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네, 제가 바로 정령사입니다 (2) 이윽고 황제의 앞에 도착한 그녀와 동행인들은 일제히 자세를 낮추고는 예의를 갖췄다.
비록 넬베니아가 성국의 실권자이긴 하나 어디까지나 공식적으로는 성황 대리다.
타국의 수장 앞에서는 일단 한 수숙이고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입장이다.
“메르만 제국의 황제 에일란 아므레트 자닐 폐하를 뵙겠사옵니다.”
“…?…음, 성녀 넬베니아. 그대의 이름은 익히 들었네. 그 유명한 성녀라니 직접 만나게 되어 나야말로 영광이군.”
황제가 환영의 말을 꺼내자 그제야 그들은 고개를 들었다.
“먼 길을 오느라 수고가 많았소.”
“아닙니다. 성국과 제국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이보다도 더 먼 길도 기꺼이 오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음, 그렇구려.”
넬베니아와 에일란은 서로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조약의 성립만을 위해 만든 자리다.
서면으로는 이래저래 모든 이해 절 차를 끝내 놨고.
남은건 직접 공증인이 될 귀족들 앞에서 서명만 하면 끝나는 일이다.
이제 와서 딱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먼 길에서 온 귀한 손님을 서 있게 한다면 황가의 이름에 수치가 되겠지. 바로 안내하겠소.”
“예, 그럼 자세한 말씀은 천천히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남은 절차는 마련된 방에서 노예를 양도한다는 서류에 서명만 하면 된다.
그것이면 제국은 노예를 팔아 치우고, 빚을 갚고, 나름 사치를 부릴 수익을 얻게 되며.
성국은 향후 전쟁에 대비한 병력을 얻을 수 있다.
‘어리석긴……
성국도 결코 적지 않은 지출을 하게 되겠지만 제국이 앞으로 입을 손해와는 비교도 되지 않겠지.
넬베니아는 애써 속내를 감추고는 미소로 황제와의 화답에 응했다.
이제 머지않았다.
린다.
잠시 양해를 구하고 급보를 먼저 듣기로 한 황제는 이윽고 이마를 찌푸렸다.
“?????? 뭣이?”
무슨 일이지?
넬베니아는 그들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살피며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다.
그러던 때 성국 쪽에서도 전령이 급히 달려왔다.
조약을 앞둔 때, 어지간히 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은 굳이 지금 보고할 건 없다고 일러두었을 텐데.
뭔가 심상치 않은 예감을 곱씹으며 넬베니아는 그 문제의 보고를 듣게 되었다.
“무슨 일이죠?”
“넬베니아 님, 밀정에게서 급한 연락입니다.”
“지금은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있어요. 보고라면 조금 나중에 들어도.”
“그것이…… 에르네시아 왕국 쪽에 파견된 밀정에게서 온 연락입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더 거세졌다.
“말해 보세요.”
“에르네시아 왕국에 유학을 간 황녀, 페나 아므레트 자닐이 정령사임을 밝혔다고 합니다.”
“?????? 네?”
제국과 성국의 조약을 맺기 위한 자리가 시작되기 바로 전.
우리들은 어떤 것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 아렐?”
“왜 그러십니까? 페나 아므레트 자닐 황녀 전하?”
왠지 긴장하는 페나를 힐끗 보며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물어보았다.
마치 남일처럼 태연했다.
어차피 부담이 가는 건 그녀뿐이니까.
나는 그저 옆에서 부추길 뿐. 혼란스럽게만 만들 뿐.
이번일도 그렇다.
“정말로 이대로 하면 되는 거야?”
“당연하지. 아니면 뭣 때문에 준비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 으”
X.
그러나 그녀는 어째서인지 주저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
사실 왜 저러는지 이해는 한다.
“뭐, 억지로 떠넘기지는 않으마. 정못하겠다면 이건 관두자. 그럼 됐지?”
강요는 하지 않는다.
페나는 내 권유에 넘어갈듯 망설이다가 이내 고개를 힘껏 저으며 일어났다.
“아, 알았어! 하면 되잖아.”
그래도 나름 책임감이 있는 만큼 정말로 못한다고 물러날 리는 없지.
이점은 알고 있다.
“……이렇게 일을 벌여놓고 이제와서 관둔다고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페나는 저 앞을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우리들이 있는 곳은 에르네시아 왕성 중 유일하게 국민들에게 개방된 곳이다.
물론, 항시 개방된 곳은 아니고. 어떤 용도로 사용할 때만 개방하지만.
예를 들면 연설.
국민들에게 어떤 사실을 알리고자할 때는 이곳을 소통의 장으로 삼는다.
성 외각에 준비된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고 연설을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들이 있는 장소앞 광장에는 현재 국민들이 몰려들어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그들에겐 어떤 중대 발표가 있을 거라 공문으로 알려둔 뒤다.
일단 절차상 명분으로는 페나가 갑자기 무언가 밝힐 것이 있다고 에르네시아 왕성 측에 요청.
국왕 제일 형님은 중대한 결심을 하는 그녀의 의지를 인정하고 흔쾌히 허락하며 연설할 자리를 만들어줄 것을 허락했다.
이미 정보를 몰래 흘렸기에 소식꾼들 외에도 각국의 밀정들도 모였을 것이다.
확실히 저러면 이제 와서 못 한다고는 못 하지.
“하아……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이래서는 그냥 완전히 구경감이잖아.”
“네 팔자가 그러려니 해.”
“네, 네. 그러네요.”
페나는 아까보다는 힘이 빠진 듯한 대답을 했다.
드디어 결심이 섰는지 잠시 후 풀어진 분위기를 거두고는 황녀로서 세간에 나설 때의 얼굴을 하였다.
나도 진지하게 조언을 해 주었다.
“그냥 솔직하게 네가 하고 싶은 말만 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응.”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 직후 딱 맞춰 연설 준비가 끝났다.
“이후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말해라.”
나는 페나의 어깨를 두드리고 뒤로 물러났다.
다른 이들이 보고 있지만 상관없다.
내가 물러나자 시선은 이제 페나에게만 집중되었다.
좋다, 모두가 보고 있다.
아직 저들은 페나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모른다.
그저 무언가 중대한 사실을 폭로할 것이 있으니 들어주길 바란다.
그런 호소를 했다는 소문만 흘려 두었다.
“……들리시나요?”
페나가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전 송용 마법 도구를 가까이 대며 조심스레 묻는다.
이런 자리는 처음인지 조금 어색해 보였다.
“메르만 제국의 황녀, 페나 아므레트 자닐이라고 합니다.”
먼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제국의 황녀를 처음 보는 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을 빛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으음…… 모두에게 들릴 거라 믿고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구경하는 이들의 분위기는 대체 어떤 말을 하려고 저러는 건지 의아해 하는 느낌이다.
그 호기심 어린 시선에 잘도 눌리지 않고 버티며 페나는 꿋꿋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기대에 어긋나게 하여 죄송할지도 모르나…… 지금부터 하려는 진실은 저에 대한 것입니다. 제가 왜 이곳에 있는가. 어째서 제가 이 자리를 빌렸는가…… 그것을 말하고자 합니다.”
페나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단순한 유학.
그리고 각국의 실정을 알고 있는 자들은 전쟁으로 인한 볼모라는 것 쯤은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추가로 내막이 있다는 것인가?
일부 그런 의문을 품는 자가 있을 것이다.
온 것이다.
“왜 이 자리에서 이 말을 해야 하는가. 왜 제 조국인 제국에서 하지 않는가. 그 이유도 역시 같이 말씀드릴 것입니다.”
‘이제…… 슬슬 보여 줄 때군.’ 나는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어차피 내 손을 떠났다.
가만히 앉아서 과자랑 탄산 에이드만 먹으며 지켜봐야지.
듣고 있는 사이 그녀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우선 보여 드릴 게 있습니다.”
그녀는 손을 내밀며 무언가 집중하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단상 앞에 샐러맨더가 소환되었다.
그리고 노움도 한 마리 추가로 불러 냈다.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부는 그것들을 알아보고는 약한 탄성을 질렀다.
“이것은 정령입니다.”
페나는 자신이 불러낸 것의 정체를 밝혔다.
술렁거림이 한층 더 커졌다.
“저거…… 그 정령사가 부리던 정령이잖아?”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 맞아. 나도 본 적이 있어!”
“몇 주 전에 우리 마을 다리도 고쳐 준 게 저 정령이었어!”
“우리 마을은 몬스터를 쫓아 주었는데……
그제야 몇몇 다른 사람들도 탄성을 지으며 페나의 정령을 알아보기 시작하는 눈치를 보였다 이전에 페나가 이 정령들을 이용해 다른 이들을 돕고 다니던 것을 목격한 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겠지.
“잠깐! 메르만 제국의 황녀 전하가 왜 정령을 불러내는 거야?!”
그리고 지금 페나가 정령을 불러내었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자도 있다.
무언가를 기록하는 이도 있다.
반응을 보아하니 저놈은 밀정이군.
처음부터 얼마만큼의 잡것들이 숨었는지는 알고 있었기에 별 상관은 없었다.
“예, 이 아이들을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그동안 에르네시아 왕국을 돌아다니면서 여러분들에게 정령의 힘을 보여 드린 것은 다름 아닌 저였습니다.”
페나는 순순히 인정했다.
“보시다시피 저는 정령사입니다.
어릴 적부터 정령과 소통하는 자질이 있었습니다.”
페나는 자신이 정령사인 것을 털어 놓았다.
“알고 있습니다. 성국의 교단의 교리에 의하면 정령은 사악한 것이고, 정령사는 악마와 내통하는 인간으로 여겨진다는 것쯤은요. 그렇기에 저는 정령사의 자질을 타고 태어났음에도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황가에서도 엄히 단속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모두가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 그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유일한 정령사다.
“제 어머니께선 어릴 적 저를 보호하기 위해 ‘누구에게도 정령을 소환하는 것을 보이지 말거라.’라고 늘 제게 가르치셨습니다. 왜냐면 제국과 성국은 우호 관계에 놓여 있고, 제가 존재한다는 게 알려지면 양국과의 관계는 깨질 테니까요.”
여기까지는 누구나 짐작할 법한 이야기 다.
그리고 본론은 이제 그다음이다.
“그러나 어릴 적의 저는 그런 사실을 미처 이해하지 못했고. 그저 정령을 다루는 재주에 신기해하며 몰래 정령을 소환하며 놀았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전 황제 폐하에게 들키고 말았죠.”
잠시 숨을 고르고는 계속했다.
“원래라면 저는 그 즉시 정치적인 이유로 사라지거나, 혹은 성국에 바쳐져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머니께선 저를 구하기 위해 황제폐하에게 간언하셨고, 결국은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대신 저와 어머니는 황가에 유폐되고 말았습니다.”
아직까지는 다들 잠자코 듣고 있다.
“그러나 유폐된 환경 속에서 어머니께선 병을 얻으셨고, 그해 마지막까지 저를 걱정하다 돌아가셨습니다.”
침묵이 깔렸다.
나도 말없이 듣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페나가 하는 이야기는 사실이다.
전 제국의 황제가 어째서 페나를 살려 두었는지는 나도 알 길은 없다.
그러나 제국이 그 시점에서 페나를 찬밥 취급한 것도 사실.
그 탓에 그녀의 어머니인 후궁이 병을 얻어 돌아가신 것도 사실.
“그리고 저는 그 뒤에도 황가의 눈치를 보며 정령사라는 것을 숨기며 살아왔습니다. 당시의 저는 내 자질이 저주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째서 이런 재주를 타고난 걸까? 어째서 정령의 목소리를 들어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정말로 저주가 아닐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말이 슬프게도 계속 이어진다.
“그러던 중 결국 저는 다른 사정에 의해 에르네시아 왕국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실수로 저기 아렐 에르네시아에게 제 자질에 대해 들키고 말았죠.”
뭐, 그랬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전 그에게 제 자질에 대해 털어놓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그는 제 자질에 대해 듣고 이리 말했습니다.”
페나는 한 박자 쉬고는.
“당신의 재능은 결코 추한 게 아닙니다. 그것을 제가 가르쳐 드리죠.”
……내가 그리 말했던가?
대충 그렇다고 해 두자.
그녀가 주장하는 아렐 씨의 발언은 내가 아는 아렐 씨의 성격과는 매우 다른 거 같지만, 그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그 뒤 저는 아렐에게서 진정한 정령술의 활용법과 유래에 대해 배웠습니다. 사라진 자질을 잇는 자로서의 긍지도 배웠습니다.”
……듣는 내가 낯간지러워졌지만 참았다.
왜 말을 하는 건 그녀인데 근질거리는 건 난가요? 왜?
“그리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째서 제가 정령사로서의 긍지를 가지지 못하고 살았는가. 어째서 저의 어머니께선 저를 걱정하시며 병까지 얻으셔야 했는가. 이상하지 않나요?
어째서죠?”
이제는 결론을 낼 차례다.
“성국이 강조한 교리 때문입니다.
그들이 정령은 악하다 주장했기에 저는 이단으로 낙인이 찍히지 않기 위해 불행한 황녀로서 살아야 했습니다.”
그녀는 명료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전 정령사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마법과 정령술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령도 한없이 선한 존재고요. 그런데 어째서 마법사는 올바르고, 정령사는 그렇지 않은 걸까요? 성국은 그저 제대로 된 논리도 없이 악하다고만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게 정답일까요?”
고개를 젓는다.
결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교리만으로 제 재능을 악하다 주장할 권리는 없으며, 불행하게 만들 권리도 없습니다.”
이제 마지막 결론을 내릴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