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전쟁의 결말 (4) + 전쟁의 대가는 쓰디쓴 법이다 (1) 삼국 동맹은 각국 내에서 침범해 오는 에르네시아 왕국군을 몰아내기 위한 마지막 작전을 펼쳤다.
익숙한 땅 내에서 자국 내 요새를 되찾는 것이라면 지금 남은 병력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을 거라 판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삼국 동맹 그 어느 국가도 요새 탈환에 성공하진 못했다.
이미 방어선을 굳히고 대형 석궁등을 설치하여 완전히 눌러앉은 에르네시아 왕국군을 몰아낼 방법이 없었다.
거기에 삼국 동맹군의 사기도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요새를 탈환하기 위해 어떻게든 독기가 올라 있었으나.
요새 위에서 쏟아지는 대형 화살과, 그리고 마법사들의 잔혹할 정도로 계속되는 마법에 갈수록 전의를 잃어 갔다.
결국 몇 번의 시도를 거듭했음에도 그들이 요새를 탈환하는 일은 없었다.
이윽고 지휘관들은 탈환은 불가능할 거라는 건의를 상부에 제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도 무의미하게 죽기는 싫었으니 불가능한 것은 확실하게 구분 지을 수밖에 없다.
만약 그래도 여전히 무모한 돌격을 감행하라 명령한다면 그때는 탈영을 감행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져 있었다.
현장 지휘관들의 건의가 상부에 도착할 때쯤.
에르네시아 왕국의 국왕 역시 친필로 삼국의 수장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더 이상 무의미한 피를 홀리기보다 조속히 항복을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이라면 보다 정중하게 이 전쟁을 마무리할 절차를 돕겠다.
담담하면서도 일방적인 항복의 권유.
얼마 지나지 않아 삼국 동맹의 왕들은 또 한 차례 비밀회의를 가졌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당사자들 외에는 아는 이가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삼국 동맹의 왕들은 거의 동시에 항복 의사를 에르네시아 왕국에 전달했다.
“그들의 항복 의사는 확실히 받았다.”
테오넬은 그들의 항복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
항복 문서를 받아들임으로써 드디어 전쟁의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드디어 전쟁이 끝났다는 것이다!
“끝났다!! 이 짜식들아아아아아아!
이제 진짜 집에 돌아갈 수 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병사들 앞에 달려가 소리를 질렀다.
이제 이 지긋지긋하고 냄새 나는 요새와 작별할 생각을 하니 가만히 있어도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은 기쁨이 느껴진다.
단연코 최근 몇 개월 간의 전장에서의 일상 중 지금 이순간이 내가 가장 활기찬 순간일 것이다.
이것은 과거 첫 번째 인생에서 막 군대를 전역했을 때와의 기쁨과 맞먹는다!
드디어 이 진저리 나는 군대와 작별이다.
이 기쁜 순간을 모두와 누리자꾸나!
병사들 역시 이제야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말에 내 기행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모두가 기쁨의 환성을 질렀다.
“지금 바로 철수 준비해.”
“우리는 바로 돌아가는 거니?”
아직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카니아 누나가 물었다.
“항복 문서도 받아들였으니 적어도 저랑 누나가 여기 길게 머무를 이유는 없으니까요.”
모두가 당장 돌아가진 않는다.
혹시나 항복 자체가 거짓일 가능성도 버릴 수는 없다.
인생이란 끝없이 되풀이되는 통수의 반복이지.
당연히 우리들도 조금은 대비할 것이다.
아마 일부 영주군은 당분간은 이곳에 남아 있을 것이다.
항복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기껏 차지한 요새를 바로 돌려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앞으로의 절차는 제법 신중하고도 길게 진행되겠지.
뭐, 그건 아버님이랑 제일 형님이 알아서 할 거고 내가 관여할 생각은 없다.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
어차피 나랑 누나는 왕족이고, 굳이 전장에 오래 묶어 둘 이유는 없다.
그러니 나는 이제 영지에 돌아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련다.
좋아, 이제 떠나기 전에 마지막 할말이나 해 둘까.
“디아, 나 좀 요새 위로 올려 줘.
그 정도는 괜찮지?”
“네, 괜찮습니다만. 뭘 하시려는 겁니까?”
별건 아니고 이 짜증 나는 전장에 작별 인사나 할까 한다.
디아는 시키는 대로 나를 요새 위로 올려 보내 주었고.
나는 그 위에서 힘껏 외쳤다.
“잘 있어라. 이 진저리 나는 전장아! 이 망할 삼국 동맹군들아!!”
서로 싸워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꾸나.
하긴, 저쪽도 대략적으론 비슷한 심정이겠지.
이렇게 내 짧은 전쟁터에서의 생활도 막을 내렸다.
예상대로 제일 형님과 나를 비롯해 일부 군대는 귀환해도 좋다는 허가가 떨어졌다.
철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미리 짐을 싸들고 있던 우리들은 서둘러 파힐리아로 귀환했다.
역시 출전할 때보다 복귀할 때가 더 멀게 느껴지는구나.
“용케 이렇게 멀리도 왔었네……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 카니아 누나가 마차 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진군할 때 당시에는 정신없었으니까요.”
복귀하는 귀로에 오른 병사들의 표정은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
당시에는 앞날을 모를 전장에 대한 긴장감에 다들 내심 뻣뻣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피곤해 보이지만 안심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제법 피로가 몰려왔을 테니 복귀는 가능한 천천히 가야겠네요.”
행군 중인 병사들의 상태를 슬쩍 보고 내가 중얼거렸지만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어느샌가 누나가 졸고 있다.
“……그러네요. 이제야 안심할 만하겠죠.”
나도 돌아가는 길은 느긋하게 졸기나 하자.
이제 지겨운 전쟁은 끝났으니까.
전쟁의 대가는 쓰디쓴 법이다 (1) 파힐리아에 돌아오니 여느 때와 다름없는 눈바람이 우릴 맞이했다.
보렴, 반가움의 눈보라구나.
너희들이 돌아가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제설 같구나.
……제길, 여기 날씨는 정말로 여전하구만.
우리를 맞이하는 건 눈바람뿐만이 아니 었다.
성문 안으로 들어오니 우리 측 연금술사 다먼이 뛰어나와 나를 맞이 했다.
“아렐 님, 수고하셨습니다.”
“다먼, 너도 우리 없는 사이에 꽤나 수고 많았어.”
내가 부재하는 동안 측근 대부분이 전쟁터에 동행했기 때문에 그동안의 영지 관리를 다먼에게 맡겼었다.
중대한 일 같은 건 통신구를 이용해 내 쪽에 보고가 올라오게 해 두었지만 그밖에 자잘한 건 그가 처리 할 수 있도록 해 두었었지.
그리고 그는 훌륭하게 대행 일을 수행해 주었다.
내가 칭찬했음에도 그는 기뻐하기 보다는 이제야 한시름 놓았다는 듯이 슬쩍 한숨을 쉬었다.
“휴우…… 이제야 다시 마음 놓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꽤나 바빴나 보네?”
“아뇨. 그것보다는, 역시 영주 대행같은 건 성미에 맞지 않더군요.”
쓴웃음을 지으며 진저리를 쳤다.
아무래도 연구자 체질인 그로서는 내 대행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나름 고생이 많던 나날이었던 모양이다.
“별일은 없었지?”
“다행히 큰일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별일이 없었던 걸 보면 그에게 대행 업무를 일부 맡겨 둔 건 정답이었다.
다먼에게서 내가 없는 사이의 영지 일에 대한 보고를 받고 나서, 측근들에게도 먼저 인수인계부터 끝내 두라고 말했다.
미안하지만 업무부터 다시 제자리를 찾고 나서야 쉴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나는 적당히 지시를 해 두고 나서 내 방으로 돌아와 그동안 그리웠던 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
으음? 이 편안함! 각별하구나!
이후 진행 상황은 대략적으로 들려오는 소식으로 접하고 있었다.
항복은 진심이었는지 이후 전후 처리 절차는 별문제 없이 계속되었다.
다만 시간은 꽤나 걸리는 모양이었다.
국가 하나를 상대로도 아니고 세국가를 대상으로 동시에 처리 절차를 밟고 협상을 계속 해야 하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당연히 삼국 동맹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덜 손해를 보는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싶을 테니 이야기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에르네시아 왕국 역시 결코 쉬운 대가를 요구할 생각도 없을 테고.
삼국을 대상으로 공통적으로 치러진 배상은 전쟁으로 차지할 일부 영토를 우리 측이 그대로 차지하게 되는 것.
다만 그들 입장에서도 중요한 지역은 어느 정도 대가를 받고 반환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고 있다.
그리고 배상금.
이것도 결코 만만한 액수는 아닐테니 그들은 앞으로 몇 년은 허리띠졸라매 가면서 생활해야겠지.
마지막으로 포로에 관한 처리 절차도 있다.
전쟁 중에는 필연적으로 포로가 생긴다.
잡는 족족 다 죽여 버리는 경우도 가끔은 있지만 대개는 생포된 병사들이나 기사들을 포로로 잡거나 한다.
기사들은 몸값을 받고 본국에 돌려주거나 한다.
몸값을 내지 못하면? 그대로 노예행이지.
다만 대개 기사의 신분 정도 되면 본국에서 어떻게든 몸값을 지불해 주려 하기에 그렇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만약 몸값을 주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버려지는 경우지.
그 외 병사들의 경우는 그들이 필요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해 돌려받고 나머지는 그대로 우리 측의 노예가 된다.
이번 삼국 동맹의 병사들 대부분이 노예였던 자들이어서 그들의 입장자체는 그리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포로들은 조용히 처리를 기다렸고.
그 처우에 대해 듣고 나서도 그렇게 크게 동요하는 반응은 적었다.
“흐음, 협상 자체는 문제없이 끝나가는 거 같네.”
나는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면서 전후 처리에 관한 보고서를 하나하나 읽어 내렸다.
“아, 디아. 온도 조금 조절해 줘.
너무 건조해졌어.”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 대신 옆에서 서류를 정리해 주던 내 전속 비서…… 아니, 정정하지.
내 전속 마법사 디아가 간단하게 마법으로 방 안 온도를 다시 조절했다.
후우? 쾌적해라.
이 얼마만의 아늑함인가.
전쟁터에서도 온갖 마법 도구를 싸들고 가서 나름 안락한 막사를 꾸몄지만 아무렴 마이 하우스가 최고 아니 겠는가.
요번에 그 점을 제대로 실감했다.
요즘 나는 전쟁터에 나가기 전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뒹굴뒹굴거리는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다.
당연히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나태해진 것은 아니었다.
밀린 주요 업무를 일부 확인하거나.
엄마에게 연락하는 등 이래저래 나름 바빴다.
그리고 할 일을 전부 마쳐 두고 나서.
나는 그대로 늘어졌다.
아무래도 그동안 신경 쓸 게 많았던 반동으로 인해 한 번 긴장이 풀리자 제대로 풀어진 것이지.
지금의 나는 나무늘보보다 더 느려질 자신이 있다.
이 세상 어느 생물도 나보다 느긋하진 않을 것이야.
“그치? 나 쉬어도 되는 거지?”
“예. 아렐 님의 활약이 컸으니 지금의 휴식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디아도 뒹굴거리는 내게 적당한 합리성을 불어넣어 주었다.
……물론 늘 내 어리광을 받아 주며 떠받들어 주는 디아를 제외하고 다른 여성진들은 슬슬 제대로 생활해야 하지 않겠냐고 설교를 시작하고 있지만.
괜찮아. 어차피 때가 되면 그때는 일하는 척만 하고 다시 뒹굴뒹굴거릴 거니까.
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쭈우우우욱! 계속 말이지.
그게 내 바람이다.
“그런데 협상 결과에 관한 보고서는 이게 전부야?”
“네, 현재는 그런 것 같습니다. 뭔가 빠진 거라도 있습니까?”
디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혹시나 뭔가 잊은 게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는지 찾으려 하자, 나는 아니라고 손을 저었다.
“아니, 이게 전부면 됐어.”
전후 처리 절차는 문제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정도면 크게 문제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