지?”
“허허. 왠지 두 사람 모두 너무 잘생기고 예쁘더라고. 거기다 그 피아노 연주자는 쇼팽 콩쿨 우승자였다니.”
이름을 알았으니 됐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이 곧 앨범을 낸다는 것 역시 알아냈다.
“크리스. 아까 네가 그랬지. 여기 한국 음악은 잠재력이 높다고.”
“그런 뉘앙스로 말하긴 했지.”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내가 평생 찾아도 찾지 못했던 뮤즈를 이 나라에서 만난 것을 보면.”
“뭐어?”
그 말에 크리스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평생 자신은 뮤즈를 찾지 못했다며 입버릇처럼 말하던 프릿츠였지 않던가.
“저 실력이라면 언젠가 미국 무대에서도 볼 날이 오겠지?”
“응. 분명히.”
음악 성향이 무척 까다로운 이 둘의 눈동자에 눈물을 가득 채운 남매다.
그 어느 곳으로 가든, 저 남매의 노래를 듣는다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그럼 나중에 나도 언젠가 저 남매랑 같이······.”
프릿츠는 저 남매와 함께 공연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차갑게 식은 심장이 영감이라는 연료로 뜨겁게 뛰는 것 같았다.
* * *
<일일 남매 3집 앨범 – Soul]
소울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남매의 세 번째 앨범이 발매되었다.
이번 앨범에 대표곡으로 뽑힌 건, 우리 앨범 최초로 만들어진 재즈곡, 슈팅스타였다.
뮤직비디오는 거창하게 찍지 않았다.
그냥 우리 두 사람이 이장원 교수님 작업실에서 찍은 것들을 편집해 내놓았다.
처음에는 소속사에서 반대가 조금 있었다.
하지만-.
“막상 편집을 해보니까 감성 넘치고, 이상하게 재즈 분위기랑 잘 어울렸단 말이지. 진짜 중요한 앨범에서 너희처럼 이렇게 뮤직비디오를 내는 사람은 없을 거다. 심지어 돈도 거의 안 들었잖아?”
보통 아이돌이나 가수가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 최고 억단위의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영상 편집 비용만 내는 것이 끝이었다.
의도해서 절약한 것은 아니었고, 그냥 이 곡은 이 감성으로 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내놓은 것이었다.
“어디 보자 시간이······.”
아버지는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신 뒤, 깊게 심호흡을 하셨다.
“너희 앨범이 공개된 지 정확히 5시간 지났다. 이제 확인해 봐도 될 것 같은데?”
“네. 그럴까요?”
“헤헤. 기대된다.”
그런데 우리가 제일 많이 떨어야 하는데, 정작 가장 많이 떨고 있는 건 아버지였다.
괜히 발까지 발발 떠시면서 우리에게 말하셨다.
“얘들아. 순위가 전부는 아니니까, 너무 실망하지 말고. 알겠지? 너희가 오랜만에 앨범을 내는 거니까, 사람들이 잘 모를 수도 있어.”
“응? 우리가 버스킹 가서 노래 부른 게 조회수가 500만을 넘었던데?”
“그, 그것도 그렇지만······ 아무튼, 큰 기대 하지 말고. 알겠지?”
기대가 크면 실망한다, 이건가.
아버지의 말씀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럼 내가 열게, 아빠.”
윤아는 핸드폰을 들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 나온 윤아와 나의 앨범 순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