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62
그녀가 가까스로 눈을 뜨자 시야에 들어오는 걸음걸이.
화면도 이를 [이소은]의 시선으로 횡단 보도 바닥에서 담아내고 있었다.
이윽고 [이소은]의 눈앞에서 멈춘 남자의 발.
그가 [이소은]의 얼굴 가까이 고개를 숙인다.
화면에 빼꼼히 들어온 얼굴은 다름 아닌 [정성욱] 이사장의 비서.
그가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한마디 한다.
“그러게, 알면 다친다니까···. 계집애가 겁도 없이···.”
[이소은]은 소리를 지르려 입을 벙긋거려 보지만 아무 소리도 낼 수 없다.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주르르륵-
그녀의 머리칼을 타고 얼굴로 붉은 피가 흐른다.
또르르-
두 눈에서는 투명한 눈물이 굴러떨어진다.
비서는 그런 그녀를 보며 비웃는다.
그렇게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는 그녀.
마침내 그녀의 두 눈이 닫히고, 가쁘게 쉬던 숨도 어느새 멈추고야 만다.
동시에 블랙 아웃 되는 화면.
.
.
“와아···. 래원 감독님, 이건데요? 바로 이거예요!”
차가을 작가가 묻기도 전에 먼저, 한 톤 높아진 목소리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감독님 말씀이 맞았어요.”
“좀 괜찮나요?”
래원이 웃으며 되물었다.
“네. 완전···. 자신이 살해당했다는 걸 알아버린 [이소은]의 저 눈물이 너무··· 가슴 아파요.
“저도 찍으면서 현장에서 모니터로 보는데 울컥하더라고요. 제가 그때 작가님께 전화로 말씀드린 거보다 류소현 씨가 표현을 잘 해줬죠? 촬영 감독님도 잘 찍어주셨고요.”
“에이, 또 겸손하시다. 감독님이 그만큼 디렉팅을 잘 해주셨으니까 이렇게 나온 거겠죠!”
“하하하. 그럼 이 버전으로 픽스할까요?”
“네. 13화 엔딩을 이렇게 가면, 그때 말씀 주셨던 거처럼, 14화에 과거 [이소은]이 사물함 속 교환일기로 현재 [박태하]에게 힌트를 주는 장면도 시청자들한테 더 크게 와닿을 거 같아요.”
“그렇죠? 저도 머리로만 그린 것보다 실제로 찍어보니까 감정의 깊이가 또 다르더라고요.”
“네···. [이소은]의 눈물이 생각보다 여운이 크게 남네요.”
“이 장면, 정말 잘 만들고 싶었는데 작가님이 좋아해 주셔서 저도 마음이 놓입니다.”
차가을 작가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내밀었다.
“편집 감독님, 이걸로 종편 가죠.”
“네. 스탠바이 완료요.”
“다음 음향 스타트!”
“스타트.”
“아웃!”
“화이트 페이드 아웃!”
“페이드 인.”
래원과 편집 감독의 디렉팅에, 편집 스텝이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다음, VCR4 스탠바이!”
“포(4) 스탠바이.”
“스타트.”
“컷! 스크롤 스타트 인!”
“스크롤 스타트.”
“ VCR4 스틸 준비!”
“스틸 준비”
“스틸. 인!”
“편집 감독님, 여기서 다음 비서 대사는 오버랩으로 붙이죠.”
“네넵.”
13화의 종합 편집 마무리 작업이 척척 진행됐고,
차가을은 이를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작가로서 자신의 머릿속 상상이 대본화되고,
그 대본이 영상화되는 과정을 바로 앞에서 목도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
지금 차가을이 그랬다.
쿵쾅대는 심장 소리를 느끼며 다짐하는 그녀.
‘앞으로 도래원 감독한테는 무조건 믿고 맡겨야지! 13화, 언니한테도 빨리 보여주고 얼른 평론 써 달라고 하고 싶다!’
* * *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의 ‘주의’ 조치를 받고는 꼬꾸라질 것 같던 의 시청률은 질기게 연명하다가 오히려 다시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다.
결국 지난 주 화요일에 12화가 21%까지 치솟았다.
바로 다음 날인 수요일, 의 7화가 15%에 그친 것에 비하면 굉장한 선전이었다.
‘대체 어디까지 가나 보자!’ 는 심산으로 욕하기 위해 보는 사람들이 많았고,
아이러니하게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누린 것이다.
하인혁과 ‘스페이스 캐슬’ 팀은 그것을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호응’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인지 이번 주 월요일, 13화 방영 분에서는 점입가경의 연출과 장면들이 대거 등장했다.
뭐든 과하면 문제가 되고,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 ‘스페이스 캐슬’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 ]ㄴ 사내 왕따로 방통위 주의 경고 받지 않았냐? 얘네 존나 마이웨이네ㅋㅋ
ㄴ 사내 왕따 보란 듯 더 심해짐. 혼자 야근 시키고 건물에 가두는 거 봤음?ㄷㄷㄷ
ㄴ 그것도 모방한 학폭 떴잖아ㅋㅋ (링크) 교실문 밖에서 잠갔대ㅋㅋ
ㄴ 무개념 드라마가 무개념 시청자를 만드네ㄷㄷㄷ
[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스캐’ – 논란에 끄덕도 않는 제작진 ]ㄴ 이제는 주인공이랑 라이벌이 맞불륜을 한다고?
ㄴ 와 ㅅㅂ 주인공한테 감정이입 1도 안 됨ㅋㅋㅋ
ㄴ 갑분 불륜 복수극? 실화냐?
ㄴ 레알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ㅋㅋㅋ
ㄴ미쳤다리! 덜덜덜.. 어디까지 가나 보자ㅋ
13화까지 방영된 후, 인터넷 포털과 각종 드라마 커뮤니티가 다시금 난리 난 것은 물론,
SBC 홈페이지와 방통위 사이트, 그리고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급기야 방송통신위원회는 마지막 14화부터 16화에 대한 전면 추가 심의를 명령하고는, 심의 끝에 방송 불가 처분을 내리고 말았다.
결국, 2주 결방에 들어간 .
이제 남은 분량의 대본 수정은 물론 전면 재편집 및 재촬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인혁이 끝내 한 건 해냈네···. 우리는 다행히 외부로 실수가 새어 나가기 전에 내부적으로 서로의 의견을 검토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수렴하며 조율할 수 있는 팀을 만났으니 다행이다. 마지막 16부까지 좋은 결과 낼 수 있게 힘을 내보자! 어휴···.’
래원은 이 사태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팀원들이 나를 그래도 꽤 괜찮은 감독이라고, 믿을만한 감독이라고 느끼면서 본인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줘야지···!’
하인혁의 월화극 이 2주 미뤄짐에 따라,
래원의 수목극 과 함께 14, 15, 16부가 나란히 같은 주에 방영되는 스케줄이 만들어졌다.
래원은 이것이 여러 가지 의미로 기대가 되었다.
* * *
탁.탁.타닥- 타다닥-
늦은 저녁.
차 자매의 작업실에서 울리는 타자 소리.
차여름의 손끝에서 나는 소리였다.
정확히는 차여름이 아니라, ‘비투페라토르’ 로서 드라마 평론을 쓰고 있었다.
모니터에 띄워진 글의 제목 위에 커서가 깜박였다.
– 과거를 고치면 우리의 현재와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을까?
차여름은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며
아까 낮에 동생 차가을이 보여줬던 13화 편집본을 되새김질해보았다.
그때 가슴으로 감상하고 소화한 그것을, 지금은 머리로 배설하고 표현해야 하는 단계다.
「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김소월의 의 시구와 함께, 7년간 굳게 닫혀있었던 사물함 속 교환일기가 깨어난다. 그리고 첫사랑이었던 그녀의 숨결이 되살아난다. 」
탁.탁.타다다닥-
타닥. 탁. 타다닥-
고요한 작업실에 차여름의 타자 소리만 울려 퍼지기를 한참.
「 이 코스 요리의 메인 디쉬는 놀랍게도 ‘사학 비리’다. 작가가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만큼 현실 감각이 돋보인다. 이제 이 드라마는 단 3회 방영 만을 남겨두고 있다. 사학의 두 얼굴이 낱낱이 파헤쳐지고, [박태하]와 [이지은] 그리고 [이소은]이 함께 이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
“드디어 끝이다!”
마지막으로 맞춤법 검사기까지 돌린 후,
시계를 보니 11시 20분이 거의 다 된 시각이었다.
TV를 틀어서 의 13화가 이제 막 끝난 것을 확인하고는
[발행] 버튼을 누르는 차여름.“후우···.”
기지개를 켜고 숨을 돌린다.
‘비투페라토르’의 평론 글은 순식간에 조회수가 몇백, 몇천씩 치솟더니, ‘좋아요’와 ‘퍼가요’도 삽시간에 급등했다.
이내 각종 SNS를 통해 퍼 날라지며 급속도로 퍼지는 글.
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며 즉각적이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63화 – 리디북스
ㄴ 기다렸습니다! 비투페라토르ㅠㅠ
ㄴ 비투페라토르가 을 극찬한다? 킹정이지
ㄴ 나 이거 패스했었는데 아무래도 봐야겠다. 평론 보니까 존잼각이네?
ㄴ 비투페라토르 님이 시간사 좋아할 줄 알았음
ㄴ 시간사 덕후는 웁니다 흐극흐극ㅠ
ㄴ 오늘 엔딩씬이 오지고 지리긴 했지!
ㄴㄴ 류소현 인생 연기였음
ㄴㄴ 13화 엔딩씬 저 세상 연출력이었지
ㄴ 시간사 작감배 칭찬해! 사랑해!
끝을 모르고 달리는 댓글과 SNS상의 의견들.
“계속 보면 끝도 없겠어! 오늘은 일단 자자. 제대로 된 반응은 어차피 내일은 돼야 나올 거야. 내일 밤에 14화 시청률에도 반영 될 거고.”
그녀는 컴퓨터를 비롯한 모든 불을 끄고 눈을 붙이려 침대에 누웠다.
분명 굉장히 피곤했다.
평론을 쓰는 일은 일종의 뇌로 하는 중노동이었으니까.
허나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잠들지 못하고 누운 채로 휴대폰을 들고는 다시 방금 올린 평론 글의 반응을 살피는데,
“내가 지금 가을이 작품이라 이런 건가? 아니면 혹시··· 도래원 감독 때문?”
다른 때와는 다르게 자꾸 사적인 감정이 섞이며 자기도 모르게 촉각을 곤두세우는 차여름.
곰곰이 생각해보면 동생 차가을의 전작에서도 이렇게까지 반응을 신경 쓰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배설하면 그만이었던 평론글에 이토록 마음을 쓴 적은 솔직히 처음이라, 차여름 스스로도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이번 내 글이 제대로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 가을이한테, 그리고 도래원 감독한테도···.”
내일 나올 반응이 자기 일처럼 떨리는 그녀였다.
겨우 잠이 든 차여름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또 손을 더듬거리며 휴대폰을 찾았다.
[도래원PD] 비밀 친구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뜻밖의 메시지에 잠이 확 깼고,
미소가 절로 지었다.
“비밀 친구···? 나쁘지 않은 호칭인데?”
* * *
「우린 음악을 만들지 않는다.
우린 스타를 만든다.」
한쪽 벽면에 커다랗게 새겨진 문구,
그 맞은 편 통유리창에는 늦가을 정오의 한강 변 풍광이 한가득한
원더빅 엔터테인먼트의 제일 꼭대기 층.
박현만 대표의 전용 사무실.
그가 트레이너들 3명과 함께 한창 회의하고 있었다.
여자 연습생 전담으로 각각 보컬, 퍼포먼스, 연기를 가르치는 사람들이었다.
“일단 이 네 명은 이렇게만 꾸준히 간다면 데뷔 확정이라고 할 만큼 실력도 매력도 출중합니다.”
그들이 보고 있는 테이블 위에는
노노카, 이나, 솔라 그리고 래미의 파일이 올려져 있었다.
“그렇겠네. 이변이 없으면.”
박현만 대표도 보컬 트레이너의 말에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 4개의 파일을 둘러보았다.
“일단 노노카는 퍼포먼스는 약한데 보컬이 압도적입니다. 메인 보컬 중의 메인 보컬이랄까요?”
“네, 한국어도 점점 늘고 있고요.”
“노노카는 리듬감, 박자 감각이 타고났습니다.”
“노노카가 한국 나이로 19살이었나?”
“네, 대표님.”
“그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게··· 이나?”
“네, 이나는 18살이요.”
“이나는 퍼포먼스에 특화된 아이죠. 재즈면 재즈, 탱고면 탱고, 힙합이면 힙합··· 다 느낌을 잘 살릴 줄 압니다.”
“타고 난 춤꾼이고, 보컬도 나쁘지 않고요.”
“17살 동갑, 래미랑 솔라는 어때?”
“솔라는 무대 매너나 표정이 아이돌 그 자체예요. 덕후 몰이 많이 할 거 같은 상이죠.”
“도래미는?”
“래미는 평균치가 높은 아이랄까요? 특장점은 보컬인데, 퍼포먼스도 나쁘지 않아요.”
“얼굴도 정석으로 예쁘고요. 아마 좀 더 크면 더 미인이 될 겁니다.”
“그리고? 또 없어? 넷뿐이야?”
“그다음으로는, 은영이랑 혜인이가 애매한데···.”
“두 아이는··· 열심히는 합니다.”
“열심히만 하면 안 되지. 잘해야지.”
“더 두고 보려고 합니다만, 아무래도 앞에 4명보다는 부족한 게 사실이긴 해요, 대표님.”
“연기 쌤은 왜 말이 없어? 래미 연기 레슨은 어떻게 되어가?”
박현만 대표의 이 같은 물음에,
그동안 계속 조용히만 있던 연기 트레이너가 입을 열었다.
기다렸다는 듯 말을 쏟아내는 그.
“지금 아이돌, 연기 둘 다 준비하는 아이들 통틀어서 연기력은 래미가 제일 우수합니다. 제가 래미의 보컬이나 퍼포먼스를 감히 평가할 수는 없지만, 연기력은 확신할 수 있어요. 래미는 배우의 감각을 타고난 아이입니다. 감정 이입, 표현력 모두 우수해요. 본인도 연기를 좋아해서 잘 안 되는 게 생기면 끈질기게 해내서 극복하고요.”
“그래?”
박현만이 씩 웃으며 턱을 문질렀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그의 시선이 벽에 새겨진 문구로 향했다.
「 우린 스타를 만든다. 」
“래미는··· 20대 초반까지는 아이돌로 인지도 키우고, 이후로는 쭉 배우로 매니지먼트 하면 되겠네. 우린 스타를 만드는 사람들이니까. 그럼 이번에 샤이닝 보이즈 신곡 뮤비 여자 주인공 말이야···. 길게 고민할 필요 없겠네?”
세 명의 트레이너들이 박현만 대표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샤이닝 보이즈 타이틀 곡이··· 결국 뭐로 결정 났죠?”
소식이 느린 연기 트레이너의 물음에,
다른 두 트레이너가 옆에서 바로 반응해주었다.
“예스(YES)!”
“네, ‘예스!’로 픽스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