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has become the older brother of the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내 편은 많을수록 좋다 (5)
“오라버니! 빨리 대답해주세요! 나를 얼마나 좋아하냐고!”
평소에 투정을 잘 부리지 않는 달리아가 웬일로 심술 맞게 나를 불렀다. 마력이 부족해 허덕이는 나에게, 달리아를 상대할 기운은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나중에 얘기하자, 달리아. 지금은 아냐. 피핀! 코카! 뭐 하고 있어!”
“…오라버니는 내 편이야?”
이번에는 조금 훌쩍거리는 목소리가 돌아왔다. 왜지? 스위트피와 함께 객실에 있을 때 이상한 대화라도 나눴나? 달래주고 싶지만 여력이 없다. 나는 조금 건성으로 대답했다.
“당연하지.”
“…….”
내 대답이 불만족스러웠던 걸까. 달리아의 눈빛이 고양이처럼 형형해졌다.
“오라버니는 완전한 내 편이 아니구나?”
“뭐? 그게 무슨……. 달리아, 지금은……!”
“괜찮아요. 이제 내 편이 되면 돼. 나랑 평생 같이 노는 거야.”
이 눈빛. 그래, 기억하고 있다.
내가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 봤던 눈빛이었다. 오묘한 빛으로 사람의 영혼을 빨아들이는 듯한 눈빛.
달리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순간, 아네모네가 외쳤다.
“시에라! 지금 네 동생 이상해! 아가씨가 이상하다고! 눈을 마주치지 마!”
동시에 라기아는 다른 말을 뱉었다.
[피하면 안 돼! 이게 네 운명일 거다! 아하하하! 받아들여, 시에라!]상반되는 이야기에 혼란을 느낄 새도 없이, 나는 달리아의 작은 손을 잡았다.
내가 선택한 건 아네모네도, 라기아도 아닌 달리아였다. 내 작은 동생 말이다.
“왜 내가 네 편이 아닐 거라고 생각해? 난 네 편이야.”
나의 중얼거림에는 달리아의 마법이 개입돼 있었다. 달리아의 마력을 느끼면서도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달리아의 주변으로 검은 먹물이 확 퍼졌다. 시야가 닿는 곳은 전부 달리아의 마력으로 가득 찼다.
“아무한테도 뺏기지 않을 거예요. 오라버니는 내 하나뿐인 가족이잖아. 그렇지?”
동시에 달리아의 엄청난 마력이, 맞잡은 손을 타고 나를 향해 밀려 들어왔다.
“시에라!”
호통 같은 아네모네의 외침을 뒤로하고, 나의 의식이 순간 ‘뒤로 넘어간 것’처럼 느껴졌다.
내 주변에는 온통 거울뿐이었다. 내 모습이 보였는데, 어떤 거울에는 시에라로, 어떤 거울에는 과거의 나로 비쳤다. 거울에 너무 뒤덮여 있는 탓일까. 속이 울렁거렸고,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온몸에 휘몰아치는 고통에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거울들이 모조리 깨졌다. 두려움에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거대한 녹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눈동자의 지름이 나의 키를 훌쩍 넘는 모습이었다.
“달리아잖아…….”
어린아이의 오동통한 손이 깨진 거울이 가득한 공간으로 들어왔다. 순진무구한 손길은 거울 조각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시포스가 놓친 바위처럼 빠르게 떨어졌다.
짓눌린다!
“우웨에에에엑…….”
달리아의 손에 짓뭉개진 순간 환각은 끝났다. 동시에 나는 검푸른 무언가를 잔뜩 뱉어냈다. 젤리 같기도 하고 굳어가는 피 같기도 한 이상한 물질이었다. 단언컨대 평범한 구토는 아니었다.
“우욱…….”
치미는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나는 아예 주저앉아서 몇 번 더 게워냈다. 다 뱉고 나니, 몸 상태가 기이할 정도로 좋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마력이 부족해 당장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맙소사……. 시에라 너 괜찮아? 걱정되긴 하는데, 역겨워서 근처로는 못 가겠다.”
아네모네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나를 걱정하며 손을 움츠렸다. 그사이 얼음 화살을 한 발 더 발사한 소이도 한숨 돌리며 말을 보탰다.
“공작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도대체 뭘 드신 거예요? 맙소사, 마수라도 드신 건 아니죠?”
“다들 진짜 너무한다. 사람이 무리해서 구토를 할 지경이면, 보통 걱정이 앞서야 하는 거 아냐?”
“하지만 파란색이잖아요! 파란색 뭔가를 뱉어내셨잖아요. 엄마야, 보통 음식은 파랗지 않아요, 공작님.”
“날 뭐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고개를 부르르 떨고 정신을 차려 다시 일어났다.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은 뒤 멀리 내던졌다.
“달리아, 놀라지는 않았어? 그, 내가 지금 몸이 좀 안 좋아서…….”
“아닐걸? 좋을걸?”
달리아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싱긋 웃는 표정이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게임 속에서 아네모네를 괴롭힌 뒤 웃을 때의 일러스트 그대로였다.
[아하하하! 꼬마 아가씨가 한 건 했군그래! 굉장한 구경을 했어. 이런 구경을 내가 언제 또 해보겠냐고! 아하하핫!]“라기아, 무슨 소리야?”
[글쎄, 본인이 더 잘 느끼고 있을 텐데?]라기아의 말대로였다. 나의 컨디션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마치 끝없이 마력을 제공받는 것처럼…….
[시에라, 네가 방금 뱉어낸 건 ‘죽은 마력’이다. 아까부터 엄청 소모했지? 남은 게 그 정도인 걸 다행으로 알아. 네 마력은 완전히 교체됐어. 새로운 마력으로 말이야!]“설마……!”
띠롱. 요동치던 상태창이 단순한 한 문장을 내보였다.
곧장 나의 상태창을 열어보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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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시에라 글러토니
직업 : 환각의 사도
성격 : 오만 – 상시 방어력 하락 효과를 받지만, 호감도를 빠르게 올릴 수 있습니다.
특성 : 공명 – 사랑하는 주인에게서 마나를 끊임없이 제공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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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이 환각의 사도로 바뀌었잖아……?”
심지어 특성까지 바뀌었다.
사랑하는 주인에게서 마나를……. 주인? 달리아가 내 주인이라고?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달리아를 쳐다봤다. 달리아는 뭐가 그렇게 만족스러운지 활짝 웃고 있었다. 앞니도 아직 덜 난 게, 지금 나를 하인으로 삼았다고?
“달리아. 이런 건…….”
나는 문득 멈춰 섰다.
근데, 이거 칭찬해줘야 하는 일인가?
객관적으로 보면 나는 마력이 늘어났으니 좀 더 건강해졌고. 특성이 ‘관통’에서 ‘공명’으로 바뀐 것 말고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도 없을 것 같고.
심지어 달리아를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고 하고 다니지 않았나?
“그…….”
나는 뭔가 할 말을 찾다가, 그냥 달리아를 쓰다듬었다.
“고마워.”
이 말이 제일 적당하겠지.
“나를 걱정해준 거지……? 이 쪼그만 게…….”
내 마력이 고갈되는 걸 느끼고 달려와 준 걸까? 달리아가 올 때 즐겁다는 듯 노래를 흥얼거렸던 것도 같은데, 그건 뭐 잊어버리자. 달리아는 나를 걱정해서 구하러 와 준 거야. 이 짧은 다리로 종종종종.
“어……. 맞아요.”
달리아는 뭔가 찜찜한 침묵 뒤에 긍정했다. 어쨌든 눈에 콩깍지가 씐 나는 달리아가 나를 위해 무서운 갑판으로 나온 것만 신경 쓰였다. 감동적이다.
“나으리. 객실 문이 너덜거리는데, 스위트피 영애께서 겁에 질려 계십니다…….”
피핀의 말은 못 들은 척하자. 내가 반응하지 않아도, 이미 활을 내던진 소이가 달려가고 있으니.
“그렇다면 마력도 충분하니, 좀 더 해볼까?”
“오라버니, 오라버니. 재밌는 거 보여줘.”
“어? 재밌는 거? 지금 상황부터 재밌지가 않아서…….”
“할 수 있어.”
무언가 속삭이려는 듯 달리아가 입가에 손바닥을 댔다. 무슨 말을 하려나 하고 몸을 낮춰 고개를 기울였더니, 후~ 하는 바람이 불어왔다.
“달리아! 이런 장난을 어떻게 괴물 앞에서 하니…….”
경각심을 좀 가지라고 경고하려는데, 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선물이었다. 왜 입김으로 줘야 했는지는 모르겠다. 분명 장난인 거지. 달리아는 키득거리면서 웃고 있다.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거울 :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습니다.]거참, 설명 대충이네.
“어떻게 쓰는 스킬이지? 일단……. 일단 해보자!”
나는 상태창을 따라 스킬을 발동했다. 주인님이 옆에 계시니 뭐라도 되겠지 하는 심정이었다.
“거울. 거울? 거울!”
마력이 간질간질 움직이더니 죽음의 문을 향해 폭발적으로 나아갔다.
[으악! 깜짝이야! 뭐야? 뭐야! 이거 엄청나잖아!]맨홀(?) 상태인 코스모가 놀란 듯 소리를 질렀다. 이윽고 코스모의 목소리가 두 개로 겹쳐 들리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주인! 주인! 마력의 색이 완전히 다르잖아! 맛도 달라! 으음~]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주인! 주인! 마력의 색이 완전히 다르잖아! 맛도 달라! 으음~]위를 올려다보니, 맨홀이 두 개였다.
“거울 스킬이라는 게 이런 건가? 내 죽음의 문을 복제하는?”
확인해 봤더니, 라기아로 열었던 죽음의 문도 맞은편에 대칭형으로 생겨나 있었다. 그건 곧…….
[사령을 더 빨리 뱉어낼 수 있어!] [사령을 더 빨리 뱉어낼 수 있어!]“공기청정기 역할 좀 제대로 하겠는데?”
페임스가 뱉는 사령을 더 많이 빨아들이고, 더 많이 뱉어낼 수 있다. 무려 초월자인 달리아의 마력이 무한 공급되니까.
“이거 일이 좀 더 쉬워지겠어! 피핀, 코카! 소이를 다시 불러와! 달리아 너도,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어. 위험하잖아.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해.”
“네!”
달리아가 종종종종 병아리처럼 피핀에게 뛰어갔다. 피핀의 손을 잡아챈 달리아에게서 기묘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환각의 사도가 된 덕분인가? 달리아의 마력이 더 선명하게 느껴져…….’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그러나 작은 몸 안에 압축돼있는 마력이 피핀에게 흘러 들어갔다.
피핀은 정전기에 놀란 사람처럼 달리아와 잡은 손을 뺐다가, 토끼 눈을 하고 나를 쳐다봤다. 피핀의 상태창을 확인했는데, 달라진 건 없다. 환각의 사도를 또 늘린 건 아니고…….
‘장난처럼 스킬을 건네준 게 아닐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나는 피핀을 향해 어색하게 웃으며 턱짓했다.
“빨리 가서 소이나 불러와.”
피핀이 문이 너덜너덜해진 객실로 달려 들어가는 동안, 나는 거울 스킬을 반복했다. 달리아의 마력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아니 바다처럼 내 그릇을 채우고 있었다. 많이 쓰지 않으면 오히려 넘친다. 내가 달리아의 마력에 잡아먹힐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건 두려움이기도 했고 고양감이기도 했다.
“조금 더 많이 반사해볼까? 거울!”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죽음의 문이 잔뜩 생겨났다.
“어떻게 이런…….”
아네모네가 감탄 아닌 감탄을 하며 페임스를 더 단단히 붙잡았다. 이때를 노려야 했다. 나는 페임스가 자기 공격에 자기가 당하는 꼴을 봐야겠거든.
“거울이라면 각도를 비틀 수도 있겠지.”
정신을 집중해 죽음의 문의 위치를 계산했다. 그리고 정말 거울을 기울인다는 마음으로 공간을 새로 이해하려 했다. 새로 얻은 스킬이라 아직 미숙하지만, 정말 되고 있었다.
죽음의 문은 한 점으로 사령을 쏘아 보내며 거대한 ‘빔’처럼 만들어 페임스를 공격했다.
페임스에게 다가가지 않아도 놈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진작 환각의 사도가 될 걸 그랬어. 이렇게 좋은걸!”
[아하하하핫! 네게 충만한 마력이 나한테까지 전해지는구나! 아하하하!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