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46)
일편단심 -2
지우: 아 나도 밀라노ㅜㅜㅜㅜㅜ
지우: 나도 데려가ㅜㅜㅜㅜ
지우: 학교 하루 째면 안되겠지······?
지우: 아 진짜 나도 가고싶다ㅜㅜㅜㅜ
지우: 사진 많이 찍어와!!
다음 원정지가 밀라노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지우는 징징대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있을 때부터 밀라노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고 했다.
일요일 경기가 아니라 토요일 경기였으면 따라갔을 거라 그러길래, 하루 정돈 결석해도 되지 않냐고 슬쩍 떠보기도 했는데.
시험이 있어서 안 된다고 사진이나 많이 찍어 오라고 했다.
“별거 없는데.”
버스에서 내려, 밀라노 시내를 둘러보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으음. 그냥 평범한 도시일 뿐인데.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좀 세련된 느낌이라는 것 말곤··· 솔직히 피렌체가 훨씬 예쁘다.
“갑자기 웬 사진?”
“네? 아.”
핸드폰 카메라에 시내 모습을 담고 있는데 보나벤투라 선배가 실실 웃으며 말한다.
“그, 친구가 사진 좀 찍어 오라고 해서요.”
“친구? 아, 그 여자친구?”
“···예.”
여자친구라는 말에 나도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선배들이 하도 놀려서 이젠 반응을 안 하기로 했다.
“사랑꾼이야. 사랑꾼.”
“널 명예 이탈리아 남자로 인정하마.”
“결혼식은 언제 해?”
“미친놈아, 얘 아직 열여섯 살이야.”
···물론 반응을 안 해도 놀리는 건 똑같다.
원래는 이쯤에서 주장이 나타나 선배들을 타박하며 날 도와주곤 했는데···
“야, 야. 다들 장난 그만 치고 올라가자.”
“알겠어.”
“가자.”
오늘은 웬일인지 선배들이 먼저 그만두고는 짐을 챙긴다.
이럴 선배들이 아닌데. 아마 주장이 예민하다는 걸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인 듯했다.
주장이 며칠 전부터 거의 말 한마디도 안 하고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던 상태여서.
“막내야. 너도 빨리 가자.”
“넵.”
타타타타-
나는 급하게 연사로 사진을 쓸어 담은 뒤 선배들의 뒤를 따랐다.
*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 일명 산 시로.
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구장 중 하나인 이곳이 팬들로 가득 차 있다.
웅장한 규모다.
총 수용 가능 인원은 대략 7만 5천 명.
오늘은 6만 명 가까이 되는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고, 남색의 물결이 관중석을 뒤덮고 있다.
특히나 오늘은 어린 팬들이 많이 보인다.
아빠 품에 안겨 있는 아이도 있고, 주변 어른들보다 더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부르는 아이도 있다. 몇몇은 전문가 뺨치는 얼굴로 오늘 경기에 대해 예상하고 있기도 하다.
아마 그중 몇몇은 분명 이 환상적인 분위기의 경기장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인테르의 남색 유니폼을 입고, 이 많은 관중들의 응원을 받으며 뛰어보고 싶다는 꿈.
오늘도 수많은 소년들이 남색 유니폼을 입는 꿈을 꾼다.
그런 소년들 중 한 명이 크리스티아노 비라기였다.
“···.”
비라기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주세페 메아차의 구석구석을 바라본다.
밀라노 근교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비라기는 처음 아빠 손을 잡고 이곳을 찾았던 날을 잊지 못한다.
당연히 잊을 수가 없다.
그 날이, 자신의 평생 꿈이 결정된 날이었으니까.
아름다운 경기장, 열성적인 팬들, 그 팬들의 응원을 한몸에 받으며 필드를 수놓는 스타들.
그 광경은 시골 소년에게 꿈을 심어주기 충분했고, 어린 비라기는 오로지 인테르에서 뛰겠다는 일념 하나로 꿈을 키워갔다.
13살 때 유스에 입단하여 꿈에 그리던 남색 유니폼을 입었을 땐,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다.
-자네티처럼 훌륭한 인테르의 주장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꿈이 가까워질수록 꿈은 점점 더 커져갔다.
유스에 입단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비라기는 1군 데뷔를 꿈꿨고, 1군에 합류한 후엔 주장이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어린 시절의 자신이 인테르의 영원한 주장, 하비에르 자네티를 동경했듯이.
자신도 모든 인테르 팬들에게 사랑받는 주장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비라기의 팔에 채워진 주장 완장은 인테르의 것이 아니다.
“좋은 게임.”
“그래.”
비라기가 인테르의 주장 사미르 한다노비치와 악수를 나눈다. 이제 자신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니지만, 저 주장 완장을 보니 자꾸만 그때로 돌아가는 것 같다.
또한 인테르의 응원가를 부르짖는 팬들을 보니 어쩐지 서글프기까지 하다.
나도 저들의 응원을 받는 한 명이어야 하는데.
왜 그들의 적이 되어 이곳에 서 있어야 하는 걸까.
내 꿈은 저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었지, 저들을 울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는데.
서글프다.
하지만, 그렇기에 비라기는 오늘 경기가 더 이기고 싶다.
자신이 왜 그들의 적이 되어야 하는지, 역으로 묻고자 한다.
“모여 봐.”
“오케이.”
비라기를 중심으로 피오렌티나의 선수들이 원을 그리고 선다.
평소 비라기에게 딱히 주장 대우를 해주는 선수들은 아니지만, 오늘따라 다들 진지한 얼굴로 비라기를 바라본다.
피오렌티나의 주장 비라기가 선수들에게 말했다.
“다들 첫사랑이 있을 거다.”
조금 뜬금없는 말이다.
그러나 경청한다.
“아마 너희들 면상이라면, 대부분은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겠지. 이런 생각도 다들 한 번쯤 해봤을 거다. 훨씬 멋진 사람이 되어서, 첫사랑이 후회하도록 만들고 싶다는 생각.”
비라기가 주장 완장을 한 번 추켜올린 뒤 말을 이었다.
“지금 내가 그렇다. 그러니까, 한 번만 도와줘라.”
비라기가 진심으로 부탁하자 다들 씨익 웃는다.
그 시선들을 마주한 비라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포르자 하면 비올라. 포르자-!”
“비올라-!!”
힘찬 함성과 함께 선수들이 각자의 자리로 흩어진다.
그런 동료들을 바라보던 비라기가 잠깐 한 선수를 불러세운다.
“지안.”
“네?”
“넌 방금 한 말 신경 쓰지 마라.”
“···?”
“넌 첫사랑이랑 결혼해야지.”
“···”
이지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로 가자 비라기가 미소를 짓는다.
첫사랑보다 중요한 건 마지막 사랑이 아닐까.
비라기의 마지막 사랑은 피오렌티나고, 그는 오늘 어떻게든 첫사랑을 울리고 싶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거다.
이번 시즌의 인테르는 정말 강하다.
자신이 낄 자리가 없을 만큼 쟁쟁한 선수들로 꽉 찬 인테르다.
하지만 이쪽엔 인테르의 그 누구와도 안 바꿀 녀석이 있다.
솔직히 주장이 돼서 막내에게 의지한다는 게 웃긴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녀석의 잘못이 더 크다.
공만 잡았다 하면 눈이 의심스러운 플레이를 펼쳐 보이는데, 어떻게 기대를 안 할 수 있냔 말이다.
비라기가 씩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
오늘따라 비장한 주장의 얼굴을 보니 문득 몇 달 전이 떠오른다.
U17 시절 유벤투스와 시합을 했을 때 말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마음 한구석엔 그런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후회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유벤투스가 내 첫사랑이라는 얘긴 아니다.
내 첫사랑은···
“삐이이익-!”
상대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된다.
동시에 관중석 곳곳에서 홍염이 타오르며 시선을 어지럽히기 시작한다.
처음 와본 인테르 홈구장의 분위기는, 선배들에게 들었던 대로 살벌했다.
“라인 잡아, 라인!”
“사이드 놓치면 안 돼!”
오늘 우리의 포메이션은 4-5-1.
블라호비치가 최전방에 서고, 나는 그 아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수행한다.
상대는 3-5-2로 나왔다.
다만 수비적인 느낌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상대의 수비수들이 꽤 높은 위치에 라인을 형성하는 게 보이고, 중원의 미드필더들은 양쪽 하프 스페이스와 사이드에 자리를 잡는다.
공격수들은 벌써 박스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그 진형을 보니, 중원 싸움이 중요하다던 감독님의 말씀이 이해가 간다.
우리도 중원에 사람을 많이 뒀고, 상대는 그보다 더 많이 뒀다.
상대는 그 숫자 우위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려 할 게 분명해 보인다.
파아앙-
파아앙-
내 주변으로 빠르게 패스가 돌아간다.
그러나 쉽사리 압박을 들어가기는 어렵다.
내 주변에만 세 명의 선수들이 서 있다.
안 그래도 원래 중원 숫자가 많은데, 처진 공격수와 중앙 수비가 내려오거나 올라오면서 중원의 숫자를 순간적으로 7명까지 늘리는 모습이다.
이러니 쉽게 압박을 하긴 어렵다.
그렇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생각엔, 공을 쫓기보단 공간을 먼저 점유해야 한다.
타타탓-!
끊임없이 고개를 돌려 선수들의 위치를 살피며, 내가 서 있어야 할 공간을 찾아 뛴다.
가끔은 단순히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때가 있다.
상대는 사이드를 활용해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를 즐겨 시도한다고 들었다.
지금도 그런 게 보인다.
나는 후방이나 중원에서 단숨에 패스가 넘어갈 수 없도록, 최대한 길목을 찾아 서 있으려 노력했다.
파아앙-
파아앙-
몇 번의 공방이 이어졌지만, 이렇다 할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우리의 수비가 좋다.
상대가 쉽게 전진 패스를 넣지 못하고 빙글빙글 돈다.
덕분에 꽤 지루한 시간이 흘러간다.
하지만 이럴 때 더 집중해야 한다.
지루한 상황일수록 쉽게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니까.
특히 공격하는 입장이 더 그렇다.
뭔가 공격이 잘 안 풀리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더 적극적인 시도들을 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롱 패스를 시도한다든가,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다든가.
모두 실수가 나오기 쉬운 플레이들이다.
그걸 노려야 한다.
그런 상대의 시도들을 끊어내고, 곧바로 역습으로 올라가야 한다.
“···”
상대는 윙백을 높게 전진시킨 만큼 사이드 공간이 크게 비고 있다.
수비에 신경 쓰는 동시에, 내게 공이 오면 언제든 역습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며 기다린다.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위해서 말이다.
파아아앙-!
상대 미드필더가 오른쪽으로 질러 넣은 패스가 끊긴다.
비라기 주장이다.
공을 끊어낸 주장이 앞을 슬쩍 보더니, 곧바로 패스를 뿌린다.
파아아앙-!
내게 패스가 향해 온다.
그 패스가 오는 동안 주변을 확인한 뒤···
파아앙-!
공이 왼쪽으로 향하게끔 받아 놓는다.
내게 곧바로 압박이 들어오고 있어 가만히 서서 받는 건 위험했다.
공을 받는 동시에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공을 길게 쳤다.
타타탓-!
물론 완전히 도망갈 곳은 없다.
워낙 중원의 공간이 좁아 금세 상대 선수를 마주친다.
여기서 공을 오래 가지고 있는 건 위험한 플레이다. 빼앗길 경우 역습의 역습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위기를 감수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흘끗 봤는데, 비라기 주장이 이를 악물고 앞으로 달려가는 게 보였다.
웬만하면 그쪽으로 패스를 주고 싶다.
그러려면 시간을 좀 더 벌어야 했다.
툭-!
왼쪽에서 들어오는 발을 피해내며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는다.
툭-!
기다렸다는 듯 오른쪽에서 또 발이 들어와 뒤로 꺾으며 피해낸다.
그러자 되게 무섭게 생긴 상대가 내 앞에 있길래, 이번엔 발이 들어오기 전에 냉큼 돌아선다.
툭-!
그렇게 돌다 보니 결국 제자리다.
하지만 의미 없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러는 동안 주장이 패스를 받을 만한 위치까지 올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뻐어어어어엉-!
지체없이 왼쪽 사이드 공간을 향해 패스를 찔러넣고, 박스를 향해 달렸다.
*
타타타탓-!
비라기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공이 자신의 앞에 펼쳐진 빈공간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
젠장.
막내에게 한소리 하고 싶다.
날 좋게 봐주는 건 좋은데, 스피드를 과대평가하진 말라고.
공간은 잘 봤는데 너무 앞쪽인 거 아니야?
투우웅-!
아, 미안.
내가 막내의 패스 실력을 과소평가했구나.
이지안의 로빙 패스가 땅에 바운드 되는 순간 속도가 확 죽으며 통통 구른다.
백스핀을 강하게 먹인 탓이다.
덕분에,
파아앙-!
비라기가 공을 잡는다.
그리고 터치 라인을 따라 치고 달려간다.
수비 하나가 뒤늦게 따라붙고 있긴 한데, 솔직히 스피드 경합으로는 자신 없다.
그렇담 지름길로 가는 수밖에 없다.
퍼어억-!
수비가 달려드는 경로로 먼저 공을 보낸 뒤 몸을 욱여넣는다. 어깨와 어깨가 강하게 충돌하고, 비라기가 비틀거린다.
그러나 넘어지지 않았다.
몸을 먼저 넣어 수비를 막은 비라기가 다시 공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박스 안을 바라본다.
두 명의 공격수가 쇄도해 들어가고 있다.
골문 앞쪽으로 달려 들어가는 블라호비치.
비교적 가까운 쪽에서 잘라 들어오는 이지안.
누가 더 좋은 위치에 있는가 재고 있을 여력은 없다. 머리가 아니라 발이 선택하는 거다. 그건.
뻐어어어엉-!
강하게 땅볼 크로스를 올린 비라기가 중심을 잃고 쓰러져 땅바닥을 구른다.
그렇게 몇 바퀴 구른 뒤 이내 손을 짚고 고개를 드는데···
촤아아아아-
공을 향해 슬라이딩하는 이지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의 크로스와 이지안의 발끝이 한 점에서 만나고 있었다.
파아아앙-!
철썩-!!
비라기가 벌떡 일어나, 방금 패스를 받기 위해 뛸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그 모습에 이지안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지만, 비라기는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야아아아아아!”
비라기가 이지안을 덥썩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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