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ing the fact that a new actor i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60)
60막, Sensation (4)
60막, Sensation (4)
독종 방영 이후 일주일간은 다소 놀라운 일의 연속이었다.
가장 먼저 날 놀라게 한 건 다름 아닌 시청률.
『KBC 수목드라마 독종, 순조롭다 못해 폭발적인 첫 걸음』
『남유민과 가슴 절절한 형제애를 보여준 신인의 정체는?』
지난 수요일, 독종의 첫 회 시청률은 무려 12프로를 달성하고 말았다.
퍽 놀랍게도.
‘···한 자리가 아니라, 두 자리라니.’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최소한 내가 보았던 독종의 처음은 그닥 폭발적이지 못했다.
일의 자리에 머물던 초반 시청률이 뒤늦게 치솟고 28프로를 기록하게 된 건 몇 번이나 들어본 일화였으니까.
실제로 커다란 폭풍을 몰고 온 독종의 덕을 크게 본 건 어디까지나 김한성이 아닌 남유민이었다.
그걸 감안하고도 작은 관심과 함께 차지윤 작가와의 연결고리를 귀히 여겨 여기까지 온 것이었는데.
‘···생각보다도 훨씬 시작점이 높잖아.’
전생의 독종과 이번 생의 독종에서 바뀐 건 공교롭게도 나의 등장 밖에 없었다.
그 외엔 모두 같은 상황에서 새삼 시청률이 다르다는 건······.
“하하···.”
문득 뿌듯한 기분이 진하게 나를 휘감았다.
여태까지 해온 노력이 수고했다며 어깨를 두드리는 것도 같았다.
비단 기분만 그러한 건 아니었다.
전생에도 스쳤던, 혹은 이번 생에 새로이 스친 인연들의 여러 축하가 전해졌다.
개중에는 문자 대신 직접 전화를 건 이도 있었다.
– 드라마 본방으로 봤어 신우야! 너는 어떻게 연기가 더 늘었더라?
“네? 형도 본방 본 거예요?”
이번에 제작되는 영화에 합류한 유하준은 공교롭게도 전생의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감독을 찾아갔다.
거기엔 나의 조언도 톡톡히 역할을 해주었지만.
나를 통한 자극으로 조금 더 일찍 시작한 유하준이었으나 결국 첫 걸음은 저번 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서 더 안심이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 당연하지! 누가 나오는 건데··· 무조건 본방 사수 해야지?
너스레를 한껏 떤 유하준은 조만간 한가해지면 또 술잔이나 기울이자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본인은 모르는 모양이지만 아마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한동안 바빠질 터였다.
상업영화로 좋은 스타트를 끊은 유하준은 관객수 300만을 달성하고 주연으로서의 깜냥을 처음부터 증명하고 마니까.
“후우.”
정작 예상치 못한 건 역시 독종의 초반 흥행몰이였다.
아무리 입소문을 탔다고 해도 설마 이 정도로 흥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당장 뉴스란만 들어가도 드라마 에 대한 기사가 널려있었다.
개중에는 나에 대한 이야기도 결코 적지 않았고.
어쩐지 흐뭇하기도 하고 낯이 간지러워지기도 하는 댓글들 가운데엔 역주행 걸그룹에 대한 언급도 함께 엮여있었다.
역시 뮤직비디오를 찍었던 것도 좋게 영향을 미친 거겠지.
그렇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러 반응과 댓글들을 즐겼다.
메인피디 윤형섭이 KBC 예능에 출연할 생각이 있냐, 만약 있다면 얼마든지 출연시켜줄 수 있다 건넸던 제안에 대해 고민해보면서.
여러 반응들을 살피길 어느새 토요일의 끝무렵에 닿아있었다.
“···하암.”
그러고 보니 이번 주는 어쩐지 일정이 없음에도 긴장이 넘치는 한 주가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내가 나오는 방영분과 그에 대한 반응을 기대하고 걱정해봐야 했으니.
“오늘은 좀 일찍 자볼까.”
모처럼 주말이겠다.
늘어지게 한 숨 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눈을 감고 누웠던 그 다음 날, 아침이었다.
“···이건 뭐야?”
뜬금없이 포털사이트 검색순위에 오른 나의 이름을 보며 눈을 비볐다.
잠에서 덜 깬 눈에는 환각처럼 비치고 있었다.
비록 8등에 불과하지만 분명히 ‘이신우’ 라는 세 글자가 올라있었다.
이유는 깨닫는 데에는 별 다른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바로 그 위로 ‘스테이미’, ‘연예가 좋다’ 라는 이름과 함께 쓰여 있었으니까.
검색순위 최상단 1등에 놓인 건 공교롭게도 내게 익숙한 이름이었다.
도유정.
그녀와 나누었던 대화가 일순간 머리를 스쳤다.
『···내기할래요?』
『무슨···』
『나중에 잘 되면 제 이름으로 미담 하나 풀어주기』
퍽 해맑은 미소로 간지럽히던 도유정의 대답도.
『···나중에 후회하지마요. 진짜로 여기저기 다 말하고 다닐 거니까』
그 나지막한 경고가 생각나길, 슬그머니 미소가 흘러내렸다.
“하, 하···.”
그냥 응원차 건넸던 그 말이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으니까.
그때였다.
지이이잉.
갑작스레 휴대폰이 울린 건.
“···이 번호는.”
엊그제 전화했던 누군가는 아니었다.
여태 문자로 축하를 나누었던 누군가도 아니었다.
전화를 걸어온 이는 다름 아닌 JN엔터테인먼트의 인물.
유성태 팀장.
새로운 계약 조건을 준비한 그가 연락해왔다.
* * *
점점 정체되어가던 스테이미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돌연 급등하기 시작했다.
아니, 미친 듯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찍히는 조회수 너머에는 감탄 섞인 댓글들이 즐비했다.
뮤뮤 ⦁ 5시간 전
와 웹드라마도 이것보다 달달하진 않겠다ㅠㅠ진짜 이별 주제로 한 뮤비가 이렇게 달달할 일이야..?
얌얌이 ⦁ 3시간 전
어떻게 마지막 저 키스신에서 끊을 생각을 하지?? JN은 진짜 후속 뮤비 꼭 만들어야한다,,,의무야 의무
과연.
그 가운데에는 의아해하는 댓글 또한 빠지지 않았다.
핑도리 ⦁ 1시간 전
도유정 성격 완전 고슴도치던데 어떻게 저런 장면 찍은거래..? 심지어 먼저 방송에서 언급하고…
하필이면 가 스테이미의 첫 방송 출연을 앗아간 것도 이러한 반응에 일조했다.
요근래 가장 핫한 역주행 걸그룹에 대한 이목이 한창 쏠린 그 찰나.
공교롭게도 같은 방송국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를 콕 집어 언급했으니.
두 사람을 엮어 이슈화시키는 건 서로에게도 참으로 좋을 일이었다.
“···아주 뜨겁네요 뜨거워.”
그런 상황을 마주한 박하은 작가가 못내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조카를 보며 픽 웃은 박시향은 한껏 의기양양해보였고.
“아직도 내 안목이 의심스러운 건 아니지?”
“알았으니까 빨리 할 얘기나 하면 안 돼요?”
“얘는, 보채기는.”
한편 스타 작가인 조카와 거물급 배우인 고모, 두 사람이 만난 건 다름 아닌 상의할 것이 있어서였다.
“···이 이슈를 그대로 이용하자구요?”
“옳지, 척하고 알아듣네 우리 조카님.”
그 상의 내용은 아마 다음 분기, 혹은 다다음 분기에 MBS에서 시작될 .
그 일일연속극에 대한 정보를 미리 뿌리자는 것이었다.
스타작가 박하은과 현 드라마계의 대모로 꼽히는 박시향.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독종의 출연배우, 이신우가 함께 하노라고.
“···국장님한테는 말해봤어요?”
“얘는, 애초에 홍국장님 아이디어야.”
MBS 드라마제작국의 홍문석 국장.
과연 그 짬밥이 헛으로 먹은 건 아닌지 그의 생각은 참으로 절묘했다.
스테이미와 함께 독종에 나온 이신우로 인해 KBC로 대중들의 이목이 쏠린 상황.
만약 이 상황에 일일연속극 기획에 대한 발표와 간단한 섭외 진행 상황에 대해 뿌린다면 그 이목은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끌고 올 수 있었다.
설령 KBC에서 대응한다고 하더라도 방법이 없는 묘안.
지금이야 말로 발표시기로 적절하다는 홍문석 국장의 의견에 박시향은 동감했다.
“근데··· 아직 계약서도 안 쓴 거 아니에요?”
“왜? 무르고 도망가거나 아니면 괜히 저울질이라도 할까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딱히 그렇다고는 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박하은.
박시향이 웃음을 터뜨린 건 그 순간이었다.
“푸핫!”
“왜, 왜 웃어요?”
마주한 조카의 그 눈동자에 비친 염려의 정체를 단박에 깨달았기 때문에.
이신우라는 배우에 대한 욕심을 엿본 박시향이 한동안 웃음을 꺼트리지 못했다.
그 눈빛은 박시향 그녀가 몇 달 전 보았던 눈빛이기도 했다.
바로 이신우에게서.
『연속극은 생각 없나 우리 후배님은?』
『하겠습니다』
『응? 정말?』
『네』
일말의 고민도 없이 확고하게 답했던 이신우의 눈빛을 떠올려보노라면.
딱히······.
“무르고 도망갈 것 같진 않거든.”
“···.”
그런 고모의 대답에 박하은은 인상을 옅게 찌푸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구태여 박시향이 한 마디를 덧붙였지.
“만약 저울질하면, 출연료 더 주라고 나도 편 들어주지 뭐?”
“···알겠어요.”
“물론 당사자한테 미리 물어보긴 해야겠지만, 후훗.”
이신우에게도 딱히 나쁜 이야기는 아닐 터였다.
아니, 오히려 거절할 필요가 없는 좋은 얘기지.
지금의 이 유명세를 타고 그대로 MBS로 가면 될 테니.
하루 빨리 새 아들과 연기를 맞춰보고 싶어진 박시향의 입가론 그윽한 미소가 퍼졌다.
도리어 이신우로 인해 벌어질 파장은 그녀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욱 커질 테지만.
* * *
JN엔터테인먼트의 유성태 팀장은 인정하기로 했다.
아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남유민을 독종 검사로 만들어버린 동생, 이신우 그는 누구인가?』
『[KBC 연예가 좋다] 걸그룹 스테이미, 역주행의 내막 전격 방출! 화제의 배우 이신우까지?』
이신우라는 인물을 뜨거운 불판 위로 올린 여론은 미친 듯이 세를 불리고 있었다.
정말 그 신인배우의 말대로.
『제안은 너무 감사하지만 아직 받기에는 때가 이른 것 같습니다』
불과 두어 달 남짓하는 사이 그에 대한 여론은. 가치는 실시간으로 격변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호기심이 번졌던 유성태 팀장에게도 살짝 조바심이 들었다.
본인도 알지 못하는 조바심에 그는 서둘러 계약 조건을 바꿨다.
웬만한 기성배우에게나 어울릴 법한 계약 조건.
무려 JN엔터에서 기성배우로서 대우해준다는 건 결코 평범한 의미가 아니었다.
단연 한 손가락이라곤 할 수 없지만 명백히 업계 최상위로 꼽히는 JN의 대우이니까.
이번에야말로 칼을 빼든 유성태 팀장은 다시금 이신우와 약속을 잡았다.
그 위치는 공교롭게도 저번에 그와 첫 만남을 가졌던 카페였다.
···♬
나지막한 클래식이 흐르는 카페는 조금도 아늑해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한적하고 적막한 분위기가 흐름에도.
불과 그 짧은 시간 동안 이신우라는 배우의 존재는.
그 크기는 궤를 달리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다시 뵙게 됐네요, 이신우씨.”
“그동안 잘 지내셨죠?”
“하하··· 네 뭐.”
JN엔터테인먼트.
회사 내의 분위기도 한층 달라져있었다.
망해버렸고 앞으로도 망하리라 여겼던 걸그룹이 이렇게 센세이션의 중심이 될 줄은 누구도 몰랐으니까.
“저보단 이신우씨가 축하받으셔야죠. 축하드려요 정말.”
헌데 눈앞의 배우가 보았댄다.
에 나온 도유정의 말에 따르면.
『···그 분이 그랬거든요. 이번엔 잘될 거라고. 꼭 성공할 거라고』
우리끼리 서로 다독여주는 걸 제외하면 아무도 그런 말해주지 않았는데.
정말 포기할 뻔 했는데······.
이신우의 위로를 되새기며 표정을 점점 구기다 고개를 숙이고 만 도유정의 모습은 그새 여러 클립으로도 퍼져있었다.
그 차갑고 아름다운 단발이 어찌나 들썩이던지.
“···감사합니다.”
한편 슬쩍 지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신우에게.
유성태 팀장은 질질 끌지 않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번엔 이신우씨를 정식으로 모시려고 합니다. 저희 소속사의 진짜 배우로서요.”
웬만한 기성에게도 괜찮을 법한 조건을 하나둘 내건 유성태 팀장은 중간중간 그의 표정을 살폈다.
이야기가 시작된 뒤부터 무표정하게 듣고 있는 얼굴로는 어떠한 기색도 읽어낼 수 없었다.
“···하여 이번에야말로 저희 JN에서 함께.”
“잠깐만요.”
허나 일순간 그의 말문을 멈춘 이신우는 얼굴을 바꾸어보였다.
짐짓 난처하면서도 멋쩍게.
그 불안한 반응에 유성태 팀장은 불현듯 안 좋은 예감을 품었다.
“···왜 그러시는지.”
“말씀은 감사드리지만 그게···.”
설마 이번에도?
또 때가 되지 않았다며 거절하는 건가 했던 그에겐.
이내 청천벽력 같은 말이 떨어졌다.
“연락이 온 게 이쪽이 다가 아니라서요.”
“···예?”
넋이 나간 듯, 멍하니.
그리고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유성태 팀장에게 이신우는 정중하게 계약서를 돌려 내밀었다.
“아무래도 고민할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네요.”
그제야 유성태 팀장은 깊게 탄식했다.
뒤늦게 깨달아버렸다.
“허···.”
그저 호기심을 자아낼 뿐이던, 배역을 잘 물었을 뿐이던 신인배우는 더 이상 없다고.
지금 그의 눈앞에 앉은 건.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는.
화제의 중심이 되어버린 어느 능력 있는 배우이노라고.
‘···늦어버린 건가.’
그가 알던 신인배우는.
이미 쉽사리 손에 담을 수 없는 무언가가 되어있었다.
심지어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내막 하나가 더 숨어있음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