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the Sacheon Dang's Swordsmaster-Rank Young Lord RAW novel - Chapter (140)
< 140화 >
천마신교와 곤륜파의 방파 대전이 발발한지 며칠이 지났다.
천마신교의 군세는 끝이 없었다. 하기야 원래부터 천마신교는 단일 방파 중에 최대의 성세를 자랑하던 곳 아닌가. 그나마 소교주였던 연중혁이 자신을 따르는 인물들 상당수를 데리고 떠났기에 곤륜이 지금 버틸 수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곤륜에선 장문 마선이 직접 날뛰며 분전했지만, 그럼에도 피해를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화경의 무위를 제대로 발휘하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야말로 천마신교에서 노리는 바일 터였다.
그렇게 소모전이 이어졌다. 접전이 계속될수록 곤륜의 제자들이 죽어나간다. 마선의 인내심이 거의 한계에 달할 정도로 곤륜이 밀렸을 때, 비로소 공동과 당가의 지원 병력이 도착했다.
전황이 뒤바뀌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과연 공동의 복마검법은 매서웠다. 파사의 공능이 실린 검공은 마공진기를 간단하게 압도했다. 하수가 고수를 격살하는 광경이 여기저기서 펼쳐진다.
또한 당가의 장로들이 이끄는 병력이 보인 무위도 예사롭지 않았다. 독과 암기를 떨쳐 순식간에 마교도들의 수를 줄여 갔다. 특히 사장로 당지룡의 독검대는, 해독단을 복용하고 적진 깊숙이 들어간 다음 가루독 따위를 사방에 터뜨리며 검법을 펼쳤다. 가루독은 흙먼지와 섞여 잘 구분이 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시야를 은근히 방해했고 산공(散功)의 성질까지 있었기에 격전이 지속될수록 천마신교 측은 불리해져만 갔다.
전군 퇴각-
교도들은 퇴각하라
결국 천마신교 무력대의 대주급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내공을 실은 음성으로 퇴각을 명하고, 해가 지기도 전에 그날의 일전이 끝났다.
“저희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공동파 현소가 미안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마선 곡운에게 말했다. 눈으로 들어오는 전장의 풍경이 붉다. 비단 일몰 때의 노을 때문만은 아닐 터였다. 분명 오늘의 전투는 아군의 승리였지만, 곤륜의 피해가 작지 않았다. 말없이 사형제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곤륜파 제자들의 표정이 눈에 밟힌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그들은 며칠 더 빨리 도착해야 했다. 사천에서 뜻하지 않게 흑사련주를 조우하지만 않았다면 분명 그럴 수 있었겠지. 현소가 미안함을 느끼는 것은 그 부분이었다. 사백인 태허 또한 마찬가지 심정이었는지 눈을 감고 원시천존, 원시천존 하며 도호만 외고 있었다.
“아니, 최악의 상황이 닥치기 전에 당도하여 다행일세. 데려온 인원을 보니 귀파에서도 본산을 방비할 최소한의 병력만 제하고 가용 인원을 모조리 동원한 것 같은데, 공동 장문의 용단에 그저 감사할 뿐이네. 더군다나 사천당가의 분들까지 모셔왔잖나. 그들의 무학은 지금 같은 단체전의 양상에서 무척 유용하겠지.”
마선 곡운은 어울리지 않게 인자한 표정으로 답했다. 여유를 되찾은 까닭이다. 화경에 이른 태허가 합류했으니 이제 조금 더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었다. 장문으로서, 이미 목숨을 잃은 제자들을 생각하면 애처롭긴 했지만 다음 전투부터는 제자들의 피해가 확실히 줄어들 테니 시름을 크게 덜어낸 느낌이었다.
한편.
‘마선이라더니.’
당가 이장로 당명신은 곤륜 장문 곡운의 무위를 가늠하며 크게 놀라고 있었다. 곡운은 도문의 수장이면서, 도사답지 않게 거친 기세를 두르고 있었다. 그걸 굳이 숨기지도 않았고. 과연 천마신교를 막아서는 중원무림의 수문장답다고 해야 할까.
‘마교의 입장에서는 눈엣가시나 다름없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당명신은 힐끗 사장로 당지룡을 바라봤다. 출정 때, 소가주 당연명이 당가십독을 내주었다. 일독(毒)인 무형명산( 無形命散)과, 오독(五毒)인 살조화(殺造化). 둘 다 당가의 가보나 다름없을 정도로 강력한 독이었는데, 특히 오독 살조화의 경우에는 화경에 이른 인물이라 해도 일단 중독되면 죽음을 면하기 힘들 정도로 독성이 지독했다.
살조화는 당가의 선조 중 독인지경에 오른 누군가가 자신의 체내에 있는 독기의 정수를 뽑아 만든 것이었다. 당연히 소량일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독의 존재 자체가 강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당가의 입장에서도 그러한 독이 가문에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자칫 무림의 공적이 될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한 귀물을 당연명이 내어준 이유는 짐작이 갔다. 장로원 직속의 무력대를 그저 버리는 패로 여기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겠지. 감당하기 힘든 천마신교 고수를 만나게 되면 사용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다만 당가십독의 보관은 사장로 당지룡이 맡도록 되어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배신을 염두에 두기라도 한 것 같은 처사였기에.
과연 마선은 살조화에 중독되고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당명신의 눈빛이 스산하게 빛났다.
****
공동과 당가의 지원 병력이 합세한 이후, 몇 차례의 접전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전선이 형성된 것은 곤륜산 북쪽― 청해와 신강의 경계였다. 서로가 보급이 유리한 지점에서 진영이 고착된 것이다.
대치 형국.
이제 천마신교와 곤륜 간의 방파 대전은 장기전의 양상으로 돌입하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공세를 취해야 할 천마신교가 오히려 대규모 접전을 피하는 느낌이 있었다. 지원 병력인 공동과 당가의 인물들이 물러나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두 방파 모두 사천 흑사련과 영역을 맞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으리라고 여긴 걸까.
수세의 입장인 곤륜 역시 청해를 넘어 신강까지 진격하지는 않았다. 아군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고는 하나 천마신교의 주력은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지형도, 지리도, 기후도 익숙지 않은 신강으로 섣불리 발을 내디뎠다가 괜히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적을 청해로 끌어들여 섬멸하는 것이 옳다― 곤륜과 공동의 합치된 의견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곤륜 측 군세의 편성이 바뀌었다.
애초에 그리하기로 했던 것처럼 당가의 병력이 후방으로 빠진 것이다. 곤륜과 공동은 천마신교가 대규모 접전을 피하는 이유가 당가의 대량 살상 무학 때문이라고 여겼다. 잠깐 사이에 쏟아내는 그들의 독과 암기는 효율적으로 적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적들이 뭉쳐 있을수록 더욱 효과적이었으니, 실로 방파 대전에 적합한 무학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지금의 전황에서는 도리어 그게 문제였다. 너무 쉽게 전력이 줄어드니 천마신교 측에서 몸을 사리는 것.
이대로라면 양측에 큰 피해 없이 방파대전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곤륜의 입장에서 썩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전력을 보존한 마교는 언제고 또다시 중원 진출을 노릴 테니까.
지금 곤륜의 군세는 강성했다. 화경의 고수가 둘이나 있었으며, 수적으로는 열세였지만 대량 살상의 무학을 익힌 당가의 지원 병력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었다. 이만하면 천마신교와도 자웅을 결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 당가의 인원을 후방으로 빼두고, 천마신교와의 대규모 접전을 유도한다. 그 후 당가가 합류하여 적을 빠르게 말살―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한다.
마선 곡운이 내놓은 작전을 간단히 하자면 그랬다.
이장로 당명신과, 사장로 당지룡, 오장로 당명후는 각기 직속 무력대를 이끌고 후방 서쪽을 경계하게 됐다. 간헐적으로 서장을 통해 넘어오는 마교 병력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로 당지룡은 여느 때와 같이 해독단을 복용하고 독검대와 함께 가루독을 터뜨리며 마교도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서장을 통해 넘어오는 마교 병력은 대부분 소규모 별동대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기에 실력이 제법 뛰어난 이들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당지룡은 휘하 무력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직접 전투에 가담하는 일이 많았다.
당지룡이 이상함을 느낀 것은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다. 분명 해독단을 복용했건만,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운기가 잘 되지 않았다.
“장로님. 무언가 해독단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상함을 느낀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독검대주와 부대주, 그리고 독검대 전부의 안색이 시커멓게 죽어갔다. 자신들이 사방으로 뿌려댄 극독에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설마….?’
당지룡은 홱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봤다. 이장로 당명신과 오장로 당명후가 있는 곳. 몇 차례 마교와 접전이 있었기에, 독검대가 원래 지니고 있던 해독단은 빠르게 소모된 참이었다. 그래서 이장로 직속의 건정대와, 오장로 직속의 암량대가 지니고 있던 해독단을 넘겨받았는데 이런 사달이 벌어졌다. 한둘도 아니고 휘하 독검대 무인들 대다수가 중독된 것을 보면 건네받은 해독단에 무언가 수작을 부린 것이 틀림없었다…!
왜 그랬을까 하는 의문보다 확신이 먼저 떠오른다. 당명신과 당명후의 얼굴에 비웃음이 어려 있었기에.
“이장로! 오장로! 지금 이게 무슨 짓이오!”
“사장로. 미안하지만 이 자리에서 죽어줘야겠네.”
이장로 당명신이 차갑게 말한다. 오장로 당명후가 손짓하자 암량대 무인들이 빠르게 암기를 쏟아낸다. 극독이 발린 암기가 마교 인물들과 독검대를 가리지 않고 쏟아진다. 암량대의 암기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잘 알고 있는 독검대 무인들은 산공독이 몸에 퍼진 채로 급히 피하려 허둥대다 마교 인물들에게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이장로―!! 대체 왜 이러는 것인가. 내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썩어도 준치라고. 사장로 당지룡은 쏟아지는 암기를 검기조차 어리지 않은 검으로 모두 튕겨냈다. 과연 암기와 독공이 주류인 당가에서 검술 실력 하나만으로 장로의 자리에 오른 인물다웠다.
“의심스러워서.”
당명신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장로 자네는 외인이지. 데릴사위 출신 아닌가. 당가의 피가 흐르는 것도 아니고, 변변찮은 용독술조차 익히지 못 한 자네에게 소가주는 당가십독을 맡겼네. 우리보다 자네를 더 신임하는 이유가 있겠지. 비밀리에 충성이라도 맹세한 것 아닌가?”
“…소가주는 장차 가문을 이끌어갈 사람인데, 마땅히 충성을 바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자네가 죽는 것일세. 우리는 가문을 떠나기로 했으니.”
당지룡은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출정 전, 당가십독과 함께 당연명이 건넸던 당부가 떠오른다.
―사장로. 나는 이장로나 오장로가 다른 마음을 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가문의 명을 따르는 척하며 모략을 꾸미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대는 이장로와 오장로를 감시해라. 만약 그들에게서 배반의 조짐이 보이면 즉시 내게 알리도록. 혹 마교와의 전투에 차질을 빚을 것 같다면 공동에도 미리 알려 경계할 수 있도록 하라. 당가십독은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이장로나 오장로의 손에 넘기지 않도록 하고, 자칫 그들의 용독술에 그대가 당할 수도 있으니.
……소가주. 아무리 대장로와 삼장로가 소가주의 목숨을 노렸다 한들, 우리는 평생 당가의 사람으로 살아왔소. 그러한 우리가 가문을 등질 리가 있겠소?
―그건 그대의 생각이지.
‘아아. 소가주의 말이 옳았다…!’
당지룡은 안일했던 자신을 저주하고픈 심정이었다. 소가주의 경고를 듣고도 두 장로를 경계하지 못했다. 그간 장로원에 속해 있으면서, 저 두 사람이 특히나 권력욕이 강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소가주에게 어느 정도 반감을 가진 것도 그간의 대화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자신의 목숨까지 노릴 줄이야.
‘놈들이 노리는 것은 필시 당가십독일 터다.’
최후를 직감한 당지룡의 머리가 재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장로 당명신과 오장로 당명후가 조용히 도주하고자 했다면 몇 번이나 기회가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이렇게 함정까지 파 가면서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것은 노리는 바가 있다는 것이겠지.
‘죽을 때 죽더라도…. ‘
당지룡은 생각했다. 더 이상 가문에 누를 끼치지는 말자고. 그 역시 장로원의 일인으로서 가문의 쇠락을 못 본 체하고 오랫동안 권세를 누려왔지만, 적어도 거기에 사로잡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소가주 당연명을 보고는 다시금 가문이 부흥할 수 있겠다는 희망까지 품게 되었다. 데릴사위 출신이긴 했으나 지금의 당지룡에겐 당가만이 돌아갈 곳이었으니.
당명신과 당명후가 당가십독을 가지고서 무엇을 할 요량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문에 득이 될 일은 아닐 터였다.
‘없애야 한다’
그렇게 눈을 빛내며 당지룡이 품속에 손을 넣었을 때였다.
“뻔한 수작이로군.”
이장로 당명신의 음성과 함께 당지룡의 의식이 끊어졌다.
<140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