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전쟁의 대가는 쓰디쓴 법이다 (6)
“아, 암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누나? 저 그렇게 마냥 연약하진 않거든요?”
“약하잖니.”
네, 아렐 약해요. 겁나게 약해요.
기껏 해 봐야 흑마법사를 손가락으로 죽이거나 남의 영지 위에 특대 파이어볼로 불꽃놀이를 할 정도밖에 안 된답니다.
그 전에 대체 누나는 날 얼마나 약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누굴 바람 불면 휙 날아가는 나뭇가지로 생각하시나.
이럴 때는 내 흠 잡을 데 없는 연기 실력이 두렵기 짝이 없구나.
“뭐…… 누나에 비할 바는 아니겠죠. 그래도 언제까지나 보호만 받을 정도는 아니에요.”
그러나 영 못 믿겠다는 눈치다.
“그리고 기사들도 있고 다들 노력 하니까요. 안전은 누나가 걱정할 정도가 아니란 건 가장 잘 알잖아요?”
내가 사실 그대로만을 말하자 누나도 반론할 말은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버님도 계속 제 상황을 지켜보시고 있고요.”
“아버님이?”
“아, 말 안 했던가요? 전부터 아버님 측에서 보낸 밀정 하나가 계속 제 동향, 보고하고 있었는데요.”
“못 들었어! 못 들었거든?”
진심으로 기겁하는 카니아 누나.
어? 그러고 보니 지금 처음 말하는 건가?
실은 성에서 일하는 하녀들 중 한 명이 아무리 봐도 수상쩍어서 조사해 보니 아버님을 모시는 집사장이 보낸 감시역이었다.
처음에는 쫓아낼까도 고민했다가, 단순히 내 안전을 살피기 위한 감시라는 걸 깨닫고 그냥 방치하기로 했다.
중요한 건 그 하녀는 자기 정체가 들켰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점이지만.
아마 지금도 아무것도 모르고 뿌듯해하면서 열심히 보고서를 써 올리고 있겠지.
가끔 몰래 지켜보면 꽤나 재밌다.
최근에 생긴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다.
네, 파힐리아에선 역으로 영주가 밀정을 감시합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 일단 놔둬요.”
“……역시 그냥은 못 돌아갈 거 같아. 내가 없으면 아렐은 더 이상한짓 할 거 같아……
무슨 실례되는 말씀을!
제 이상한 짓은 앞으로가 진짜 시작이거든요?
아직 날갯짓도 하지 않은 병아리거든요?
안심시키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누나의 불안감을 더 부채질한 거 같았다.
“어쨌든 더 이상은 제 안전을 핑계 댈 수 없다는 건 아시죠?”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세요.
계속 다들 걱정시키며 제 영지에 남는 것과 아니면 왕궁에 돌아가서 제대로 앞날을 개척하는 것. 어느 쪽이 건실할까요?”
내 질문에 누나는 좀처럼 쉽게 답을 내지 못했다.
“한 번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 ? ?
카니아 에르네시아는 어릴 적부터 한 가지 의문을 가졌다.
‘과연 나는 이대로 정해진 대로 살면 그걸로 행복한 걸까?’
일국의 공주로 태어난 몸으로서 이런 소릴 한다면 사치스러운 고민이라는 핀잔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겠지만, 카니아는 진심이었다.
일상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것을 처음 자각한 건 어느 정도사물을 구분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시기였다.
처음에는 그것이 당연한 건가 생각했다.
왕궁에서 태어난 것 때문에 자기 나이 또래의 아이들과 접한 적이 없기에 비교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는 어른들은 자신을 호위하고 모시는 시녀들뿐이다.
예전부터 카니아는 좀처럼 얌전히 있지 못하는 아이라는 자각은 하고 있었다.
“카니아 님! 그렇게 뛰어다니시면 위험해요.”
늘 시녀들은 활기찬 카니아를 따라다니는 데 적지 않게 애를 먹어야 했다.
어느 정도 말귀를 알아먹을 나이가 되자 주변 어른들은 철딱서니 없는 그녀에게 슬슬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카니아 님은 에르네시아 왕국의 제2 공주이십니다. 이젠 그에 맞는 품위를 익히셔야죠?”
그에 따라 남들과 같은 예절 수업같은 것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공부가 싫다기보단.
그런 예절이니 품위니 하는 것을 강요하는 게 영 거북했다.
그런 점에서는 제3 공주 메릴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아이였다.
여러 가지로 자신과는 정반대인 공주님 이었으니까.
여튼 그 무렵부터 카니아는 한 가지 의문을 본격적으로 품기 시작했다.
그래, 나는 공주다.
그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왕가에 태어난 이상 공주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자신이 공주인 것과 정해진 틀을 따라 사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지?
물론 당시에는 왕가의 예법이나 정치적인 문제 같은 개념은 머릿속에 없었다.
당시에 그녀는 어렸으니까.
그저 어린아이의 반항심에 지나지 않았다.
답답한 공부가 싫어서 버둥거리는 것 정도이려나.
그에 비하면 검을 휘두르거나 뛰어다니는 건 참으로 마음이 편했다.
내키는 대로 움직인다.
그것이 얼마나 자유롭게 느껴지는지.
다른 때는 말썽만 부리던 카니아가 검을 배울 때는 그나마 얌전했기에 주변 어른들은 결국 검을 배우는 것을 허락했다.
그러나 이런 제멋대로인 행동이 언제까지나 용납되진 않는다는 것쯤은 당시 어린 자신도 어렴풋이 이해는 하고 있었다.
왕족인 이상 언젠가는 짊어질 의무가 있다.
어릴 적부터 늘 전담 가정교사를 비롯해 하녀들이 입이 닳도록 말했다.
사실은 그게 싫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차에 카니아의 눈에 띈 것이 또 다른 왕족인 배다른 동생이었다.
회색 머리의 남자 아이.
아렐.
왕가의 막내이자.
자신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아이였다.
처음 만난 것은 아렐의 첫 번째 생일이었다.
당시에는 그 아이에게 별로 흥미는 없었다.
어렸던 자신에게는 배다른 동생이니 뭐니 해 봐야 별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생일을 축하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작아!’
아기를 처음 본 어린아이의 순수한 반응이었다.
그때는 자신도 모르게 신기해서 마구 볼을 만졌다.
아마 아렐은 기억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지만 그녀는 그때 일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뒤에 다시 만났을 때는 무슨 이유였는지 자신의 어머니인 피넬리 아 후궁이 아렐의 어머니를 만나러 갔을 때였다.
그때도 여전히 신기해하며 만졌다.
지금 떠올려 보면 그때 아렐은 그렇게 거칠게 만지는데도 잘도 울지 않았구나.
가끔 떠올려 보면 그 점은 참 신기했다.
그 뒤에는 두 후궁이 비교적 교류를 하며 지내기 시작했기에 카니아와 아렐도 나름 자주 마주치며 놀았다.
논다고 해 봐야 카니아가 아렐을 일방적으로 끌고 다니는 것이었지만.
아렐도 군말 없이 카니아를 따랐기에 그녀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때 당시에는 그저 그렇게만 여겼다.
이후 카니아가 좀 더 성장하고 나서 공부를 시작할 쯤 돼서야 그녀는 어느 날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아렐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이 애도 나처럼 왕족이니 하는 걸 강요받는 걸까?’
물론 아직 아기니 그럴 일은 없겠지.
하지만 아렐이 자신만큼 큰다면 그때는 지금의 자신과 같은 교육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도 자신처럼 이런 답답함을 느낄까?
그러나 답답함을 느껴 봐야 별로 의미는 없다.
어린아이가 떼를 써 보}? 야 어른을 이길 수는 없으니까.
결국은 아렐도 왕족이란 입장을 받아들이고 말겠지.
그런 카니아의 결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은 건 좀 더 이후의 일이었다.
검술을 배우는 것을 허락받고 기사들의 보호 하에서 수행을 하러 떠났을 때의 일이었다.
그때 카니아는 아렐을 반쯤 억지로 데리고 갔었다.
이유는 그저 아렐에게 검을 휘두르는 걸 보여 주고 싶었을 뿐이다.
순수하게 자랑하고 싶은 철부지다운 욕심.
그때 카니아는 아렐에게 지금의 운명이 싫다는 소릴 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아렐이 무언가 말해 줄 거라고는 기대하진 않았다.
그저 푸념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아렐은 진지하게 자신의 눈동자를 바라보더니 바란다면 할 수 있을 거란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얘가 위로라고 하는 말인 건가?
하나 곧바로 눈치챘다.
이 아이는 진심으로 확신을 가진 채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
이해해 주는 건가.
그 사실에 왠지 모르게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조금은 확신도 들었다.
검을 계속 쥐어도 되는 거구나, 하고.
다만 그 이후에 흑마법사의 습격으로 인해 소동이 벌어졌고.
결과적으로 당시 동행했던 수많은 병사와 기사가 희생되었다.
그 사실에 카니아는 처음으로 후회라는 것을 맛보았다.
검을 배우지 않았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번에도 다가와 조언을 해 준 게 바로 아렐이었다.
그녀에게 타인의 악의 따위로 포기하는 것은 분하지도 않냐고 물었다.
그때 카니아는 처음으로 아렐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전부터 아렐이 천재라느니 하는 소문은 익히 들었다.
실제로도 그가 만들어 낸 것을 보기도 했고.
그러나 그때는 그저 ‘아? 그런 거구나?!’ 하는 느낌 정도밖에 없었다.
그저 카니아에게 있어서 아렐은 약한 동생일 뿐이었다.
그런 그가 카니아에게 처음으로 직접 강하게 의견을 말하면서 제안한 것이다.
자신에게 검술을 배워 보지 않겠냐고.
처음에는 이론만으로 검술을 확립시킬 수 있는 건가?
자신도 의아해했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아렐이 제안한 것이다.
그녀는 한 번 아렐이 시키는 대로 어울려 주기로 했다.
그랬더니 이게 원일? 정말로 카니 아는 강해졌다.
순식간에 오러를 깨우치고, 검술도 늘었다.
어른들의 시선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단순히 교양으로써 검을 배우는 정도가 아니라, 카니아에게 있어서 검이 그녀의 본질 중 하나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한 것이다.
뭐, 그것을 좋게 보지 않는 이도 있었지만 딱히 카니아는 그런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놓을 뻔한 검을 아렐의 조언으로 다시 잡고 수행하기 시작하고 또 몇 년이 지났다.
그 무렵이 되었을 때 카니아는 또 새로운 골칫거리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정략결혼에 관한 문제였다.
나이가 찼으니 당장 결혼까진 아니더라도 적절한 상대를 만나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그녀의 어머니가 말했다.
알고는 있었다.
공주니 까.
정략결혼이니, 약혼이니 그런 단어가 언젠가 자신의 앞에 들이닥칠 거라는 것쯤은 이미 알았다.
물론 이전부터 참 싫구나, 하는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막상 때가 되니.
진심으로 짜증이 났다.
상대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때는 귓등으로 흘려들어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분명 외국의 높은 신분의 남자였던 것 같았다.
얼굴을 직접 본 것은 아니고 서류와 같이 딸려 온 초상화를 본 것뿐이나 썩 나쁘진 않았다.
그것을 같이 본 시녀들이 부러움의 비명을 질렀으니까.
냉정하게 판단하면 분명 적절한 상대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냉정하지 않게 판단하면.
진짜 짜증이 마구마구 샘솟았다.
당시에는 ‘이 미남이 뭐? 이놈이 내 앞길을 가로막는 녀석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그 무렵 아렐이 타 영지의 영주가 되어 떠난다는 소문을 들었다.
‘……얘도 별수 없구나.’
천재라고 떠받들어 줘도 왕족의 의무 앞에서는 결국 거스를 수 없다.
그 사실에 카니아의 짜증이 드디어 폭발했다.
그 무렵 그녀는 계속해서 거친 수련을 반복했고 그 반동으로 인해서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지의 벽을 하나 깨 버리고 말았다.
기쁜 한편 씁쓸하기도 했다.
어차피 정략결혼을 앞에 두고 경지를 넘어 봐야 무슨 소용일까.
‘……뭐, 불평해도 소용은 없나.’
평소라면 아렐에게 달려가 푸념이라도 하겠지만 지금은 아렐도 타 영지로 쫓겨나는 셈이다.
적어도 자신보다 더 심각한 처지가 아닌가.
그럴 게 아니라 하다못해 누나로서 위로의 한마디라도 할까?
카니아는 아렐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런데 듣고 말았다.
아렐이 기쁨의 환성을 내지르는 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