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368)
368화. 암흑 교단 토벌 전투 (4)
“정녕 이대로 고립시키는 방안은 안 되오, 탑주 양반?”
레케벨이 헬민에게 묻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공략 대상이 그저 평범한 요새라면 그 방법이 먹히겠죠. 하지만 저들은 처음부터 하늘에 고립된 채 이동하던 이들입니다.”
저들에겐 처음부터 보급로고, 나발이고 존재하지 않는다.
그 뜻이 가리키는 바는 간단하지.
“……자급자족이 가능하단 말이로 구려.”
“그렇습니다. 저희들이 면밀하게 살펴봐도 그날 이후 외부로 흑마법사들이 나간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 말은 즉, 그저 저 요새에 있기만 해도 굶어 죽을 일은 없다.
자급자족이 가능하든,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든 저들은 틀어박혀 나오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일반적인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결국 가능한 건 힘으로 함락해서 적들의 수괴를 끌고 나오는 것뿐.
문제는 그게 어렵다는 것이다.
“대체 저들은 뭔가! 어떻게 돼먹은 괴물이란 말인가!”
결국 참다못해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친 기사가 있다.
이번 토벌대에 참여한 왕국 중 하나인 펠젠 왕국의 기사였다.
그는 이를 갈면서 주먹을 뿌득 쥐었다.
“저 괴물들의 방어는 도저히 끝이 없지 않는가!”
그가 흑마법사들을 괴물이라 매도한 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사실 그대로의 의미다.
“……설마 죽여도 다시 살아날 줄이야.”
이들이 함락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지극히 심플했다.
오로지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지.
흑마법사가 죽질 않는다.
정확히는 죽여도 계속 살아난다, 지만.
검으로 목을 베도, 창으로 심장을 꿰뚫어도, 심지어는 마법으로 불태워 재로 만들어도.
어찌 된 것인지 돌아보면 다시 멀쩡하게 병사들을 가로막는 것이다.
그러니 함락이 될 리가 있나.
추정컨대 암흑 교단의 흑마법사의 수는 총 10만 정도 남짓한 것 같았다.
수적인 불리함을 흑마법사들은 죽지 않는 점을 이용해서 토벌대를 곤란하게 하고 있었다.
죽지 않는 몸을 내세워 몸으로라도 막아 대니 당해 낼 방법이 없다.
백전노장들도 이렇게 꽉 막힌 전투는 처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탑주들이여!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가‘? 그것도 마법인 건가? 언데드면 몰라도 그들이 이 런 사술을 부린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네!”
“?…”
그, 그건……
마탑주들에게까지 묻지만 대답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설사 드래곤이라도 그런 것은 불가능할 것이네.”
“맞는 말이네.”
“그렇고말고요.”
탑주들 중 한 명이 그런 말을 꺼내자 다른 탑주들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그런 짓이 마법으로 가능할 리가 없습니다. 가능해서도 안되고.”
헬민이 차갑게 뇌까렸다.
“자연의 섭리란 것은 절대적인 것입니다. 그것을 거스르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죠.”
불을 불러내고 물을 만들고 바람을 몰아치게 하더라도,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영역이란 게 있다.
“흑마법이 얼마나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되는 사술이란 건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는군요.”
“맞는 말이네.”
“우리들 역시 탑주님들처럼 이런저런 건 알지는 못하나 이것만은 알지.”
기사들 역시 공감하듯 연신 끄덕였다.
“칼을 맞으면 죽고, 목이 떨어지면 당연 시체가 되어 썩어 가야지.”
“그렇소.”
“암, 그렇고말고.”
어려운 것도 아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 응당 자연의 섭리거늘.
“……문제는 그 말도 안 되는 역행된 섭리에 공성전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말이네.”
레케벨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핵심만을 지적했다.
적이 사술을 쓰건 뭐건, 중요한 건 그것 때문에 이쪽이 매우 곤란하다는 점이다.
그것도 상당히 곤란하다는 점.
“죽여도 죽지 않지. 심지어는 그걸이용해 몸으로 때우기까지 하네.”
이미 병사들 사이에서도 제법 동요하는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었다.
칼에 맞고 창에 찔려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괴물들을 두고 동요하지 말라는 것도 말도 안 되니 어쩔 수 없지만.
공포심을 억누르게 하는 게 고작이다.
“대책이 없으면 동요는 더욱 커질 것이네. 탈영까지 시도할지도 모르지.”
그 지적에 다들 반론할 수조차 없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아는 사실이기도 했다.
단지 누군가 나서서 말을 하니 뼈아플 뿐.
“혹시 그들이 언데드라면 성수가 통하는 거 아닙니까?”
“그것도 이미 시험해 봤습니다.”
헬민은 안타까운 듯 고개를 저었다.
죽지 않는 시점에서 혹시 언데드나 리치일 가능성도 고려해 봤기에 흔히 통하는 대항 수단도 시험해 보았다.
그러나 인공 성수를 쏟아부어 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오히려 전투의 열기 때문에 답답했는지 물을 뿌리니 시원해하더라, 하는 보고가 올라왔었다.
“묘한 점은 그렇게 되살아나는 흑마법사들에게서 틀림없는 생명력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생명체를 감지하는 마법에는 걸린다.
언데드라면 걸리지 않을 터인데.
“……그 뜻은 그들은 살아 있다는 것인가?”
“그것만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인정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 게 어떻게 살아 있는 인간이란 말인가?
살아 있되 죽지 않는 자.
누군가가 그리 중얼거렸다.
불사.
그것이야말로 말도 안 된다.
“예로부터 많은 이들이 그것을 꿈꿨다는 전설은 전해집니다만……
“전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었나?”
“믿기지가 않는군.”
그러나 막상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고, 그들을 괴롭히는 적군들이 그러하니 어찌하겠는가.
“죽지 않는 자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논해야 하겠습니다.”
“방법이 있겠소?”
“없더라도 만들어야겠지, 끄응무책임한 소리일지 모르나 그게 사실이다.
찾지 못하면 이 전투는 실패로 끝이 나게 된다.
단순히 자존심이 긁히는 정도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차라리 지금 대기하고 있는 그분들을 투입하는 게 어떤가?”
어느 지휘관이 그리 제안했다.
그분들이란 아직까지 전선에 나서지 않은 이들.
각국에서 보낸 소드 마스터들이다.
그리고 여기 있는 마탑주들까지.
“차라리 총력전을 걸어보면 어떤가?”
“안 되오.”
레케벨은 단호히 거부했다.
“그들은 이후 나타날 흑마법사들의 수괴를 치는 데 필요한 이들이네.”
흑마법사들의 교주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른다.
다만 마기의 양으로 가늠할 때 방심할 수는 없겠지.
그렇기에 그들은 일부러 마탑주와 소드 마스터들을 아직까지 투입시키지 않았다.
그 점에선 본인들에겐 상당히 불만의 소릴 듣고 있지만 어쩔 수는 없다.
자고로 칼은 적재적소에 써야지.
소를 치는 칼로 닭을 치면 어쩌란 말인가?
“문제는 시간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요새는 기능을 상실한 게 아니라 저희 측의 마법에 의해 가라앉아 있을 뿐.”
“그 말은 즉, 마법이 끊기면 다시 이동한다는 뜻이겠구려?”
지금은 각 마탑의 마법사들이 교대로 줄을 붙잡고 마나를 공급해 주고 있다.
지금이야 마법사의 수도 많고 교대 제로 하는데다가 마나 보충을 위한 마정석도 넉넉히 준비했기에 공중 요새를 억누르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것도 길게 끌지는 못하는 게 지금의 실정이다.
“앞으로 열흘이 한계입니다.”
“열흘?…”
공성전으로 생각하더라도 참으로 애매한 시간이다.
“앞으로 열흘.”
너무나도 짧다고도 할 수 있다.
고작 열흘 만에 저들의 요새를 함락해야 한다니.
그러니 이대로 탁상공론만을 할 수는 없다.
전투는 내일도 계속될 것이고, 지휘관들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짜방책을 생각해 내야 할 것이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이 전투는 토벌대의 패배로 끝날것이니까.
그들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할 수 없지. 전력을 아낄 때는 아니네. 동원할 수 있는 건 전부 동원하세.”
소드 마스터를 비롯한 최종 전력의 투입에 반대하던 이들마저도 생각을 바꾸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음 날.
해가 뜨자마자 연합군은 다시 요새를 함락하기 위해 공격에 들어갔다.
다만 이번에는 어제와 달리 공격을 감행하는 연합군의 사기가 심상치 않았다.
마치 무언가를 따르듯 높은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고 있다.
저도 모르게 흑마법사들은 움찔거렸지만 그런 그들을 간부들이 꾸짖는다.
“에잇! 제 까짓 놈들이 제아무리 덤비더라도 우리들은 교주님의 은혜를 입어 불멸……
거기까지 외친 간부의 목이 갑자기 잘려 나갔다.
그의 목이 떨어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대검을 든 사내가 그의 등 뒤에 착지했다.
전신에 투박한 갑옷을 걸친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다.
짧은 머리카락과 얼굴까지 나 있는 무수한 흉터가 기사라기보다는 흡사 어디 술집에라도 굴러다니는 무뢰한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일개 건달따위로 착각하진 않는다.
그의 전신에 둘러진 오러가 불길처럼 넘실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멸이면 뭐? 죽지 않는다고 너희가 강해지기라도 했냐? 웃기시는군!”
그는 굴러다니는 흑마법사의 목을 째려보며 히죽 사납게 웃으며 한껏 비아냥거렸다.
베인 흑마법사는 금세 재생했지만 다시 베이고는 쓰러졌다.
“이 자식!!”
흑마법사들이 한 발 늦게 분노를 터트리며 그 사내를 향해 지팡이를 겨누지만.
“어이쿠.”
그가 대검을 한 팔로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그들의 팔과 목이 잘려 나갔다.
거대한 대검을 흑마법사의 시력으로도 미처 잡아낼 수도 없는 속도로 휘둘러 벤 것이다.
비록 베는 품새에는 품위는 없지만 속도와 예리함만큼은 예사롭지 않다.
“그렇게 지팡이를 겨누다니 겁나서 베지 않을 수가 있나, 쳇.”
단번에 수십 명의 흑마법사를 토막내버린 그 사내는 비아냥거림을 넘어서 이윽고 혀를 찼다.
적을 쓰러트렸음에도 답답하다는 반응이었다.
“여전히 죽지 않는군.”
토막을 낸 흑마법사의 시체가 꿈틀거리며 다시 몸을 붙이고 일어선다.
아예 붙이지 못하게 잘게 썰어 버린 것들은 연기가 되더니 그대로 부활하고 있다.
“……뭐, 이런 것들이 다 있어?”
“이미 논의했잖습니까, 펠켄 경. 무턱대고 벤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황당해하는 그의 등 뒤에서 이지적인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펠켄과는 정반대의 인상을 가진 사내 였다.
착실하게 기사 갑옷을 몸에 걸친 그는 등에는 장창을 메고 날이 긴장검을 들고 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기사로서의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다.
“이들은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 모양이더군요. 그리고.”
그는 흑마법사의 목을 베고는 지팡이를 빼앗아 그대로 그의 몸통에 꽂아 꿰뚫었다.
마치 꼬챙이에 꿴 고기마냥 꿈틀거리는 흑마법사를 지팡이째 바닥에 꽂았다.
“이렇게 하면 잠시뿐이나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더군요. 무식하게 벤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재생하는 걸 고려하여 죽는 것만도 못한 꼴을 만들어야죠.”
“……아니, 어떤 의미로는 댁이 더 무식한 거 같은데 스웬…… 보통 그렇게 냅다 잡아 꽂나?”
그냥 잘게 썰어 버리는 인간이나, 비록 부활에 시간을 두기 위해서라지만 저렇게 끔찍한 꼴을 만들어 버리는 인간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펠켄이라 불린 사내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는 그냥 귀찮다며 대뜸 부활한 흑마법사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대검만을 휘둘러 다시 잘게 썰어 버렸다.
“됐네, 됐어. 그냥 계속 썰어 버리지, 뭐. 뭘 귀찮게 그 꼴로 만들어?
어차피 살아날 텐데.”
“……하여간 제국의 황제 직속 기사단장 씩이나 되는 분의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군요.”
스웬이라 불린 사내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