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Return to Home RAW novel - Chapter (81)
좌약약이 가져온 금마석은 검붉은 색의 바위로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다.
어른 몸통 정도로 그 위에 손바닥을 올려놓을 공간은 충분했다.
무림맹주 좌평이 말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직접 설명해주겠소. 누구든 마공을 익힌 자가 금마석 위에 손을 얹게 되면 일각 안에 그 손이 잘리게 되오. 다시 말해 일각만 버티면 되니, 마공을 익히지 않았다면 아무 걱정 없이 손을 올려도 괜찮을 것이오. 무명서생이라고 하였소? 이 정도도 못 한다면 스스로 간자임을 자백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저는 이미 용봉비무 시합을 기권했습니다. 굳이 시험을 통과할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으음······.”
좌평이 안색을 굳혔다.
예기치 못한 백엽의 대답에 그 또한 당황한 것 같았다.
사실 그가 금마석을 가져오게 한 것은 일종의 특혜였다.
만통선생의 말대로 금마석으로 간자 색출을 하게 되면 며칠 정도 사용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컸다.
참고로 그가 신공을 완성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백엽과 마찬가지로 초절정에 달해있던 그 역시 무형검에 도전하고 있었는데, 아직 목표한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좌평 옆에 서 있던 집법당주가 말했다.
“금마석 시험 대상으로 선정된 이상 이를 거부하면 곧바로 간자로 간주하니 재고하기 바라오. 이는 귀하의 기권 여부와 아무 관계가 없는 일이오.”
“거부하면 저를 금마옥에 가두겠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하오. 마교의 간자가 아니라면 금마석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게 아니겠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내키지 않는 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금마옥에 가두든 말든 알아서 하십시오. 저는 거부하겠습니다.”
백엽이 고집을 꺾지 않자 군웅들이 술렁였다.
급기야 백엽을 의심하는 사람도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백엽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천마신공을 익힌 그에게 가장 피해야 할 것이 바로 금마석이었다.
이는 천마대장경에 수록된 내용으로, 천마의 말에 의하면 금마석에 손을 올리면 손이 잘리는 것은 당연하고 주화입마되어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했다.
이는 마공이 강할수록 그 위력도 강해지는 금마석의 특징 때문이었다.
백엽이 처음 금마석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매우 놀랐던 이유이기도 했다.
‘일단 금마옥에 들어간 후 기회를 봐서 탈출하는 수밖에 없겠군. 포로들의 처형이 임박했다고 하니까 이번 기회에 그들을 구출하는 것도 고려해봐야겠다.’
백엽이 단상 밑에 있는 매영설에게 전음을 날렸다.
「설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지금 즉시 몸을 숨기도록 해라. 천리향을 네 몸에 묻혀놨으니 어디에 있던 내가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금마옥에 들어갈 생각이신가요?」
「그렇다. 이번 기회에 그곳에 갇힌 본교 무사들을 구출할 방도를 찾아볼 생각이다. 자칫하면 너까지 잡힐 수 있으니 어서 몸을 숨겨라.」
「아니에요. 저도 함께 들어가겠어요.」
매영설이 전음을 날린 후 단상 위로 올라왔다.
“사부님. 이렇게 의심하는 자들과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금마석을 통과해도 또 다른 트집을 잡을 게 분명합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
매영설의 말에 집법당주가 발끈했다.
“본맹을 무시하는 것이오? 끝까지 거부하면 두 사람 모두 금마옥에 가둘 것이오.”
집법당주가 오른손을 높이 들자, 단상 주위 경계를 서고 있던 집법당 무사들이 백엽과 매영설을 에워쌌다.
좌평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굳이 이럴 필요가 있소? 총군사. 다른 방법은 없겠소?”
“일단 맹의 율법에 따라 금마옥에 가둘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끝까지 금마석에 손을 올리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너무 수상합니다. 단순히 대우가 마음에 들지 않아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닐 가능성도 큽니다.”
“하지만 지금 금마옥에 가두게 되면 내일 포로 전체 처형식 때 함께 처형될 수밖에 없는데······.”
좌평이 난감해했다.
사실 그는 무명서생이 남궁패를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 수하로 삼을 생각을 굳혔던 것이다.
만통선생은 그의 마음을 짐작해 천마암살단 단주 자리까지 백엽에게 제안한 바 있었다.
하기야 천마암살단은 맹주 직속 특수부대로 오직 맹주의 명만 듣게 되어 있었다.
한데 백엽을 둘러싼 오대세가의 반발과 배척 등 여러 가지 일이 겹쳐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군웅 중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맹주님. 정말 내일 포로들을 처형하실 생각입니까?”
“그렇소. 총군사로부터 들었겠지만 칠마종 놈들이 포로로 잡았던 본맹 무사 천여 명을 모두 죽였다고 하오. 남자는 곧바로 목을 베었고 여자는 놈들이 강제로 몸을 취한 후 죽였다고 하니, 이 어찌 천인공노할 짓이 아니겠소? 게다가 그런 식으로 포로를 처형한 것이 마교주 천마의 지시였다고 하니, 칠마종과 마교의 대립은 놈들의 속임수임이 명백해졌소. 이에 놈들에게 당한 본맹 무사들의 원한을 갚기 위해 우리 역시 포로들을 전격 처형하기로 한 것이오. 마침 우리가 관리하는 포로의 수도 천여 명으로 비슷하니 적절한 보복이 될 것이오. 다만 놈들과 다른 점은 남녀구별 없이 곧바로 목을 벨 거라는 것이오.”
좌평의 말에 군웅들이 다시 술렁였다.
만통선생이 이미 언급한 바 있었지만, 좌평의 말로 보복 집행은 이미 결정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기야 이렇게 보복의 수단으로 포로들을 죽이는 것은 흔한 일이기도 했다.
포로 교환으로 풀려날 가능성과 비례해 이런 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 또한 포로들의 숙명이라 할 수 있었다.
백엽이 금마석 시험을 해보지 않고 금마옥에 들어갈 생각을 굳힌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간파한 때문이었다.
포로 처형 날짜가 바로 내일이란 점까지는 몰랐지만, 어느 정도 예상이 적중한 셈이었다.
‘금마옥은 무림맹 지하에 있으며 기관이 복잡하고 경계가 심해 외부인이 침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침입 순간 자동으로 기관이 발동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이미 들어가 있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금마옥 역시 외부로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을 게 거의 확실하니까, 그 통로만 발견하면 본교 무사들을 모두 빼낼 수 있을 것이다.’
백엽이 눈을 빛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바로 매영설이었다.
필시 갇히기 전에 혈도를 찍히거나 군자산 같은 독을 복용해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건데, 매영설의 경우 그것을 이겨낼 만한 역량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 밖에 지금 백엽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또 있었다.
‘칠마종 놈들이 내 이름을 팔아 포로들을 쳐형한 것은 본교와 무림맹의 전면전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내가 십만대산으로 복귀하자 이런 식으로 교란작전을 벌이는구나. 죽일 놈들!’
백엽이 겨우 화를 삭였다.
포로들의 일방적인 처형을 엄금한 것은 그의 확고한 명이었다.
한데 한순간에 이런 악명을 얻게 되었으니 분노할 만도 했다.
백엽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금마석을 쳐다봤다.
다시 생각해보니 포로 구출만 아니었다면 한번 시험해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는 무명심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무명심법이 내공의 기본 토대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금마석의 시험을 무난히 통과할 가능성도 매우 컸다.
물론 확신할 수 없어 모험할 필요는 없었지만, 무조건 두려워할 일만은 아니었다.
이제 모든 것은 좌평의 결정에 달려 있는 상황.
포로 처형은 복수의 일환이라 반대가 거의 없어 보이나, 백엽의 처리는 달랐다.
무림맹주로서 군웅들의 반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통선생이 말했다.
“무명서생에 대한 처리는 맹주님께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총군사의 생각은?”
“규율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면접 탈락에 있어 다소 억울한 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니 그 점도 참작할 필요가 있긴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것이오?”
“일단 금마옥에 가두되 하루의 말미를 줘서 내일 포로 처형식 때 다시 금마석 시험에 응하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 만약 그때도 거부한다면 다른 포로들과 함께 처형해야 합니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집행하시오.”
좌평의 명이 떨어졌다.
백엽의 무공을 고려해서인지 집법당주가 직접 혈도를 찍으려 했다.
백엽이 말했다.
“제가 스스로 금마옥에 들어가겠습니다. 두 분 말씀대로 감방 안에서 하루 정도 생각해보기로 하지요. 다만 저의 제자는 그대로 두시기 바랍니다.”
집법당주가 흠칫하며 만통선생을 쳐다봤다.
만통선생이 말했다.
“좋소. 그렇게 하시오. 특별한 상황을 고려해 혈도를 찍지는 않겠소. 다만 전혀 제한하지 않을 수 없으니 탈옥이 불가능한 특수 감방에 가두도록 하겠소. 그리고 맹의 규율상 제자라고 해도 봐줄 수 없으니 그 점은 양해 바라오.”
“좋습니다. 다만 제자와 함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래야 안심이 될 것 같군요.”
“으음, 알겠소. 그 정도 편의는 봐 드리겠소. 간수장은 무명서생과 무명선자 두 분을 금마옥으로 데려가 가두도록 하시오. 아, 저 계집도 도로 데려가 원래대로 가두도록 하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간수장이 집법당 무사들과 함께 백엽과 매영설, 단목연 세 사람을 데리고 금마옥으로 향했다.
백엽과 매영설이 금마옥으로 가자, 좌약약이 좌평에게 말했다.
“애초 오대세가 가주들께서 잘못했어요. 무명서생께서는 그 점 때문에 마음이 상해 고집을 부리는 것이지 실제 금마석을 두려워해서는 아닐 거예요. 그의 무공이 정파 무공이라는 것은 장씨세가에서 있었던 대표오결에서 이미 증명되었기 때문이지요.”
“마공을 숨겼을 수도 있습니다.”
만통선생의 말에 좌약약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요. 일반 고수를 상대할 때는 숨길 수 있겠지만, 저기 계신 남궁 가주님 같은 절세고수를 상대할 때는 본신 무공을 완벽히 숨길 수 없는 법이지요. 만약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당금 무림에서 천마 한 사람뿐일 거예요. 한데 천마는 지금 십만대산에 있다는 게 확인되었으니, 무명서생은 마도 인물이 아닌 셈이지요. 두고 보세요. 지금은 마음이 상해 저렇게 고집을 부리지만 내일 기분이 풀리면 금마석 시험에 응할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용봉비무도 내일로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이번 영웅대회가 끝나려면 며칠 걸릴 테니 여유가 있을 거예요.”
좌약약의 말에 군웅들이 다시 술렁였다.
좌평은 거기까지 생각은 못 했다는 듯 만통선생을 쳐다봤다.
만통선생이 좌평에게 전음을 날렸다.
「아가씨 말대로 하는 게 좋겠습니다. 무명서생의 무공은 실로 대단해 어제 말씀드린 대로 천마암살단 단주로 적합합니다. 내일 금마석 시험에 응해 통과해도 와룡대주가 될 기회가 이미 사라진 상태라면 암살단을 맡지 않으려 할 겁니다.」
「지금 보니 성격이 괴팍한 것 같은데 암살단을 맡아 천마를 죽일 수 있겠소?」
「천마를 죽일 수 없더라도 중상은 입힐 수 있을 겁니다. 놈이 중상을 입게 되면 그때 맹주님께서 마무리하시면 되지요. 일단 제 계획대로 따라주십시오.」
「알겠소. 한데 끝내 거부하면 무명서생 그자를 죽여야 하오?」
「거부하지 못할 겁니다. 처형을 당하지 않으려면 무력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실익이 전혀 없지요. 애초 와룡대주 자리를 목표로 비무에 참여한 사람입니다. 오늘 고집을 부리는 것도 알고 보면 자신의 몸값을 올리려는 고도의 계산이지요.」
「나 또한 같은 생각이오. 애초 마교의 간자라면 스스로 금마옥에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 특히 특수 감방이 어떤 곳인지 모를 리도 없을 테고 말이오.」
「예리한 지적이십니다. 특수 감방은 그 어떤 고수라도 탈출할 수 없는 곳이지요. 다만 혹시 몰라 조금 전 간수장에게 전음으로 특수 감방 안에 무형 군자산을 뿌려 놓도록 했습니다.」
「무형 군자산을 뿌려 놓으면 그의 마음을 돌리는 데 방해가 되지 않겠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압박으로 작용해 우리 제의를 수락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이는 만에 하나 무명서생이 끝내 금마석 시험을 거부할 때를 대비한 포석이기도 합니다. 무공이 너무 높아 아무런 제약도 가해두지 않으면 제압이 매우 어려울 겁니다.」
「역시 총군사시오. 짧은 순간 그런 것까지 생각하다니. 무형 군자산에 중독되면 해약을 복용하지 않는 한 내공을 사용할 수 없으니, 그렇게 하는 게 좋겠소. 나머지는 총군사가 알아서 처리하시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