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55
류지현이 몹시 놀라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언니! 정신 차려! 소현 언니!”
‘과호흡? 이건 급성 공황장애 증상이다!’
래원은 침착하게 대처하기 시작했다.
“찬아! 스텝들, 배우들, 소현 씨한테서 멀찍이 이동 시켜!”
유찬은 래원의 말대로 현장을 통솔하여 정리했고,
래원은 양손으로 류소현을 붙잡고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그녀를 달래듯 응급 처치를 했다.
“소현 씨, 절대 죽지 않아요. 명심하세요. 소현 씨는 절대 안 죽어요. 여긴 지금 촬영장 아니고, 그냥 학교예요. 편안하게 생각하세요. 편하게.”
류소현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녀의 과호흡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저랑 같이 5초 간격으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쉴 거예요. 자, 들이쉴게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좋아요, 내쉴게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시! 하나, 둘….”
이에 류소현의 헐떡거림이 서서히 잦아들더니, 호흡이 조절되기 시작했다.
안정을 되찾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던 류지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와···. 이렇게 침착하고 능숙한 대처라고? 혹시 감독님 주변에도 공황장애 앓는 분이 있나?’
사실.
래원은 지난 삶에서 공황 장애를 앓은 적이 있었다.
하인혁의 조연출을 연달아 맡던 시기에 생긴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래원은 다행히 약물치료로 비교적 단기간에 완치된 케이스였고,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지금 류소현을 어떻게든 구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천천히 호흡할 수 있게 유도한 지 여러 차례.
이윽고, 류소현이 안정을 되찾았다.
“소현씨, 이제 괜찮아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류지현이 다가가 언니에게 물을 먹여 준다.
“두 분 오늘은 일찍 들어가 쉬세요.”
너무나도 태연하고 자연스러운 래원의 대처.
류소현과 류지현은 어디가 아픈 거냐고, 공황 장애 같은 거냐고 물을까 봐 내심 걱정했더랬다.
하지만 지금 래원은 류소현에게 프라이버시가 될 수 있는 질문은 일절 하지 않았고, 별일 아니라는 듯 능숙하고 편안하게 대해주고 있었다.
두 자매는 그런 래원에게 꾸벅 인사를 건넸다.
‘좋은 감독이란, 일단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거 같다. 도 감독님처럼.’
어느새 래원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 * *
원더빅 엔터테인먼트의 단체 연습실.
오늘은 여자 연습생들의 7월의 월말 평가 있는 날이다.
박현만 대표와 메인 보컬 트레이너, 메인 댄스 트레이너, 그리고 캐스팅 디렉터까지 총 4명이 오늘의 심사를 위해 연습실 뒤편에 자리했다.
이번 7월 월말 평가는 댄스와 보컬 중에서, 연습생이 각자 자신 있는 한 가지만 택하여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시작하기에 앞서서 20명이 넘는 여자 연습생들이 모두 모여 제비뽑기를 했다.
발표 순서를 뽑는 것이었다.
“첫 번째가 누구니?”
“저요!”
번쩍 손을 든 것은 ‘이나’였다.
한국인 아버지와 스위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8세 연습생이었다.
금발이 섞인 갈색 머리칼에 밝은색 눈동자를 가진 서구형 외모였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말투도 입맛도 완전 한국인인 ‘이나’.
“두 번째는?”
“노노카 입니다.”
약간은 어눌한 발음.
일본에서 건너온 19세 ‘노노카’였다.
어릴 때부터 SNS에서 동요 신동으로 불리며 한국에서 유명세를 얻었던 그녀라, 한국 아이돌로 데뷔하기 위해 1년 전부터 이곳에서 타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순서를 쭉 확인하다가
“이제 누구 남았지?”
“저요!” “저도요!”
남은 건 ‘솔라’와 래미였다.
둘 다 17세의 한국인 연습생이었다.
“누가 먼저야?”
“솔라가 먼저고, 제가 마지막입니다.”
래미가 대답했다.
“좋아. 그럼 이제 시작하자.”
연습실 조명이 월말 평가용으로 무대처럼 세팅된 순간,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첫 번째 타자인 ‘이나’가 준비한 것은 재즈 댄스였다.
찰리 푸스(Charlie Puth)의 곡 ‘How Long’.
이나의 발표는 연습실 바닥에 누워서 시작했다.
낮은 높이에서 시작한 그녀의 춤은 점차 몸을 일으키면서 점차 높은 위치로 올라갔고,
길게 쭉 뻗은 팔다리와 돋보이는 피지컬을 십분 활용하여 파워풀하면서도 춤 선이 아름답게 드러나는 재즈 댄스를 선보였다.
‘와···. 이나 언니는 라인이 진짜 예쁘다. 저건 다시 태어나야만 쫓아갈 수 있는 춤이야.’
이나의 발표를 지켜보는 래미의 눈에는 부러움과 선망이 가득했다.
그녀의 발표가 끝나자 우렁찬 박수 소리가 연습실에 울려 퍼졌다.
다음 순서인 노노카가 앞으로 나왔다.
노노카가 연습해온 보컬 곡은 비욘세(Beyoncé)의 ‘Halo’ 였다.
MR이 재생됐고, 뒤이어 그녀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스피커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리드미컬하게 곡의 매력을 살리는 보컬로 탁월한 박자 감각을 보여주었다.
Baby, I can see your halo ♪♬
I can feel your halo ♪ halo ♬
코러스의 사비 파트.
여기서 노노카는 주특기인 시원한 고음을 쭉쭉 뽑아내며 실력을 뽐냈다.
이를 지켜보던 래미가 초조한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기 시작했다.
노노카의 노래가 끝나자,
청중을 압도한 보컬에 모두가 넋을 잃은 듯 박수를 쳤다.
20명이 넘는 연습생들이 줄지어 실력을 뽐내던 끝에,
래미와 동갑인 ‘솔라’의 무대까지 마무리됐다.
솔라의 댄스는 테크닉 면에서는 부족한 게 사실이었지만, 무대 매너와 표정 연기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래미가 보기에도 솔라는 천상 아이돌이었다.
마침내,
오늘의 마지막 순서인 래미의 차례가 왔다.
래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갔다.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모두의 앞에 섰다.
자신을 보는 선생님들의 기대와 연습생 동료들의 눈빛에 순간 당황했지만,
잠시 눈을 감고 차분하게 오빠 래원의 말을 떠올렸다.
‘네 꿈은 밖에 다른 사람한테 있는 게 아니라, 네 안에 있어. 그것만 생각하면 돼. 중요치 않은 외부의 것들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이제 두 눈을 뜬 래미의 안에는 두려움 대신 설렘이 자리하고 있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56화 – 리디북스
Look at me ♪♬
이윽고, 래미의 작은 입에서 흘러나온 선율.
연습실 안의 모두가 숨죽인 채 래미에게 집중했다.
래미가 준비해온 곡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의 ‘Reflection’이었다.
Who is that girl I see ♪♬
Staring straight back at me? ♬
‘이거 도래미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곡인데, 어떻게 이렇게 감성을 잘 살리지?”
박현만 대표는 래미의 발표를 들으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지만, 속으로는 감탄을 연발하고 있었다.
한편, 래미를 직접 가르쳤던 보컬 트레이너는 뿌듯한 얼굴로 감상 중이었다.
‘우리 래미, 무대 체질인데? 연습할 때 지적했던 거 다 고쳐왔네?”
When will my reflection show who I am inside? ♪♬
원곡보다 청량하게, 래미의 청아한 음색을 살려서 쭉쭉 뽑아내는 고음.
이에 다른 연습생 중 노래 발표를 했던 아이들이 긴장한 듯 굳은 얼굴이 되었다.
그중에는 두 번째로 발표했던 일본인 연습생 ‘노노카’도 있었다.
‘다행히 나랑 음색이나 이미지는 안 겹치지만, 굉장한 고음이야.’
또 다른 일부는 발표가 끝날 때까지 관객 모드로 발표가 끝날 때까지 넋을 놓고 래미를 바라봤다.
래미보다 한 살 많은 ‘이나’와, 동갑인 ‘솔라’가 그랬다.
짝짝짝짝짝—
래미를 마지막으로
이제 7월의 월말 평가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모두들 수고 많았어. 점수는 개인적으로 연락이 갈 거고, 순위는 내일까지 전체 카톡방에 공지된다.”
“으아···.” “아아···!”
연습생들 사이에 탄식이 터져 나왔다.
* * *
“도 감독님, 커피나 음료 뭐 드릴까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네, 감사합니다.”
하람 음악감독의 작업실.
래원은 소파에 앉아서 이 공간을 빙 둘러보았다.
방음 시공이 된 작업실 벽면.
상당히 비싸 보이는 커다란 스피커와 세 대의 모니터가 놓여있고,
안쪽에는 작은 녹음 부스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전의 삶에서 만나본 여러 음악감독 중
하람 감독을 택한 이유는, 그의 작곡이나 선곡 실력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에 곡을 잘 쓰는 음악감독은 차고 넘쳤다.
하지만 래원이 생각했을 때, 드라마 음악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겸손’ 이었다.
드라마를 자신의 음악을 펼치고 뽐내는 장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더 편하고 재밌게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서포트 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하람 감독은 이에 적합한 음악 연출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가 커피를 내왔다.
“보내주신 영상 소스 잘 봤습니다. 너무 재밌던데요?”
하람 감독이 말하는 영상 소스란 대사만 들어 있는 1화 촬영본을 말하는 것이었다.
“음악 작업 러프하게 해봤는데, 한 번 보시고 이야기 나누시죠.”
그가 가장 큰 모니터에 1화를 띄웠다.
래원이 찍고 가편집한 영상에, 그가 음악 소스를 입힌 작업물.
70분짜리 드라마 1회당 보통 약 40개 내외의 음악 소스가 사용된다.
드라마 음악감독의 역량은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음악을 썼는지 시청자가 인지하지 못해야 진가가 드러나는 것이었다.
드라마를 본 후, 내용보다 음악이 기억에 남는 순간 그 음악감독은 일을 잘 못 한 것이 된다.
‘좋다. 음악이 각 씬의 보편적인 감정을 잘 따라가고 있어.’
래원이 봤을 때, 그런 면에서 지금 모니터에 나오는 하람 감독의 1화 음악은 수준급이었다.
각 장면에 더 편안하게 몰입하고, 드라마를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게끔 작업이 됐기 때문이다.
‘음악이 장면에 너무 앞서지도 않고, 뒤처지지도 않아. 역시 하람 감독한테 의뢰하길 잘했다.’
영상이 진행될수록 래원의 만족도도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
[박태하]가 교실의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과거로 장면이 튄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과거 회상이다.
같은 교실에서 시간만 과거 7년 전이 되자,
따뜻하고 빛바랜 느낌으로 노란색 필터를 씌운 듯한 화면으로 변했다.
교복을 입은 [이소은]이 선생님 몰래 교환일기를 적더니 이를 덮어서 [박태하]에게 건네는 장면이다.
“여기는 아직 음악을 입히진 않고, 후보가 될 만 한 것들 몇 곡 골라뒀습니다.”
“과거 씬에서는 음악도 현재 씬과 차별화가 돼야, 시청자들이 혼동하지 않고 금방 과거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하람 감독님.”
“네, 그래서 제가 생각한 방법은 현재 씬에서는 ‘스코어’나 ‘오리지널’를 주로 쓰고, 과거 씬만 ‘프리익지스팅’으로 클래식 음악을 사용하면 어떨까 합니다.”
하람 감독의 의견에 래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좋습니다.”
드라마에 사용되는 음악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스코어(Score). 해당 작품을 위해 음악감독이 직접 작곡한 음악을 뜻한다.
둘째로 오리지널(Original). 가사가 있는 음악을 말한다. 흔히 드라마 OST라고 일컫는 것들이다.
셋째로 프리익지스팅 뮤직(Pre-existing Music). 기존에 이미 상업적으로 발매된 음악이다.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기도 하고,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이면 편하게 쓰기도 한다.
“리스트(Liszt)를 주로 사용해볼까 하는데 어떠세요?”
하람 감독이 마우스를 딸각거리자, 커다란 스피커에서 고품질의 출력으로 리스트의 곡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따- 따라단단 따라단단 따단단 ♪♬
따라다단단 따라다단단 딴- ♬
“이 곡은 따뜻한 연출이 필요할 때 쓰려는 ‘스페인 랩소디(Spanish Rhapsody)’고요,”
뚱! 둥! 둥! ♪♬
뚜르르두두두둥- 뚜둥! ♪♬
“다음, 이 곡은 극적인 연출에 쓸까 해서 고른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입니다.”
허나. 래원은 리스트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장면과 음악의 불협화음을 느꼈다.
이 불편한 느낌의 정체를 설명하기 위해 잠시 머릿속으로 단어를 고르다가 마침내 입술을 뗐다.
“하람 감독님, 과거 회상 씬에 프리익지스팅을 쓰시는 건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들을수록 리스트의 템포감이 우리 드라마의 과거 장면들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 네네.”
“으음, 리스트 보다는···. 슈베르트가 어떨까요?”
“슈베르트요?”
“네. 저는 조금 더 서정적인 톤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하람 감독이 다른 폴더로 들어가 무언가를 고르더니, 금방 다른 음악을 재생시켰다.
스피커를 타고 나오는 슈베르트의 서정적인 선율.
따라다란, 따라다란, 따라다란- ♪♬
따다단 따라단, 따다단 따라단, 따단··· ♬
‘이건? 네 손을 위한 환상곡?’
래원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Fantasy for 4 hands.
오프닝 테마의 비극적이고 우울한 톤으로 시작되어, 이후 4개의 섹션이 쭉 이어지는 곡이다.
래원은 눈을 감고 드라마 속 과거 회상 장면을 하나씩 상상해보면서 곡을 감상했다.
이에 하람 감독도 래원의 반응을 살피며 스피커의 볼륨을 높였다.
첫 섹션은, 단순하지만 슬프고 소울풀한 곡조의 알레그로 모데라토.
두 번째는,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듯한 라르고.
다음은, 알레그로 템포의 비바체로 연주되는 스케르초.
마지막은, 첫 섹션이 더욱더 구슬프게 변주되며 끝맺었다.
곡이 모두 끝나자 래원도 눈을 떴다.
“이거 너무 좋은데요, 하람 감독님?”
“그럼 이 곡을 과거 회상의 주요 테마로 쓸까요?”
“전 완전 찬성이에요. [이소은]과 [박태하]의 감정선과도 어울리고요.”
“네, 4개의 섹션을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다채롭게 배치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